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의 겨울연가!!
언제:06-01-19
누구와:나 홀로
어디를:덕유산



<산호초 같은 바람 서리꽃>


<백암봉을 오르면서:흑백처리>

요즈음 계절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 참 힘들어 진 것 같습니다
소한 추위가 이 겨울을 매섭게 때릴 때만 하여도 이제 겨울인가
싶더니 일주일 넘게 따스한 봄 기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환경파괴로 인한 이상기온이 사계절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 결국
우리 인간들의 자업자득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도
간과 할 수 없는 것이고 보면
참 사람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꽃의 이름은 정녕 무슨꽃일까요>


<덕유산의 엑스트라인 주목>

겨울산행의 별미는 뭐니뭐니해도 눈꽃산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항상 사진 속으로만 봐 왔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눈꽃을
직접 체험하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선택된 날 입니다.
일기예보대로라면 날씨도 흐리고 추워진다 하였으니 내심 순백의
설원을 기대 하면서 어디로 갈까 하다가 겨울 산의
진수인 덕유산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주목 군락지에서>

<산행시작: 안성매표소>
집에서 출발할 때와는 달리 이곳 안성에 도착하니 날씨는 의외로
맑았습니다. 날씨까지 포근하여 내심 조망을 기대 하면서 산행에 나섭니다.
초입부터 아이젠을 할까 싶었지만 탈 부착하는 과정이 싫어
그냥 빙판길 갓길을 이용하여 오르기를 합니다.
나의 산행 스타일이 항상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과의 간격을 벌리면서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버린 카메라를 목에 걸고 메모지와 볼펜을 챙깁니다.






<용추계곡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을 등로에는 주변의 낯선 이름의 명찰을
확인 해 봅니다. 생강나무 노각나무 졸참나무까지는 알겠으나
더 이상 늘어놓은 나무종류의 이름을 알기란 나에게는 역부족입니다.
바위와 얼음과 눈이 어우러진 용추계곡의 소나무는 이 겨울에도
자신의 푸르름의 기상을 뽐내고 있으며 얼음 속을 벗어난 계곡물은
맑은 소리로 우리를 유혹 합니다.






<동엽령의 오름 길에서부터 상고대는 피기 시작합니다>

고도 900을 나타내고 있는 이정표에서 칠연 삼거리로 빠지는
지름길이 나를 유혹 합니다만 어차피 볼 것을 다 봐야겠다는
내 자신의 산행 욕심이고 보니 쉽게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넘고 나니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 합니다.
동렵령 고개마루가 가까워 질수록 날씨는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수 많은 나무들은 변신의 하얀 옷으로 갈아 입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은 구름바람이 얼음가루를 붙여놓아 가지마다 얼음 꽃
즉 상고대가 피기 시작한 것 입니다.




<상고대의 모습입니다:산호초 같습니다>

<상고대의 모습>
상고대는 습기를 머금은 구름과 안개가 급격한 추위로 나무에 엉겨
붙어 만들어진 서리꽃을 말합니다. 서리꽃은 해발 1000고지
이상에서 영하6도 이하, 습도 90도 이상일 때만 피는 꽃입니다.
밑으로 금강줄기가 흐르는 덕유산은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유난히도 눈도 많이 오는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덕유산은 겨울은 물론이거니와 이른 봄까지 눈이 오지 않더라도
때 묻지 않은 순백의 미를 언제든지 감상 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러한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줄 모릅니다.


<상고대의 사람들>


<상고대의 터널>


<동엽령에서 바라 본 통안마을>

<동엽령에서>
잠시 내가 걸어 온 길을 뒤 돌아 봅니다.
눈가루를 머금은 희뿌연 구름바람은 시야를 형편없이 좁게 만들더니
이내 통안리 마을의 모습이 안개 속에서 춤추고 있습니다.
평일인데도 많은 산 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아마 나와 같은 마음
상고대의 모습 내지는 눈꽃산행을 즐기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암봉 가는 길에서: 차라리 흑백으로 처리했습니다>

<백암봉 덕유평전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상고대는 더욱더 만발 합니다.
행여 건드리면 흐트러지는 아쉬움이 있어 조심스럽게 내려섭니다.
북쪽에서 쏟아 붓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 칠 때면 나의 꿈이
깨질까 봐 마음 졸이면서 백암봉 남쪽사면에 자리를 잡습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함도 있지만 일부러 시간을 벌기 위함은
서리꽃의 살을 더 찌우게 하기 위함이겠지요.
중봉으로 향한 덕유평전에도 바람에 흔들리는 새 하얀 산호초의
행렬은 이어지고
이내 자신은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기분입니다.






