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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산꾼 설악에서 금강을 바라보다 (설악산 무박 종주기)


산행일시:2007년 2월 11일 일요일 맑은편이나 바람거셈

산행코스:설악산 한계령-한계령삼거리-서북능선-끝청봉-중청봉-중청대피소-대청봉왕복

         -중청대피소(아침식사)-소청봉-희운각-천불동계곡-비선대-설악동소공원

         (총거리:약 20km, 산악회기준시간 11시간, 실제소요시간 10시간미만)

산행팀원:아빠와 나(천지인, 초등학교 4학년)

동행팀원:8개 산악회 연합(버스 한 대에 소규모 산행팀 여럿 같이 감)


이번 겨울에 설경이나 칼바람으로 유명하다는 큰 산들을 많이 가봤다.

초겨울 한라산백록담을 시작으로 가리왕산,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치악산 등의 산을 다녀왔다. 대부분 종주산행이었다. 시간을 내서 한 번 가기도 어려운 곳이므로 한 번 갔을 때 여러 봉우리와 계곡을 두루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겨울산행 최고의 보물 중의 하나인 설악산이 빠져서 뭔가 좀 허전했다.

설악산은 지난 가을(2006년 9월말 경)에 처음으로 산행을 해봤다.

아빠를 겨우 설득하여 마등령을 올라 공룡능선을 타고 대청봉을 올라 오색으로 하산한 것이 나의 첫 설악산 산행 경험이다.


 

그때 사진 몇 개

마등령에서



 

공룡능선 1275봉 쉼터



 

공룡능선 신선봉 가는 길



 

대청봉




 

이번에는 지난 번에 가보지 않은 코스로 가보기로 했다.

한계령이나 서북능선, 천불동계곡 등은 아직 미답코스(=가보지 아니한 코스)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곳을 다녀오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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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은 끝났고 아직 봄방학은 시작되지 않았다.

설악산에 가려고하니 교통편이 문제였다. 당일 종주하려니 아빠가 운전하고  하루종일 등산하고 내려와서 차 찾으러 이동하고 그다음 또 운전하고 오고...그동안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아빠가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렇다고 고속이나 시외버스를 타고 가면 새벽산행을 위해 또 거금(? 보통 만원 이상)을 주고 택시를 타고 산행기점으로 이동해야하고......


 

일단은 심야고속버스를 타고 속초까지 가기로 정한 뒤 고속터미널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도중에 아빠가 인터넷에서 적어오신 000산악회와 연락이 되셨는지 자리 두 개가 비었다고 말씀하신다.

“너 산악회팀이랑 관광버스타고 한번 가볼래?”

“예, 좋아요.”

......

  

심야에 서너 시간 동안 버스가 이동하는데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 아빠도 한 숨도 못 주무신다. 눈만 감아본다. 조금 있다 다시 떠보고......


 

버스는 새벽 3시 50분 조금 안되어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산악회대장님이 방송으로 간밤에 눈이 조금 더 내렸으며  대청봉 영하 10도 체감온도 영하 20도 정도이며 바람이 세다고 알려주신다.

일부는 여기서 내리고 다른 분들은 오색에 내리기로 해서 버스는 다시 오색으로 떠난다.

내리자마자 추위가 조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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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4시에 한계령산행이 시작된다.

여기저기서 모인 수십여명의 산님들이 일제히 헤드랜턴을 밝히고 한줄로 늘어서 계단을 오른다.

눈덮인 산길엔 랜턴빛이 빛나고 밤하늘엔 달빛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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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삼거리 갈림길까지는 제법 가파르다. 아빠와 나는 거의 앞선 무리에 끼어서 올라간다.
깜깜한 밤이라 사진찍을 일이 별로 없으니 예정보다 빨리 통과한다.

한계령삼거리까지 오는데 1시간 20여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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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귀때기청봉 가는 길과 중청대피소 가는 길로 갈린다. 눈이 정말 많이 쌓여있다.
등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스틱이 끝까지 파묻힌다. 그동안 어지간하면 버티시던 아빠도 올겨울 처음으로 스패치를 착용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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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밤길을 걷는다.

어느 순간 산능선과 하늘이 약간 빨간색으로 경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해가 떠오른다는 예고다. 점점 눈길이 밝게 보인다. 헤드랜턴을 배낭에 다시 넣는다.

잘하면 끝청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아빠가 말씀하신다.

왼쪽 뒤로 희미하게 가리봉,  가운데가 귀때기청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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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부근의 설화와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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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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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출을 감상했다. 설악산이 햇빛에 의해 비로소 자기 색깔을 되찾는 순간이다.
산그림자도 길게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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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착한 산님들 대부분 눈으로 또 가슴으로 그 감동을 표현하는 것 같다.

정말 멋진 모습이다. 이런 경우 ‘장쾌하다’라는 표현을 쓰면 된다고 아빠가 귀띔하신다.


 

한동안 쉬면서 여기저기를 바라보다 중청으로 향한다. 이제부턴 사진을 많이 찍는다.
바람은 세지만 날씨는 아주 맑다. 시야가 아주 멀리까지 미친다.

  

중청에서 바라본 남설악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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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봉을 살짝 비켜지나니 중청대피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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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가 살짝 넘었다. 한계령출발하여 거의 4시간만에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오색에서 넘어오신 분들이 일부 눈에 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남설악 점봉산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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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대청봉을 안 다녀올 수도 없고 해서 다시 대청봉을 오른다.

