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자 : 2004. 02. 07. 07:50 ~02.08. 21:00

2. 산행형태 : 능선산행

3. 교 통 편 : 승용차

4. 날 씨 : 눈,맑음

5. 산행코스 : <<2.7일>> 화개장터(07:50)→삼각점이 있는 봉우리(09:40)→<황장산>능선 이정표(10:24)→촛대봉(10:47)→새끼미재(11:04)→황장산(13:31)→당재(15:34)→농평마을(15:55)→농평마을 위 등로 삼거리(16:17)→통꼭봉(16:54)→묘지 도착/야영(17:35)

<<2.8일>>출발(10:16)→통꼭봉 우회로 등로 삼거리(10:26)→등로삼거리에서 연동골쪽으로 우회(10:40)→불무장등밑 등로(15:14 )→불무장등밑 등로 사거리 (직전마을/삼도봉/불무장등/농평마을 갈림길) (16:37)→용수골 합수점(18:25)→용수골/노루목쪽 등로 삼거리(18:45)→용수바위(19:00)→피아골 산장(19:30)→직전마을(21:00)

6. 산행기

지리산 불무장등은 지리10경의 하나로 낙조가 비경인 반야봉을 주봉으로 하며 삼도봉에서 발원하여 섬진청류의 일부인 섬진강에 닿아 있는 화개장터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불무장등 능선과 황장산 능선을 연결하여 산행하게 되었다. 또한 불무장등능선은 삼도봉에서 영신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과 왕시리봉(일명 왕시루봉) 능선과 함께 지리산 남부의 대표적 능선으로 꼽히고 있는 긴 능선이다.

화개장터는 동서간 지역감정 골이 깊던 시절 영원한 인기가수인 조영남이 구수한 목소리로 동서화합을 위해 화개장터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유명해졌으며 지금은 특산물 파는 시장을 번듯하게 조성하여 둔 곳이다. 또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에서 지역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 동서화합이라는 글제가 나오면 한번쯤 인용되는 지명이기도 하다.

또한 지리산은 3개도 5개 시·군에 걸쳐져 있는데 불무장등 능선이 전라남도와 경상도를 구분짓는 경계선이기도 하며 이틀간의 능선산행에서 좌측 발은 전라남도를 우측 발은 경상남도를 디뎠으니 수백번 아니 수천번이나 2개도를 왔다 갔다 한 격이 되었다.


<<화개장터 조영남>>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말 하동사람 윗말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 한번 와 보세요 ~
전라도쪽 사람들은 나룻배타고 경상도쪽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가 ~
오시면 모두모두 이웃사촌 고운정 미운정 주고 받는 경상도 전라도의 화개장터』


구례구역에서 산우들을 기다리는데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로는 대설경보가 발효되어 입산이 통제되었으니 걱정이 앞서는데 산우들이 도착하고 구례구역 직원들의 배려로 구내식당에서 칼국수로 아침을 끓여 먹는다.

20여km를 달려 화개장터에 도착하니 인적이 없어 특산품판매장이 허전한데 다리를 건너 구례방향 마지막 식당에서 능선에 닿으니 여기가 황장산을 오르는 들머리다. 들머리를 잠시 올라서니 지리 10경의 하나인 섬짐청류가 굽이굽이 푸른 빛을 띠며 자태를 뽐내고 있고 능선에는 활엽수들이 벌거벗은 체 나신을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푸른 강을 발아래에 두고 나목들이 펼치는 향연 사이로 눈덮인 등로를 40여분 오름짓을 하는데 삼각점이 보인다. 여기가 촛대봉이라고 일행이 소개하는데 불확실하다. 아니나 다를까 30여분을 더 운행하니 하동군에서 설치한 촛대봉이란 표지가 나타난다.

