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눈은 왔어도 멋진 설화는 없었네...


 


□ 일     시 : 2004. 2. 1 (일) 08:30 ∼ 17:00


□ 지     역 : 중산리매표소∼천왕봉∼세석대피소∼한신계곡∼백무동매표소


□ 산 행 자 : 나홀로


□ 날     씨 : 구름많고 전반적으로 흐림


□ 산행코스


○ 05:40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 출발(→진주 6,000원)


○ 07:05 진주도착후 중산리출발(3,800원)


○ 08:30 중산리매표소(요금 1,600원) 출발(산행시작)


○ 08:55 칼바위


○ 09:45 망바위


○ 10:10 로타리대피소


○ 11:20 개선문


○ 11:50 천왕봉 정상(12:00 출발)


○ 12:40 장터목대피소(식사후 13:00 출발)


○ 14:00 촛대봉


○ 14:10 세석대피소


○ 14:30 백무동으로 하산(→한신계곡)


○ 15:45 한신폭포


○ 16:00 오층폭포


○ 16:15 가내소폭포


○ 16:35 첫나들이폭포


○ 17:00 백무동매표소 도착(하산완료)


○ 17:30 백무동출발(→함양 2,700원)


○ 18:45 함양출발(→부산 10,600원)


○ 21:30 부산 도착


○ 22:00 집 도착


□ 산행거리 : 17㎞


○ 중산리매표소(1.3㎞)→칼바위(1.1㎞)→망바위(1.0㎞)→로타리대피소(1.2㎞)→개선문(0.8㎞) →천왕봉정상(1.7㎞)→장터목대피소(3.4㎞)→세석대피소(2.8㎞)→한신폭포(0.7㎞)→ 오층폭포(0.3㎞)→가내소폭포(0.8㎞)→첫나들이폭포(1.9㎞)→백무동매표소(하산완료)


□ 준 비 물


배낭(45ℓ), 배낭카바, 모자, 스틱 2개, 장갑, 우의, 여벌옷, 김밥 1인분, 생수(500㎖ 3개), 온수1통, 아이젠, 스패츠, 카메라, 선글라스, 헤드랜턴, 손전등, 여유 건전지, 사과 2개, 자유시간 2개, 연양갱 2개, 상비약, 수건, 손수건, 화장지외 기타 소품 등


□ 소요시간 : 8시간 30분(휴식·식사시간 포함)


 


□ 산행후기


 이번 겨울에는 거의 눈이 안오다가 영남의 남쪽지방을 제외하고는 몇주전부터 눈이 많이와 겨울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말마다 생긴다. 지리산도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데 어느 산행기의 사진을 보니 설화가 너무 멋져 또다시 지리산을 찾았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며칠전의 포근한 날씨로 눈의 일부가 녹아 눈은 많이 왔으나 아름다운 설화는 구경할수 없었다.


 부산에서 당일 지리산을 갔다올려면 제일 가까운 곳이 천왕봉이라 자주 찾는곳이긴 하지만 차 시간과 맞추려면 아무래도 아침일찍 서둘러야 넉넉하게 갔다올수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 40분 진주행 첫차를 타고 눈을 잠깐 붙이다보니 어느새 진주에 도착한다.


 중산리행 첫차가 예전에는 7시 5분이었는데 배차시간을 보니 아침 6시 20분이 첫차로 되어있었다. 어차피 부산에서 당일날은 이용하지 못할 시간이다. 중산리 버스정류소에 내리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날씨가 많이 풀렸나 보다. 버스정류소에서 매표소까지의 얼마안되는 거리가 오늘 유달리 멀게 느껴지고 몸이 무겁다. 날씨가 갑자기 풀려서 몸과 마음도 풀어졌는게 아닌지...


◈ 중산리매표소 08:30 출발



우천 허만수선생의 추모비가 외롭게 서있는 칼바위쪽 들머리


 


 매표소에서부터 자켓은 벗어 배낭안에 넣고 산행을 시작한다. 아직 시기적으로는 겨울이나 몸으로 느끼는 날씨는 봄이나 다름없다. 덕유산이나 민주지산, 치악산 등은 등산로 초입부터 눈길의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상쾌한 기분으로 산행을 할수있는데 중산리 들머리는 돌부리에 등산화를 의지하면서 그냥 밋밋하게 올라간다.


