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큰새골~칠선봉~영신대~한신계곡

1:25,000지형도=대성

2004년 9월5일 일요일  맑음(11~19도)  일출몰06:04~18:50

코스: 백무동주차장11:20<1.8km>큰새골초입12:10<4.0km>칠선봉15:20<2.0km>영신대16:20<1.5km>한신계곡초입17:00<6.5km>백무동19:10

[도상15.8km/7시간 반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지리산 주능선상의 칠선봉(1558m)은 일곱명의 선녀가 노닐기엔 충분한 기암괴봉들과, 남북으로 각기 다른 네 개의 커다란 계곡(큰새골, 작은새골, 큰세개골, 작은세개골)을 거느리고 있다.

칠선봉   칠선봉
 

그 중에서도 북쪽 함양군 마천면의 큰새골은, 칠선봉 북쪽 지능선인 곧은재능선 뒤편의 지그재그 형태의 작은새골에 비해, 길이나 아기자기한 맛에선 뒤떨어진다.

그러나, 거의 직선으로 흘러내린 탁트인 장쾌함이라든가 , 웅장하리만큼의 아름다움은 여느계곡에 견줄 바 못된다.

비경의 큰새골 상단     비경의 큰새골 상단
 

큰새골을 주파하여 일단 주능선에 올라서 맞닥뜨리는 칠선봉에서 영신봉(1651.9m)까지 이어지는 암릉구간은, 육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리산 주능선코스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암봉들로 이루어졌다.

영신봉에서 본 천왕봉과 하봉    영신봉에서 본 천왕봉과 하봉
 

영신대를 들러보고 영신봉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천왕봉이 지척에 있고, 서쪽으론 반야봉은 물론 종석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을 끝까지 조망할 수 있는 영신봉은 지리산 최고의 전망대라 할 수 있다.

영신봉에서의 반야봉   영신봉에서의 반야봉 
 

후반부의 한신계곡은 계절과는 상관없이 유산객이 많이 찾아드는 탐방로다.

사통팔달의 세석산장을 경유하는 이 코스는, 당일코스의 원점회귀산행에선 피해갈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사통팔달의 세석산장    사통팔달의 세석산장
 

이번 코스의 큰새골을 비롯한 한신계곡과 작은새골 물들은 백무동계곡으로 모아져서 지리산 북쪽의 거의 모든 물들이 흘러드는 임천강따라 경호강~낙동강으로 해서 남해바다로 빠진다.

한신계곡의 도도한 물길    한신계곡의 도도한 물길
 

가는길: 백무동매표소를 통과하면 하동바위 갈림길에[장터목5.8km/세석6.5km]이정표가 있어 장터목에서 1.5km만 더 가면 천왕봉에 당도할 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세석쪽으로 1.5km만 직진해, 구조목 [11-03]에서 계곡을 건너면 큰새골 초입이다.

처음부터 비경은 연출되고...    처음부터 비경은 연출되고...
 

등로는 제법 뚜렷하게 오른쪽 산자락을 끼고 돌아간다. 반시간쯤 진행하면 계곡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처음부터 큰새골의 비경은 연출되기 시작한다.

울창한 수림속의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상류로부터 굴러 내려온 커다란 너덜속으로 계류가 사라져도 십분이상 오른다.

계류가 사라진 너덜지역    계류가 사라진 너덜지역
 

너덜지역을 벗어나, 수많은 폭포들을 돌고 돌아 계속해서 올라가면 다시한번 물길은 너덜속으로 사라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계곡 왼쪽으로 산길은 열려 있었고 주능선으로 올라서는 길이 뚜렷했었지만, 지금은 아예 길찾기는 포기를 해야 시간절약에 도움이 된다.

계속되는 연폭의 계류    계속되는 연폭의 계류
 

너덜밭에는 바로 곁의 돌틈새로 옥류가 흘러 쉬어가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다.

여기서 한차례 된비알을 치오르면 100m가 넘는 협곡 사이로 계곡수는 흘러내리고, 그 지역을 우회하여 와폭따라 절벽위로 올라서면 이끼가 붙어있는 원시성 폭포가 반긴다.

땀흘린 보람을 주는 아름다운 폭포    땀흘린 보람을 주는 아름다운 폭포
 

넓은 암반으로 형성된 이 곳에 서면 힘겹게 몰아친 큰새골의 후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저멀리 삼정산능선의 하늘금도 볼 수가 있다.

다래 넝쿨을 잡고 언덕배기 하나 넘어서 투명한 햇살아래 포말을 날리는 작은 폭포를 지나 틈새를 비집고 올라서면, 또 다시 너덜속으로 물살은 사라지는데, 처음으로 하늘길이 열리고 꼭지점엔 칠선봉이 두둥실 떠 있다.

또 다른 원시폭포    또 다른 원시폭포
 

너덜이 서서히 잘아지면서 물걱정을 할 즈음, 암반위로 질척거리는 표피수는 살아나고,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장대한 곰보투성이의 통바위 위로 계곡수가 흘러내리는데, 수량이 적어서인지 갈갈이 찢어지고 부서져 내린 와폭위로 무성한 이끼식물이 자라서, 뱀사골의 이끼폭포와는 또 다른 감동으로 와 닿는다.

큰새골의 하이라이트    큰새골의 하이라이트
 

폭포랄 것까지는 없지만, 만약에 수량 풍부한 날에 이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우회로가 필요없는 큰새골 최대의 비경지대 마지막 지점에는 흡사 오줌발같은 폭포가 흘러내려 또다른 볼거릴 제공한다. 산사태지역이 나타나면서 등로는 계곡을 벗어난다.

