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서대산

산행일 : 2011.2.02 (수)

누구랑 : 산찾사+초록잎새

 

감기에 포~옥 걸린 초록잎새...

완죤 누렁잎새다.

목만 따겁다더니 이젠 콜록 콜록 김치까지...

그러더니 이젠 먹은게 체하기 까지 했다.

그래도 병원을 안가고 버틴다.

햐간에 미련한건 알아줘야 한다.

그런 초록잎새가 전날밤 목이 너무 따갑다며 차려온게 맥주와 오징어...

어이구 ~!! 답답....

그런 초록이 머리통을 한대 쥑어 박았다.

감정이 실린 폭행이라나 뭐라나 ?

삐저서 그냥 들어가 버린 마눌덕에 차려놓은 맥주와 오징어를 혼자 다 해치웠더니

아침 9시를  넘겨 일어 났는데도 힘이 없다.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 명절 전이라

어디 갈 만한곳도 없다.

가까운 서대산이나 혼자 갈까 했더니

비실대는 마눌이 누렇게 뜬 얼굴로 놀면 뭐하냐며 따라 나선다.

이런 딘장 간장...

ㅋㅋㅋㅋ

 

 

 

 

서대산까지 밀리는 차량이 없다.

오히려 더 한산하다.

덕분에 일찍 도착했다.

그래봣자 오전 11시를 훌쩍 넘겼으니 빠른것도 아니다.

 

개덕사는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하고

개덕폭포는 얼어 붙었는데 그래도 우리부부를 반겨주는넘이 있다.

누구 ?

개시끼 한마리...

족보도 있을법한 놈인데 무쟈게 꼬질꼬질하다.

난 개시끼가 싫다.

저리 가~ 임마 라며 구박을 해도

꼬리를 살랑대며 우리 부부를 따라온다.

 

 

 

 

끝까지 따라붙는 개시끼를

무정하게 내 쫓아 집에 보낸후 오름길을 오른다.

오늘은 날이 무쟈게 포근하다.

봄날 같다.

극성을 부리던 동장군이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

앞으로 이틀후엔 입춘이다.

절기는 어쩔 수 없는지 맹위를 떨치던 추위도 이젠 한풀 꺽였나 보다.

 

 

 

평소 산에 들면 펄펄 날던 초록잎새가 빌빌댄다.

걷다 뒤돌아 보면 어느새 저멀리 뒤떨어저 슬금 슬금 걸어오고 있다.

체해서 먹지 못했고 심한 기침에 지난밤 잠도 못잤으니 그럴만도 하다.

전날

혼자 술냄시 풍기며 잘도 자는 내가 얄밉고 미웠다고...

그럼

나도 같이 밤 세워줘야 되남 ?

 

 

 

너무 힘들어 하니

전망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쉼을 한다.

당신을 위해 쉬었다 가겠다며 크게 인심을 쓰는척을 했지만

사실은 전날 음주로 꺼끌한 입안으로 인해 아침이 허술한 뱃고래가 난리를 처서 간식을 하려고 쉰거다.

늦게 시작한 산행이라 벌써 점심때도 다 된 시각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밥은 정상에서 먹어야 산행이 수월하다.

 

가저온 빵을 허겁지겁 먹는다.

그러나 마눌은 그마저도 못 먹고 물만 들이키고 일어선다.

흐~!

몇일만 더 저렇게 버티면 아주 날씬해 지것따~

 

 

 

 

계속되는 오름길...

앞에 보이는 저 암릉만 넘기면 연화봉이 지척이다.

그럼 바로 정상....

눈길이 미끄럽지만 않다면 저 암릉을 타고 오르겠지만

위험하니 오늘은 그냥 우회길로 돌아 올랐다.

 

 

 

 

 

 

닭벼슬 바위...

오늘 산행중 그래도 제일 풍광이 뛰어난 곳이다.

오름길도 그만큼 까칠하다.

그러나...

