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3 ~ 9,5 {금~ 일}
가던 날 : 인천항 3일 오후7시출발 - 제주항 4일 오전8시20분 도착.
오던 날 : 제주항 4일 오후7시출발 - 인천항 5일 오전8시15분 도착.

성판악(09:20)-진달래밭 대피소-한라산정상(13:00)-관음사주차장(4:30)

아름다운 한라산~!
해발 1,950m로 은하수를 당길만큼 높은곳에 있다해서 붙혀진 이름이래요.
정상엔 신비로운 분화구 백록담이 있으며 봄에는 진달래,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경이 아름답다고 해요.
여름에 본 한라산은 때묻지않은 자연림에 너무도 아름다운
거대한 분재밭처럼 제겐 숨이 막힐듯 그렇게 보였어요.

내게도 이런 행운이 올줄이야~
너무도 좋아 오십소녀 방방;; 뛰어요.
3일 금요일 오후6시,연안부두 터미널에 모인 일행은 다섯명
어릴적 소풍갈때 처럼 부풀은 맘은 수그러들줄 모르고,,,

터미널엔 많은 산행객들이 있었어요.
그 속엔 평소 제가 존경하는 대장님이 한분 계셨는데
제 깜짝출연에 어안이 벙벙하신 표정으로 헉; 놀라시며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야 마당발아냐~" 이러시는거에요.
웃으면서 전, 속으로 이랬죠,
"산소녀 집에서 맨날 밥만 하는줄 아십니까"

오하마나호 출항시간 7시.
거대한 배에 줄지어 오르니 오메;; 배안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네요.
출항과 함께 배정받은 숙소를 찾으니 여덟명이 함께 잘수있는
얌전한 이층 미니 침대방으로 저는 아랫층이었어요.
배표에 의하여 일행이 분산되어 다른분과 방 바꾸기를 하였지요.
배낭을 내려놓고 이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 반짝바짝 윤기나는
식판에 요것조것 담아 맛있는 저녁밥을 먹었어요.

이곳에서 얼마전 제 발목에 침을 놔 주시던 우리동네 한의원 선생님 부부를 뵈었는데
하얀까운 입었을때와 차림이 달라 긴가민가 했다가 인사를 드리고 많이 반가웠지요.

어두워지는 갑판위에서 즐거운 여행객 속에 하나가 되어 월미도는 점점 멀어져가고~
어찌나 큰배인지 전혀 움직임이없네요. 배는 분명 떠나건만 그자리 그대로 있는것같애요.
우리집 마루에 서있는것 같애요. 이럴줄 알았으면 멀미약 미리 안 사먹는건데,
큰배 움직이느라 시커먼 연기가 월미도 하늘까지 줄닿아도 이마저 아름다웠어요.
18세 소녀 맘으로 한참을 서성이다 보니 남편도 생각나고 애들도 생각나고요.

휴식후 이벤트홀에서 등산에 대한 강의를 한다는 방송이 나왔는데 갑판위서 감상놀음 하다

우리일행 막 뛰어 올라가니 도대체 문이 어딘지 여길밀어도 저길밀어도 안 열리는거에요.

바람은 우릴 밀어 부칠라하고, 정문을 놔두고 이곳저곳 밀다가 하필이면 강의를 하고있던
무대석 앞문을 확;; 밀치고 튕겨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으니,,,ㅋㅋ
강의는 당연히 중단, 앉아있던 분들의 시선집중,어이없는 웃음,,ㅉㅉ. 윽;;챙피.
우찌 이런일이,,,ㅠㅠ

배낭 멜때부터 붕 들떠있던 가슴이 사그라들 즈음~
일행들끼리 음악에 취하는 밤 소리를 뒤로하고
우린 내려와 내일 산행을 위해 선상 침대에 고단한 몸을 눕혔어요.

4일 새벽,
집에서 잠을 잔듯한 곤한 잠을 자고 일어나
추자도 쯤에서의 일출은 구름이끼어 한뼘은 올라온 햇님을 맞이했어요.
엄마 산에갈때 부탁하는 딸내미 말들어 좋은 남친 생겨주라고 기원했지요 ㅎㅎ
8시 넘어 배는 제주항에 닻을 내리고 대기하던 버스는 우릴 성판악에 내려주네요.
나눠주는 도시락이랑 물을 챙겨넣고 완만한 계단길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아~ 여기 이길이 이렇게 생겼구나~
4년전인가, 청주사는 동생네랑 우리부부랑 날 좋은날 오르자고 5박6일간의 일정으로
제주엘 왔었는데 그땐 길도 하얗고, 나무도 하얗고 산이 온통 하얘서 푸른빛은 볼수가없었고

