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끝의 抒情 <수락산>


 

8명


 

 

 2008. 8 . 30 (토)


 



 

벽운동 - 노원골 - 쉼터 - 갈림길 - 549봉 - 치마바위 - 하강바위 - 종바위 - 철모바위 - 수락산 상봉 - 안부 갈림길 - 릿지바위(사진전망대) - 석림계곡 - 석림사 (5시간 40분)


 


 


가을이 눈앞에 있었다. 모든 것이 눈이 돌아갈 만큼 바쁘게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전7시를 치게 되었어도, 하늘은 열리지 않고 잔뜩 연기에 찌든 虛無로만 보였다.

열차 시간에 맞춰 대합실에 당도하니 몇몇 일행이 반기는 모습에 마음이 충만하였다.


차안의 사람들은 모두 다 입을 다물고 때론 괴로운 듯이, 때론 잠들어 쥐 죽은 듯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그 안의 공기는 한층 무겁고 견디기 어려울 만큼 텁텁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일행과 한정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지속되었는데도 지금의 모든 사람들이 다 각각 깊은 연못 속에 빠져버린 힘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불현듯 허무라는 두 글자가 떠오른다.

단, 몇 분만이라도 허무에 대하여 論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조용히 생각한다.


오늘의 운명인 허무.

허무는 온 우리가 짐 진 공통된 운명이라 생각된다.

거역 할 수도, 도피 할 수도 없는 우리의 운명이다.

그대로 맞아야 한다.

허무가 우리의 운명이라면 이것을 타개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폰 소리가 경적을 울린다. 작은아버님이시다.

도봉산역에 당도하여 기다리고 있으신다 하신다. 부지런히 전철을 갈아타고, 또 갈아타서 목적지에 당도하니 기다리시던 작은아버님께서 환하게 맞아주신다. 일행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수락산역행 전철을 타고 종착지에 도착한 때가 10시 10분.

 

 

 

<수락산 산행로>
 

 

  

<산행에 앞서 - 들머리>

  

  

 

 

 

 

 

 

<노원골을 지나>

  

 

 

 

 

<깊숙이 들여 놓으면서>


 

1.  8월 끝의 抒情은 시작되고. 
 

찌푸린 연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동편에서 이글거리며 이동하는 해로 하여금 온 산과 들은 눈(眼)가는 끝까지 푸르기만 하다.

들머리를 거쳐 산속 깊숙이 들여놓자 햇살의 정숙함이 갑자기 제철 맞은 양 몸부림치는 매미의 찌렁한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가도 가도 어디에서나...

  

능선이다.

산을 타고 넘어가는 바람소리가 획 하고 지나가자 나의 눈과 작은아버님의 눈에는 더 한층 생동감이 넘쳐진다. 그리고는 잠시 동안 푸른 하늘을 향하여 옷깃을 고치었다. 다시금 솔잎을 치는 바람소리가 들리자 불시에 그 소리를 따르듯 모두 활개를 벌려 허공에 넌지시 던지었다.

  

  

<수락산 연봉이>

  

 

 

 

 

 

 

 

<도봉산 만장봉 , 신선봉을 당겨본다>

  

 

 

 

 

<도봉산 만장봉>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오르면서>

  

 

 

 

 

 

 

 

 

 

 

<불암산이 지척이다>

  

 

<이제부터 릿지다>

  

 

<사뿐하게 걷고 있는 금복주 형>

  

 

<수락산 연봉들>

  

  

<작은아버지와 금복주형>

  

 

<북산한과 도봉산>

  

 

 

 

 

<릿지는 스릴이 >

  

 

 

 

 

 

 

 

 

 

 

 

 

 

 

 

 

 

 

 

 

 

 

 

 

 

 

 

 

 

 

 


 

 

중턱이 가까워진다. 조금 더 나가면 一巡의 생생한 現場感을 맛볼 것이 틀림없다.

잠시 쉬어가자.

