山 이야기(3) - 계룡산
























山 이야기(3) - 계룡산

구도자(求道者)
능선으로 오른 천황봉

산은
늘 우리들 마음 속에서 동경의 대상으로 살아 있다. 진정한 나그네는 자기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아직
미완의 산객인 우리는 가슴 설레이며 산행 전야를 보낸다.
어느 산길을 하염없이 걸어볼까? 갑장산, 속리산, 대야산 .....이어지는 산에 대한 생각은 돌고
돌아 가까이에
있는 계룡산에 머문다. 굳이 새로운 산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으리라. 그동안 몇 번의 산행을 통하여 계룡산의 암릉미를 느껴 보았고
천황봉 가까이는 올라 보았지만 정확히 새로 세운 천단
(天壇)이 있는 천황봉의 정상부에 오르지 못한
것이 가슴 한 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또한 신원사 계곡과 숫용추 계곡이 만나는
부분의 지세에 대한 평소의 궁금점은 늘 마음 한 편에 호기심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산행으로 마음의 찌꺼기를 깨끗이 지우고, 잡다한 생각의
뿌리도 시원하게 정리하여, 청정한 마음으로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 산행
지도




이번 산행 구간의
일부는 계룡산
천황봉과 향적산을 잇는 능선과 맨재 부근에서 엄사리로
벋은 능선이 있다. 산태극수태극의 길지 계룡산은 옛부터 구도자(求道者)들의
수행 공간이었다. 특히 암용추 계곡, 백운동 계곡, 숫용추 계곡을
포함하고 대궐터가 있는 신도내는 계룡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 무속신앙과
다양한 종교 단체들로 신흥종교의 본산이었다. 지금은 향적산 주위에
사찰, 굿당, 정역을 연구하는 곳, 도인의 집, 그리고 기도처
등이 산재해 있으며 신원사 부근과 갑사 부근으로도 많이 볼
수 있다.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곳의 계곡과 바위와
산자락에서 도를 구하려 했던 사람들을
기념하면서 정확한 명칭이 없는 이 능선을 이
글에서는 "구도자 능선"으로 명명하였다.


이번
산행은 계룡시 두마면 엄사리 청송약수터 입구에서 출발하여
논산시 상월면과 경계를 이루는 능선으로 올라서서 맨재와 513고지를 지나고 용화사와
숫용추 계곡의 갈림길인 용천령을 지나 계룡산 정상 천황봉을 오르고, 쌀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지나 관음
고개를 거쳐 은선 폭포, 동학사로 하산하는 코스로
선정하였다.


이 구간에는 [계룡팔경]의 제1경으로 불려지는 '천황봉
일출'과 제7경의 '은선 폭포 운무(雲霧)', 제5경의 '동학사 계곡 신록'의 명소를
지난다. 또한 계룡산의 유명세에 눌려 별로 알려지지 않은 향적산(香積山,574m) 주위를 통과한다.
또한 이 구간에는 신경준의 산경표상의 금남 정맥의 엄사리 - 맨재 - 천황봉 - 관음
고개
구간이 포함되어 있다. 천황봉과
쌀개봉 주위에서는 이정표가
뚜렷하지 않아 약간의 혼동도

있었으나, 천천히 산길을 따라 나무, 흙, 바위, 꽃 내음을 맡으면서
쉬엄쉬엄 계룡산의 능선과 계곡과 자락을
주유(周遊)하였다.




















일 시



2004년 7월 10일 (토) 06:04 - 18:08 (12시간, 16KM)


날 씨


흐림


코 스



엄사리 청송약수터 입구(06:04, 3.0km) - 330m봉(06:50,
2.1km)  - 싸리골(07:17, 2.8km) - 513m봉(08:48,
2.1km) - 444m봉(10:19, 1.3km) - 계룡산 천황봉(845m)(12:20,0.3km)
- 쌀개봉(827.8m)(02:00, 0.8km) - 관음 고개(15:44,2.4km)
-  동학사(17:24,1.0km)
- 주차장(18:08)




권기철, 황순희





 


▲ 천황봉의
천단. 뒤로 자연성능과 삼불봉의 모습

7월 10일 5:40분에 집을 출발한
우리는 24시편의점을 들러
간식거리를 준비하여 오늘 산행의 출발지 청송약수터 입구를 통과한다.(06:04) 오랫만의
새벽 산행길은 상큼한 느낌 마저 느낄 정도로 발걸음이 가볍다.


