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암산 정상에서 곰재로 가는 아름다운 능선 길 <2004.09.12 17:10>












일기예보에 오늘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 하여 어제 새벽 1시 30분까지 친구랑 술자리를 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커녕 뜻밖에도 햇살까지 보이는 지라 또 산병이 도집니다. 어제 밤만 하더라도 마음을 비웠었는데..
그러나 전남 보성에 도착하니 일기예보대로 창대비가 쏟아져 내립니다. 처음에는 하도 비가 많이 내려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마음을 바꾸어 산행을 강행하기로 합니다. 결국 산행코스를 바꾸게 되고 급조된 산행은 결국 이상한 산행을 탄생시켰으니..






◁용추폭포주차장-임도-제암산자연휴양림-제암산정상-곰재-제암산자연휴양림▷


 



일시: 2004.09.12 (일요일)

날씨: 흐리고 비

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車의 길: 경남 통영시-사천IC-서순천IC-벌교-보성-용추폭포 주차장


산행코스: 용추폭포 주차장-임도(2시간 30여분 동안)-제암산자연휴양림-제암산-곰재-제암산자연휴양림

산행시각

09:11 통영출발
12:00 용추폭포 주차장 (전남 보성군)

12:13 산행초입 <산행시작>
12:39 용추임도 삼거리 (일림산,발원지-골치,휴양림-용추골주차장)
13:08 휴양림입구임도 삼거리 (일림산-골치,휴양림-용추골주차장)
13:11 골치입구 (일림산-용추골임도-용추골주차장)--이곳에서 산으로 올랐어야 했다.
14:08 나무로된 이정표 (사자산1.5k 용추폭포2k 자연휴양림?k )
14:42 자연휴양림내에 있는 새관람장
14:46 자연휴양림내에 있는 야생화 전시포 (화단)
15:11-15:25 비가 내리는 자연휴양림 벤치에서 점심식사 (지붕이 있어 식사하는데 애로사항 없음.)
15:26 자연휴양림에서 제암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
15:54 안부
16:23 주능선에 진입 (이정표 : 감나무재3.7k 임금바위0.6k)
16:48 실질적인 정상인 위험한 암봉 릿지 시도 (위에서 내려다 보니 안전지대에 정상석이 있었다.)
17:00 제암산 정상석이 있는 곳 (위험한 암봉에서 포기하고 내려옴.)
17:20 돌탑 (사자산3k 곰재1.2k)--형제바위 갈림능선
17:42 곰재
18:12 제암산 자연휴양림입구 매표소 <산행 끝>

18:15-18:22 택시타다 (택시비 4,000원)
19:25-20:05 순천 단지촌 (저녁식사)
21:53 통영 도착

■ 산행 거리 약 15km
■ 산행 시간 약 6시간
■ 나의 만보계 25,662步--임도를 쉬지않고 2시간 30여분을 걸었으므로 15km 는 충분할 듯..

산의내력

▲제암산

帝岩山
→위치 : 全南長興郡 長興邑 長東面

백두대간의 영취산(장수)에서 갈라진 호남정맥 상에 있는 제암산과 사자산은 억불산(518m) 과 더불어 장흥 三山으로 손꼽히는 명산들이다. 그중 주산인 제암산은 정상의 임금바위가 의연하고 철쭉능선과 억새군락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형제바위 상여바위 등 기암이 우뚝우뚝 솟아있고 전망이 뛰어난데다 남쪽 산록에는 제암산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있어 국민의 휴식공간으로 더할 나의 없이 좋은 산이다.

또한 사자산은 사자가 장흥읍을 굽어 살피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장흥의 수호신과도 같은 영산이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능선일대는 초원이 장관이고 사자두봉은 저녁노을 촬영의 명소로 손꼽히며 정상에서 남해 득량만(得粮灣)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장쾌하다.

사자산은 산맥 상으로도 주요한 지점에 놓여있다. 동쪽으로 길게 이어나간 정맥은 광양에서 백운산을 크게 일으킨 후 섬진강에 가라앉고, 남쪽으로 갈라진 지맥은 명산 천관산을 아름답게 일으키고 있는 뿌리이기도 하다.


