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두째 주
  7시에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서울을 벗어나 시원하게 뚫린 중부내륙고속국도를 들어서니 어느덧 탈속의 여유로움이 마음들을 들뜨게 하나보다. 지난 번 피아골을 향해 달리던 때와는 또다른 감회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새들도 날다가 쉬어 넘는다는 조령산, 조령을 품고 있는 산세가 웅장한 이 산이, 해발 1,017m의 조령산이다. 애초 4시간 산행을 예정하고 신풍리 조령휴게소에서 시작 촛대바위를 거쳐  정상 그리고 이화령으로 하산 계획을 세웠었다. 멀리 가을의 끝자락, 곱던 단풍도 한결 빛바랜 모습으로 애잔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가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누가 했을까? 가는 도중 계획을 변경했다. 들머리에서 두 시간이면 조령 정상까지로 돼있으나 피아골에서, 시간에 쫓기던 걸 생각하면 우리 걸음으로 시간 내에 주파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버스를  곧바로 이화령 휴게소에 대도록 한 것이다.계획을 역순으로 진행하려고. 10시 반경 목적지에 도착, 버스는 우리 일행을 내려놓고, 3시에 조령휴게소로 오도록 하고 김고문과 송재삼 등반 대장  인솔로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로는 육산이라 비교적 순탄했다. 고향 마을의 뒷산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들머리를 지나 오르는 길에 돌서들도 지나고 소복히 쌓인 가랑잎을 밟으면서 삼삼오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동안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기도 하고, 우린 차츰 뒤로 쳐지면서 앞서 간 산우들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보려 안간힘을 썼다.
  휴게소가 해발 600m에 위치해 있어 오르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도 발길을 재촉하다 보니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어 그저 바닥만 볼 수밖에... 몇번을 쉬면서 조령샘에 도착하니 몇몇 분들이 앞서와 목을 추기면서 기다려주는 것 같아, 내심 다행으로 여기면서 시원한 샘물을 한 잔 들여마시니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조령샘을 지나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마에 닿을 듯 숨이 턱에 차 발을 옮기기가 어려웠다.
  겨우 안부에 오르니 갈림길에 안내 표지판이 서 있어 정상까지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했으나 내 실력으로 가당키나 할까? 정상에 도착하는 데 두 시간도 더 걸렸으니 이제 점심을 해야했다.정상에서 잠깐 주변을 둘러보고, 정상 표지석 바로 아래에서 자릴 잡고 십여 명이 같이 모여 앉아 맞있는 식사를 했다. 번번히 이것저것 싸와 우릴 즐겁게 하는 이 유청수석 부회장이 오늘도 귀한 복분자주와 보신탕 무침을 준비해 와서 모두들 흐믓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구병산 산행 때는 귀로에 포도를 상자 채 사서 산우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고, 때론 고소미를 나누어 주기도 해 산우들을 기쁘게 하기도 했다. "고소하게 살란다" 오던 길을 되짚어 표지판이 있는 갈림길까지 와서 촛대봉을 향해 길을 재촉하다 보니, 앞서간 줄 알았던김 무섭 부회장 일행이 뒤에서 합류한다. 길을 잘못들어 한참을 돌아왔단다. 과유불급이란 말을 이런 때 써도 될른지...
촛대바위 쪽 능선길로 접어들면서 멋진 소나무와 어우러진 바위능선 길이 제법 산행의 맛을 느끼게 했다. 칼날 같은 등성이를 아슬아슬 위태롭게 줄타기하듯 하면서, 때론  바위를 넘고 내리면서 한참을  지나니 제법 널찍한 바위가 우릴 반긴다. 사방을 둘러보면서 저기 보이는 저 우뚝 솟은 봉우리가 주흘산, 북쪽으로 아스라히 웅장한 모습을 뽑내고 있는 것이 월악산, 서북간으론 속리산이 우릴 부르고 있어, 그리로 마음은 줄달음치기도 하고... 바로 앞에 우뚝 솟은 것이 촛대 바위란다. 발음에 조심혀얄 껄. 아슬아슬한 능선길 아래서 한숨 돌리려는데, 신동화 이사가 오늘도 막걸리로 모두를 즐겁게 했다. 번번이 그 무거운 통을 몇 개씩이나  지고 와선 갈증을 풀어주는 갸륵한 정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한다.  지난 번 대승령 산행 시, 비집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등산객들이 붐벼 점심 먹을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겨우 비탈진 곳에 십여 명이 자릴 함께할 수 있었다. 허기진 배는 채웠으나, 쓰레기 봉투를 준비하는 걸 깜박해 어쩔 줄 몰라하는 데 마침 박천순 부회장이 가져왔단다. 그 자리에 흩어진 쓰레기를 혼자 다 담아 또 짊어지고 하산하는 모습에 다들 고마와했었던 기억이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가지게한다. 다들 갈증을 달래면서 기도원 계곡을 다잡아 내려 조령휴게소에 도착하니, 많은 산우들이 먼저와 기리고 있었다. 예정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두 분이 보이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는 데 연락이 왔다. 길을 잘못 들어 한 시간이나 늦게 택시를 타고 수옥정 쪽에서 기다린다고.  일행으로 오인, 다른 팀을 따라간 것이 화근이란다. 매번 생각했지만 산악회 표찰을 배낭 뒤에다 달도록해야 이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다소 지연되긴 했지만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귀경할 수 있어 다행, 산행 때마다  잠시도 긴장을 놓지 않고 단도리 하는 김회장님의 세심한 배려가 있었음도 잊지 않는다. 감사할 일이다. 이번 산행은 오르는 길보다 하산할 때의 아깃자깃한 묘미를  반추하면서 버스에 몸을 싣고, 다음 번 중미산 송년회를 기약하였다.

                                               목어  백 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