 
▲ 엄사리
청송약수터 입구의 산행로 초입

마을 주민들의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오른쪽으로 약수터가 보이고 조그마한 언덕을 오르면
좌측으로 "양정사거리", "엄사초교", "이어도 회집",
"빛과 생명의 교회"를 거쳐서 올라오는 금남정맥길을
만난다. 여기서 100m 정도 가면 철탑 사거리를 지나(06:22) 삼거리를
지나고(06:29) 다시 사거리(06:40) 할딱 고개를 지나(06:50) 제1헬기장(330고지)에
올라서면 옅은 운무 사이로 좌전방의 향적산을 희미하게 조망한다.
그러나 북쪽의 천황봉은 짙은 운무로 조망이 어렵다. 엄사리 능선은 대체로 부드럽고 완만하나 오르막도 갖추고 있어
산행하기에 알맞은 구간이다. 솔밭에서 소나무 숲의 아늑함과 솔내음을 느끼면서
짧은 휴식 후 편안한 걸음을 옮긴다.(06:58 - 07:01)


 
▲ 엄사리
능선길의 소나무숲

한 차례 더 오르내리다가 제2헬기장(350m봉)을
지나(07:08) 조금 내려가면 입산금지
경고판이 커다랗게 붙어있는 십자로 안부에 도착하는데 여기를 이곳 마을 사람들은 흔히
싸리골 고개 사거리라 부른다.(07:17) 이곳을 지나 깔딱 고개라고도 부르는 제법 가파른 능선의 경사면을 오르면 향적산
오름길과 능선 분기점인 406m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을 만난다.(07:24)


 
▲ 406
봉 전망대 아래의 야생화

오른쪽 맨재
방향으로 좁은 길을 따라 제법 가파르게 올라 가면 고인돌처럼 널따란 전망대
바위의 406m봉에 올라서는데, 이곳은 원래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진행방향의 금남
정맥 능선이 444m봉에서 천황봉을 향하여 동북방향으로 휘어지는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고, 그 뒷편의 쌀개봉에서 동쪽의 황적봉(665m)으로 가지쳐 나간 능선의
기암절벽과 그 아래로 작산 저수지와
정맥길 서쪽의 양화저수지와 계룡 저수지도 조망되는 곳이나 오늘은 짙은 운무로
볼 수가 없다. 서남쪽의 상월면은 구름 바다를 이루고 있으며, 북동
쪽으로 신도내는 운무에 가려 조망이 어렵다.(07:50 - 08:00)


 
▲ 맨재 부근 고사리가 많은 능선에 서서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내려서면, 잠시 후
맨재에 도착하고 약간의 공터가 있으며 "군사 시설 보호 구역" 표지석과
왼쪽으로 하산로가 보인다. 맨재 이후는 완만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아무런 표시도 갈래 길도 없으며 인적이 드문 곳이라 잡목들이 길을 막은 부분들이 많다. 오래만에 바지와
소매로 젖어오는 아침 이슬은 중농시대에 새벽 들녘을 부지런히 다니시던 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발길은
바위전망대에 이르고, 그곳에서
뒤돌아 보면 우리가 걸어온 능선과 406봉에서 이어지는 향적산은 운무에 쌓여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08:37)


 
▲ 513봉
직전의 바위 전망대에서 뒤돌아 본 엄사리
능선과 향적산 그리고 맨재 이후의 능선길

이어서 513봉에 올라서면 머리봉(735m)에서 천황봉,
관음봉, 연천봉까지 연이어진
능선이 뿌연 운무에 쌓여 한폭의 수채화로 와 닿고, 그 아래 숫용추 계곡 건너 머리봉 경사면의
폭포는 주흘산의 여궁 폭포를 연상케하면서 나그네의 눈길을 잡는다. 아마도 비온 뒤 수량이 많을 때만 보이는 폭포이려니.(08:48) 이곳을 지나면서 숫용추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09:15) 며칠간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을텐데.....
이어지는 발길은 고개 사거리에 이르고 잠시 휴식(09:26 - 32) 후, 관목과 활엽수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숲을 지나 바위 전망대에서
머리봉 경사면의 기암들을 조망하며 또 휴식을 취한다.(09:45 - 52), 난생 처음
보는
대규모 개미집 군을 통과한다.(10:02) 이곳의 개미들은 사진 찍을 틈도 주지 않고 옷
위로 올라온다. 개미를 피해 도망치듯 한 컷을 찍는다.