이지역은 지리산 자락이지만 지리산 국립공원지역이 아니라 당재까지 솟아 있는 황장산으로 별개의 지역인데 하동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리산 국립공원은 당재부터 시작하는데 불무장등을 거쳐 삼도봉 능선이 이어져 반야봉에 닿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불무장등능선은 황장산과 불무장등을 총괄하여 이야기하는데 고도를 높여 오름짓이 계속되어도 쌍계사 계곡과 피아골 계곡을 양편으로 두고 있어서인지 계곡 풍경이 유사하게 그려지고 있다.

황장산 정상을 지나는데 산우들이 겨우살이라는 말을 한다. 나는 처음 듣는 용어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동행자 하나가 배낭을 내려놓고 참나무에 오르고 있다. 참나무 나목에 뿌리를 뻗고 있는 겨우살이를 발견한 것이다. 겨우살이는 참나무, 물오리나무 등에 서식하는 기생관목으로 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유럽, 아프리카에 서식하며 10월에 연노랑색으로 익는 과육이 잘 발달되어 산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며 이 새들에 의해 나무로 옮겨져 퍼진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한방에서 줄기와 잎은 부인과 산후제증, 동상, 동맥경화, 치통 등에 사용하고 있으며 민간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귀하게 여기는 식물이다. 인생사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다 세상진리의 미세한 부분만을 알고 끝맺는 것이지만 나는 산을 찾으면서 선현들의 지혜와 거기에 깃든 우리조상님들의 삶의 곤궁함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본다. 출산 후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심심산천에 숨어 있는 겨우살이를 찾아나서는 흰옷의 백성들을 그려보면서...

겨우살이를 핑계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당재를 향하는데 또 겨우살이가 보인다. 복도 혼자서 찾아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겨우살이와 두번씩이나 상견례를 하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당재에 도착하니 연동골 목통으로 내려가는 길과 농평마을로 진입하는 길, 그리고 삼도봉을 오르는 갈림길을 만난다.

당초 계획된 산행로는 화개장터,황장산,불무장등,삼도봉,화개재,연동골,목통,왕성초등학교 였으니 지금 보이는 목통이 하산로의 일부다. 당재에서 잠시 쉬는데 준비해온 식수가 부족하니 눈으로 해결하자는 의견, 눈은 지저분하니 농평마을에서 식수를 보충하자는 여론이 있었으나 농평마을의 전경도 구경할 겸 마을을 들르기로 하였다. 농평이란 마을의 유래가 농사가 너무 잘 되어서 이름 붙였다는데 진실인지 우스개인지 모를 말을 한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별이 잘 보이는 마을이라는 말은 진정인것 같다. 해발 800m고지에 있는 마을에다 인가가 드물고 전깃불이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그 옛날에는 오죽이나 별관측이 잘 되었을까...

또한 농평마을에는 농월관(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219, 전화 061-782-5945)이라는 민박집이 있는데 인심후한 여주인 서은경씨와 "운이 없는 건지, 눈이 뒤꼭지에 붙었는지…. 벌써 지리산에 탯줄을 묻은 지 40년이 지나고, 심마니 생활로 10년은 족히 보냈건만 산삼구경 한번 못해보고 산도라지만 실컷 캤다." 는 털보 심마니 이인제씨가 운영하는 민박집이 있다. 이집은 기름값이 비싸 장작으로 온돌을 덮혀주는데 도시민들의 겨울 여행지로 추천해 볼만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궁이에서 이글거리는 장작불가에서 옛날 추억을 되새기며 주인장이 대접하는 따뜻한 차 한잔을 음미하는데 여기서 하루 묵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정된 목적지는 아직도 까마득히 멀었는데, 잔꾀가 나지만 운행이 지체된 관계로 서둘러 길을 떠나본다.

농월관 뒤편에는 선행자의 발자국이 있는데 이 길이 통꼭봉을 오르는 등로로 오름짓이 만만치 않다. 미끄지는 비탈길을 힘을 내어 올라보지만 통꼭봉에 도착하니 1시간이나 소비하였다. 지금 시각이 16:54분이니 야영지를 찾아야 하지만 능선길은 편안한 잠자리를 쉬이 허락하지 않고 있어 쉼없이 운행하는데 40여분을 진행하니 훤한 공터가 나타난다.

