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암의 오소리(2004












성불암의 오소리 (2004.4.14 남암산 등산 후기)



 


울산 남암산은, 울산의 진산인 문수산(599.8m)보다 조금 낮은 543m 높이로 문수산 남쪽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문수산과 남암산은 마치 쌍봉낙타의 등처럼 보이기도 하고, 풍만한 여자의 젖가슴처럼 보이기도 한다. 울산에 사는 사람들은, 수시로 오르내리는 문수산은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지만 이 남암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나 또한 이 산의 이름이 남암산(南巖山)이란 것과, 남암산에도 좋은 등산 코스가 있다는 것을 안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울산 남구 옥동 법원 앞에서 10시 40분에 차를 타고 출발했다. 오늘은 혼자다. 그리고 등산 시간도 짧아 점심밥도 준비하지 않았다.


문수축구장 고가도로 밑을 통과한 후 첫 신호등이 있는 무거삼거리에서 부산으로 가는 7번 국도로 진입했다. 구 무거검문소에서 율리 시내버스 종점까지는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고 차량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다.


율리 시내버스 종점을 거치면 도로 오른쪽에 ‘문수꽃농원’이라는 입간판이 보이고 그곳을 지나면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다. 그 신호등에서 1km를 더 가면 ‘청송사지 삼층석탑, 청송사 2km→’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곳에서부터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 속도를 서서히 낮추도록 하자.



[청송사지 삼층석탑, 청송사 이정표]


왜냐하면 곧 나타나는 ‘문수분교’라고 쓰여 있는 신호등에서 오른쪽으로 난 작은 아스팔트길로 진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수분교 입구 신호등]


문수분교 입구 신호등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어 들어서면 오른쪽에 문수분교 교문이 보이고 길은 교문 왼쪽 아래로 이어져 있다.



[문수분교 교문 앞 갈림길]


학교 왼쪽으로 나 있는 아스팔트길로 들어서면 곧 옛날 전통 막걸리집인 ‘청솔’식당이 오른쪽에 보이고 왼쪽에는 표고버섯 재배지가 보인다.


고개를 하나 넘어서면 첫 갈림길 사거리가 나오는데(문수분교 신호등에서 800미터 지점) ‘청송사’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입해야 한다.



[첫 번째 갈림길]



[첫 번째 갈림길에 있는 표지판을 확대한 사진]


첫 번째 갈림길에서 다시 400여 미터를 올라가면 또 하나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역시 ‘청송사’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입하면 된다. 왼쪽으로 올라가면 ‘청송자연농원’ 식당으로 가 버린다.


[두 번째 갈림길]


두 번째 갈림길을 지나면 곧 154kv짜리 송전탑이 박혀 있는 논이 오른쪽에 보이고 자가용 길이만 한 다리를 건너 오르막으로 오르게 된다. 오르막으로 조금 올라가면 ‘문수가든’, ‘디딜방아’ 등의 입간판이 걸려 있는 식당이 나오고 식당을 지나면 곧 청송사지 삼층석탑이 있는 마을에 도착을 하게 된다.


[청송사지 삼층석탑]