 

위를 보니 수락의 連峰들과 상봉이 손맞이한다. 그 수락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의 힘은 의연하고 尊貴한 듯한 品格에 있었다. 야릇한 흥분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며 머릿속까지 휑해지는 듯 했다.

 

연봉 앞 晴嵐 빛 하늘에는 희고 깨끗한 구름이 빛나며 떠가고 있었다. 숲속을 지나니 따가운 여름햇살만이 말라가는 풀냄새를 퍼뜨리고 있었고 8부 능선에서 바라보는 연봉의 우람함은 남(藍)빛 하늘아래 한결 빛나 가벼워 보였다.

나는 여기서 거대한 스케일의 외형인 연봉의 중요한 사실에 주목했다. 수락의 정기를 취하고 大場을 바라다보는 터에 위치한 장엄한 모습을 볼 때 안정감과 상승감이 수락의 上峰보다 대표적인 이미지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정교하고 섬세한 자연미가 드러남이 그러하다 할 것이다. 또 안정감과 상승감을 극대한 거대한 스케일이요, 한 치도 소홀함이 없는 큰 것과 작은 것이 자연적인 조화와 균형이었다.

한편 사방을 돌아보니 산세의 형상이 아기가 자기 어머니 품안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그와 같은 넓고 큰 느낌이 들었다.

  

  

<하강바위>

  

 

<남양주 시가지>

 

 

 

 

 

<윤호와 동이>

 

 

<치마바위>

  

 

 

 

 

 

 

 

 

 

 

 

 

 

 

 

 

 

 

 

 

 

 

 

 

 

 

 

 

 

 

 

 

 

 

 

 

 

 

 

 

 

 

 

<종바위>

  

 

 

 

 


 

2.  고요한 산세 속에 오래도록 머물고는 싶었지만.

  

549봉에 다가왔을 때 태양은 무겁게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가벼운 걸음걸이로 바위를 타고 그 안속으로 들어갔다. 바위에 걸터앉아 나날이 흘러가는 視界속을 들여다보았고, 연기 속에 침울하게 묻혀있는 시가지를 보면서,

  

『 모든 일은 다 고만고만하다. 큰 것도 없고 작은 것도 없다. 다만 산다는 것은 현재일 뿐.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현재에서 살아 나가기만 하면 고만이다. 그러나 나날이 글러가는 이 시대 속에서 어떻게 했으면 좋을 것인가?

세상만사 다 그런 거지 뭐 -  그저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모르겠다! 

알 수 없다! 

  

이 모든 게, 이 또한 抽象的이요, 觀念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늘 저편을 바라보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작은아버님이 부르신다. 빨리 오지 않고 뭘 하고 있느냐고. 부리나케 올라간다.

549봉 바로아래 당도하니 시장기가 돈다.

볕은 한결 뜨겁고 하늘은 쪽빛으로 더욱 짙었을 때 각자의 성품으로 접어들었다.

  

  

 

 

 

 

 

 

<수락산 정상 오르면서 >

  

 

 

 

 

<수락산 상봉 가는길>

  

 

<상봉에서>

 

 

 

 

 

<수락산 상봉에서>

 

 

 

 

 

 

 

 

 

 

 

 

 

 

<상봉의 태극기>

 

 

<상봉에서 - 작은아버지와>

 

 

 


 

3.  8월을 보내는 心情 바람 따라 흘려보낸다.

  

일부는 대진대장을 따라 슬랩 릿지를 하면서 봉우리를 넘고, 나는 작은아버님과 우회를 하면서 또 다른 봉으로 향했다. 경험이 다소 많았기 릿지엔 상당히 수월하나 작은아버님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오늘은 양보하기로 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상봉이 눈앞이다.

상봉에 섰다.

