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걸은 산 (강화 석모도 해명산과 낙가산)

산행일자 :2004년 1월 27일
누구와 : 나홀로.
코스 : 석포리 부두 - 전득이 고개 - 해명산(327m) - 308.9봉 - 310봉 - 방개고개 - 270봉 - 새가리 고개 - 250봉 - 230 봉 -삿갓바위 - 낙가산 - 눈섭바위 갈림길-- 절고개 (← 보문사 , 면사무소→, 상봉산45분)↑--산불 감시초소-- 삼각점(245고지)-- 절고개 --보문사-- 마애불 - 보문사 - 주차장(3시간)
경비: 교통비(공항--외포리 4000원*2=8000원. 배삯 1,200 석포리--보문사 1000*2=2,000 지하철 1,200
대포한잔 1,000
계=13,400

석모도를 꿈꾸며
강화도를 생각하면 마니산을 떠올리고, 석모도를 생각하면 보문사가 떠오르지만 석모도 위에 거대한 거북등처럼 석모도에 솟아있는 해명산과 석가산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몇 년전 겨울이었다.
눈이 하얗게 덮힌 석모도를 처음 만났다.
외포리 선착장에서 철부선을 타고 10분남 짓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이지만 짧은 항해에서 느낀 갈매기와 충격적인 인연, 눈 덮힌 민머루 해수욕장 바닷가를 거닐던 추억, 보문사의 석굴, 눈섭바위에서 바라본 서해 바다의 낙조는 몇 해가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 추억이 꿈틀 될 때마다 또 한번 가야지 하면서도 삶에 쫓기다 보니 마음에 여유를 갖지 못하고 애만 태우다 몇 달전부터 안달이 나 가보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한국의 산하를 뒤지고 산행기를 찾아 읽으며 준비를 하였다.
설 연휴를 강타한 맹추위가 풀리면 첫 산행지로 석모도의 해명산과 낙가산을 오르겠다며 나와 약속을 하고 송정역 위치한 시외버스 정류소에 가서 버스시간까지 챙겨 두었다.

"여보! 나 내일 산에 갈거다"
"어디요"
"응 강화도 안에 있는 석모도 행명산과 낙가산"
"누구랑요"
"혼자서"
"당신 어째된 거 아니요? 이 겨울에 혼자서 그것도 한번도 안가본 산을 가요"
못마땅한 눈치가 역력했다.
사실 나도 초행길이고 눈이 내린 뒤라서 내심 걱정은 되었지만 산이 높지 않고 사행시간이 길지 않아서 고생은 하겠지만 탐험한다는 기분으로 떠난다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섬 주섬 장비(지도, 나침반, 아이젠, 비상식량, 구급약)을 챙겨놓고 일찍 잠이 들었다.
지도 한 장 들고 떠나는 내가 걱정이 되는지 아침에 배웅까지 해주었다.
송정역에서 매시간 40분에 외포리 가는 직행버스가 있다.
참 오랜만에 타보는 시외버스라 마음이 설레었다.
"아저씨 외포리 가는 표한장 주세요"
"4000원요"
표를 받아들고 자세히 보니 종이 질이 조금 좋아졌지만 어릴적 내 기억속의 표의 모습과 별차이가 없었다.

강화행 버스속에서
8:40분 차에 올라 차창가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도심을 빠져나간 차는 김포가도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얗게 덮힌 눈 논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
급속하게 도시화 변해 가는 농촌의 모습은 꼭 성형 수술하는 인조인간 같은 느낌이 들어 눈을 감고 있는다는게 잠이 들어 강화대교를 지나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버스는 정류소에 들러 20여분 정차한 후 손님들을 태우고 다시 출발을 했다.
버스는 흰눈이 덮힌 논길사이로 술래잡기하듯 헤쳐나 외포리 선착장에서 멈추었다.
(10 :30)

버스 정류장에서 포구 가는 골목길은 횟집으로 즐비했다. 강화에서 유명한 회가 밴댕이회라는 집집마다 밴댕이 메뉴를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다(1200원)
주위를 들러보니 등산복차림은 나밖에 없다. 정말 오늘 산행은 나 혼자란 말인가?
건너 석모도에 해명산과 낙가산에 햐얗게 눈을 덮고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나는 건너편 포구에 서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철부선은 자동차를 싣고 난후에야 사람들을 태웠다.