마을 앞에 위치한 이 청송사지 삼층석탑은, 울산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처용암, 망해사와 함께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정도로 유명한 탑이다. Internet에 올라온 청송사지 삼층석탑에 관한 글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이 탑은 남암산 아래 청송사지에 있는 탑이다. 보물 제 382호인 이 탑은 울산지방의 국가 지정 문화재 19점 가운데 유일한 탑이다. 1962년 기존의 탑을 해체, 복원할 때 상층의 기단부에서 높이 10.5cm, 지름 15.8cm의 청동으로 만든 사리함이 나왔고, 그 사리함에는 30여 점의 유물이 들어 있었다.
유물 중 총 높이 9.1cm, 불상 높이 8cm의 청동여래입상은 당당하고 웅장한 모습이었는데 광배나 좌대는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개를 엮은 염주옥(念珠玉), 유리환, 관옥(管玉), 반구형옥(半球形玉), 유리염주, 환석(丸石), 광석(鑛石) 등도 나왔다.
울산지방에는 현존하는 탑은 많으나 탑 속에서 유물이 나온 것은 이곳 청송사지 삼층석탑 뿐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나온 유물은 현재 경주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탑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고, 옥개받침은 3개 모두 5단이며, 탑의 상륜부는 훼손되어 없어졌다. 옥개석 네 모서리에는 풍경을 달았던 것으로 보이는 지름 2cm의 구멍이 뚫려 있다. 하층기단은 우주와 탱주가 각각 2개이나 상층기단은 우주 2개와 탱주 1개로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높이가 5m나 되고 상층기단이 하층기단 만큼 높은데도 안정감을 주는 데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상층기단과 1층 탑신 우주(탑신 모서리의 도드라진 부분)의 폭이 위로 갈수록 좁아진다. 즉, 위가 좁고 아래가 넓은 상촉하관형으로 변형된 엔타시스(Entasis) 양식이다. 이러한 양식은 눈짐작으로는 똑같아 보이지만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건축법상의 기교가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촉하관 양식을 가진 탑 중에는 익산 미륵사탑과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 의성탑리 5층석탑 등 8기가 전해진다.



[청송사지 삼층석탑 안내문]


석탑 앞에는 차량을 4~5대 정도 댈 수 있는 주차 공간이 있다. 시간이 많은 사람은 이곳에 주차를 한 후 산행을 하면 되고, 시간이 없는 사람이나 어린아이를 동반하여 등산을 할 경우에는 차를 몰고 성불암 주차장까지 가면 된다. 나는 시간도 남아돌고 어린아이도 동반하지 않았지만 차를 몰고 성불암 주차장으로 향했다. 석탑 안내문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석탑 오른쪽을 보면 대나무 숲이 보이는데 그 대나무 숲 사이로 난 길로 들어서면 된다. 대나무 숲 입구에는 ‘성불암’이라고 쓰여진 자그마한 표지판이 하나 걸려 있다.



[청송사지 삼층석탑 옆길]



[청송사지 삼층석탑 옆 대나무 숲]


대나무 숲을 지나면 매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고 오르막을 다 오르면 길 왼쪽에 154kv짜리 대형 송전탑과 약간의 공터가 나온다. 이곳은 청송사지 삼층석탑에서 600미터 거리이고 무거3거리에서부터는 5.1km 지점이다. 이곳이 어디인가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문수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서 내려오다 만난 첫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한 굽이 돌면 길이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내리막이 시작되고 오른쪽으로는 송전탑이 보이는 곳이 있는데 바로 그곳인 것이다. 이곳에도 차량을 서너 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다. 송전탑 밑에는 ‘←성불암’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송전탑 앞 공터에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청송사 · 남암산→’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누가 발로 찼는지, 아니면 주먹으로 때렸는지 청송사 글씨 부근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다. 여기에서 왼쪽에 있는 송전탑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고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그대로 직진하면 문수사 주차장으로 간다.


[남암산으로 가는 고압 송전탑 갈림길]



[송전탑 앞에 있는 이정표]



‘성불암’ 이정표를 따라 철탑 앞으로 난 급경사 콘크리트도로로 내려섰다. 중간에 갈림길이 몇 개 나타나지만 콘크리트도로만 타고 계속 직진하면 된다. 그 길은 차량 두 대가 비키기에는 비좁은 길이지만 중간 중간에 공터가 있어서 마주 오는 차를 만나더라도 어렵지 않게 비켜갈 수 있다.



[콘크리트도로를 타고 직진]


한참을 들어가면 길 왼쪽에 울산 제일 라이온스에서 세워 둔 등산 안내도와 등산로 입구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아래의 사진에서와 같이 하트 표시를 해 놓은 길로 올라가도 정상이 나오지만 대부분은 화살표 방향으로 올라가서 하트 표시의 길로 하산을 한다.



[성불암 주차장 입구 갈림길]



[등산 안내도]


그 표지판에서 몇 미터 가지 않으면 넓은 성불암 주차장에 도착을 하게 된다. 송전탑에서부터 이곳까지는 800미터 거리이다. 시계를 보니 11시 25분이었다. 주차장은 자가용을 7~8대 정도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꽤 넓다. 주차장 입구 왼쪽에 보면 샘터가 있으므로 물을 가지고 오지 않은 사람은 여기에서 물을 준비하면 된다.


