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게시판에서 퍼왔읍니다

9월5일의 인수봉 사고와 위험한 릿지꾼들
*** 9월5일에 있었던 인수봉의 등반사고 내용입니다.


이마운틴 게시판에 올라있는 유학재 님의 글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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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의 집중등반을 마치고 일요일 아침에 늦은 기상이다.
간 만에 긴 시간의 등반을 하느라 온몸이 욱신거린다.
이미 같이 등반을 한 박형은 새벽에 일어나 동문들을 깨워서 또 등반에 나섰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다.
잠을 안자고 5일 동안 550킬러를 달린 철마다. 내 체력으로는 그를 당해 낼 재간이 없는 것 같다.

몆년만에 모인 산악 동지들과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긴 회포를 푸는 것처럼 모두 각자의 장비를 챙겨 다시 인수로 올라간다.

어쩌다 안전벨트를 안 가져 온 성훈형이 캠프를 지키기로 하고 올라 갔다 오기로 했지만 선배를 두고 가는 것이 영 꺼림칙하고 미안하다
우리 일행은 대슬랩 앞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코스를 정하지 못하고 잠시 시간을 보낸다.
등반 코스에 많은 팀들이 모여 있기에 쉽사리 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왕고참 선배가 쉬운 코스를 택하자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취너드b 스타트 지점으로 이동하였다.
조를 갈라 등반을 할 코스를 대충 정하고 후배들이 먼저 등반을 하러 바위 밑으로 갔다.

선배와 나는 뒤에 남아 벨트를 차며 기다리는데 바로 옆에서 추락하는 소리와 동시에 구조대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근처에 있던 나는 미처 암벽 장비를 챙기지도 못하고 사고 지점으로 달려갔다.

약 15m 위에 거꾸로 매달린 채 아무 미동도 없다
영 느낌이 안 좋다.
이미 피가 내가 서있는 앞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나는 다시 내 짐 있는 곳으로 가 로프와 장비를 챙기고 후배들을 데리고 다시 달려갔다.

제발 살아다오! 외침은 공염불이 안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취너드a 지점에서 하강을 하고 있는 다른 팀의 로프를 빌어 추락하는 지점 근처 까지 간 다음 다시 내 로프로 올라갔다.
추락자의 3미터 밑까지 접근하여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였는데, 환자는 이미 머리에 큰 충격으로 미동을 하지 않은 체 많은 피를 흘리며 그냥 로프에 매달려 있다. 사고자는 여성으로 추정된다.

후배 한명을 더 올리고 구조대가 안전하게 구조를 할 수 있도록 확보를 하는 것이 급선무 인 것 같아 확보 지점을 찾아 보았지만 마땅하게 할 만한 곳이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내 앞에 불완전한 크랙에 4호짜리 후렌드를 하나 박았지만 많은 사람이 매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시 억지로 4호를 하나 더 밀어 놓고 후배에게 사고자 우측에 더 보강하도록 하였지만 거기도 한 개만 제대로 박히고 한 개는 내가 한 것처럼 불안정하단다.

두개의 확보 지점으로 로프를 끌어 올려 반으로 나누어 각자가 독립된 로프로 만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경찰 구조대 김 대장을 비롯하여 대원들이 출동하였다.
이제는 이들 구조대가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사고자를 구조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를 논의하였고 처음에는 야전 들것으로 내리려고 했지만 지형상 들것을 내려놓을 상황이 아니라 그냥 내리기로 해서 조금씩 조금씩 들어 내린다.

몸을 움직일 때 마다 그의 머리에서는 더욱 진한 피를 쏟아 내고 있다. 이미 환자는 절명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사고자를 내리는 방법에 많은 경험을 가진 구조대원들은 적절한 방안을 찾아내었다.
사고자를 업어 내린다는 것이다. 머리에는 계속 피가 흘러나와 나 역시 만지기가 어려운 마당에 업어 내린다니 정말 상상도 못할 이야기였다.

역시 경찰 구조대는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진다.
또 한명의 구조 대원이 약품 상자를 들고 올라와 지혈을 하고 머리를 묶는다.

수직의 바위에서 매달린 사람은 총 5명, 한명은 사고자의 로프를 붙잡고 나머지는 지혈을 하느라 무지 애를 먹는다.
너무 큰 상처 부위에 피는 계속 흘러내리고 붕대를 몇 개째 사용을 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확보물이 안전한지 물어 온다.
안전하지는 않지만 충격이 가지 않는 한 괜찮을 것 같다고 하니 그 구조대원은 내 말을 믿어준다.