<덕유의 주목 군락지에서>

<덕유의 엑스트라 앞에서>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주목 군락지에 와 있습니다. 이곳 덕유의 엑스트라인
주목인 裸木(나목)이 한겨울을 외롭게 버티고 서 있습니다.
천 년의 수명을 다하고 무엇이 모자라 죽어서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팔을 벌리며 풍상을 견디고 서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눈까지 내렸으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곳에 오니 의외로 바람 서리꽃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위로 널 부러진 눈과 외로움에 서 있는 주목들은
덕유정상에서 겨울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를 위하여……


<작년 5월의 향적봉 모습도 이랬습니다>




<향적봉에서>

<향적봉에서>
향적봉 오름 길에 산장에 들릴까 생각 해 봅니다.
그 많은 인파 속에 끼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그냥 향적봉으로 오릅니다.
이곳에 올 때 마다 조망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자신이 그만큼
덕을 쌓지 못함일까요?
마음으로 들여다 본 지리산 적성산 운장산 계룡산 서대산 가야산등의
조망을 또 다시 훗날의 환상을 기대 하면서 그 자리를 비웁니다.





어떻게 어린애들까지 이곳에 왔을까 생각 했으나
의문은 너무도 쉽게 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문명의 이기 입니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을 거쳐 1614M인 향적봉까지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옳고 그른 것인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점은 정상에서 맛 볼 수 있는 희열은 분명
다르리라 생각 됩니다. 결국 이러한 문명의 이기는 쉽게 정복하려는
인간의 욕심 앞에 자연은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련사 내림 길에서 스키장을 줌으로>




<백련사 내리막 길에서>

<백련사 가는 길>
수 많은 인파 때문에 향적봉에 머문 시간도 잠시뿐이었다.
백련사로 내려서는 빙판 길은 2.5KM의 짧은 길이지만 고도를 갑자기
낮추는 얼음 길로 변해 있었습니다. 시야가 약간씩 터지면서
좌측으로 희미하게 스키장이 보입니다. 1000고지 이상에서만 기생
한다는 겨우살이가 이곳 800고지 근처에서도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참나무 가지 사이로 자잘한 가지들이 떨기를 이루고 있는 겨우살이
모습들이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백련사 경내에서>

<백련사에서>
신라 신문왕때 백련스님이 하얀 연꽃이 되는 모습을 보고 창건
하셨다는 절인 백련사에 도착하였습니다. 구천동 14개의 사찰 중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절로써 결국 6.25 전쟁으로 소실되었다가
다시 재건한 모습이 현재의 모습이라는 경내의 글귀를 읽으면서 잠시
경내를 둘러 봅니다. 산사의 고즈넉한 모습은 어디를 가다 매
한가지이겠으나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 웅장하지도 않은 대웅전 옆에서 한 쌍의 젊은 연인들이 자신의
모습들을 부지런히 디카에 담는 모습과 앞 산 하늘금과 맞물린
경내의 커다란 전나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모습이
가히 시원하고 환상적이기도 합니다.




<백련사의 일주문과 부도탑에서>

작년에도 이곳에 왔을 때도 그랬습니다.
언제 올지 모른다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욕심으로 경내의
모습을 담아 냈지만 오늘도 같은 마음은 여전 합니다.
이윽고 부도탑을 지나 고운단청으로 치장한 일주문을 나섭니다.
이제 지루한 시멘트 포장길 5.6KM을 걸을 생각을 하니 망막 합니다.
조용히 걸으면서 오늘의 산행의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짚고 가겠습니다.
매번 산에 올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일부 상식에 어긋난 행동으로
우리 산 객 모두를 오염시키는 일이 중봉과 향적봉에서도
발견 되었건만 차마 나무라지 못한 자신을 뒤 늦게 나무랍니다.





<에필로그>
마음을 비운다는 것.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면서 가식 없이
순수한 자연의 세계로 적응 해 나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자신에게 자문 자답 하여 봅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자연으로 가고 싶다고들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돌아 가고픈 자연이 희생과 유희의 대상의 자연이라면
자연은 결코 우리를 반기지 않을 것 입니다.
자연에 오면 이곳에 맞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오늘 산행을 접습니다.

2006. 01.21.
청산 전 치 옥 씀


<죽어서까지 결국 우리에게 모든것을 보여 주고 있는 주목>

<일정정리>
11:05 안성매표소.
11:50 이정표(900) 칠연폭포1.65/동엽령1.6
12:10 이정표(1080) 안성매표소3.6/향적봉5.0
12:30 동엽령(1320)남덕유10.6/향적봉4.2/백암봉2.2
13:30 ~13:30 송계삼거리(1420)송계사6.2/삿갓골재8.5
13:54 중봉(1594)백련사4.5/남덕유13.8
14:20 향적봉(1614)
15:20 백련사
16:20 삼공리주차장(산행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