[성불암 주차장 입구 왼쪽에 있는 샘터]



7분간 휴식을 한 후 11시 32분에 배낭을 메고 일어났다. 등산로는 아까 울산 제일 라이온스에서 세워 둔 등산 안내도와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올라도 되고 이곳 주차장 끝부분에 있는 계단길로 올라서도 된다. 어디로 가도 한 바퀴 돌아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등산로 입구]


계단으로 올라서면 오른쪽에 알루미늄으로 짜 놓은 게시판이 세워져 있는데 성불암에서 부착해 둔 안내문이 안에 붙어 있었다.


[성불암에서 붙여둔 안내문]


계단을 넘어서면 한동안 평평하고 한적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중간에 작은 갈림길이 나오더라도 크고 확연한 길만 따라가면 된다.


[갈림길에서는 크고 확연한 길로 직진]


산책로와 같은 길을 얼마간 걸어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면 작은 통나무다리가 하나 있고 그곳을 지나면 서어나무 군락이 시작된다.


[작은 통나무다리]


서어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 서어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특이한 점이 있으므로 말이 나온 김에 알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서어나무에 대해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서어나무는 일명 근육나무로도 불리는데, 나이가 들어 줄기가 굵어지면 사람의 근육처럼 줄기 곳곳이 불거져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는 고목이 됐을 때 속에서 메탄가스를 뿜어내면서 다른 나무와의 마찰을 통해 불씨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는 서어나무 숲 전체가 스스로 타 버린다. 이렇게 서어나무가 죽고 나면 그 곳에는 억새가 자라고 소나무 등이 뒤를 잇게 된다. 서어나무는 천이현상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스스로 지켜가는 대표적인 나무라 할 수 있다. 남암산에는 이밖에도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지배하고 있다.



참으로 희한한 나무도 다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자연의 섭리를 우리 인간들이 어찌 알 수 있으랴마는 스스로 타 죽을 이유는 또 무엇인가. 그건 그렇고 나도 메탄가스가 자주 나오는데 혹시 내가 전생에 한 그루의 서어나무가 아니었을까?


길을 가다 뒤돌아보면 문수사와 병풍바위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문수사 옆에 펼쳐진 바위절벽은 마치 산수화를 그려놓은 커다란 병풍과도 같이 멋있는 모습인데 그것은 정작 그 주인인 문수산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경관이다.



오른쪽 아래로 대나무숲과 성불암의 파란 지붕이 보이는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 내리막으로 내려서서 성불암으로 들어서도록 하자. 물론 등산로는 나비 표시를 해 둔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훨씬 낫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성불암의 유래 정도는 알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성불암 입구 갈림길]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맨 먼저 키 큰 오동나무가 호위병처럼 차렷자세로 호위를 해 준다. 그리고 오동나무병사를 지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나무가 길 양 옆으로 늘어서서 허리를 굽히며 반겨준다.


성불암에 도착을 하여 시계를 보니 11시 43분이었다. 법당 앞 마당에는 성불암의 유래와 신도님 지킬 사항이 적힌 게시판이 서 있었다. 게시판에 적힌 성불암의 유래를 그대로 적는다.



성불암 유래


정조 10년 1786년 판 ‘울산읍지 문수암 남쪽 3리에 김신암이라는 절이 있었다’고 기록되었고 현 남암산은 김신기산이라 불렀다 한다. 김신암은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둘째 아들인 범공이 신라가 망하자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지었으며 또 형인 마의태자와 초식으로 생을 마쳤다. 성불암은 불타 없어진 김신암 자리에 1968년 고암스님께서 증명하시어 세웠다.