 겨울 날씨치고는 덥다. 땀을 연신 흘리면서 올라가니 힘이 날리 없다. 칼바위쯤 오자 벌써 쉬고싶은 마음이 꿀떡같다. 목마름에 물만 계속 마시면서 한발한발 올라가니 진도도 안나가고 억지로 올라가는 것 같다. 망바위에 올라서니 찬바람이 분다. 차가우면서도 여간 시원한게 아니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지나 가파른 등로를 아이젠없이 계속 올라간다. 없던 구름이 조금씩 몰려온다.


 숲속에는 황량한 나뭇가지와 잔설만 남아 썰렁하기까지 하다. 가뿐숨을 헐떡이며 공터(헬기장)에 올라서니 법계사와 대피소가 보이고 몇사람이 쉬고 있다. 평소 바람이 심하여 상당히 추운곳인데 오늘의 바람은 신선하다고나할까 아무튼 추위를 느끼지 못하겠다.



로타리대피소와 법계사가 보이는 능선 헬기장


 


◈ 로타리대피소 10:10 도착, 10분휴식후 10:20 출발


 뜸하던 등산객이 로타리대피소에 오니 조금은 시끌벅적하다. 지난 12월달과 마찬가지로 샘터의 물은 얼어붙어 고드름만 주렁주렁 달려있다. 겨울에 등산하는 분들은 생수를 넉넉하게 준비해야 될성싶다. 이제는 빙판길도 보이고 등로에는 잔설도 남아 아이젠을 착용하는 사람도 더러 보이지만 그냥 올라간다.


 여전히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지고 개선문까지 쉬지않고 올라가서야 호흡 조절해 본다. 개선문에서는 바로 뒤편에 암벽을 통하여 올라가는 길이 있어 너도나도 아이젠을 착용한다. 이제 조금씩 바람도 차갑고해서 자켓을 꺼내입는다. 정상 500여m 남겨놓고 계단을 지나 마지막 안부에 올라선다.


 평소에는 저 멀리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깨알같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대체적으로 한가한 편이다. 얼어붙은 천왕샘을 지나 마지막 300m의 계단길과 가파른 너덜길을 온 힘을 모아 10여분 호흡 조절하며 오르니 그래도 정상주변에는 제법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산 정상을 오른자만이 느낄수있는 희열을 맞보고 있었다.


◈ 천왕봉 정상 11:50 도착, 10분휴식후 12:00 출발


  '지리산 천왕봉(앞),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뒤)'



천왕봉 정상(항상 등산객들로 붐비나 오늘은 한가하다) 


 



제석봉(좌-멀리 촛대봉, 중간 우측으로 반야봉과 노고단이 희미하게 보인다)



코앞에 중봉과 뒷편의 하봉(아직 잔설이 남아있다) 


 


 언제나 오고싶고 하산하면 또 오고싶은 곳이 천왕봉이 아닌가... 아주 반가웠다. 올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든다. 정상의 날씨는 생각보다는 춥지않았다. 견딜만 하였다. 정상 주변의 설경은 거의 볼수없을 정도로 눈이 많이 녹아 약간은 실망이다.


 구름이 계속 몰려오지만 저 멀리 노고단에서부터 반야봉까지가 눈에 들어오고 중봉과 하봉이 지척이다. 천왕봉의 표지석과 수인사하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장터목대피소쪽 길은 가파른 바윗길이 얼어서 제법 미끄럽기 때문에 내려가는데 조심스럽다. 통천문을 통과하고 몇 번의 능선 오르내리막을 반복하니 이어 제석봉이 나오고 바로 아래로 죽 내려가면 장터목대피소가 나온다.


◈ 장터목대피소 12:40 도착, 식사후 13:00 출발



장터목대피소


 


 장터목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나 오늘은 한가하다. 따뜻한 컵라면(1,500원)에 김밥을 넣어 말아먹는 그 맛은 먹어본자만이 알리라... 얼마되지않은 등산객 대부분은 중산리로 하산을 서두르나 나는 세석으로 방향을 돌렸다. 겨울을 시샘하여 봄이 벌써 온걸까... 바람이 없을때는 겨울날씨 치고는 상당히 포근하다.