눈앞에 보이는 대청봉이건만 바람이 너무 세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여기서 조금만 더 세게 불면 나는 정말 날아갈 것이라고 느낄 정도이다.


 

디카(디지털카메라)가 배터리부족표시가 뜬다. 너무 춥고 바람이 거세니 디카도 영향을 받는다.

겨우 디카를 달래어 한 두장 후다닥 찍는다.
정상석에 올라서면 모든 바람을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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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때 산행하시던 분이 이곳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까지 한시간 반 걸려 사투하듯 내려갔다는 글을 설악산 홈페이지에서 본 적이 있다. 오늘에서야 그 글에 공감했다. 대청봉의 강한바람은 보통의 산중 칼바람을 넘어선 그야말로 핵바람(내가 즉석에서 지어냄)이라고 했더니 아빠께서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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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중청대피소로 다시 내려왔다.

준비해온 보온도시락(이번에 새로 마련함)으로 아침을 먹었다. 따뜻한 코코아도 한잔 마셨다.

함께 산행하신 산님들이 이것저것 먹을 것을 주시며 격려해주신다. 고맙게 받았다.


 

아빠가 오늘 산행은 잠을 못자서 피곤해도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다고 하신다.

중청대피소에서 푹 쉬다가 이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바람이 세고 추워서 문제지 날씨는 그야말로 쾌청하다.


 

중청대피소에서 바라본 모습

공룡능선과 울산바위가 보인다. 수평선도 보인다.

왼쪽으로 맨 뒤 멀리 하얀 눈을 산머리에 이고 있는 커다란 산무리가 보인다.

오늘같은 날씨이면 아마 금강산이 보일 것이라고 아빠가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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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 정상아래 우횟길에서 다시 그 쪽을 바라보았다.
아빠가 금강산이 맞다고 하신다. 그 앞에 보이는 것은 향로봉이고...
나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금강산을 나의 두 눈으로 직접 쳐다보고 있다.
갑자기 가슴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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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좀 당겨보니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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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서북능선 모습

가리봉 주걱봉 귀때기청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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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과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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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채능선과 천불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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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본 대청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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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우횟길엔 눈이 많이 쌓여있다. 좁고 비탈진 곳이라 서로 마주지나가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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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갈림길

향로봉과 금강산이 바다위에 떠있는 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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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더 가까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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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택해야한다.

천천히 걸어내려가거나 엉덩이썰매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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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홈이 파인 곳은 엉덩이썰매코스인데 무척 위험하다.
덜 위험한 곳만 골라서 조금 타 본다.

정말 조심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넘어진다. 아빠가 조심스레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어떤 아저씨가 계속 내려오다가 아빠를 뒤에서 치어(나중에 아빠가 ‘빽태클’ 당했다고 하심) 아빠도 함께 급경사면을 따라 쓰러져 미끄러지다 아빠는 순간적으로 잽싸게 나무뿌리를 잡고 멈추시고 그 아저씨는 한참을 더 내려가 겨우 멈췄다. 아저씨는 미안한지 가만히 있는다. 아빠가 먼저 일어나서, “다치신데는 없어요?” 라고 물으니,

“예......괜찮으십니까?” 라고 답한다. 그리곤 서둘러 내려간다.

천만다행이다. 아빠는 본의 아니게 빽태클썰매를 타셨다. 겨울 이 구간에는 무언가 대책이 필요해보인다. 보조자일을 설치하거나 위치를 조정하거나 철 난간을 설치하거나 등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급경사 슬로프를 내려오면 희운각대피소에 이른다.

희운각에서 올려다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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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미고개부근 공룡능선 나들목에 사람 발자국이 보인다. 누군가 들어간 모양이다.

이곳 무너미고개도 소청-희운각 구간처럼 선택해야한다.

걷느냐, 엉덩이썰매냐...


 

우리는 멀찌감치 떨어져 걸어 내려온다.

“무릎에 최소한의 충격이 가도록 걸어라. 될 수 있으면 뛰지 마라. 시간은 충분하다.”

하산할 때마다 듣는 아빠의 안내말씀이다.


 

천불동계곡은 정말 아름답다. 폭포가 하나 둘 씩 보인다.

이름을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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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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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이 계곡에 음폭, 양폭 등이 있다. 
철계단 철다리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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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폭대피소에서 잠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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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련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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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귀면암 안내판이 있고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니 비선대가 보인다.

저 맑은 물에 당장 뛰어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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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에선 겨울이 거의 가는 분위기이다.

이제 오후 1시 반이 다 되어간다. 하산은 사실상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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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이제껏 처음으로 하산주(동동주)를 마셨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어린이가 산 타느라 수고 많았다고 감자전 한 접시를 보너스로 주신다. 

같이 갔던 다른 분들도 모두 안전하게 도착했다. 

매표소를 나온다.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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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기전 설악산을 다녀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지난번에 다녀온 마등령-공룡능선-대청봉-오색 코스에 이어, 한계령-서북능선-대청봉-천불동계곡 코스를 둘러 볼 수 있어서 사실상 대청봉기준으로 X 자 종주를 한 셈이다.


게다가 오늘 시야가 멀리까지 이르러 금강산을 볼 수 있어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대청봉바람이 정말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안전한 산행 즐기세요.


어린이산꾼     천 지 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