[성불암 법당 마당에 있는 안내문]


나는 절에 가면 볼일을 보든 안 보든 화장실을 꼭 한번 들러 본다. 절마다 화장실의 모양과 구조가 다르고 깊이도 제각각 다르며 분위기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치술령에 있는 법왕사 화장실처럼 최신식 좌변기로 되어 있는 곳도 있고, 천성산 입구에 있는 홍룡사 뒷간처럼 앞을 가려주는 칸막이가 없어서 화장실에 들어설 때 먼저 와서 앉아 있는 사람의 자세를 훤히 다 볼 수 있는 그런 구조로 된 곳도 있다. 또 어떤 절의 화장실은 밑이 안 보일 정도로 까마득하게 깊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성불암의 화장실은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으나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 하나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화장실 뚜껑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뚜껑만 덮어 놓으면 냄새도 올라오지 않고 파리나 구더기 따위도 들끓지 못한다. 사용할 때는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치워놓은 후 볼일을 보면 된다. 참으로 기발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에 냄새가 나는 것도 잊은 채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보았다.


[성불암 화장실 내부]



화장실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자니 절의 화장실과 관련된 ‘평범함 속의 심오함’이라는 유머가 문득 생각이 났다.



어느 절은 아직도 푸세식을 사용했습니다. 즉, 재래식인데 이 구조는 알다시피 밑으로는 똥통이 있고 졸거나 실수로 빠지지 말라고 위에 밧줄을 매달아 놓은 형태입니다. 이 재래식 화장실에서 똥을 싸면 밑에서 똥물이 튀어서 도저히 일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절의 스님들은 모두 무술과 도를 닦는 중이기 때문에 이것을 공부라 생각하면서 훌륭하게 그 똥물을 피하면서 볼일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도와 무술을 닦는 경지에 따라서 볼일 보는 방법이 각기 다른 것이었습니다.
일 년 된 스님은 기초가 안 되어 있어서 움직임이 제일 많습니다. 똥을 싼 후 앉은 상태에서 얼른 앞으로 어기적어기적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등 뒤로 똥물이 올라왔다가 내려가면 다시 뒤로 어기적어기적 후퇴해서 누는 행태를 반복합니다.
이 년 된 스님은 운동량을 줄여서 한 발을 고정시킨 후에 똥물이 튈 때, 한 발을 축으로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돕니다. 이렇게 해서 180도 정도 도는 순간에 똥물은 등 뒤로 튀어 올랐다가 내려갑니다.
삼 년 된 스님은 이제 두 발을 모두 움직이지 않습니다. 요령이 생겨서 똥물이 튀면 엉덩이와 몸을 살짝 꼬면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을 씁니다.
사 년 된 스님부터는 외공을 닦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합니다. 똥물이 튀어 올라올 때 일어나면 똥물은 엉덩이가 아닌 허공을 맞출 뿐입니다.
오 년 된 스님은 본격적으로 전신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똥물이 튀어 오르면 줄을 타고 후다닥 올라갔다가 똥물이 내려가면 다시 내려오는 훈련을 반복합니다.
육 년 된 스님은 이제 힘을 길렀기 때문에 기고를 기르는데, 줄을 타고 타잔처럼 앞뒤로 왔다갔다하면서 미사일 폭격하듯이 정확하게 똥통 위 구멍을 지날 때 똥을 쌉니다. 그래서, 똥물은 앞으로 갈 때 등 뒤로 튀어 오릅니다. 이 단계는 정말 고도의 정확한 기술을 요하는 단계입니다.
칠 년 된 스님부터는 이제 동적인 외공보다는 정적인 외공을 익힙니다. 그래서 앉은자리에서 똥을 누고는 올라오는 똥물을 다시 똥을 싸서 맞힙니다. 똥물이 다시 올라오면 또 똥을 싸서 맞추기를 반복합니다.
팔 년 된 스님부터는 내공을 배우는 단계로 들어갑니다. 제일 첫 단계는 역시 기를 언제나 끊어지지 않고 고르게 발산하는 단계. 그래서 똥을 한 줄로 끊어지지 않게 쌉니다. 그럼 똥은 마치 떡가래가 똬리를 틀듯이 조용하게 바닥에 닿은 채 단 한번의 똥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구 년 된 스님은 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쓰는 방법이 똥을 염소똥처럼 작게 끊어 싸기. 똥이 작기 때문에 똥물이 거의 튀지 않습니다.
십 년 된 스님은 이제 내공의 최후 단계인 온몸의 기를 한꺼번에 방출할 수 있는 단계가 됩니다.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똥을 스프레이처럼 한 순간에 확하고 뿌려 주는 방법입니다. 순식간에 분무기 뿌리듯이 퍼져 나간 똥들은 사뿐하게 똥통을 덮어줍니다.
십 년을 지나면 방장이 됩니다. 방장이 되면 이제 그 동안 닦은 외공과 내공을 모두 이용하여 본격적인 기술을 익히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원하는 크기와,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힘을 주어서 배출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쓰리쿠션 기술. 즉, 똥을 싸되 밑으로 싸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옆으로 날려서 벽을 맞추고 다시 벽과 벽을 맞춘 뒤에 똥통에 떨어집니다. 이미 쓰리쿠션을 먹었기 때문에 똥이 가지는 힘은 거의 사라져서 똥은 사뿐히 똥통에 가라앉게 되는 것입니다.
방장을 거치면 주지가 되는데, 이 주지 스님이 되려면 자연 속의 모든 사물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는 깨달음의 경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주지 스님이 쓰는 방법을 보면, 먼저 가져온 신문지의 가운데를 십자 형태로 구멍을 낸 뒤에 깝니다. 그리고 그 신문지 끝을 발로 누르고 십자 구멍 위로 똥을 눕니다. 그러면 똥은 무게를 못 이겨 떨어지지만 똥물은 올라오다가 신문지에 막히게 되는 것입니다.
주지를 거쳐서 마지막 큰스님의 단계가 되면 그야말로 일상생활 속의 도를 실천하게 됩니다. 큰스님은 신문지를 가져오면 신문지를 펴고 그 위에 똥을 눕니다. 그리고는 발로 신문지를 밀어서 똥통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이처럼 평범함 속에 깊은 도가 있습니다.