 
▲ 513봉에서
바라보는 계룡산 전경(머리봉, 천황봉, 쌀개봉,
문수봉, 연천봉)
 
 
▲ 경사면의
폭포

관목지대인 능선길 따라 가면
용화사 가는 길과 숫용추 계곡으로 가는 갈림길 사거리 용천령을
만난다. 아무런
표지판도 없지만 먼저 지나간 산님들이 남긴 글의 기억을 통해 여기가 용천령이리라 짐작해 본다.(10:03)  주위의 넓은
소나무 숲에는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덩굴이 볼만하다.  숫용추 계곡에
가보고 싶어하는 반려를 다음 산행 기회로 달래며 오늘의 만만치 않은 산행길을 재촉한다.


정상이 보이는 묘지를 지나(10:19) 조금
만 더 가면 신원사 팻말이 보인다.(10:21) 신원사로 가는
길과 정상으로 가는 길과의 갈림길이다. 신원사
방향으로 약 10미터 거리에 있는 우물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세수도 하고  잠시
숨을 고른다. 벌써 출발한지 4시간 40분, 웬만한 산이라면 정상에 오르고도 남을 시간이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능선 분기점인 444m봉을 지나면서 정맥길은 동북방향으로 휘어진다.


이제부터가 정상으로
가는 힘든 오르막 능선길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계속되는 힘든 오르막 능선길, 나의 반려는 새로운 식물과 꽃을
헤며 앞서가는 나를 자꾸만 부른다. "사랑이란 함께 걷는 것이다. 멀리 달아나지 않고, 뒤에 머물러 있지도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같이 걷는 것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 신원사중악단에 모신 산신령님의 말씀이라 여기며,
오르는 능선길에는 신원사 계곡으로 가는 샛길이 가끔 보인다. 이렇게
경사진 능선의 숲길을 한시간여
오르면 무명봉에 도달하고 비로소 주위의 낯익은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 용천령
부근 소나무 숲의 담쟁이 넝쿨

 
▲ 천황봉
능선 오름길의 야생화

무명봉에서 머리봉, 연천봉을  조망하고(11:29), 20 여
분 더 오르면 정상 바로 아래 부분에 멋있는 바위가 나타난다. 그 바위와 정상 쪽 능선 암벽
사이에는 작은 안부가 있는데, 그 곳은 건강한 숲 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과 아늑한 분위기가 지친 산객의 심신을 달래기에 알맞은 곳이다. 한잔의 술만 있다면
술과 자연과 인생이 조화를 이룬 선경(仙境) 이리라. 나는
애주가는 아니지만 술이 인생을 풍부하게 해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바위벽에는
소나무와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고 정상 쪽 암벽에는 풀과 야생화가 충분한 흙도 없는 바위
틈새에서 능선 위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전해주는 습기를 머금고, 바람이 전하는
미세한 흙먼지를 토양삼아 뿌리를 뻗으며
싱싱하게 꽃을 피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 마저 느껴지는 풍경이다.
오래동안 머물고 싶은 너무나도 편안한 곳이다.(11:40 - 50)


 
▲ 정상
부근의 멋진 바위 주변

 
▲ 바위와
능선 암벽 사이의 안부


 
▲ 암벽의
야생화

이곳을 지나 능선의 좁은 길을 돌아가면 지금도 침식이 계속되고
있는 협곡이 나타난다. 정상부에서부터 침식이 진행된 흔적이 있으며,
왠지 그냥 두어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이곳을 건너 참호가 있는 능선마루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새로운 길을 찾다가(10여 분간) 다시 참호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천황봉으로 가는 직등길로 나아가서 KT와 군통신 시설 사이의 철제
다리와 사방
뚝 길을
따라 어렵게 천황봉에 오른다.


