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제주도
한라산 (1950m)

산행일자
: 2004년 2월 1일(일요일)

산행코스 : 
(오를 때) 성판악 코스

  ● 성판악 코스(9.6km) : 평탄하고 무난한 코스,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지루한 편.
    봄철에는  진달래꽃이 장관을 이루는 진달래밭이 유명하다, 겨울에는 눈 경치가 주된 볼거리.  
    정상에 가까워져서 주변 경관을 볼수 있음.


   거리: 성판악 매표소-(5.6km)-사라악-(1.7km)-진달래밭-(2.3km)─정상 

(내려올 때) : 관음사 코스

   ● 관음사 코스(8.7km) : 가파른 탐라계곡과 가느다란 개미목, 삼각봉 등 변화가 많은 코스.
     제대로 한라산등산의 묘미를 느끼고 싶어하는 등반객들이 가볼만한 코스. 개미등 능선을 오르게
     되면서 부터 점차 시아가 트이고 양쪽의 계곡과 한라산 북악의 외벽모습을 볼수 있음.
    용진각 대피소에서 부터 경사가 급한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름.


   거리 : 관음사지구 야영장-(1.5km)-구린굴-(1.7km)-탐라계곡-(3.6km)-용진각 대피소-(1.9km)-정상


산행 참고지도 


코스 개요 (사진 누르면 확대)


 

 


참고자료 (산행지도, 산행코스, 산행기 등) : 아래자료에서 기타지역의 '한라산' 자료모음 참조




 

산행시간 : 총 8시간 (점심, 휴식시간 포함)


구간별 산행시간

이번 산행은 자녀를 포함한 가족산행이고, 많은 인파와 함께 걸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총 8시간가량 걸렸다. 요즘같이 등산객이 많을 때는 다른 사람들도 7시간 정도는 예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비수기때는 바쁘게 걸으면 5시간 남짓 걸린다)

 

07:30 성판악 휴게소 출발
08:40 화장실
09:15 사라악 대피소
10:00 진달래밭 대피소 (휴식)
11:10 해발 1800 지점
11:30 백록담

12:00 하산 출발
12:25 점심
13:05 용진각 대피소
13:30 삼각봉
14:30 탐라계곡 대피소(페쇄)
14:54 빙판경사로 만나 20분간 정체
15:10 구린골
15:30 관음사지구 주차장 (하산완료)


산행 후기

한라산은 몇 번 올라 가보았지만 백록담을 보고 온 적은 없어서 벼르든 차에 기회가 생겨 가족끼리 9명이 출발했다.
마침 떠나기 며칠전에 폭설이 내려 설경이 대단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출발 이틀전까지 백록담까지 길이 안뚫려서 걱정했는데, 
어제 겨우 성판악, 관음사 전구간의 러셀이 끝났다는 소식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산행 떠나기전 등산용구점에 들렀더니,
좀 힘들긴 해도 관음사 코스로 올라서 성판악으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고 했으나,
눈길 상황이 불확실해 쉬운 코스인 성판악-관음사 길을 택했다.
가서보니 간혹 거꾸로 오는 사람도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은 우리와 동행했다.
관음사 코스가 여러모로 묘미가 있었으나, 올적에 즐기느냐 갈적에 즐기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저녁에 TV를 보니 이날 5000명이 한라산을 올랐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계가 나빠 경치사진도 별로 못 찍어 왔고,
아마 여러사람이 “한국의 산하”에 산행기나 사진을 많이 올릴 것 같아 산행기를 쓰지 말까 하다가,
며칠 지나 뒤져보니 마침 그렇게 많지 올라와 있지 않아 산행코스 중심으로 간략히 기록을 남긴다.

또, 다른 산도 아니고 한라산인데, 산행기를 쓰는것이 남한 최고봉에 대한 경의의 표시일 것 같기도 하고 해서...



(07:30) 성판악 휴게소에서 산행 출발


렌트한 승용차로 7시 조금 넘어 516 도로를 따라 올라 성판악 휴게소에 도착했는대도 이미 차들이 빽빽하다.
대형버스는 주차장까지 갈수 있지만, 승용차는 오는 순서대로 휴게소 진입도로의 노견에 주차한다.
주차 길이가 금방금방 길어진다.