 

-한국400산행기(김형수)에서 발췌-



제암산 帝岩山(click here)

삼비산 三妃山(click here)

일림산 日林山(click here)




▲ 산행기 ▲

어제 밤..미미님 집에 제사 음식을 먹으러 오라고 기별이 와서, 우리부부, 미미님부부, 그리고 여름님이랑 같이 저녁을 먹었다.
"내일 비가 많이 온답니다." --여름님(비로 인해 은근히 내일 산행을 못하게 됨을 놀리면서..) 나도 이미 각오하고 있던 터라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랑 푸근하게 한잔하려고 작정을 하게 되고 결국, 2차 술자리까지 하게 되어 새벽2시에 잠자리에 들게 된다. (여름님은 아내의 친구인데, 4인이 하는 계모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하나씩 골라 각자 부르기로 했다는 것..아내는 겨울, 즉 동녀 冬女고 여름님은 하녀 夏女인 셈이다. 하녀? 어감이 좀 이상하네?)

알람은 6시에 맞춰 놓았지만, 7시경에 번쩍 눈을 떠 하늘부터 바라보니 맙소사! 하늘에 햇살까지 비치는 약간 흐린 날씨이다. (전혀 비가내릴 그런 날씨가 아니다. 사실 통영은 일요일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그동안 엉터리 일기예보에 한번 두 번 속은 것이 아니어서 오늘 아침도 엉터리 일기예보에 속은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까지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부랴부랴 산행준비를 하여 아침밥을 부모님과 같이하고 산행지(전남 보성)를 향해 출발하니 9시가 좀 지난 시각이다. 이곳에서 전남 보성 들머리까지는 약 3시간 정도 소요될 것인데, 아무래도 계획했던 한치재에서 일림산과 삼비산을 거쳐 사자산, 제암산, 그리고 감나무재로 하산하는 종주코스는 무리일 듯싶다.

늘 그렇듯이 전라도 땅에 들어오면 나는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상한 일이지만 전라도에 오면 경상도에 비해 모든 것이 느긋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차량들도 확실히 경상도 차량보다 천천히 운행하는 것을 여러 번 이곳을 방문하여 깨달았음. 오늘은 광양IC로 빠지지 않고 서순천IC로 진입하니 더 나은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히어리님(구.브르스황님)의 아름다운 고향 순천을 거쳐 벌교까지 내려올 때만 해도 하늘은 흐렸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보성에 들어서니 비가내리기 시작했고 895번 지방도로 내려오니 비가 쏟아지는데, 차 앞이 안보일정도의 창대비가 아닌가! 도저히 산행할 자신이 없어 근 2시간 넘게 고생하고 왔던 길을 U턴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한 5분 가다가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고 혹, 비가 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 U턴을 한다.

 

▷ 용추폭포 가는길에 서 있는 나무 <11:57>

▷ 이정표(좌-임도 우-계곡을 건너 일림산으로 가는 길) <12:13>

그래서 아내랑 오늘의 산행에 대해 의논을 나눈다. 애초 생각했던 한치재에서의 종주산행은 이미 포기해야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제암산자연휴양림에서 제암산으로 오르는 코스도 너무 짧고 단조로운 것 같아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차선의 선택으로 용추폭포에서 골치까지 오른 후, 사자산, 곰재산, 제암산, 제암산자연휴양림으로의 하산을 머릿속에 그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용추폭포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그친다. (조금 전, 왼쪽 사진에 나오는 큰나무를 찍을 때만 해도 비가 내렸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고 매표소에도 아무도 없다. (매표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곳에서 볼일(화장실)을 보고 헷갈리는 등산안내도를 한번 보고 조금 위로 올라가니 직진하면 임도의 길이고 우측 계곡을 건너면 일림산 가는 길이라 이정표에 적혀있다.



▷ 헷갈리는 일림산 등산안내도 <12:02>



 

▷ 임도의 초입 <12:18>

▷ 비가오고 운무가 자욱한 임도 <12:55>

용추폭포로 왔을 때, 이미 일림산은 포기했으므로 우측 일림산으로 가는 계곡 길을 버리고 임도로 올라간다. (계곡물이 너무 불어 사실 건너려고 하니 좀 두려운 마음도 있었는지 모른다.) 임도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한 25분 올라가니 첫 번째 이정표가 나타난다. (일림산, 발원지와 골치, 휴양림) 그래서 우측 골치, 휴양림 방향으로 향한다. (올라가는 도중 비가 또 내리기 시작하여 판쵸의 착용함.)

근 한 시간 넘게 빙빙 돌아가는 임도 길을 올라가니 두 번째 이정표가 나타난다. (일림산, 골치, 휴양림) 역시 일림산은 아니므로 골치, 휴양림방향으로 향한다. 오늘 같이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은 이렇게 안전한 임도를 트래킹하는 기분으로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말이 임도지 햇볕이 없으니 얼굴 그을릴 일도 없고 대부분이 등로나 다름없는 흙길이다.



