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05 중청산장 지하에서 등산화를 벗고 휴식을 취한다.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서로 고생했다고 등을 토닥거려 주며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할것을 다짐한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소청으로 향하니

바람과 날씨가 매섭기 한이 없다.


-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은 온통 눈에 쌓여있다.

스패츠와 방한 장갑을 착용하고 내리막을 들어서니

수직에 가까운 눈길이 너무 미끄러워 제대로 걷기가 힘이든다.

어떤곳은 종아리를 다 채울 만큼 눈이 많이 쌓여있고,

보통 발목은 쉽게 빠진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하지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대청을 무사히 올랐다는 만족감과 함께 즐거움이 배가되는 순간이다.








- 10: 25 희운각 산장
어렵게 내려온 희운각 산장 주변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양주 한모금과 김밥, 귤, 쵸컬릿 등으로 힘을 비축한다.

희운각의 유래를 이야기 하며.... 희운각을 뒤로한다.


- 이제 눈길은 끝나고 빙판길이다.

아이젠을 더 조이고 더욱 조심스런 발놀림을 한다.

계곡의 물소리는 더 큰소리를 내고
물빛은 그저 투명 그 자체의 맑음을 보인다.


- 11:59 천당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즐감하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러본다.

주변과 어우러져 자연의 일부인양 경쾌하기 그지 없다.

양폭산장으로 가는 나무계단이 한없이 길어 보인다.














- 12:05 양폭산장으로 내려오니 여기저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삼삼오오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우리도 막걸리로 목을 축이려고 하나 막걸리 1병값이 무려 만원이라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비싸다.

씁씁레한 기분으로 뒤돌아 나오니 뒤통수가 근지럽다.


- 12:10 양폭에서 비선대로 향한다. 2.8km 구간이다.

이제는 빙판길과 마른길이 교차하고 중간중간 긴 나무계단들이 많이 보인다.

우측의 천불동계곡의 풍광이 극치를 이룬다.

계곡 양편에는 웅장한 능선, 화려한 능선들이 기암괴석들과 조화를 이룬다.

계곡물은 유리 보다 더 맑아 바닥이 훤히 들이다 보이고...

깊은곳의 물빛은 완전히 녹색을 띄고 있다.

한시도 주변에 눈을 떼지 못하다 보니 자연 걸음이 늦어진다.














- 계곡의 물은 때로는 조용한 흐름을 보이기도 하고,
작고 큰 소(웅덩이)를 이루기도 하고,

폭포를 이루어 힘차게 물을 내려 뜨리기도 하면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계곡의 얼음장들도 대부분 녹아 이미 설악에는 봄이 와 있음을 알려준다.

산수유 같은 가지엔 벌써 새움이 트고 있기도 하고...

















- 13:41 귀면암.... 귀신의 얼굴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일까?

거대한 모습으로 우리앞을 떡 버티고 서있다.

그리고 주변의 능선들은 마치 성벽의 형상을 이루어
장관의 경관을 연출한다.

귀면암을 정복해 보고싶다는 욕망을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니

변함없는 풍광들이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가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비선대 가는길은 정말 짜증나도록 지루하다.
온힘을 다하여 내려왔다 싶으면 400m, 500m...

이런 식이다. 정말 지루하도록 멀다....











- 14:18 옥같은 물빛에 유리 같은 맑은 물이 바람에 물결을 이루며

환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수담...

일렁이는 물결속으로 훤히 보이는 바닥의 모래며, 돌이며, 낙엽들이
물결에 따라 각양각색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한동안 문수담을 바라보며 지나온 오련폭포를 비롯한 폭포의
내리치는 물줄기가 얼어붙어 만들어낸 빙화와
그사이를 흐르는 폭포줄기를 떠 올려본다.











- 오늘 우리의 설악행은 행운의 연속인것 같다.

비도 그치고.. 정상엔 눈이 많이 쌓였고... 날씨는 따뜻하고...
하늘은 구름 한점없는 파란하늘...

.....................

또 다시 앞을 막고있는 거대한 봉우리... 그냥 지나치려는데

'저것이 금강굴 인가요?'라는 일행의 질문에 다시 올려다 보니

비선대 장군봉이 아닌가....

까마득히 장군봉 중턱의 금강굴도 보이고...
반가움과 벅참이 교차한다.







- 14:30 비선대를 향하는 마지막 계단을 돌아 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했다.

넓은 계곡에는 사람들이 북적대고
아이들은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구고...

연인들은 여기저기서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비선대를 둘러싼 장군봉을 위시한 봉우리들이 그림처럼 늘어서 있고

옆에 있는 직벽에는 5~6명의 클라이머들이
아슬아슬하게 줄에 매달려 있다.

산사나이들과 금강굴 계단을 한참 올려다 보니 현기증이 인다.

예전에 아이들 데리고 어떻게 저곳을 올랐는지... 그것도 두번이나....








- 14: 50 비선대 상점들을 지나 와선대에서 막걸리와 파전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계곡을 옆에둔 곳이라 그저 풍류를 즐기고 싶은 욕망이 일지만 시간이 허락칠 않는다.

하지만 최고의 감칠맛에 위안을 해본다.

와선대에 오기 직전 다리 아래 바위 위에 홀로 서 있는
작은 소나무가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어떤 힘으로 저런곳에 뿌리를 내려 잘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까....





- 15:10 이제는 탄탄대로를 걷는다.

천불동의 풍광도 끝나고 이제는 계곡의 물소리외에는 별로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작은 소나무를 마지막으로 카메라 배터리가 out되어 사진도 마감한다.

서서히 카메라와 배낭이 목과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하고...

계곡물로 잠시 얼굴을 씻으니 나무 깨끗함인지 상쾌하기 그지 없다.


- 16:00 신흥사 일주문에서 거대한 좌불을 올려다 보며
무사한 산행에 감사를 드리고... 설악동에 접어드니

등산객 보다 많은 나들이 인파로 북적거리고 소란스럽다.

하지만 다 반갑고 정겹게 느껴진다.

새로 단장한 권금성의 케이블카와 케이블이 산뜻해 보여 보기가 좋다.


- 16:13 설악동 매표소를 나오며 서로 고생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해냈다는 자부심에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

이렇게 하여 13시간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 속초 시내버스를 타고(750원) 해맞이 공원에 도착한 우리는
동해바다의 파도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고
바다 내음에 코도 벌름거려 본다.

차가운 김밥으로 찬 뱃속을 어묵 국물로 속을 데워본다.


- 해맞이 공원에서 서울행 직행버스와 흥정과 사정을 하여 버스에 오른다.(2,400원)

다행이 자리에 앉은 우리는 바로 잠에 빠져들고...


- 18:00 오색 손님 내리라는 기사님의 큰소리에 놀라 주차장 입구에서 내린다.

우리의 봉고차에 도착하여 의자를 정리하고(침대칸으로)

커피를 끓여 한잔씩하니 세상에 이보다 맛있는 커피는 없을것 같다.


- 18:37 기사 두명은 앞자리에 나머지는 침대칸으로... 오색을 출발한다.

다음엔 공룡능선을 올라 볼까 하는 계획과 함께 설악을 뒤로한다.

안녕 설악이여...!


- 무지막지하게 막히는 도로에 서있자니 졸음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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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에 이르니 벌써 자정이 넘었다.

도로변 감자탕집에서 해장을 하며 속을 풀어본다.

모두들 다리가 불편한듯 어거적 거리지만

그래도 해장국에 소주 한잔....

최고의 뒤풀이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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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대별 등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