성수기 일요일날 승용차로 가려면 7시 경에는 가야지 휴게소 근처에 주차할수 있을 것 같다.
아이젠을 하고, 스팻츠를 채우고, 입장료를 내고 나니 7시 반이다.
등산로 입구에 과일껍질 버리지 말자는 현수막을 보니, 이 곳에서 많이 나는 귤껍질을 어지간히 버리는가 보다.




한라산 일출


출발하자 바로 해가 떠오른다.
나무숲만 없다면 한라산 일출까지 볼 수 있는 행운을 잡았을텐데... 요즘 일출시간이 07시 27분 경이니, 위치를 잘 잡아 일출광경을 한번 보고 올라가는 계획도 세워 볼만 하겠다.




상쾌한 눈길과 폭신한 눈 밟는 기분

등산로 초입부터 눈길이다.  크게 춥지 않는 남국에서 눈길을 걷는 느낌...
한라산을 겨울철에 많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설화까지 남아 있으면 더 좋겠지만, 날씨가 따뜻해 산아래 쪽은 다 녹았나 보다.
다음 주부터는 나무위의 눈은 보기 힘들것 같다.  다시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그러나 바닥에 쌓인 눈은 봄까지 녹기 힘들겠다.



  
가는 길에 길쭉한 이파리를 축 널어뜨린 나무가 많다.  산죽의 일종인 제주 굴거리 나무란다..



산행이 아니라 1열종대 행군

조금 지나 약간 경사로가 나타나면서 부터는 산행로가 좁아 추월이 안된다.
러셀된 길을 조금만 벗어나 잘못 디디면 1m가 넘은 눈에 빠진다.

한라산이라는 특별한 산행이니 그렇지, 그저 보통산이라면 이건 산행은 아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일렬종대 행군에 가깝다.
그저 앞사람 발만 보며 묵묵히 앞으로 가다가 앞에서 서면 따라서고..

마치 챨리 채플린 영화의 공장노동자 같다.

평일날 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라산 겨울산행은 일요일은 피하라고 해주고 싶다





까마귀 몇 마리가 까악까악거린다. 새벽부터 줄지어 터벅터벅 걸어 올라가는 군상들을 비웃듯이....
까마귀 사진찍으려고 잠시 옆으로 발을 뗐다가 눈이 허벅지까지 푹빠진다.






(08:40) 4.1 km 지점 쉼터 (화장실)

1시간쯤 오니 화장실이 하나 나타난다.
오늘 산행 7-8시간동안 여자들이 볼일볼 수 있는 곳은 4군데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아침이라서 그런지 여기도 줄이 길다.

이제 거리로는 4km 쯤 온 것 같은데 고도는 별로 올라온 것 같지 않다.
사실 성판악 고도가 750m이니 백롬담까지 1200m 오르는 산행이다.
670m 대암산 2번 오르는 셈이고, 산행거리가 길므로 오르기 어려운 길은 아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평평한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높은 산이라 처음은 약간 긴장했느나, 조금 가니 다들 여유로움이 생긴다.
동심으로 돌아가 눈싸움도 하고 눈위에 드러눕기도 한다.




(09:15) 사라악 대피소, 귤껍질을 버리지 맙시다

1시간 45분 만에 사라악 대피소에 도착했다.  계획보다 조금 늦긴 했으나, 다들 그런데로 잘 온 것 같다. 
눈이 내려 대피소가 반쯤은 눈에 묻혔다.

산행로 주변, 사람들이 쉴만한 곳에는 귤껍질이 많이 버려져 있다.
그 하얀 순백의 아름다움 위에 얼마나 보기 흉한 모습인가?

우리가 사는곳에서 가까운 마산 무학산에 가면
“귤껍질은 동물이 먹지도 않고, 잘 썩지도 않습니다”라는 표시가 많다.
요즘은 어느 산에 가건 가장 보기 싫은 것이 귤껍질이다...


제발 귤껍질 좀 버리지 맙시다.