먼저가신 님께서 잠들어 계신 곳으로 실례를 무릅쓰고 하룻밤 동숙(?)을 하여야 할 상황으로 잠자리를 청해보지만 대답이 없다. 우리 아버지에께서도 차례상을 잘 드셨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으니 “누워계신 분들은 마음으로 대답하는가 보다”하고 숙영지를 마련하여 소주한잔으로 첩첩산중의 밤을 맞는다.

깊은 산속에 갇혀 울부짖는 바람과 산죽이 부딪히며 서걱대는 소리는 사람을 움츠려들게 하는지 바깥을 나가고 싶지가 않다. 그렇지만 침낭속에 들어 있는 육신은 따뜻함을 즐기려는지 아님 외로움을 못견뎌하는지 잠을 이루지 못하여 뒤척뒤척한다. 비몽사몽간에 맞은 아침은 분주한 산우들의 식사준비로 바쁘다.

느지막히 출발하며 하룻밤 감사히 유하였다는 인삿말에도 어느분의 조상님은 말씀이 없으신데 소복히 쌓여 있던 눈이불은 우리로 인해 어질러져 있다.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갈길 바쁜 산객이라 발걸음을 옮기는데 불무장등 우회로로 발자국이 있다. 먼저간 산객이 러셀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길을 따라가니 속도가 난다.

그런데 지게꾼 아저씨가 작업을 하고 있는 지점에서 발걸음이 뚝 끊어진다. 이길은 산꾼의 발자국이 아니라 고로쇠 수액 채취를 준비하는 아랫마을 농부의 발자국이었던 것이다. 운행거리가 아까워 계속 진행하는데 바람에 날려온 눈으로 음지쪽에는 무릎까지 푹푹 빠지고 있다.

고로쇠 수액은 지리산 반야봉 반달곰이 포수의 화살을 맞았을 때. 산신령의 계시에 따라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시고 깨끗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갑자기 몸이 허약해진 마천 백무동에 사는 변강쇠가 이 이야기를 듣고 뱀사골에 찾아와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건강을 회복했다는 전설이 있으며 고로쇠 나무는 단풍나무과로 전남,경남,강원지역에 분포하며 칼슘 등 수십종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여기에서 추출한 수액이 지리산 특산물로도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길게 늘어져 있는 수액 채취 호수는 나무에게 너무 가혹한 형벌인 것 같아 보인다. 수년 전 곰의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주사바늘을 몸속에 꽂아 진액을 빼내는 장면을 Tv에서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연상되는 것인 왜일까.

이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능선을 치고 올라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데 운행거리가 아까워 능선으로 방향을 잡지만 산죽과 바람에 날려 쌓인 눈은 길을 쉽게 열어주지 않고 있고 선두에서 길을 만드는 산우는 열심히 눈을 헤쳐보지만 수 m를 오르는데 10여분이 걸리기도 한다. 이제 연동골로 하산하고픈 마음이 들지만 누구도 쉽게 하산하자는 말을 입밖에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열심히 러셀하는 선두에게 미안하고 불무장등을 오르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내일 당장 후회하는 마음을 만들테니까.

정상적인 운행이었다면 4~50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3시간이 넘게 도착하니 허기도 지고 기운도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이제 용수골로 내려가든 삼도봉을 올라 임걸령에서 피아골대피소로 내려가든 늦은 하산은 분명하지만 지름길인 용수목으로 하산하는 것이 시간이 단축될 것 같아 전원일치로 용수골로의 하산을 결정하게 되었다.

불무장등밑 등로 사거리 (직전마을/삼도봉/불무장등/농평마을 갈림길)에서 용수골로 하산하는 등로는 계곡길에 눈이 쌓여 있으니 한발 앞을 분간할 수가 없다. 바위를 밟으면 쭉 미끄러져 허리까지 눈구덩이에 빠지고, 아니면 미끄러지고 하며 내려오는데 눈이 많이 완충작용을 해선인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으로 느껴진다.