바쁠게 없는 몸이고

부실한 마눌이 함께 하니

걷는 걸음엔 한껏 게으름이 묻어난다.

 

 

 

 

 

 

 

마지막 정상을 향한 오름길...

걷다가 뒤돌아 보니 초록잎새가 열심히 따라온다.

생전 스틱을 쓰지 않던 초록잎새가 요즘엔 스틱의 위력을 실감하나 보다.

예전엔 그저 스틱이 귀찮은 짐덩어리로 생각하더니...

오늘은 집을 나서며 스틱부터 챙기더니 그 덕을 잘 보는것 같다.

 

 

 

 

드뎌 정상...

아니

정상을 코앞에 둔 공터.

바람이 없으니 아주 따스하다.

조망도 솔직히 정상보다 여기가 훨 좋다.

 

가저온 컵라면에 물을 붓고 불기를 기다린다.

그러며...

오늘은 요기로 조기로해서 요렇게 내려가서 차를 회수하러

저기로 걸어 올라와야 한다며 입 아프게 능선을 보며 설명을 해대자

가만히 다 듣던 초록잎새가 한마디 한다.

 

" 오늘 나 힘이 없어 그런가 어지러워~"

"그냥 빠른길로 내려가요"

 

 

 

 

 

마눌말 무시하고

그냥 싹 잡아돌려 오늘 보내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시상에 어디가서 저런 마눌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도저히 내 욕심을 채우지 못할것 같다.

그냥 바로 수구리~~~

 

아라쓰~ 마눌님.

젤 빠른길루다가 얼른 집에 가자...

그래두 정상은 찍어야쥐~

 

 

 

 

 

 

정상에서

잠시 먼곳을 응시하면 한참을 서있는 초록잎새.

 

'왜그래~?'

'막내가 보고 싶어 그래요"

 

이런~!

 

이젠 훈련도 다 끝냈을것 같다.

그럼 지금쯤 수료식을 준비할까 ?

막내는 이젠

오만촉광에 빛나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자대 배치나

아님 후방기 교육을 받으러 논산훈련소를 떠날날만 기다리고 있을거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

그런해에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마눌 초록잎새는 참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개덕사로 바로 내린다.

그래도

왓던길 그대로 내려가는게 아니라 다행.

그럼 은근히 짜증이 날텐데..

 

 

 

 

 

어느새 개덕폭포가 내려 보인다.

내려 보이는 저 조그만 다리를 넘어가

옆능선을 타고 올라 내리는 짧은코스를 갖은 해찰을 부리며 걷다보니

3시간이나 걸렸다.

 

 

 

개덕사로 향한 등로.

철조망으로 막았다.

친절하게 등로폐쇄란 안내문까지...

왜그럴까 ?

꼭 저러고 싶을까란 생각.

니들은 니 땅만 밟고 사냐 ?

가장 너그럽고 모든걸 품어줘야 될것 같은 종교단체가 왜그리 인색한지....

 

 

 

막는다고 못갈 내가 아니다.

멈칫대는 초록잎새를 밀치고 성큼 성큼 발걸음을 옮기자

마지못해 초록잎새 조심스럽게 사찰로 들어선다.

 

 

 

 

 

 

 

개덕폭포 앞...

꼬리를 살랑대며 달라붙던 그 개시끼가 그악스럽게 짖는다.

 

하아~!!!

저누무시키

아까 내가 저를 내쫓은걸 기억하나 보다.

 

한낮 미물인 저 개시끼도

저를 싫어한걸 기억하고 나를 배척한다.

 

말 못하는 저런 하찮은 동물도 저런데

사람은 오죽할까...

모든게 내가 베푼대로 거두는 법.

그러게

사는날까지 베풀며 좋은일만 하며 살아야 하는데.

혹여.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원한을 품은 사람은 없는지 ?

웬지 가슴이 뜨끔하다.

 

 

 

모든님들.

새해 명절 가족과 함께 좋은시간 보내시길 빕니다.

 

 

산에서 건강을 ....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