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4년 2월 8일 08:00 ~ 13:00(중식포함 5시간)


산행코스 : 우이동 - 소귀천계곡 - 대동문 - 용암문 - 위문 - 백운대 - 산악구조대 - 도선사 - 우이동


산행인원 : Sokong 포함 총 9명


 


예정되어 있던 백운대..


어디로 오를 것인가


모처럼 멀리 제주에서 강병일 소장께서 나오신다니


더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이른 아침 약속장소로 향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눈 후


산행코스는 도선사까지의 아스팔트 도로를 피해 소귀천 계곡으로 오르기로 하였다.


전날 저녁 많지는 않았지만 흩날렸던 눈이 얇게 나마 덮여 있어 계곡의 속살은 더 없이 하얗게 보였고 아침의 맑은 공기와 더불어 상큼함을 더해 주고 있어 산행을 하기엔 참으로 좋은 날씨였다.


두런두런 무리를 지어 오르면서도 끼리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걷는 모습이 참으로 여유롭게 보인다.


그리고 서서히 달구어지는 몸은 자켓을 하나씩 벗게 만들고 두터운 눈길은 조심스레 발길을 옮기게 한다.


능선 길에 비해 계곡 길은 하늘이 닫혀 있어 숲속의 정겨움에 갇혀버리곤 한다.


봄이면 산새들의 지저귐이


여름이면 계곡의 물소리가


가을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바스락거림이


그리고 겨울이면 눈길의 뽀드득 소리가 정겹게 들려 오는 곳


그러기에 산에서는 보이는 것도 좋지만 눈을 감고 있을 때 들려 오는 자연의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씻어 주고 끝없이 광활한 상상력의 나래를 펴게 해주는 것은 아닐는지...


계곡의 끝을 밝고 올라 서면 진달래 능선과 만난다.


여유로움으로 올라 온 탓인지 목마름은 없었지만 그래도 들려야 할 곳은 있었다.


대동약수..


겨울 가뭄이어서인지 물줄기는 약했지만 감질나게 흘러 나오는 약숫물을 기다려 마시는 한 모금의 약수맛은 또한 일품이다.


대동문에선 잠시 잠깐 숨을 고르고 디카에 웃음 진 우리들의 모습을 담아낸 후 백운대를 향해 계속 발길을 돌렸다.


사실 대동문에서 위문까지는 능선 길이기에 힘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지루한 길이기도 하다.


대동문에서 가파른 성곽을 따라 올라 선 동장대


멀리 용출봉과 용혈봉이 보이고 반대편으론 인수봉과 백운대가 보이는 그 곳에서 눈에 북한산의 그윽함을 소복히 넣고는 계속되는 능선 길을 따라 나선다.


동장대를 지나자 성곽공사로 사면에 임시로 만들어진 등로가 눈으로 다져져 꽤나 미끄러워 아이젠의 발톱 힘을 빌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한산 대피소에서 행동식으로 제주에서 가지고 올라 온 강 소장님의 특별한 맛의 귤로 배낭 무게도 줄여 줄 겸 한 개 씩 입에 넣으며 선 채로 휴식을 취하고는 또 출발


용암문이 나오고 노적봉 안부에 도착한다.


노적봉 안부에서부터 위문까지 만경대의 아랫쪽 사면으로 이어진 암릉길은 길의 아기자기함도 재미려니와 우측으로는 원효봉과 염초봉이 좌측으로는 노적봉이 감싸고 있는 주변의 풍광이 백운대의 시원한 절벽과 어울려 그 경치가 언제나 일품이다.


다행히 교행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위문 바로 밑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문 앞에는 그토록 잡으려고 쫓아 왔던 날쌘돌이 집사람이 일행과 떨어져 홀로 외롭게 서 있었다.


늦게 출발해서 구조대쪽에서 올라 와 위문에서 기다린다는 연락이 있던 차이사님을 찾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백운대로 마지막 발길을 옮겼다.


대동문으로 돌아 오는 바람에 백운대 오르는 시간이 늦어 백운대 오르는 길이 정체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을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백운대..


그곳엔 밑에선 없었던 세찬 바람이 태극기를 펄럭이고 있었고 구름이 끼어 조망은 좋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가슴이 뻥 뚤리는 듯한 시원함은 변함없이 내 가슴 속을 관통시켜 주었다.


세월을 돌려 뒤로 뒤로 한없이 간다 해도 그 옛적 우리 선조들도 이곳에 올라 인생을 생각하고 자연을 생각했으리라..


아마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아닐는지..


