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uelshin http://cafe.naver.com/sanhasanjang/338






 


들어가는 글


 


한동안 서재방 한 켠에 쳐박혀 잠들어 있던 산하패찰 5개를 다시 꺼내어 집어든다. 만지작대다가, 언뜻 우리 5식구가 패찰을 함께 달고 입산하는 순간을 그려본다. 아주 볼품없이 흑백출력된 패찰, 그래도 국민학교 입학할 때  다는 플라스틱 이름표 안에 아주 고이 껴집어넣은 패찰들 ....                 이 패찰이 우리 식구들의 산사랑과 순수함을 잘 간직하도록 해 준다면 참   좋으련만...


 








 입산 이야기


 


1. : 2004. 02. 21, 오랜만의 단비, 거센 바람, 계속 흐림, 섭씨 6~14도


2. 시간: 11hrs (산행시간 기준)


3. 거리: 32.7km (등산안내도, 가평군청 刊, 2002年 12月, 48쪽, 1:65,000 기준)


4. 구간: 漢北正脈 청우연인기맥 ~ 明智山脈(3봉~2봉~1봉~4봉~사향봉~적목리)


 


(정맥기맥)덕현리~청우~대금~약수~깃대~매봉~전패~연인~고개 (22.5km, 7hrs)


(명지산맥)고개~정맥東~명지3~명지2~명지1~명지4~사향~적목리(10.2km, 4hrs)


 


5. 구간정리


시간  지명   거리 고도 진행방향        비고


06:00 덕현리 -       -        청우산 3.2km 가평상면 덕현리37국도조종천(들머리)


07:10 청우산 3.2  619.3 대금산 4.2km 훈련원-능선마루 北(1.7) →北東進(1.5)


07:40 삼거리 2.8  594.6  -                      주능(西北進) *불기산/수리재(동남) 갈림길


08:20 대금산 1.4  704    깃대봉 3.4km 주능(西北進) *두밀리/절골(동남) 갈림길


09:20 깃대봉 3.4  909.6 매봉     1.8km 약수봉에서 東北進 *송이봉(정동=경반리)갈림길


10:00 매    봉 1.8  929.2 고개2.2km      北進, H *칼봉(암릉 동진)/운악산(362道西)


10:50 고    개 2.2  622    연인산 4.3km 본능(우정능) 진입 *동막골/백둔골 갈림길


11:30 전패봉 2.3  906     -                      주능(西北進), 가파른 능선오름 시작


12:20 우목봉 2.0  1068  고개3.4km      戀人山('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13:00 고   개  3.4  820    명지入1.4km  명지3-1, 귀목(상판리)/백둔리(양지말) 갈림길


                                             *****급경사 오름길 (체력 소진 극심)*****


 


14:00 명지3   1.4  1199  천지봉 0.8km 명지2-5(巖頂) 경유, 주능선(東北進) 진입


14:20 명지2   0.8  1250.2일두봉1.1km 명지2-4(antenna), '천지봉'


15:00 명지1   1.1  1267  명지出 1.0km 명지1-6, '일두봉(巖頂)', 南東陵 진입


15:30 명지4   1.0  1079  사향봉 1.4km 명지1-5, 화채바위, 995봉 경유


16:00 사향봉 1.4  1013  적목리 4.5km 장막봉, 암봉전망대, 바윗길(3번길) 경유


17:10 적목리 4.5   -         -                     관청교(화악 큰골 입구) 西北向길 (날머리)


 


32.7km, 11hrs


 


 


입산 스케치


 


 


山은 우리 민족에게 아주 각별한 존재다. 민족의 시원(始原)이 바로 산에서


 


시작됐고, 외래종교가 들어오기 전 먼 옛날부터 이 땅에는 山을 신격화하는


 


고유한 신앙이 있었다.


 


우리의 목숨줄인 강과 들이 모두 그 산에서 비롯되고, 그 산에 기대어 집을


짓고 목숨을 부지해왔다. 그래서 산을 위하는 예경(禮敬)이 남달랐다.



 


옛사람들은 山을 ‘오른다(登山)’ 하지 않고 ‘든다(入山)’고 하였다.


등산’은 서구에서 온 레저 개념이다. 꼭 등산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는


‘등고(登高)’ 라는 말을 썼다. 등고란,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그 산의


‘높이’를 오르는 것이다.


산을 내려올 때는 반드시 짚신을 벗어 흙을 털었다. 그 산의 흙 한 줌도


갖고 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흙은 山의 살(肉)이요, 흙을


지키는 것이 산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께서 남긴 글을 보면, 옛사람들은 명산을 더럽힐까봐


입산할 때는 대소변을 받아올 휴대용 변기를 갖고 갔다고 한다. 지금도


일부 지방의 심마니들은 수릉박이라고 하는 휴대용 변기를 허리에 차고


산에 오른다. 같은 동양권인 일본은 지금도 富士山(후지산)을 오르는


관광객들에게 휴대용 변기를 지참하도록 하고 있다.



 


山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다. 본래 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거기에


살고 있는 뭇 생명들이다. 흙, 돌, 이끼, 얼레지꽃, 신갈나무, 민달팽이,


산제비나비, 버들치, 다람쥐, 산양, 노루 .... 그들은 인간보다 먼저 산에


들어 누대를 살아온 존재들이다.