천황봉은 계룡산의 주봉으로 상봉이라고도 불리우며, 해발 845m이다. 원래 정상부에는 산제단이 있었다.
20세기 후반부터 통신시설이 차지하고 있던 정상부를
최근 충청인들의 소망을 담아 5 년간의 작업 끝에 통신시설을
아래쪽으로 이전하고 황토로 메워 정상부를 회복하고 다시 천단(天壇)을
 세웠다. 아직도 정상부는 주위의
통신시설들 사이에 고립되어 원래의
풍광이 크게 훼손되어 보이고, 천단은
문명의 이기들에 의해 그의 생명같은 신성함이 상당 부분 손상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회복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정상에 서면 계룡산의 거의 전
구역이 조감된다. 흐린 날씨로 감동은 반감되지만 암릉미 넘치는 계룡의 산하를
조망해 본다. 백암동 계곡 아래 펼쳐진 신도내로 부터 눈을 돌려 치개봉(664m), 동학사 계곡, 쌀개봉, 관음봉, 연천봉, 삼불봉이
그지없이 아름답고 저 멀리 저수지들이 한 대접의 물처럼 가물거리며, 그 아래는 고만
고만한 크기의 평야가 이어진다. 잠자리 때가 정상을 덮고 길게 자란 잡풀은 언뜻 초가을의 분위기마저 느끼게
하며 통신시설에서 우리를 보고 건너온 누렁이는 어린 시절 시골집에 함께 살았던
기억이 있었던 것처럼 정겨웁게 다가온다. (12:20 - 50)


 
▲ 침식이
진행 중인 계곡을 건너며

 
▲ 천황봉
정상의 천단

 
▲ 정상의
누렁이

 
▲ 정상의
초가을 분위기(잠자리, 키 큰 풀)

 
 
▲ 정상에서
신원사 계곡과 양화 저수지의 조망

정상에서 휴식을 마치고 쌀개봉을 향하여 걷다가 신원사와 양화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능선에 걸터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 후 졸음과 나른함이 밀려온다.
걷기 시작한지 벌써 7시간이 지났다. 계획대로라면 하산길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13:05 - 24)
이동통신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에서 쌀개봉(829.5m)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담장처럼 양쪽이 낭떠러지의 연속이다.
(13:39)


쌀개봉 직전에서 좁은 바위틈새로의 오름길은 무척 힘이 들지만,
그 길로 가면
지리산통천문 보다 더 멋있는 천황문(통천문)을
지날 수 있다.(13:42) 또한 쌀개봉
에서는 주변의
능선과 산기슭들이 거침없이 절경으로 와 닿아서 천황봉과는 또 다른 맛의 조망을 할 수가 있다.
이곳에서
푸른
하늘을 향해 치솟은 암봉들과 종횡무진 내닫는 날카로운 능선들과 그 아래로 여인의 치마폭같은 유순한 신록이
융단처럼 펼쳐저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계룡의 산하를 조망한다.
오른쪽으로 황적봉과
밀목재를 지나 도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 전방에는 은선
폭포 휴게소와
동학사 계곡, 그 뒤의 자연 성릉과 삼불봉을 지나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왼쪽으론
신원사 계곡과 연천봉이 바로 보이며 계룡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암자인 등운암과 치마바위를 조망할 수 있다.



쌀개봉 정상에는 특별한 표시가 없다. 북쪽으로 V 형 계곡 안부를
넘어 이어지는 쌀개능선의
가파른 모습이 보이고  남쪽으로 천황봉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V형 계곡은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천황봉에서 관음 고개 구간은 폐쇄된 등산로이기 때문에 계단
등의 안전시설이 없다. 누군가가 메어놓은 로프(와이어)의 도움을 받아 겨우 V형 계곡
안부에
내려선다. 그곳에서 바로 바위 능선으로 직진하여 올라서야 했으나
우회하기 위하여 찾은 길이 약초 캐는 분들이 다니는 희미한 샛길이었고 은선 폭포 방향의
단애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였다. 이곳에서 경산과 부여에서
온 조폐공사 산악회원들을 만나 아는 분의 이름을 건네며 인사와 담소를 나눈다.(14:06 - 49)


 
 
▲ 쌀개봉과
 V형 계곡 안부의 원경

 
 
▲ 쌀개봉을
지나온 곳에서 본 자연 성릉

 
▲ 통천문(천황문)