서해바다를 왜 황해라 하는지 외포리 바닷가에 가보면 이해가 간다.
바다는 온통 흙탕물이다.
철부선은 부릉부릉 물보라를 일으키며 포구에서 멀어져 가는데 어디선 날아왔는지 갈매기때가 끼륵끼륵 울어대며 배를 따라 나선다.
선창가에선 승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옆에 있던 젊은 부부가 새우깡을 꺼내 던지고는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구름때 같이 몰려드는 갈매기때에 짧은 항해지만 유람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눈앞에선 갈매기의 아름다움이야 보지 않고서는 어찌 말로 표현을 할 수 있으랴!

석모도에 오르다
배는 석포리 선착장에 닿을 내리고 승객들을 내려놓은 뒤 갈매기때의 전송을 받으며 떠나갔다.
보문사 가는 버스가 11시에 출발을 한다니 20여분의 여유가 생겼다.
표를 사서(700원) 버스에 베낭을 실어놓고(길을 모를 때는 운전사 뒷좌석이 좋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주차장 구석에 서 있는 안내판에 시 한귀절이 적혀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일(落日)이 장관이라는데
내가 다음 또다시 보문사에 오는 날엔
인연이 닿아 낙일(落日)을 다시 보게 될는지"
---박희준 시인의 겨울 보문사 중에서---
보문사 낙조가 그렇게 아름답다 말인가?
차 시간이 급박했으면 못보고 갈 뻔했으니 운이 좋은 날 같았다.
길을 가면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했지 않았던가.
버스에 올라 기사님에게 여쭈었다.
"아저씨 해명산 가는 길에 좀 내려 주세요"
그러는데 다음 배가 들어오고 등산객 4명이 버스에 올랐다.
천군만마(千軍萬馬) 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럼 그렇지'
난 말을 걸었다
"해명산 가는 길이예요"
"예"
"저도 가는데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같이 가요, 그런데 저희도 초행입니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 차는 출발을 했다.
그래도 그렇지 혼자 가는 길보다야 낫질 않겠는가?
차가 고개 마루를 힘겹게 오르더니 멈췄다.
기사님은 여기가 전득이 고개니 내리라고 손짓을 했다.

해명산과 낙가산 가는길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걷는 길)11:30
인사를 하고 내리니 작은 안내판 하나가 나를 맞아 주었다.
전득이 고개에서 보문사까지 9km 4시간이라 적혀 있었다. " 오르시죠"
내가 먼저 말을 건냈다.
양지바른 길이라 눈을 녹아 없었고 길은 부드러웠다.
"모르는 길이니 천천히 갑시다"
"예"
한걸음 한걸음 10여분 오르니 전망이 좋은 바위지대가 나오는데 주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햇살을 받아 은빛 물결로 반짝이는 바다를 본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건너편 강화도의 외포리 모습이나 산아래 석포리 모습, 뒤쪽의 마니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삼랑염전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풍경의 모습은 잘 그려진 한폭의 수묵화도 같았다.
그립고 사무친다는 표현을 해야 옳을까?

수평선 너머 아스라히 먼곳으로 시선을 던져보니 정말 그립고 사무치는 마음이 요동을 쳤다.
순간 이 산은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일행은 아침을 먹는다며 주저앉는다. 같이 먹자는 말에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먼저 길을 나섰다.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잘 다져진 등산로가 생각보다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봉오리한 두개를 넘어 밧줄을 타고 오르면 해명산(327m) 정상이다. 양쪽에서 바다가 그림자처럼 따라 오고 간간이 밟히는 잔설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나혼자 걸어가며 즐기는 기쁨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려 보았다.
산행을 한지 1시간이 지나서야 앞서가던 사람들이 눈이 들어왔다.
산이 주는 포옹력 때문일까?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가 정겹고 친숙하다.
갈대 숲길을 지나 조금 오르니 국토측량 기준점인 308고지에 올랐다.(12:20)
사면이 바다다.