 


연하봉



연하봉에서 촛대봉 가는길(멀리 좌측에 촛대봉이 보인다)


 


 연하봉을 지나면서 올려보는 제석봉과 천왕봉의 고도는 100여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눈으로 보는 봉우리의 차이는 상당하다. 연하봉의 기묘한 봉우리들이 주변 숲속의 눈밭과 조화를 이뤄 한폭의 그림같다. 연하봉의 능선을 통과하고 약간의 오르내리막을 지나는동안 오고가는 등산객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다.



촛대봉(가스가 자욱하여 주변이 희미하다)


 



적막감속에 묻혀있는 세석대피소


 



한신계곡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안내표지판


 


따뜻한 날씨 덕분으로 설화는 다 녹아버렸고 등산로와 숲속만 눈밭에 묻혀 있었다. 촛대봉엘 다가오니 짙은 안개와 가스가 몰려오더니 촛대봉위에서 보는 천왕봉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가까이 있는 세석대피소 조차도 짙은 안개와 가스로 보이질 않는다.


◈ 세석대피소 14:10 도착, 10분휴식후 14:20 출발


 세석대피소에서는 전후 사방팔방 길이 열려있다. 오던길로 가면 천왕봉이 나오고 서쪽으로는 벽소령, 남쪽으로는 거림,청학동,쌍계사,대성마을 등 탈출로가 이어져있으며 북쪽으로는 오늘 가야할 한신계곡의 백무동이 나온다. 전방위로 펼쳐있다. 단지 이 시간에는 차편이 안맞아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밖에 없다.


◈ 백무동(→한신계곡)으로 14:30 하산


 한신계곡은 여러개의 폭포가 구간별로 이어져있는 폭포의 왕국이라 할수있는데 여름에 수량이 풍부할때는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들머리엔 등산로가 험하다는 알림판이 있고 곧 바로 내려가니 급경사가 이어진다.


 여기는 음지라서 그런지 등산로뿐만 아니라 숲속에도 깊은 눈이 쌓여 시야를 밝게 해준다. 험한 길이라더니 계속 급경사 길을 내려간다. 오르내리는 등산로에는 오직 나밖에 없다. 너무 고요하다. 혼자이다보니 암벽을 타고 내려갈때는 특히 조심스럽다. 30여분정도 내려왔는지 처음으로 철계단이 나오고 조금 내려가니 또 철계단이 나온다.


 조용하기만한 숲속길... 무릎까지 오는 눈길이 어느정도 러셀이 되어 너덜길인지 계단길인지 얼른 구분이 안된다. 그저 눈만 밟고 내려올뿐이다. 몇개의 다리를 지난다. 다리를 지난다는 것은 계곡을 건넌다는 말이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철다리와 흔들다리와 나무다리를 건넌다. 계곡의 물은 얼었지만 얼음밑으로 흐르는 물은 바로 거대한 소(沼)다. 무명폭포의 물은 얼어 빙벽이 되어 커다란 고드름을 연상시키는데 계곡의 규모가 어떻는지 짐작할 수 있다.


◈ 한신폭포(905m) 15:45 도착,출발


백무동매표소 3.7㎞, 세석대피소 2.8㎞



한신폭포 표지판(폭포는 좌측 아래편에 위치)


  1시간 15분정도 하산하니 한신폭포 표지판이 나온다. 한신폭포는 좌측 아래 계곡에 있겠지만 어차피 빙벽이 되어있을 것.. 보질않고 그냥 약간 오르막이 나오는 길로 올라가니 쉬기좋은 안부가 나오는데 눈길은 하산하는데도 힘들어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배낭을 내려놓는다. 어깨가 뻐근하다.


 



오층폭포 표지판


 


 한신계곡은 여름에는 계곡 물소리와 숲속의 새 울음소리로 새삼 부러울것이 없는 좋은 휴식처인것 만은 분명하다. 눈이 거의 녹아 흙탕길로 변해버린 너덜길을 내려간다. 계속 15분정도 내려가니 오층폭포(855m) 표지판이 나오고 곧 이어 철다리가 나오고 계곡을 또 건너면서 상류와 하류의 얼음계곡을 구경한다. 온통 얼었다. 저게 따뜻한 날에는 흐르는 물로 장관을 연출하겠지... 계곡을 건너 또 내려간다. 암벽과 너덜길, 물위의 빙판길을 지나고 푹신한 눈길을 지나고 계곡의 다리를 지나니 표지판이 나온다.