 
▲ 연천봉과
등운암

V형 계곡 안부에서
다시 바위 능선으로 직진하여 올라서서
암릉 지대를
넘어가면 갈래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곧장 동학사로 떨어지는 급경사 암릉 길이고,
왼쪽의 리본이 메여있는 길을 따라 조심스레 내려서면 넓고 편한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높은 절벽이 있는 이
길을 따라 가면
관음 고개 사거리 부근 쉼터에 이르고, 이곳에서 허기를 달래고 휴식을 취한다.(15:25 - 40) 


이곳에서 조금만
걸으면 출입금지표시판이 있는
관음 고개에 이른다.(15:44 )  왼쪽은 갑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팔각정 휴게소가 있는 관음봉으로
갈 수 있다. 지친 우리는 계룡산의 전모를 볼 수 있는 관음봉에서의 조망을
포기하고 바로 은선 폭포를 경유하여
동학사로 내려가는 오른쪽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 쌀개봉
근처에서 보는 동학사 계곡 전경

관음 고개에서 은선
폭포로 향하는 길은 돌계단이라기 보다는 돌로
모자이크한
모습에 가까운 경사진 돌길의 연속이다.
이 계곡의 산비탈은 바위들로 덮혀있고 가파른 돌길은 동학사 가까이 까지 계속된다.
 은선 산장은 컵라면, 당귀차,
커피 등을 팔며 숙박도 가능한 휴게소이다.(16:26)  


산장 바로 아래에 있는 은선
폭포는 비가 온 뒤인지라 제법 폭포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계룡8경 중 제7경의 '은선
폭포 운무(雲霧)로 유명한
이 폭포는 쌀개봉과 관음봉으로 감싸인 동학사계곡 상류의 옥처럼 맑은 물을 받아 30여미터의 암벽을 비류(飛流)하는 동학사계곡의 유일한 폭포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
속에 아득한 옛날 신선이 숨어 살던 곳이라
하여 은선 폭포라 불리운다. 단애 위에 의연히 자라는 소나무와 온갖 수목으로 어우러진
이 폭포는
절벽과
녹음이 어우러져 절경을 자아내고 특히 안개가 자욱할 때의 풍광이 압권이다.


은선 폭포 전망대(16:31)를 지나 한참을 내려오면 돌길은 계곡의 물과 만난다. 비온
뒤 이 곳은 수량이 풍부하여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다들 세족으로 산행의 피로를 푼다. 계곡물이 차갑고도
시원하여 하염없이 달려온 산행의
고달픔을 풀고 몸을 추스르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간을 가진다.
(16:45 - 17:00)


 
▲ 관음
고개에서
은선 폭포로의
하산길에 있는 생괴목 

 
▲ 은선
폭포
하산길에서 관음 고개 방향으로 올려다 보면서

 
▲ 은선
폭포
 
▲ 탁족을
하면서
피로를 계류에 뛰워 보낸다.

 여기서 1km
남짓 거리의 동학사는 20여분이면 닿을
수 있다. (17:25) 동학사는 신라 33대 성덕왕 때 청량사란
이름으로 창건되었고 고려초에 도선국사가 중건 하였는데, 동학사란 명칭은 절
동쪽에 학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전해지며, 비구니(여승)들의 불교강원이다. 계룡8경의
제5경인 '동학사 계곡 신록' 을
감상하면서 내려오는 길에 야생화 화단을 들러 오늘 산행길에서 만난 꽃들의
이름을 확인하며
주차장에 이른다(18:08)


 
▲ 동학사
뒷편의 돌탑
 
▲ 동학사
 
▲ 동학사
부근의 이정표
 
▲ 동학사와
여승들

 
 
▲ 동학사
계곡

아침
시간이 포함되었고 흐린 날씨로 걷기에는 도움이 되었다지만
오늘은 무려 12시간을 산에서 머물렀다.
과유불급! 진정한 나그네가 되라고 발가락과 무릅이 항변을 한다. 사실 당일 산행으로는 지금까지의 기록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산에서
걸으며 보냈다. 그래 이렇게 걸어도 즐겁구나.
오늘 우리는 계룡산에서
무었을 보았는가?  욕망의 찌꺼기를 되가져 온 것은
아닌가? 대자연 속에서 인내를 배웠을까? 생각해 보면 내
좁은 속내는 조금도 넓어지지 않은 것 같다. 남은 것은
그저 웃음뿐이다.