불안정한 확보물이지만 그것을 믿고 내려간다는 그가 고맙기만 하다.
그들 구조 대원들은 그러면서도 연신 사고자에게 저 세상에 갈 때 편안하게 가라며 정성스럽게 사고자를 업는다.
“이제는 땅으로 내려가니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세요” 몇 번인가 이 말을 되새기며 그는 사고자를 업고 내려간다.

나와 내 후배는 뒷마무리를 위해 마지막에 내려갔다.

들것에 사고자를 옮겨서 편안히 누운 다음 헬기가 올 수 있는 장소로 들것을 옮긴다
여기까지 구조대의 할일은 끝났단다. 이제 헬기만 오면 된단다.
갑자기 목이 메인다. 목이 말라 메인 것인지 가슴이 아파서 그런 것인지 마른 갈증만 일어난다.
구조대나 나나 모두 사고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모두 자기 일처럼 슬퍼한다.

담배를 안 피우던 김대장도 담배를 얻어 피워 문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며...
좀더 안전한 등반을 했으면 모두들 웃고 있을건데 하면서…..
나 역시 몹시 슬프다 그리고 억울하다.
이제서야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왜 이런 안 좋은 상황을 만나야 하는지를
업고 내려온 구조 대원은 웃통을 벗었다.
아마 옷에 피가 많이 묻었을 것이다
나도 내려오니 팔과 다리 신발등 묻어있는 것을 알았다.
대충 수통에 있는 물로 닦아 내고 서로들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헤어진다.

그날 우리는 등반을 포기하고 캠프로 돌아 왔다 그리고 일찍 하산을 했다.
산에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북한산을 찾는 많은 탐방객을 위해 그들은 24시간 쉬지 않고 대기 중이다
헬기를 띄워보내고 다른 곳으로 우리의 안전을 위해 총총히 사라진다
내 비록 구조에 참여 하여 도와 주었지만 그들은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할 뿐이다
비록 사고자의 생명은 지키지 못했지만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경찰이 있기에 북한산과 인수봉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서울에는 두 군데의 경찰 구조대가 상주 한다
도봉산 하나가 있고 북한산에 또 하나가 있다

이 두 곳을 찾는 인구 연 400만을 웃돈다고 한다
한곳에 상주하는 대원이 대장을 포함 12명이란다 그 적은 인원으로 우리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이 이제는 존경스럽다.

묵묵히 오지에서 자기 일에 열심히 하는 그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돌아가신 악우에게 조의를 표한다
다시는 똑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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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까페 "아이더월드"에서 푸른하늘 님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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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수봉 사고"


오늘 아침, 밤새 마신 술에 머리가 지끈거릴 즈음 구조대를 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인수봉에서 들려온다.

사고가 난 모양이다.

황급히 구조대원들이 뛰어 올라가는 것을 보고 하산 길에 올랐다. 인수산장을 지나 하루재에 오르니 구조대원들의 주황색 옷이 바위에 붙어 있는 게 보인다.

멀리서 보니 벗길 같은데 등반자는 사망한 것 같다. 왜냐하면 추락거리가 20미터는 되어 보이는데, 벗길을 가본 등반자는 거기에 넓은 스텐스가 있는 것을 알 것이다. 추락자가 그곳을 지나갔으니 분명 그 스텐스에 충돌했을 거고 그럼 살아있기는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주황색 옷 위로 하얀 옷이 보인다. 그 하얀 옷이 확보자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선등자는 왜 60미터를 추락했을까. 그 길은 볼트가 박혀있는 길인데, 볼트가 뽑혔나?

도선사주차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선등자가 추락하며 확보자와 충돌하였다고 한다.

이 사고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선등자가 쌍볼트를 출발해서 첫 확보물에 도착하기 전에 추락을 하였고, 추락하면서 확보자와 충돌하여 확보자가 확보에 실패하며 로프 60미터가 다 풀려 나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선등자는 긴 머리에 염색을 하였다고 하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모르겠다.

선등자의 몫........ 그것은 죽음을 넘어선다.


2. "위험한 릿지꾼들"


주말이면 헬기가 바쁠 정도로 사고가 많이 난다. 특히 겁없는 막강 특공대처럼 릿지등반을 하는 까마귀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가로 저어진다.

후배의 말에 의하면 토요일에 인수 정상에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 동호회로 보이는 십 명 정도의 사람들이 고독길로 등반을 하여 올랐는데 그들의 반이 안전벨트가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안전벨트가 있는 5명이 하강을 한 후 벨트를 끌어 올려 나머지 5명이 하강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하강 피톤에 확보도 없이 손으로 피톤을 잡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한다.

무슨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추락사고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야간등반을 제재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인수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 생각한다.
야간등반에 대한 나의 생각은 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간등반은 클라이머의 객기가 아니라 훈련이기 때문이다.

관리공단 관계자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탁상 편의주의는 범법자만 양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