◈ 가내소폭포 16:15 도착,출발


백무동매표소 2.7㎞, 세석대피소 3.8㎞



얼어붙은 계곡



가내소폭포가 있는 다리(계곡은 빙벽으로 얼어붙었다)


 


 가내소폭포다. 근데 가내소폭포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계곡 자체가 얼어있으니 저게 폭포인지 흐르는 물이 얼은것인지 짧은 소견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계곡이 웅장하고 깊다는 것이다.


 가내소폭포가 있는 철다리에서 한신지계곡과 갈라진다. 우측 계곡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수많은 이름없는 폭포가 나오고 마지막 종착지인 장터목대피소가 나온다. 한신지계곡이 지금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통제구간으로 이중으로 막아났다. 계곡이 좁아 여름 장마철에는 급류를 이뤄 상당히 위험하다한다.  출입금지구역이다.


◈ 첫나들이폭포(630m) 16:35 도착,출발


백무동매표소 1.9㎞, 가내소폭포 0.8㎞, 세석대피소 4.6㎞



얼어붙은 첫나들이 폭포계곡


 


 800여m의 거리를 철다리를 건너고 계곡을 가로질러 20여분 내려가 나무다리를 또 건너니 첫나들이 폭포 표지판이 나온다. 백무동은 2㎞ 남짓 남았다. 여기서도 폭포가 어디있는지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이제부터 길은 아주 평탄하여 아이젠도 벗어버렸다.


 오솔길 같은 완만한 길을 내려오니 차가 다닐수있을 정도로 길이 넓어진다. 실제 이길은 지난날 대규모 도벌과 벌목에 따라 생겨났던 산판도로였다고 한다. 백무동 야영장이 있는 곳에 오니 하동바위 코스와 갈라지는 길이 나오고 매점 몇 개소에 이어 매표소가 보인다.


◈ 백무동매표소 17:00 도착(하산완료)


 오늘은 거의 사람을 볼수없었는데 지리산은 언제나 찾을 수 있고 또 찾아가는 포근한 어머니같은 산이다. 다음에는 종주를 할려나...


 





▣ 한울타리 - 산노을님의 산행기는 부산에 사는 저에게는 대단히 도움이 될것 같군요.^^ 프린트해서 교과서 삼아 님 가신 곳을 아내와 같이 가고 싶은데...산행초보라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습니다. 만약 세석에서 거림으로 내려오게 되면 부산으로 오는 차편은 어찌 되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 산노을 - 당일 부산에서 출발하여 당일 오실려면 역시 차편이 문제인데 세석에서 거림으로 하산(6킬로)하는데 2시간이나 2시간반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거림에서 진주행 버스가 오후 3시가 막차인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제일 적당한 코스가 세석에서는 한신계곡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백무동에서는 함양가는 버스가 저녁 7시 40분까지 있으니 아침 일찍 서두르면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이 듭니다. 그럼, 사모님과 함께 언제나 즐거운 산행 바랍니다.
▣ 한울타리 - 산노을님의 산행기는 부산에 사는 저에게는 대단히 도움이 될것 같군요.^^ 프린트해서 교과서 삼아 님 가신 곳을 아내와 같이 가고 싶은데...산행초보라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습니다. 만약 세석에서 거림으로 내려오게 되면 부산으로 오는 차편은 어찌 되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 한울타리 - 헉! 댓글이 어찌된건지 2번이나 올려져 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답변... 대단히 감사드리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 뜬구름 - 그날 우연히 같이 중산리행 버스를 탓군요.
▣ 뜬구름 - 댓글이 나도웨이러지?.죄송하구요 혼자서 유유자적 지리산을 즐기시니 보기가 좋아보입니다. 저도 그길로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으로해서 허공다리골로해서 추성리로 인적하나 없는길로 왔습니다.혼자서 즐기시는 산행의 묘미가 와 닿아서 몇자 적었습니다. 즐거운 산행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