덧붙이는













▲ 계룡산

계룡산을 풍수상으로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의 길지라고 한다.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금남호남정맥의 영취산 마이산으로 휘돌아 주줄산(주화산)에서 운장산, 대둔산으로
휘어지면서 계룡산까지 굽이치니 산태극이다. 또한 금남 정맥따라 흐르는 금강은
계룡산의 북쪽으로 휘감아 돌며 서해바다로 태극형상으로 돌아들어가니 이를 수태극이라
부른다. 이렇듯 강물과 산맥이 태극형상으로 굽이치는 중심에 있는 계룡산 국립 공원
지역은
공주시 계룡면과 반포면, 논산시 상월면, 계룡시 두마면과 남선면을 거느리고 있다.
계룡산을
동학사지역에서 바라보았을 때, 천황봉 정수리에서 북쪽으로 내리 뻗은 쌀개릉은 닭비슬처럼
생겼으며, 그 아래의 길다란 자연 성릉은 용의 등줄기와도 같아서 마치 닭비슬을 쓴
용처럼 생겼다 하여 계룡산으로 불려 진다고 한다. 계룡산의 능선은 천황봉에서 쌀개봉, 관음봉, 삼불봉을
연결하는 능선이 중심이며, 장군봉에서 삼불봉에 이르는 능선,
황적봉에서 천황봉으로 오르는 능선, 향적산(국사봉)에서 천황봉에 이르는 능선, 갑사에서 연천봉 거쳐 관음봉으로 오르는 능선,
그리고 마티 고개에서 금잔디 고개를 거쳐 삼불봉에 오르는 능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운무
속의 향적산


계룡산과 용천령,
맨재를 잇는 능선으로 연결된 향적산의 정상에는 오행비와 천지창운비(동쪽에는『天鷄黃地』 서쪽에는『佛』 남쪽에는『南斗六星』 북쪽에는『北斗七星』)가
있고 삼각점안내판(동경 127°12′14″/북위 36°17′24″)과 정상 바로 아래에 TJB(대전방송) 송신탑이 자리하고 있다.
향적산은 계룡산과 함께 구도자들의 수행공간으로 무상사 등의 사찰과
기도처, 굿당이 많고, 바위아래에서 기도하는 모습도 가끔씩 볼 수 있다. 또한
이 산의 남쪽에는 황산벌이 있고, 백제시대
계백의 오천결사대가 수 없이 오르내렸을 황산성의
흔적도 있다.












▣ 야생화 - 406봉 전망대 아래 패랭이, 천황봉 능선 오름길 자주꿩의다리, 암벽의 야생화 산꿩의다리로 보입니다.
▣ 야생화 - 406봉 전망대 아래 패랭이, 천황봉 능선 오름길 자주꿩의다리, 암벽의 야생화 산꿩의다리로 보입니다.
▣ 새앰물 - 제가 계획하고 있는 코스를 답사한 것처럼 잘 읽었습니다. 좋은 참고자료가 되겠습니다.
▣ 김정길 - 저는 학봉리에서 황적봉~쌀개봉~천황봉~쌀개봉~연천봉~삼불봉~신선봉~임금봉으로 일주했을 때의 기억과 향적봉을 따로 오른 기억이 떠오릅니다. 권기철선생님께서 지나신코스도 좋습니다 만, 16km를 12시간에 시간동안 걸으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행하시며 즐기시는 산행에 동의하면서 박수를 보냅니다.
▣ 권기철 - 야생화님,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새앰물님, 반가워요. 김정길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무탈산행 하시고 건강하세요.
▣ 원이 - 저는 전망대서 바라보기만 했던 쌀개봉,천황봉..너무 반갑네요..좋으신 산행하셨습니다...
▣ 권기철 - 원이님, 정말 산을 좋아하시는 분 같습니다.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안전산행 하시고 건강하세요.
▣ 산초스 - 계룡산의 멋진 풍경을 잘 보았습니다. 정상의 누렁이를 보니 작년8월에 다녀온 철원 복계산의 "아지"라는 개가 생각되는군요. 슈퍼에서 부터 정상까지 우리를 안내하여 주었는데...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