2시간여의 탈출과정을 거쳐 용수골로 들어서지만 여기도 역시 만만하지는 않다. 계곡을 두고 이쪽 저쪽을 옮겨다니며 내려오는데 계곡이라 어둠이 먼저 찾아오고 있다. 랜턴불빛에 의지하여 피아골산장에 도착하니 19:30분으로 어둠이 완전히 사위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드는데 산객이 없어서인지 산장에도 불빛하나 없다.

배낭을 내려놓고 샘터에서 목을 축이는데 이제는 등로가 편하리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산장에서 마을까지의 등로는 최소한 러셀은 되어 있을테니까... 산장에서 직전마을까지의 등로는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아 운행에 속도가 붙는다. 직전마을에 도착하니 21:00분이다.

화개장터에 세워둔 승용차를 회수하러 화개면에 있는 개인택시를 부르는데 1만2천원이란다. 요금을 할인해 보려고 하지만 편도 미터기 요금이 12,500원이니 더 깍을 여유도 없다. 늦은 시각이지만 불켜진 화개장터 골목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이 있어 간단히 요기한 후 집으로 향한다.

이번 산행은 지리산 남부에 있는 대표적인 능선중 하나를 답사하였다는 만족 보다는 심설산행에 따른 예정시간 초과 그리고 앞으로 다녀야 할 타 능선들에 대한 경외감이랄까 두려움을 주는 산행으로 많은 교훈을 준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 산인준치 - 인자요산님 자세하고 구수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불무장등 산행을 하였습니다. 산행기 제목도 마음에 듭니다. 다음 산행에서...
+++준치님 반갑습니다. 같이 동행하였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본의 아니게 후기가 늦어졌네요. 다음부터는 따끈 따근한 산행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북한산 - 인자요산님 안녕하세요? 지리산에서의 이틀산행이 저에게도 가슴에 와닿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장작불의 이글거림과 뜨끈뜨끈한 아랫목..묘지에서의 하룻밤 ...호스에 찔려있는 고로쇠나무...새로운 추억거리가 가슴속에 스며드셨겠군요.인자요산님이 계셨던 토지면이 혹시 소설 토지의 주무대가 되었던 곳이 아닌지요? 정감이 가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북한산님 박경리 선생님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로 구례군에 속하는 토지면과는 이웃해 있답니다. 제 친구가 과수원을 하는 면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하동군에서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네요. 기회가 되시면 가족과 함께 새로 조성된 최참판댁과 농평마을 농월관을 찾아보세요. 후회하지 않을겁니다. 감사합니다.

▣ 슬기난 - 같이 못해 끙끙 거리다 만복대산행때 뵐수있을려나 기대하였더랍니다. 고리봉 하산길에서도 겨우살이를 보았답니다. 재미있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님들은 심설 헤치느라 고생하셨습니다만,,20일 가족과 함께 지리에 듭니다. 입산금지전에 지리에 가실 계획 있으시면 연락주십시오
+++슬기난님 만복대 다녀오셨군요. 그리고 20일 지리산을 드신다고 하셨는데 어느 코스인지 궁금합니다. 잘 다녀오세요.

▣ 영웅 - 푹푹
▣ 영웅 - 푹푹 빠지는 산행은 생각만해도 웃음이 있는데 형님은 몸은힘들어도 주름하나 막았죠. 비박도 나의 희망사항이고 조상님과 함께 하였으니 또한수 배웠고 고로쇠는 목마름을 해결하였으니 다음산행에 다리에 쥐나는것 막아주고 (겨울에는 아닌가) 다음에 기회가되면 고로쇠 먹어봐야지 요즘 뜸한데 후기도 올려요.
+++요즘은 시간이 나지 않아 찾을 찾지 못하네요. 아직 산행 단수가 아마추어를 벗어나지 못하였나 봐요. 최소한 1단은 되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