▷ 이정표(일림산으로 가는길은 표시되어있는데 골치로 올라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13:08>


이 이정표를 지나 3분 후, 세 번째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골치입구’라 적혀있는 이정표인데 역시 일림산, 용추골임도 라는 글이 적혀있다. 여기서 무조건 일림산으로 향해 올라가야 주능선에 붙을 수 있는데 어리석게도 ‘일림산은 아니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용추골 임도로 향한다. 아무리 봐도 지도상에 있는 골치로 올라가는 안내판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았다. (일림산으로 가는 방향이 골치로 가는 길임..)



▷ 마치 고호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임도 <13:19>


아름다운 임도의 길에 홀린 것일까? 골치를 지나니 마치 고호의 그림에서나 보는 아름다운 향나무의 길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골치를 찾고 있는 중이다.--에구..골치 아파..



▷ 임도에서 본 오가피나무 <13:30>





▷ 임도에서 본 싸리 <13:31>





▷ 임도에서 본 주홍서나물 <13:43>


등로에만 아름다운 야생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임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었다. 이제 골치는 포기하고 이미 주 능선에 붙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최근에 등로가 아닌 길과 야간산행 등으로 고행의 산행을 많이 했으므로 오늘은 상당히 신중해 지는 것을 느낀다. 오늘은 비도 오고 바람도 세게 불고 있다. 이런 날 등로도 아닌 길로 들어가 헤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골치입구 이정표에서 부지런히 1시간 정도 걸어오니 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나타난다. (사자산 1.5k 용추폭포2k)


사자산으로 가는 등로가 열려 있는지 아무리 살펴봐도 임도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이정표를 만들어 놓았을까? 초행길이라 나도 실수를 했지만 이정표를 좀 더 정확하게 표기 했으면 아마 주 능선으로 올라가 임도 트래킹이 아닌 정식 산행을 했을 것이다. (‘골치 입구’ 이정표에서 일림산으로 표기하지 말고 골치라고 표기해야 정확하지 않을까?)--내가 오늘 헷갈리는데에는 일기(日氣)도 한몫했다.



▷ 제암산자연휴양림 야생화 전시포(화단)에서 본 꽃범의꼬리 <14:48>


나무로 만든 이정표에서 한 30여분 부지런히 걸어오니 이젠 발바닥이 아파올 지경이다. 잠시 후, 바리케이트(차량통제)를 지나니 주차장 같은 것이 나타난다. 왼편에 계단이 있고 ‘새관람장’이라 안내판이 붙어있다. 그래서 계단을 올라가 ‘새관람장’을 들여다보니 공작이니 원앙이니 온갖 새들이 살고 있다. 조금 더 위를 올라가보니 이번에는 ‘야생화전시포’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 제암산자연휴양림 야생화 전시포 (화단)에서 본 금불초<14:50>





▷ 제암산자연휴양림 야생화 전시포 (화단)에서 본 쑥부쟁이 <14:52>


비록 야생화를 옮겨와 이곳에 화단처럼 꾸며놓았지만,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의 호기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또한 한 건물이 있어 자세히 보니 닭을 키우고 있고 왼쪽 칸에는 멧돼지를 기르고 있다. 멧돼지는 아직 어린 돼지처럼 보였지만 몸무게는 한 70k는 충분히 되 보였다. (배가 고파 우리를 보자 애걸 하는 표정이다. 참고로 멧돼지의 치아는 웬만한 소나무 가지 정도는 한입에 으스러뜨릴 정도의 가공할 파워를 지닌다. 돼지라고 생각하다가 손이라도 넣다가 씹히면 끝장난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고 불쌍해한다.



▷ 제암산자연휴양림내에 있는 시비 <15:04>


‘새관람장’을 내려오니 제암산자연휴양림 안이다. 처음 계획했던 산행코스는 이곳이 최종 날머리 인데, 임도로 트래킹 하는 바람에 엉망진창 뒤죽박죽이 되어 이곳으로 바로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 일단 아름다운 풍경 몇 컷을 찍고 점심을 먹기 위해 장소를 물색한다. (그동안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점심 먹을 장소가 없었다.) 결국 자연휴양림 벤치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지붕이 있으므로 비를 맞지 않고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산행을 한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 하며..이때 친구 인섭으로부터 전화가 옴. 통영은 비 한 방울 안 온다다나? 그리곤 하는말..“웬만하면 그만하고 안전산행을 위해 하산해라.”