큰새골 최후의 비경    큰새골 최후의 비경
 

칠선봉 안부로 올라서면 반대편 대성골쪽으로 깊게 패어져 나간 작은세개골의 전모가 드러나고, 영신봉 아래 영신대가 마주보인다.

영신대는 영신봉 오름길 직전 안부에서 오른쪽 숲속으로 십오분정도 진행하면 커다란 절벽아래 자그마한 기도처가 있고 마당도 있다.

영신대가 있는 암벽지대   영신대가 있는 암벽지대 
 

영신봉 오름길은 급준하긴 해도 절벽틈새로 계단길을 설치해서 수월하게 전망바위로 올라설 수 있다.

여기선 반야봉까지의 주능선은 물론 남부능선과 발치아래의 큰세개골이 일목요연하다. 이정표에서 정상 돌부리에 서면 천왕봉 뒤편의 하봉과 칠선계곡이 뚜렷하다.

영신봉 정상...! 오른쪽이 촛대봉    영신봉 정상...! 오른쪽이 촛대봉
 

세석산장에서 한신계곡 가는길엔 백무동까진 6.5km를 가야하며, 2km하부지점까진 급경사와 너덜로 형성되어 미끄러우니 산행시 유의하시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그러나 한신계곡길은 불과 2년여만에 너무도 많이 변했다. 코스도 변형되었고, 수많은 시설물은 뱀사골을 닮아가고 있다.

세석에서 한신으로...    세석에서 한신으로...
 

산행후기: 작년 여름에 빗줄기 속에서 중도에 하산한 적이 있는 큰새골을 다시 찾아드니 감회가 새롭다.

일행들 중에선 곧은재 능선 직등길을 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작은새골로 올라 오공능선을 타겠다는 분들도 있어, 정해진 시간내로 들어올 것을 당부하고 그들을 먼저 떠나 보냈다.

큰새골의 큰용담    큰새골의 큰용담
 

그 동안에 등산로도 많이 변했다. 초반부 오름길이 새로 하나 생겼는가 하면 계곡따라 올라가던 산길은 사라져서 그 길 찾느라 애꿎은 시간만 낭비했다.

그냥 계곡따라 쭉 올라가기만 하면 될 것을 일기불순에 대비한 우회로 찾아보느라, 불과 4km의 계곡을 세시간을 경과해서야 칠선봉에 올라섰다.

큰새골 상단의 물봉선화     큰새골 상단의 노랑물봉선화
 

오늘의 진행코스중에선 후반부의 이끼 더덕더덕 붙은 통바위 와폭이 압권이었는데, 노약자 혼성팀인데도 걱정과는 달리 무리없이 진행할 수가 있었다.

날씨도 쾌청해서 지리 주능선상에서의 조망은,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을 그림이 너무도 생생하다.

하이라이트 지점의 참당귀    하이라이트 지점의 참당귀
 

작년 시월 큰세개골 최상단에서 영신대를 간다는 게, 정보부족으로 남부능선 절벽지대로 올라 죽을 고생 했었는데, 오늘은 수월하게 찾아들어, 지리산 서남부의 대성골을 비롯한 지능지곡들을 마음껏 조망할 수가 있어 좋았다.

그러나, 정작 기대가 컸던 영신대는, 커다란 절벽아래 둥근 돌맹이 몇 개 모셔놓은 치성단에 불과해, 저으기 실망을 하기도 했다.

주능선을 장악한 투구꽃    주능선을 장악한 투구꽃
 

그러나 바로 곁의 또 다른 돌탑 아래로 큰세개골의 발원샘을 발견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 또한 끝까지 행동을 함께 한 산친구를 새로 사귀게 된 것도 내게는 커다란 기쁨이다.

젊은 그는 인터넷상에서 알 게 된 나와 함께 산행하기 위해 인터벌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면서, 기회 닿는데로 독도법도 배우겠단다.

영신대의 수리취 꽃망울  영신대의 수리취 꽃망울 
 

초가을의 등산로는 야생화 천국이었다. 큰새골엔 단순하면서도 청초한 바위떡풀꽃이 계속 따라 다녔고, 하이라이트 지점엔 좀체로 보기힘든 참당귀꽃이 지천이었다.

주능선길엔 새파란 투구꽃이 전 등산로를 장악했고, 영신봉 정상엔 산오이풀이 잔디처럼 깔렸는가 하면 구절초라든가 쑥부쟁이는 무리 지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영신봉의 산오이풀 군락    영신봉의 산오이풀 군락
 

상층부를 노랑물봉선화로 덧칠한 큰새골은 산수국으로 도배를 한, 작은새골과는 전혀 색다른 감흥으로 와 닿았다.

야생화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던 큰세개골과 작은세개골이 연상되면서 칠선봉을 두고 남과 북의 생태계가 무척 다르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바위떡풀    바위떡풀
 

영신봉에서의 감흥, 그 감동은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

역광속에 실루엣으로 여성의 곡선미를 그리며 하늘금을 그은 반야봉, 연하봉과 제석봉 사이 안부로 중산리쪽에서 올라온 안개구름이, 폭포수처럼 마천쪽으로 스멀스멀 넘어가는 광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영신봉의 산구절초    영신봉의 산구절초
 

한신계곡길은 새로운 다리가 가설 되면서 등산로가 이년전과는 참 많이도 변해서 전혀 낯선 길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가내소폭포를 지나쳐 언덕길을 내려오다가 땡벌에 쏘인 봉침은, 허리춤을 큰 방망이로 한 대 두들겨 맞은듯이 충격이 컸는데, 마침 가져간 상비약으로 일행 두명을 더 가료해 줄 수가 있었다.

세석고원의 쑥부쟁이    세석고원의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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