일주일 동안 내린 폭설로 우리가 산행하는날 삼십명의 산행팀이

럿셀을 하고서야 우릴 올려 보냈는데,그때 보았던 설경은 잊을수가없지요.
(그때 성판악-성판악.10시간 산행후 퉁퉁 부었던 발은 결국 집에와서 애끼발톱이 빠졌죠)

날렵하게 오르시던 사레와 사장님이 제 기억자 스틱을 보시더니
일자형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네요. "그렇군요" 대답하며

으음,,내년 생일엔 요걸 선물 해달라 하면 되겠다 생각했죠,ㅋㅋ
근데 언제 음력 5월까지 기두르나~ ㅠㅠ

제주엔 산죽들이 참 많네요.
사라악 약수에서 한라 물맛으로 목도 축이고
진달래 대피소에 이르니 앞서간 날쌘언니들 저를 기다리네요.
전날 굳지말라구 물 축이며 푹 쪄 갖고간 현미 가래떡을 꺼냈더니
영양가있는건 잘도 아시지, 아주 좋아하시네요.
무거운데 진작에 나눠주지 그랬냐며,,

점점 힘들어지고,,한쉼 쉬고,,, 또 쉬고,,
주변의 나무들 한번 바라보면 힘이나고 어느새 정상이보여요.
울긋불긋 많은 사람들이 다 모였어요.
아~ 나도 여기서 물을 보네~!
이 높은 꼭대기에 파아란 물이 고여있는 백록담이 참으로 신비스러워요.
빙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는데 한기가 느껴지네요.

1시30분.
삼십여분을 그렇게 머물고 깔끔한 나무판길 관음사 하산로 로 접어 들었어요.
눈에서 뗄수없는 고사목과 구상나무의 분재밭 연출!
아~ 이렇게 멋진곳을 왜 저렇게 빠르게 가야할까,
뱁새 어차피 황새다리 못 쫒아가니 뒷꽁무니에 더욱 쳐지네요.
비행기를 탄듯 현기증이 날 지경으로 웅장하고 장엄한 산.
다만 길이 너무 급경사라서 한참동안 진땀을 빼야하는곳,

한시간쯤인가 내려오니 졸졸 흐르는 개울도 나오고요,
대피소 두곳이 나오는데 무인대피소라 하네요.
이제 편편한 길기도 한 하산길,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산님들이 나무평상 위에서 많이들 쉬시네요.
한켠에 샤워장이 보이는데 실제로 사용하기는 제주의 물이 부족한가 보더군요.
제주의 돌을 하루종일 많이두 밟고 다닌 오늘산행을 마감했어요.
4시30분, 산행 일곱시간.

5시까지 하산하라 했는데
앞에서 이끌어 주신분들 덕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도착,
뒤늦게 도착하신 산님들을 태우고 버스는 제주항으로 떠납니다.
저녁 7시, 오하마나호는 다시 우리를 태우고 인천으로 뱃고동을 울리네요.
불켜진 제주항을 밀어내며~

어두워진 바다는 물도 시커멓게 보이고
배가 가는게아니라 거대한 바닷물이 흘러가는듯 보이네요.
고단할줄 알았는데~ 올땐 산행의 기쁨이 피로를 몰고 갔나봐요.
고마운 이들이 건네주는 시원한 맥주도 한잔 마셔보구요.
잠자리로 돌아와 산행의 뒷기분을 접어요.

5일 새벽.
하늘에 별들이 예쁘다며 날씬한 언니 잠도없이 돌아다니며 잠 다아~ 깨워놔요.
어제 그렇게 산을 타고도 아직도 힘이남아 갑판위에서 운동을 하는언냐.
내 종아리는 아퍼서 엊 저녁밥 먹으러 올라갈때 죽을 맛 이었는디,,
구름속 일출은 빠알간 알몸을 구름위에 동그랗게 올려놓네요.

인천이 가까워오는 갑판위에서 불어오는 싱그런 바람을 맞으며
내내 좋은날씨를 주심에 감사하고 이런 여행도 참 좋구나~ 생각케했어요.
꼭 산행이 아니더라도 인천-제주간의 크루즈 여행을 제 친구들이랑 
애들아빠 친구분들과도 함께 해봐야겠단 생각을 하며 아쉬운 작별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