(10:00) 진달래밭 대피소

성판악 코스 중에서 시야가 처음으로 트이고,  봄철에는 진달래가 만발하다는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
넓은 평전이 펼쳐져 있다...  하이얀 눈밭, 그야말로 설국이다.

이 곳 대피소까지 오르는데는
대청(1708)보다 242m 높고, 천왕봉보다 35m 높은 남한 최고봉이라는 느낌이 안들었지만,
여기서 부터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높은 산에 온 것 같다.

 


눈위에서 가족끼리 사진도 찍고, 장난도 치면서, 골치아픈 세상일 잠시라도 잊어본다...

 




봄철에는 진달래가 아름답다는데, 언제 다시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퍼온 사진 - 봄철의 한라산 진달래)




(11:10) 1800m고지 통과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 경사가 제법 가팔라진다. 나무들의 키도 작아지고 고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대피소에서 50분쯤 지나면 백록담 1km 지점,
거기서 20분쯤 가면 1800m 고지가 나타난다 (우리 수준의 속도로)






고도가 높은 곳이라서 나무가지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다.
기대했던 만큼의 아름다운 눈꽃은 아니지만...




정상이 가까워오니 나무 계단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잘 오던 사람도 여기서부터는 간간히 쉬는 사람도 있고, 약간 숨차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전후좌우가 운해에 쌓여 있어서, 바로 옆의 산세도 어떤 모습인지 보기가 힘들다.
안경에 물기가 묻어 더 안 보인다.


(11:30) 드디어 백록담

드디어 한라산 동릉 정상, 백록담에 도착했다.
영실, 어리목 쪽으로는 몇번 왔지만  백록담은 처음 오른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우리나라에서 천지 이외에는 유일한 분화구 호수...
그런데..... 그 기대했던 그 백록담이 한치 앞도 안보인다.

누구 말대로 말뚝 난간밖에 못보고 가는 사람이 많다더니...
백두산 천지, 천왕봉 일출...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더니 백록담도 그런가?

하는 수 없이 한라산 동릉 정상표지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아쉽지만 백록담 방면 운해만 보고 또 보았다 .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백록담의 운기를 빨아 들이고....





(운무로 바로 앞도 볼 수 없는 백록담)






(퍼온 사진 : 맑았다면 볼수 있었을 겨울 백록담 사진)


 



(퍼온 사진 : 봄철 백록담 사진)





(퍼온 사진 : 여름철 백록담 사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백록담 (조선일보사 사진을 scan 함)
- 사진 누르면 확대

 
 

(12:00)  하산... 전혀 다른 모습의 관음사 방면 길

후미가 도착하고 휴식을 취한 다음 관음사 코스로 하산했다.

이 길은 개방된지 하루밖에 안된 길이어서,
아직 제대로 길도 안 만들어지고 군데군데 눈속으로 푹푹 꺼지기도 한다.
가끔은 뛰어 내려야 하는 곳도 상당히 많다.

눈속으로 다리가 푹 들어가기는 곳이 있기는 해도,  다행히 등산로만 따라가면 위험한 곳은 없다.
동심으로 돌아가 방석을 꺼내 봅슬레이 썰매같이 타보기도 하고..
하산길이 항상 그렇긴 해도, 눈 밭이라 특히 다들 유쾌한 기분이다.




(12:25) 눈위에서 먹는 컵라면 점심(30분)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어디를 둘러보아고 눈 밖에 없다.
휴게소가 한두군데 있지만 사람이 많아 들어갈 틈도 없고...
하는 수 없이 30cm 이상 싾인 눈위에서 퍼지고 앉아 점심을 먹는데..
발이 푹푹 빠져도 물에 젖지는 않고... 날씨도 크게 춥지 않다...

먹을거리는 컵라면과 간식거리이다... 보온병이 물이 덜 뜨거워 덜 풀린 컵라면도 맛이 별미이다.
따뜻한 커피도 한잔 마시고...





(13:05) 용진각 대피소

관음사 방면 하산길은 전망이 정말 좋다.  한라산 산 등성이, 주변계곡을 제대로 감상하면서 내려갈 수 있다.
특히 눈 쌓인 경치는 겨울 알프스같이 이국적이기도 하다.  안개가 걷힐때는 저멀리 바다모습까지 보인다.