▷ 우중의 제암산자연휴양림계곡 <15:05>





▷ 제암산자연휴양림종합안내도 <15:08>



 

▷ 자연휴양림에서 제암산으로 오르는 초입 <15:26>

▷ 잠시 후, 만나는 계단식 등로 <15:29>


하지만 우리는 마음은 그게 아니다. 여태까지 근 3시간 동안 한 산행은 한마디로 산행이 아닌 트래킹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제암산을 향해 정상등로에 접어드는 우리의 소감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산행을 하는 기분이다. 조금 올라가니 전망대가 나온다. 아직까지 날씨가 흐려 전망이 좋지 못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 비가 그친 것 같다. 그래서 거추장한 판쵸의를 벗고 올라간다.

역시 산행은 이렇게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야 제 맛이다. 근 3시간 트래킹을 할 때에는 목이 전혀 마르지 않더니 이렇게 된비알은 조금만 올라가도 땀도 나고 목도 탄다.

제암산 자연 휴양림의 고도가 300m 정도 였으니 약 500m를 치고 올라가야한다. 이미 3시간의 트래킹으로 발바닥이 아팠지만 이상하게 정상등로를 오르니 발바닥이 전혀 아프지 않는다.

한 30분 올라가니 안부에 도착한다. 다시 한 30분 올라가니 이정표가 나타나는데 자세히 보니 감나무재, 임금바위가 적힌 걸로 봐서 주능선에 오른 것 같다.



▷ 마치 제암산 수문장 같이 생긴 바위 <16:24>


비는 그쳤지만 자욱한 농무로 시계는 무척 불량하다. 전방에 바위가 보이는데, 마치 장승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제암산 정상을 지키는 장군처럼 느껴진다. 저 너머 도깨비 뿔같이 생긴 봉우리가 정상인가? 하지만 아니었다. 전망봉 같은데 올라가서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묘가 있었다. (丁氏묘) 그런데 웬일인지 비석이 넘어져 있었다.



▷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뒤돌아 본 비석같이 생긴 바위가 있는 풍경 <16:34>


갑자기 농무가 걷히면서 전망에 거대한 봉우리가 나타난다. 바로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2초) 이내 농무로 덮여 버린다. 지금은 바람도 매우 강하게 불고 일기가 무척 불안하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전망봉에서 바라본 운해와 동남쪽 바다풍경 <16:42>


한 10분 올라가니 거대한 암릉이 눈앞에 나타나고 맞은편에 전망봉이 있다. 전망봉에서 조망을 하니 마침 농무가 급격히 걷히면서 조망이 열린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전망봉에서 바라보는 운해로 덮힌 일림산과 동남쪽 바다풍경이 장관이다. 아!~~이런 장관을 보게 될 줄이야..



▷ 전망봉에서 올려다본 실질적인 제암산 정상인 위험한 암봉 <16:44>


다시 위험한 암봉을 바라보니 꼭대기에 정상석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저 꼭대기가 정상이구나! 하며 위험한 암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아내는 무리일 것 같아 나 혼자 릿지를 하며 올라간다. 꼭대기 지점에 이르자 매우 위험하다. 몇 번을 시도 했지만 안전하게 올라가는 방법은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도저히 들어 갈 수가 없고 옆을 돌아 올라가려니 매우 위험하다. 더구나 오늘 날씨도 비가 와 바위도 미끄럽고 릿지화도 신지 않아 자신이 없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면서 궁리를 하는데..

어럽쇼? 저 아래에 정상석이 버젓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허..



▷ 제암산 정상석 (실질적 정상은 뒤에 보이는 암봉이나 위험한 암봉이므로 편의상 이곳에 정상석을.. <17:00>


아래에 버젓이 정상석이 있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한 암봉의 꼭대기에 있는 정상석을 찍으러 갈 이유는 없었다. 조심조심 위험한 암봉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편안하게 정상석 사진을 찍는다. 물론 위험한 암봉이 실질적인 정상이지만, 정상석을 세워 놓은 것은 좀 위험한 것 같다.

안전장치를 해놓던지 그것이 보기에 흉해 설치를 하지 않겠다면 위험한 암봉에 설치한 정상석은 치워 버리는 편이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바람직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같이 꼭 정상석을 찍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오르려는 무식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좌측에 보이는 큰 봉우리가 위험한 암봉임.)