우린 잠시 그곳에서 지체한 후 백운산장으로 내려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장 앞의 벤치를 점령하고 저마다 싸 온 먹거리와 산장에서 파는 막걸리와 국수로 즐거운 휴식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 역시 작은 컵라면들을 배낭에서 하나씩 꺼내 물을 부어 놓고는 저마다 가져 온 두부랑 삶은 계란 그리고 비록 가게에서 돈으로 산 거지만 막걸리와 족발, 햄과 참치캔들을 탁자위에 널어 놓고는 즐거운 산행 후의 먹거리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물론 막걸리 두개는 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제주도에서 공수되온 제주도 순한 소주가 마지막 아쉬움을 채워준다..


..이제 끝인가..?


내려가야지..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다.


그래도 오늘은 제법 길게 돈 편이다.


그래 보았자 1시간 정도 더 돈 시간이지만


평소 단일코스 위주로 다니던 우리 산악회에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을 달래 본다..


이제는 내려가는 사람보다는 오르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산악경찰대를 지나고 영봉을 바라다 보면서 하루재는 넘어서 얼마쯤 내려 가자 어느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내고는 지나는 산객 들에게 떡을 돌리고 있다.


나 역시 그 떡을 냉큼 받아 먹으면서도 산악회 이름도 확인하지 못하고 내려선 게 지금 생각해 보니 무척 미안한 생각이지만 그때 만큼은 너무 맛있는 떡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시산제를 지낼 때 떡이든 뭐든 푸짐하게 준비해서 주변의 산객들과 나눌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늦었지만 그분들의 산행에 언제나 즐거움과 안전이 함께 하시길 빌어 본다.


그렇게 산행을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도선사에서 우이동 그린파크까지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 내려 가는 길이 항상 맘에 걸리지만 이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글로만 머무르기 보단 사진이 첨부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skkim - 제가 2. 7...숨은벽~호랑이굴 산행을 한 다음 날... 오~붓한 산행을 하셨군요... 그리고 "강병일" 소장이 제주에 계신 것을 알게 되는군요. 소귀천계곡에서 진달래능선... 능선을 따라 대동문으로 진행하며 우측으로 보이던 망경대와 노적봉...살짝 모습을 감추었다 보이는 백운대... 스트레스가 확 달아나는 그런 기분을 느낀 멋진 곳인데...언제 시간이 되면 Sokong님을 한번 따라가 봐야 겠습니다. 수고 하셨구요... 잘 보고 갑니다. 아~! 멋진 글에 뭔가 빠졌나 생각했는데 역~시 "사진"이었군요...^L^...
☞ skkim님..저는요..님의 글만큼은 꼭 봅니다..사진산행의 맛이 너무도 맛있기도 하지만 글 역시 그 멋이 그에 뒤지지 않으니 말이죠...저도 skkim님의 그런 산행기를 만들어 함께 느끼고 싶지만 아직도 배우기를 게을리 하고 있으니 큰일이죠..???


▣ 산초스 - Sokong님 우이동에서 도선사로 안올라가시고 소귀천계곡으로 오르시니 역시 산행의 멋과 맛을 아시는 분이십니다. 도선사까지 매연 마시며 가는일이 짜증나서 진달래능선을 주로 이용하지요. 3월말 진달래 필때 숨은벽,호랑이굴을 넘어 진달래능선으로 내려와봐야 겠습니다. 탁트인 백운대위에 서있다 내려온 기분입니다.
☞산초스님 너무 과찬의 말씀(산행의 멋과 맛을..)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과연 산행의 멋과 맛은 무엇일까 솔직히 아직도 그 해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읍니다만...아직도 제게 따라 다니는 시간의 제약을 푼다면 님의 말씀처럼 좀 더 멋진 맛을 알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봉래산 - 가끔씩 찾게되는 코스를 산행기로 보니 새삼 새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 잘봤습니다
☞ 봉래산님 !!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저 역시 자주 찾는 코스지만 언제 가도 좋은 곳이죠..언제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 jkys - 평소 다니는 코스가 너무 반가워 자세히 읽고 갑니다.


☞ jkys님 반갑다니 저 역시 반갑습니다...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정을 느낄 수 있는 민족이라 그런가 봅니다. ? 사진이 없어 지루하진 않으셨는지..또 뵐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 김현호 - 산을 오르는 맛도 맛이지만 내려오는길의 막걸리한사발은 참기힘든 욕망이지요 즐거운 산행하셨네요..


☞ 김현호님 찾아 주셔서 영광입니다...아무리 산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해도 정상주만큼은 용서를 빌어서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이 있지요..적당한 수준에서라면 말이죠..언제나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하시길 소망합니다..


▣ 강성환 - 마치 함께 산행한 기분이 나네요,산행기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