12시 정각에 배낭을 다시 짊어지고 일어섰다. 법당 마당을 가로질러 남서쪽으로 나가면 작은 도랑이 하나 나오고 도랑을 건너면 곧 갈림길이 나온다. 이 갈림길에서는 직진하는 길이 더 넓고 좋지만 왼쪽으로 나 있는 좁은 오르막 등산로로 올라서야 한다. 직진해도 문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지만 가 보지 않아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그 갈림길 중간에는 통나무와 함석으로 만들어 놓은 개집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에 왔을 때는 털 빠지고 힘 없던 오소리가 먹이를 먹다가 놀라 튀어나왔는데 오늘은 오소리 대신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안에서 잽싸게 튀어나와 산속으로 내뺐다.



[고양이집이 있는 갈림길]



[경계심이 가득한 눈초리의 검은 고양이]


작년까지만 해도 오른쪽에 있는 밭에 태양열발전기가 있었는데 흔적만 있고 발전기는 보이지 않길래 담장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 보살께 물어보니 이곳에 전기가 들어온 후로 필요가 없어서 다른 곳으로 떼 갔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개집에 관해서 물어보니 그것은 개집이 아니라 고양이집인데 고양이 뿐만 아니라 오소리, 족제비 등 온갖 짐승들이 모두 산에서 내려와 먹이를 먹고 간다고 했다. 그러니까 집은 고양이집이지만 안에 들어 있는 밥은 먼저 먹는 놈이 임자인 것이다.



[푸짐한 식사가 마련된 고양이집]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으로 오르는 길은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아 희미하다. 고양이집에서 100미터 정도 올라간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길을 선택하여 올랐다. 우산 마크를 붙여 둔 오른쪽길로 가도 능선으로 올라 남암산 정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은 들었지만 확실하지가 않아 지난 번에 가 본 왼쪽길을 선택한 것이다. 길이 희미하고 가파른 데다가 낙엽까지 두껍게 쌓여 있어서 매우 미끄러웠다.



[갈림길]



능선 3거리 갈림길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10분이었다. 여기서는 오른쪽 오르막으로 올라야 한다. 왼쪽 내리막길은 성불암 입구 갈림길에서 나비 마크를 붙여 두었던 등산로로 내려가는 길이다.