 


옛사람들은 자연생명에 대한 사랑 또한 각별했다. 산사(山寺)의 새벽


도량석은 산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다. 스님들은 산이


놀랄까봐 도량석 목탁 소리를 일부러 낮췄다. 또, 숲속의 동물들이


놀랄까봐 어두운 밤길을 다닐 때는 짤랑짤랑 소리나는 육환장을


짚고 다녔다.


 


 


그러던 것이 서구로부터 물신주의적 관광과 향락적 등산 문화가 들어


오면서부터 산에 대한 겸허한 하심(下心)을 던저버렸고, 자연생명에


대한 배려를 잊어버렸다.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에 오르면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너나 없이 ‘야호’ 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서구에서 시작된 야호 소리는 산을 정복했다는 성취감의


발로이며, 산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승리의 포효같은 것이다.



 


그런데, ‘야호’ 소리는 산에 사는 생명들에게 필요 이상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준다. 산에 사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야호 소리는


마치 내 방문 앞에 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산길에서 만나는 동물들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새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하다. 산란을 포기하거나


낳아 놓은 알을 깨뜨려 버리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거둬먹여야 할


새끼마저 버리고 둥지를 떠나기까지 한다.



 


이제는 山에 대한 예의와 생명들에 대한 배려를 생각할 때다.





입산 뒤풀이


 


어찌 우리는 자신 주변의 편리를 추구하여 집짐승을 사랑하고


배려한다는 미명 하에 산에 그것도 어른들을 따라 들고 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걷고 있는 그 산길에 개와 고양이 그리고


온갖 집짐승을 풀어 놓고 다닐 수 있단 말인가 ?



 


하물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각종 문명의 무기(산짐승 포획용 덫 ...)


앞에서 그 산의 주인인 뭇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는 이 산하의 고통과


질곡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



 


가지 말아야 할 길, 지참하지 말아야 할 도구들로 가득 채워 다니는


우리 사람들로 인해 그 귀한 목숨줄을 내놓을 수 밖에 없고 수많은


위기를 새벽부터 밤까지 온 종일 직면하는 뭇 생명들의 그 큰 아픔


아니 이젠 마치 보란 듯이 새카맣게 다 태워 먹어 가는 그 황량한


산줄기를 어느 세월에 누가 본래의 모습 그대로 다시 만들겠노라고


떠들어 댈 것인가 ?



 


아무 것도 끝까지 해낼 힘이 없고, 어떤 것도 능히 지킬만한 약속을


상황이 아니라면 그저 겸손하게, 자기 몸을 낮추며 山에 드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



 


영원히 간직하고 보존해야 할 이 땅의 진정한 지킴이 곧 우리의


착하고 아름다운 자녀들에게 만이라도 아주 아주 작은 한 켠의


숨 쉴만한 녹색 공간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


 


 


다음 입산길


 


1. 일시 : 2004. 03. 06 04:00 ~ 16:00 (예정)


2. 거리 : 28.5km (백두대간 길라잡이 기준)


3. 구간 : 白頭大幹 28區間(죽령~연화~비로~국망~삼거리~고치령)


4. 동행 :  22년지기 MJ (http://blog.naver.com/mjlhalla)


 



 


늦은 밤 계양산 기슭 아래에서 지친 몸을 눕히며 쓴다.


 


Manuel 04-02-21


 


 


(간 밤에 hanmir 교신문제가 있어 산하산장에 먼저 올렸습니다)


 


 




▣ 김정길 - 멋진코스 대단하신 산행입니다. 통쾌 하시겠어요. 그렇게도 하는 것을 저는 한 두 세산 씩 몇 번을 오르내렸습니다. 후일 저도 한번 그렇게 돌아보겠습니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안전산행 이어가시길...
▣ 노고지리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Manuel님의 글이 있어 손이 저절로 클릭을 하게 만듭니다. 항상 깊은 생각에 경의를 표하며, 언제나 좋은 산행 이어 가시기 바랍니다.
▣ MJ - 친구, 또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철인건각), 비가 와서 괜찮을까 했는데. 난 하늘만 원망하고 있었네.
▣ 김용진 - 봄비를 맞으며 대단한 산행을 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비에 젖어 수원의 광교산,백운산,바라산 주변을 돌았었는데.... 님은 대단한 산행을 하셨군요... 아무쪼록 즐산하시길... 빕니다.
▣ 포도사랑 - 역시 준족...토요일 근교 입산의 약속이 아침의 부슬거리는 소량의 단비로 인해 취소 통보 받고 하루종일 바깥만 바라보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결국은 보쌈에 한잔 두꺼비로 마감...정말 대단하십니다. 춘천 마라톤 역시 훌륭하게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 산초스 - 잠시 쉬시더니 한번에 긴코스를 산행하셨군요. 저희는 일요일 비가계속 와서 고대산 산행을 2주뒤로 미루고 쉬었는데....산 사랑에 대한 마음이 느껴짐니다.
▣ 술꾼 - 대단하신 체력입니다. 입산 스케치와 뒷풀이--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 송용민 - 비까지 내리는 머나먼 길을 ,,,,, 완주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