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산행기

 

                                                    *산행일자:2004.9.12일
                                                    *소재지  :강원 영월/정선
                                                    *산높이  :882.5미터
                                                    *산행코스:점재교-수리봉능선-백운산-615돌탑봉-540추모비-530칠족령-제장교
                                                    *산행시간:11시25분-16시7분(4시간42분)

 

어제는 과천시 산악연맹의 100회차 산행에 참가, 강원도 영월과 정선에 걸쳐 있는 해발 883미터의 백운산을 올랐습니다. 강원도의

정선과 영월은 역시 오지였습니다. 아침 7시15분 과천을 출발한 버스는 숱하게 많은 산을 넘고 내를 건너 출발 4시간 10분 후인

11시 20분에 이번 산행의 기점인 동강의 점재교 300미터 전방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의 가을은 강원도 산골에 틈 비비고 자리잡은 논 뜰에서 시작되나 봅니다.
성묘 객들로 붐빈 고속도로를 힘들게 빠져 나온 제천에서 영월가는 도로변의 들판은 벼들이 익어가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과천 벌은 아직도 벼 잎이 여름의 초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의 가을은 겨울이 빨리 시작되는 이 강원도 산골을

가장 먼저 찾기에 이곳 논의 벼들이 서둘러 익어 가는듯 싶습니다.

 

11시 25분 이번 산행의 출발점인 잠재교를 걸어 동강을 건넜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룻배로 건넜을 동강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시멘트 포장길을 걸었습니다. 11시 34분 백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들머리에 들어서 흙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밤사이 내린 비로 수리봉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는 산 길이 같이 오른 어느 한 분의

표현대로 참기름을 발라 놓은 듯 미끄러웠습니다.

 

12시2분 510미터대의 능선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산중턱에 걸쳐 있는 구름의 움직임을 지켜보았습니다. 흰 구름의 산 백운산은

"한국의 산하"라는 사이트에 제일 많이 실려있는 산입니다. 모두 9곳의 백운산 중  경남 함양의 백운산이 해발 1,279미터로 가장 높고,

인천의 백운산이 해발 255미터로 제일 낮은 백운산인데 저는 이중 4곳의 백운산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오른 백운산중 정선의 백운산이 유난히 눈을 끄는 것은 단연 동강 때문입니다.
동강이란 정선의 조양강이 동남쪽의 물줄기와 합해져 이루어진 남한강의 한 줄기로 정선의 가수리에서 영월에 이르기까지  51키로의

구간을 흐르는 물줄기를 말합니다. 동강의 비경은 그 상당수가 동강의 물줄기를 굽이지게 만드는 백운산과의 어우름으로 빚어진

것이기에 동강과 백운산을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동강에 면하여 곧바로 직립한 백운산의 암벽들은 퇴적암이 융기해

만들어져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옮겨 놓은 듯  한데 산행을 마치고 래프팅을

하며 백운산을 바라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국내 최고의 산행프로그램이 될 것 같습니다.

 

수리봉 능선의 암릉 길을 올라 정상에 이르기까지 걱정했던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그 동안 내린 비로 강물이

시커먼 탁류가 되어 동강 특유의 맑은 물줄기를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S자형으로 굽이쳐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에서 강원도의 힘을

읽었습니다. 12시 49분 나무줄기가 심하게 휘어 마치 짐승이 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길섶의  큰 참나무가 하도

신기해 카메라에 옮겨 담았고 그 주위에 피어 있는 청초한 자태의 야생화들도 함께 담았습니다.

 

13시 2분 해발 883미터의 백운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들고 긴 휴식을 취했습니다. 점재교에서 시작한 1시간 반 가량의 산행은 계속된 산 오름이어서  힘들었던 만큼

땀흘려 오른 일행들과 함께 들은 점심이 더 더욱 맛있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정상의 표지석을 배경삼아 제 배낭을 찍고 난 후

몇 몇 분들의 뿌듯해하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13시 32분 정상을 출발, 그 4분 후 칠족령-문회마을 갈림길에서  2.2키로 남아 있는 칠족령으로 향했습니다.  왼쪽 면으로는 동강으로

바로 떨어지는 낭떠러지여서 능선을 걷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칫 실족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에 곳곳에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14시 10분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신경을 곤두세워 걸어 내려오느라 지친 몸을 잠시 추스르며 목을 추겼습니다. 이곳에서 강변까지

1.5키로 남아 있어 먼 거리가 아닌데도 길이 미끄럽고 급경사여서 속도를 낼 수 없어 제시간에 제장교에 닿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점재교-백운산-제장교의 종주 길에는 6개의 연봉들이 동강에 면하고 있기에 한 봉 한 봉을 오를 때마다  다른 각도에서

조감되는 동강의 자태가 새로웠습니다. 특히 615 돌탑봉에서 내려다 본 동강은 장마철이라면 물길 한가운데 작은 섬이 되어 있을

가루소 너머의 풀밭을 안고 있어 여인네의 가슴처럼포근해 보였습니다.

 

14시33분 동강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단애의 벽 날에 서있는 일행 분들의 조심스런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저 같은

아마튜어 "찍사"와 일행 분 중 프로급의 "진사"가 모두 동원된 사진찍기였기에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15시정각 540봉에 세워진 추모비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한백오름 산악회에서 먼저 간 어느 여성산악인의 산 사랑을 기리기 위해 이 길에 추모비를 세운 것도 실은 길이 험하니 조심하라는

경고로 받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때문에 꼼꼼하게 여성대원들의 하산 길을 보살펴 주신 동행하신 한 사장 분의 배려가 돋보였습

니다. 그리고 백두대간을 완주한 노련한 산악인답게 오던 길을 몇 번이고 되돌아가 후미의 안전산행을 확인하는 회장 분의 투철한

책임의식에 감탄했습니다.

 

15시33분 니륜재에서 마지막 봉우리인 해발 530미터의 칠족령을 우회, 오른 쪽의 전망대에 이르러 영월의 절개마을 앞을 흐르는 

동강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감상했습니다. 그 동안 오래 참았던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 우비를 꺼내 입고 하산 길에 나섰습니다.

이제 비로소 편안한 길에 들어섰습니다. 풀숲의 터널을 빠져 나와 제장교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을 4-5분 걸었습니다.

 

16시 7분 이번 산행의 종착지인 제장교에 도착했습니다.
강가로 나가 구두와 바지의 진흙을 씻어 낸 후 시원한 맥주로 전대원의 안전산행을 축하했습니다.

 

16시 40분 동강을 떠나 귀로에 선돌 전망대를 들렀습니다.
높이가 70미터나 되는 선돌과 그 사이로 흐르는 파란 강물이 일구어 낸 절경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하는 여인네들의 염원을 그들의

모습과 함께 모두 카메라에 실었습니다. 이를 시샘하는 적란운이 곧바로 이 절경을 삼켜버려 아쉬웠지만 저녁시간에 구름의 재빠른

몸놀림을 지켜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아 좋았습니다.

 

빗속의 밤길을 용케도 잘 헤쳐온 버스가 용인에서 고속도로를 올라 타 과천에 도착한 시각은 밤 10시가 다 되어서입니다.

집에 돌아와 산행기에 올릴 자료를 정리한 후 잠을 청해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