산행을 하면서 해명산 만큼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산이 몇이나 될까?
철저히 느끼면서 걸어야 하는 길이요, 겨울에 올라야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눈과 바람,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바다. 겨울 새소리.
법정 스님은 '새가 떠난 숲은 적막하다"라고 말했지만 이곳 해명산에는 겨울 새소리가 찬 바람에 실려 산을 노래하고, 나무를 노래하고, 산꾼들의 귀에 울려 퍼졌다.
310(마당바위)봉을 지나면 한동안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좌측으로는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고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한참을 내려와 멈춘 곳이 방개 고개다. 오늘 산행에 처음 안내 팻말이 있었다.
보문사 70분, 상봉산 110분 오른쪽이 방개부락, 왼쪽이 윗말부락.
낯선 길에서 만나는 안내 팻말은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친구임에 틀림없다.
또 오르막길이다.
숨이 차고 땀이 흐른다. 시야가 탁 트이는 곳이 이르니 전등사가 품에 와 안긴다.
이곳에서 전등사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
건너편 볼음도로 이어지는 전신주가 징금다리처름 놓여있다.
저곳에 저녁놀이 지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낙가산, 마냥 쉬고 싶은 산, 한걸은 한걸음 옮길 때 마다 보고, 느끼고, 새겨 두어야 할 산.

다시 걷다 밧줄을 잡고 오르면 안테나가 있는데 이곳이 눈섭바위 위쪽이다.
발아래 마애불이 있다. 이곳에서 내려서면 바로 마애불이다.
상봉산을 향해 가기 위해 절 고개를 향해 가는데 노루를 만났다. 산에서 노루를 보기는 처음이다.
나를 보고도 놀라지를 않는다. 멀리 보문사의 염불소리가 들린다.
'관세음 보살, 관세음 보살, .........................
관세음 보살님의 회신일까?
절고개에서 두번째 안내 팻말을 만나다
절고개를 지나 상봉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상봉산 가는 길에는 입사금지 표시가 되어있었지만 무시하고 좀더 걸었다.
산불 감시 초소를 지나고 245고지에 오르면 전망은 절정을 이룬다.
눈앞에 상봉산이 손에 잡힐듯한데 다시 원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절 고개에서 보문사 가는 길은 편안한 오솔길이다.
보문사 가는 길은 서방정토로 가는 길 같았다.
점점 더 스님의 염불소리는 산을 울리고 나도 모르게 부처님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보문사 도착(2:30)

섬안의 섬 석모도.
석모도를 안고 있는 해명산과 낙가산, 상봉산의 겨울 산행은 걷는 다기보다는 느껴야 하는 산이요,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걸어야 하는 산 같았다.
오늘 내가 몇 개의 봉우리를 넘고 몇 km를 걸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얼마나 느끼고 가슴깊이 새겨 두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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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에서 보아야 할 것.
석굴. 석굴앞의 향나무, 향나무옆의 맷돌. 주차장의 은행나무,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범종각의 고색창연한 모습. 눈섭바위아래 마애석불, 눈섭 바위에서 바라보는 서해 풍경, 낙조
참고:
평일
석포리 --보문사 매시간 10분 출발
보문사 --석포리 매시간 30분 출발
일요일
석포리 --보문사 매시간 10, 40분 출발
보문사 --석포리 매시간 10, 40분 출발
보문사 막차 :17: 30분
외포리서 강화: 매시간 2회


▣ 포도사랑 - 저도 지난번에 가려다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못간 해명산이었습니다. 행복한 산행을 하셨군요...부럽습니다.
▣ 김현호 - 강화도에가면 마니산과 혈구산(고려산옆에있음)만 가게되는데 조만간 시간내어 해명산과 낙가산도 가봐야 겠습니다
▣ 연주대 - 넘 멋있는곳을 다녀오셔
▣ 연주대 - 넘 멋있는곳을 다녀 오셨군요,,,ㅎㅎ글이 잘못되어서 다시씁니다,,,지난12월에 울도 갔었는데 너무 좋더군요,,은빛물결이 부서지는 수면위로 날으는 갈매기가 부럽던곳,,!!!540계단을 올라서서 바라보는 마애불은 너무 좋았지요,,그때를 상기시켜주는 님을 존경합니다,,,산을 간건 아니지만 ,,반갑기 그지없군요,,,,추운날에 몸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san001 - 전 개인적으로 섬산행중 사량도지리산과 더불어 해명산 산행이 가장 좋았던것 같습니다. 추운날 고생하셨습니다. 봄에 가면 더욱 좋은 곳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