우측으로는 도봉의 장엄한 만장봉과 신선봉이 가깝게만 보이고, 바른편으로는 북한의 인수봉과 백운대의 웅엄함이 희미하나마 시야에 묻혀진다. 또 왼편에는 불암산이 지척으로 바람 따라 날라 가 상봉을 거닐어 보고 싶다. 지금까지 오면서 운애(雲靉)에게 주었던 눈을 그것들에게 돌렸다.

이제 구름같이 피어나리라. 

 

작은아버님과 이 장엄한 광경을 탐하면서 일행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북쪽 저 의정부 시가지의 머지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고 그 곳의 모습은 안위와 평온하기만 하였다. 그리고 양주 쪽 북쪽마을은 드높이 피인 여름하늘 아래 한껏 고즈넉하기도 했으며, 겹겹둘레의 먼 산은 선잠깬 여인의 눈시울처럼 자꾸만 선이 희미해 왔다.

  

『 작은아버님, 여기 사위의 풍광은 어떠하신지요?』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잠깐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 이 풍경이 빚어내는 감미로운 분위기가 더욱 더 매력을 느끼게 하는구나.

멀리 저 지상풍경을 보아라. 연기 속에 무한히 잠들어 있는 한 폭의 파노라마 같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생생하구나. 이것은 또한 무한과 영혼이 교차하는 인간의 구원에 대한 情迹을 간직한 하나의 현실감이 아닌지 모르겠구나.』 

 

그렇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 틀 속에서 처연한 생각을 품으신 작은아버님의 안목이 경이롭게 보여 진다.

기척도 없이 부는 바람이 가슴을 울린다.

  

  

<내림중>

 

 

 

 

 

 

 

 

<사진 촬영소에서 - 기차바위>

 

 

 

 

 

 

 

 

 

 

 

 

 

 

 

 

 

<돌아보며>

 

 

 

 

 

<치마바위를 당겨본다 - 저기 윤호와 동이가 내려간다>

 

 

<밧줄도 타고>

 

 

 

 

 

 

 

 

<석림사 계곡>

 

 

<상봉이 보인다>

 

 

<석림사 - 대웅전의 순수한 한국말이 특이하다>

 

 

 

 

 

<석림사 일주문>


 

4.  8월의 끝은 떠나가니 언제 다시 오려나.

 

일행이 도착했다.

풍광의 사위를 만끽하면서 20여분 지체했다. 성질이 급한 동이와 윤호는 미리 내려가면서 기차바위로 하산한다고 했다. 작은아버지와 나머지 일행은 가파른 내림 산로를 조심스레 내려가며 멀어지는 수락의 풍광이 애련하게만 느껴진다.

 

돌아보매,

기차바위와 상봉이 맞닿거나 구름 기운이 한데 엉켜 뭉긋하게 山容을 가리고 있고, 그 주위는 볕 빛의 수림이 스스로 화엄을 이루며 침잠(沈潛)해 하고 있다. 

 

山路 양편은 소나무와 참나무 숲길로 이어지는데 점점 멀어지는 그 풍성함이 소슬(嘯瑟)히 엄습해 온다.

햇살은 한없이 퍼지며, 바람은 기척 없이 불어오며...

 

한참을 바위 산로와 씨름하여 하부능선에 닿을 쯤 다리가 피곤하게 느껴진다. 바로 계곡수의 소리가 가까이 들려와 계류를 가로질러 조금 내려서 谷水에 안온한 휴식을 기대니 마음의 신비가 문을 열어준 것일까. 

찰나였다. 한마음이 고요하니, 세상이 고요했다.

諸가 앉을 자리조차 텅 비었다.

눈을 감았다 눈을 떠보니 지나오면서 울려왔던 이명도 깨끗이 비어있었다. (15:50)

    

◈◈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일행 분들의 노고를 위로해 드리고, 특히 작은아버님의 참여가 우리에게 크나큰 힘이 되지 아니었나 생각하며 깊은 감사를 드린다. 모쪼록 내내 건강하시고 자주 동행하시어 가슴에 불을 지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2008.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