[능선 갈림길]


능선으로 올라서면 이제껏 올라온 길과는 달리 매우 넓고 확연해진다. 오른쪽으로 올라 30미터 정도 가면 길이 왼쪽으로 꺾이면서 매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가파르다. 얼마간 올라가면 주능선으로 올라서는 갈림길인데 왼쪽 오르막으로 올라서야 한다. 시간은 12시 18분이었다.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클로버 마크를 붙여둔 오른쪽 내리막으로 가면 고양이집에서 100미터 정도 오른 갈림길에서 우산 마크를 붙여 둔 오른쪽길과 만나는 것 같았지만 가 보지 않아서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그 길도 답사해 볼 작정이다.


[갈림길]


이 능선 갈림길부터는 경사가 다소 완만해진다. 갈림길에서 50미터 정도 올라가면 바위쉼터가 하나 있는데 쉬어도 되고 그냥 올라가도 된다. 왜냐하면 바위쉼터에서 정상까지는 고작 2분 거리이기 때문이다.



남암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26분이었다. 정상은 넓은 공터이고 스테인리스로 된 커다란 정상 표지판이 서 있다. 정상 주위에는 키 큰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어서 조망은 좋지 못하다.



[남암산 정상]


하산길은 남암산 정상 표지판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왼쪽으로 나 있는 북동쪽길이다.


정상에서 1분 정도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내려서지 말고 오른쪽으로 내려가 전망대바위에 올라서서 울산 전경을 구경하고 가는 편이 낫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전망대바위]


전망대바위에 올라서면 문수산 정상보다 전망이 더 나아 보이지만 바위 앞은 천길 낭떠러지라서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린이를 동반하였다면 이곳으로 내려서지 말기를 권한다. 바위에 올라서면 율리못과 문수축구장 그리고 선암동 등 울산 남구가 훤히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문수산 정상과 문수사까지 훤히 바라보인다.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본 전경]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본 문수산]


구경을 마치고 나면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서 로프가 매달려 있는 오른쪽 내리막으로 내려서면 된다. 내리막으로 100미터 정도 내려가면 계단길인데 매우 조심해야 한다. 계단길 통나무를 버티고 있는 버팀목이 나무가 아니라 철근으로 되어 있고 또한 위로 많이 튀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자칫 발이 걸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중상을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눈으로 보아도 위험해 보인다. 철근버팀목으로 고정하는 것이 나무버팀목으로 고정하는 것보다 단가가 적게 들고 작업하기는 쉬울지 모르나 안전에는 빵점이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등산하고는 벽을 쌓고 사는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형편없는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다. 맨 처음 이 계단길을 보았을 때 등산로에 웬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울산광역시에서 어떤 조치를 해 주면 좋겠지만 누가 알아 줄까? 안전한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일 뿐이다. 여기서 넘어져 다치더라도 울산광역시에서는 단돈 10원도 안 보태 주기 때문이다. 결국 넘어져 다친 사람만 서럽고 원통할 뿐이다.



[바리케이트를 연상케 하는 위험한 계단길-밑에서 위를 보고 찍음]


수없이 많은 바리케이트를 헤치고 내려서면 거의 평지 수준인 안전한 산책로로 바뀐다.


정상에서 10분쯤 내려온 지점에서 오른쪽을 보면 또 다른 전망대바위가 하나 보이는데 이곳에 올라도 처음 전망대와 비슷한 조망을 할 수 있다. 전망대바위에 올라선 시간은 11시 37분이었다. 이 바위는 처음 전망대바위보다 높이가 낮아 덜 위험하지만 그래도 어린이가 올라가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평지와 같은 산책길을 걷다 매끈매끈하고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안부 지점 갈림길에 닿는데 능선으로 나 있는 넓고 확연한 길로 직진하면 된다. 12시 43분이었다. 하산길에는 이 외에도 작은 갈림길이 더러 나온다. 그러나 갈림길을 만나더라도 여러 가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능선을 따라 나 있는 좋은 길만 타고 가면 된다.



[능선 안부 갈림길]


마지막 내리막으로 내려서면 성불암 주차장 앞 콘크리트도로가 보이는 갈림길에 다다르는데 어디로 가도 앞에 보이는 콘크리트도로로 내려서므로 자기 마음에 드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왼쪽길은 매우 가파른 대신 곧바로 성불암 주차장 입구의 샘터로 내려서는 지름길이고, 오른쪽길은 경사가 완만하지만 성불암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있던 곳으로 내려선다. 나는 완만한 오른쪽길로 내려섰다. 뭐니 뭐니 해도 그저 안전이 최고다.