▷ 능선에서 뒤돌아 본 제암산 <17:06>


제암산(帝岩山) 정상은 임금 제(帝)자 모양의 3층 형태의 높이 30m 정도되는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수십명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이 정상의 바위를 향하여 주변의 여러 바위와 주변의 봉우리들이 임금에게 공손히 절을 하고 있는 형상이어 임금바위(제암)라고 부르며 이산을 제암산이라 한다고 전해진다.정상에 서면 호남의 5대명산중 하나인 천관산, '호남의 금강' 으로 불리우는 월출산,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과 팔영산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 능선에서 바라본 곰재산과 사자산 <17:14>


제암산 정상에도 올랐고 이제 어디로 하산해야할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올라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기는 싫고 감나무재로 갈까? 사자산으로 갈까? 타이틀사진과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억새능선이 어서 우리 쪽으로 오라고 유혹을 한다. 그래! 사자산으로 가자! 그래서 정 안되면 곰재에서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오면 되니까..



▷ 능선에서 바라본 장흥쪽 풍경 (금산저수지) <17:14>





▷ 능선 등로에 핀 층꽃풀 <17:18>



 

▷ 돌탑이 있는 풍경 <17:20>

▷ 가까이 다가가서 본 이정표 <17:20>

능선에서 한 10분 내려오니 돌탑이 나오고 저 아래에 보이는 암릉이 형제바위로구나. 이곳에서 내려다보니 그다지 웅장해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예사 암릉이 아닌 듯 싶다. 여기서 이정표를 보니 사자산 3km, 곰재 1.2km 남아 아무래도 사자산으로 가는 것은 욕심일 것 같다. 이미 시각이 오후 5시 20분을 넘기고 있다.



▷ 곰재로 내려가는 등로에서 본 모싯대 <17:31>





▷ 곰재로 내려가는 등로에서 바라본 풍경 <17:32>



 

▷ 곰재 <17:42>

▷ 곰재에서 자연휴양림으로 하산 <17:44>

돌탑에서 한 20여분을 내려오니 곰재에 도착한다. 곰재의 유래는 산의 모양이 곰과 같이 생겨서 그렇게 불려진다고 하며, 전국에 많은 곰재가 있다한다. 아마 웅치면의 웅치도 이곳에서 유래된 모양이다.(熊峙) 지금 시각이 오후 5시 42분, 오늘은 일기가 나빠 일몰이 더 빨리 올 것이고 사자산으로 올라 사자두봉으로 하산하면 아무래도 고생을 많이 해야 될 것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향을 물어보니 -- "휴양림으로 내려갑시다." 한다.

다른 때 같았으면 "사자봉으로 갑시다. " 할 아내지만, 그 동안 내연산, 금정산 등에서 겪은 고행산행 여파인지 편한 휴양림으로 하산하자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비록 사자산은 오르지 못했지만, 이미 용추폭포에서 휴양림으로 오는 도중 사자산 기슭을 다 거쳐온 셈이니 다시 사자산으로 가는 것이 중복의 의미도 있다. 또한 사자산에 올라도 그곳이 끝(날머리)이 아니니 이쯤에서 산행을 접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자연휴양림에 있는 자귀나무 <18:10>

곰재에서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오는 길은 의외로 쉬웠다. 너무 쉬워 잠시 사자산으로 갈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들 정도였다. 벌써 휴양림 곳곳에 설치해 둔 야외 등은 불빛이 들어 와있다. 한 30여분을 내려오니 자연휴양림 매표소 입구에 도착을 한다. 매표소에는 아무도 없고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글자만이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 순천 단지촌에서의 저녁식사 <19:25-20:05>


매표소를 지나 맞은편 큰 건물이 보인다. (식당겸, 숙박시설) 그런데 이곳에 주차해 놓은 차 중에서 택시가 보인다. 알고 봤더니 이곳에서 계모임을 하고 있는 중인데 운행을 부탁드리자 흔쾌히 승낙을 한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 기사님이 물어보기에 오늘의 산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용추폭포주차장에서 자연휴양림까지 임도의 거리가 15km 나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내 생각에 그 정도는 되지 않을 듯 하고 약 11km는 족히 될 듯 싶다.

기사님 말씀을 들으니 보통 종주하는 분들은 한치재에서 감나무재까지 한다고 한다. 이 코스는 내가 계획했던 코스였는데.. 자연휴양림에서 우리 화이트가 기다리는 용추폭포주차장까지 택시로 오는데는 불과 7분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다. (기사님 말로는 4km)

화이트를 몰고 보성을 빠져나가는데 또다시 비가 내린다.
만약 사자산으로 갔었다면 이 비를 맞으며 올라야 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
내년 철쭉이 필 때, 일림산과 사자산을 한번 더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비가 내리는 전남 보성의 찻길을 기분 좋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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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2 전남 장흥(보성) 제암산에 다녀와서..


 




[2004.09.12.16:42]
[ 제암산 정상 바로아래 전망봉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



 

천년바위 / 박정식


 



 

이수영의 산행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