스팻츠는 올라갈때는 별로 필요 없었는데, 하산시는 눈에 푹푹빠져서 제법 쓸모가 있다.
아마 다른 게절에는 이 길이 돌길일텐데,  지금은 눈이 쌓여 경사가 급해도 무릎에 부담이 안가서 좋다.

 


1시가 넘어서 이 코스의 유일한 대피소인 용진각 대피소에 도착했다.
(관음사 코스에서 다른 대피소는 폐쇄)




(13:30) 곧이어 탐라게곡길이 시작된다.




삼각봉과 탐라계곡을 지나

옆의 계곡을 보면서 산허리를 돌아 서니 정삼각형 모양의 산이 나타난다.
삼각봉 이름이 어울리는 봉우리다.
좌우에 계곡이 있는 능선길을 한참 걷는데,  아마 지도에 있는 탐라계곡과 개미목을 지나가는가 보다.





(14:30) 탐라계곡 대피소 근처에서 20여분 지체

전에는 탐라계곡 대피소이었던 나무집에 가까이 도착하니 행렬이 갑자기 꼼짝 않는다.
앞쪽의 가파른 길이 미끄러워 한사람씩 줄을 잡고 내려간단다.

뒤에 오는 어떤 사람은 비행기 시간을 놓칠까 걱정하고,
어떤 이는 느긋하게 눈위에 앉아 이런저런 산 이야기하여 휴식을 취한다..
이 대피소는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으나 화장실도 없이 폐쇄된 상태다.
화장실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여인네 몇몇이 서로 망을 봐주며 볼일을 본다.

20여분을 지체하다가 얼어붙은 가파른 길을 한사람씩 로프를잡고 자일타듯 내려온다.



한라산 미인송

내려오면서 보니 나무숲이 나타나는데,
나무들이 마치 금강산 만물상계곡 초입에 있는 유명한 미인송 같다.


바로 그 미인송이 이렇게 미인의 다리 같이 잔가지 없이 하늘로 죽죽 뻗은 홍송이다.
금강산에서는 감시가 있어 사진을 못찍어 아쉬었는데.... 사진 한장을 찍고, 한라산 미인송”이라고 이름 붙여본다.



(15:10) 구린골

관음사 코스 하산길도 탐라계곡대피소 지나서부터는 지루하다.
관음사 주차장 거의 다와서 냄새가 구린지, 깊이가 깊다는 구린골이 나타난다.




(15:30) 관음사지구 주차장 하산완료

결국 계획보다 1시간  쯤 늦은 8시간만에 하산을 완료했다.






관음사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눈 쌓인 한라산은 그저 편안하고 평화로운 설산의 모습니다.
 풍체가 장대하거나,  기암절벽으로 사람을 압도하거나, 화려한 모습으로 감동시키지는 않지만
높고 크지만 스스로 내세우지 않는, 어머니의 품 같이 넉넉하고 위안을 주는 모습이다.

(하산해서 관음사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어머니같이 느껴서 그런지,  산에 어머니가 누워계신다...

숨은 그림 찾기




이렇게 이번에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올랐지만,
아름다운 백록담과 정상의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눈 구경은 실컷 했으니 겨울 한라산 산행으로는 이만하면 다행이다.
같이 온 동료들도 모두들 만족하는 모습이다.
다음에는 유체꽃, 진달래 피는 봄철에 한번 와볼까?.

돌아오는 길에 보니, 제주 C/C 골프장에도 눈이 두껍게 쌓여있다.
아마 봄이 될때까지 문닫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다.

저녁식사는 제주산 갈치구이 정식이었는데
한참 잡힐 때보다 크기는 좀  작았지만 맛은 역시 일품이었다.  값도 비싸지 않고....

지난 저녁, 제주 명물인 흑돼지 오겹살도 별미이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저녁에 잘 먹어둬야 다음날 산에 잘 올라간다고
산에 자주 나니는 일행이 주장한다.

다음 주는 한라산이 또 어떻게 변했을까, 백록담 운무는 걷혔을까 궁금하다...,
다른 산하가족들의 산행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