[마지막 내리막 갈림길]


성불암 주차장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12시 50분이었다. 주차장 입구의 샘터 앞에는 나무를 깎아 지팡이를 만들어 파는 아저씨가 한 분 지키고 있었다. 새 모양으로 된 손잡이 부분을 다듬고 있는 아저씨에게 지팡이 한 개에 얼마냐고 물으니 2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한 오천 원 정도 하면 하나 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비싸게 부르는 바람에 대꾸도 못하고 곧장 자가용이 있는 곳으로 올라섰다. 사실 지갑에도 일만 이천 원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이곳 남암산은 산행 시간도 넉넉잡아 2시간이면 되고, 갈림길이 거의 없어서 길을 잘못 들어설 위험도 없으며, 하산길에 나타난 보기 흉한 바리케이트만 빼면 어려운 코스가 거의 없는 평범한 길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 산행지로 아주 적당한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수산만 찾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 남암산도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문수산 못지않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울산 근교산이 바로 이 남암산이 아닌가 싶다.


작년 겨울 산행 때 성불암 고양이집에서 튀어나오던 털 빠지고 힘 없어 보이던 오소리가 생각났다. 행여 남암산에 오르다가 성불암의 그 오소리를 보시거든 과자 부스러기라도 하나 던져 주자. 바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은혜 갚은 오소리가 되어 줄지 누가 알랴?


-끝-






■ 등산 코스 및 시간
울산 옥동 출발(10:40)→무거삼거리를 지나 7번 국도→영해가든 앞 신호등→‘문수분교’ 입구 신호등(무거삼거리에서부터 2.3km 지점)에서 오른쪽길로 진입→문수분교 왼쪽길로 직진→신호등에서 800미터 지점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입→400미터 올라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입→청송사지 삼층석탑→석탑 옆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대나무숲 사잇길로 진입→가파른 오르막→154kv 송전탑과 공터(청송사지 삼층석탑에서 600미터 거리)에서 송전탑 앞으로 난 급경사 내리막길로 진입→콘크리트도로만 타고 계속 직진→성불암 주차장에 도착(11:25 송전탑에서 800미터 거리)/휴식(11:32)→주차장 끝 계단→작은 나무다리→서어나무 군락→성불암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으로 진입→성불암 도착(11:43)/휴식(12:00)→법당 남서쪽 도랑 건너 갈림길에서 왼쪽 등산로로 진입→100미터 정도 오른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진입→능선 3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 오르막으로 진입(12:10)→능선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으로 진입(12:18)→바위쉼터→남암산 정상 도착(12:26)→남암산 표지판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으로 난 길(북동쪽)로 하산→1분 정도 내려간 갈림길에서 전망대바위가 있는 오른쪽길로 진입→되돌아 나와서 로프가 있는 내리막으로 진입→계단길→또 다른 전망대바위 도착(11:37)→안부 지점 갈림길에서 능선길로 직진(12:43)→주차장 앞 갈림길(12:47)→성불암 주차장 도착(12:50)


■ 참고1) 청송사지 삼층석탑→고압(154kv) 송전탑까지는 약 600미터이고 도보로 13분 정도 소요됨.


■ 참고2) 고압(154kv) 송전탑→성불암 주차장까지는 약 800미터이고 도보로 13분 정도 소요됨.






■ 참고용 등산지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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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철 홈페이지




▣ 유종선 - 많은 산행기 한꺼번에 작성하고 올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한동안 산행기가 올라오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글과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산행을 하시고 재미난 산행기를 부탁드리며, 내내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김효철 - 고맙습니다. 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정경수 - 저 역시 궁금했엇는데 반갑습니다.님이출간하신책 제가울산근교 산행에 많은 도움받았읍니다.그동안 문수산은 자주 갔지만 꼭 가보고 싶던 암남산 이글보고 오늘 잘 다녀 왔음니다.고맙고요,,자주 뵙기를 바랍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