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07시 30분, 사량도 지리산을 찾기위해 카페리호에 몸을 싣는다.

비릿한 바다 내음을 코끝으로 헤치며 동안, 보고싶었던 섬속의 명산을 가지러 간다.

사량도 지리산은 통영시 사량면에 위치하며 우리나라 남단 한려수도 해상 국립공원 안에 있다.

윗섬과 아랫섬으로 나뉜 두 개의 섬이 마주보고 있으며 윗섬의 지리산`옥녀봉 등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다도해의 섬들이 그렇듯이 놀이방에서 뛰어 다니는 대 여섯 살 아이들마냥 올망졸망 여간 사랑스럽지 않다.

더구나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사량도는 기이한 암봉과 암릉을 간직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물안개 섬 밑을 지워 바다를 잃고, 푸른 하늘은 섬 등성을 너울로 어루인다.

거울같은 잔잔한 가오치항 앞 바다에 악동들을 줄세워 놓은듯 양식장 부표들이 이른 잠에서 깨어 서성인다.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들의 어우러짐이 인간사 찌들린 작은 가슴을 염치 불구하고 옭맨다.

죄없는 신음은 켜켜이 들고 날 지라도 눈빛은 아랑곳 않아, 스스로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 든다.

가오치항(통영시 도산면 가오치 사량 카페리 선착장)에서 사량도로 가는 연락선은 07시 30분에 처녀 출항 후 두 시간 이나 두 시간 삼십분 차로 1일 5회 운항하며 하절기(07시 첫 출항)와 동절기의 운항 시간이 다르므로 주의 할 필요 있다(산행 후 돌아 올 시간)

그외 통영 여객 터미널과 사천시`고성군 사량도 선착장에서도 출항 한다.

한껏 부푼 가슴을 안고 연락선은 미끄러 진다.

짙푸른 색종이 위에 검은 물감을 흩뿌려 놓은것 같은 한려수도 수많은 섬들이, 아침 싸늘한 공기를 밀어내기 시작하는 끈적한 햇살 받으며 몸 털고 있다.

바다끝 섬 자락 곳곳 이마를 맞댄 집들이 빛바랜 수채화의 허물 처럼 할퀴어져 있다.

밤새 늘어져있던 고성만을 긁어며 카페리는 수면위를 흐른다.

뱃전을 막는 푸른 살덩이는 하얗게 부서지며 갈라진 소리가 부채살 처럼 퍼져나가 물결 속으로 사라진다.

눈빛은 따라서 흰 물결 속으로 묻히고 마음마저 빨려 들어갈 제, 잊어가는 그 순간 현기증을 일으키며 한없이 떨어진다.

푸른 하늘을 제치며 그림 같은 모습 드러내기 시작하는 사량도는 온 몸을 굳힌다.

님을 보기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 온 마음이 아름다운 비경에 깔리며 서서히 녹아 내린다.

톱날 같은 기암 능선으로 미소를 흘리는 사량 상도 모퉁이에 노개등대 하나있어 갈매기 너울 춤추고, 한가한 고깃배의 꿀먹은 소리는 고뿔 앓는 어린이마냥 콩콩 거린다.

08시 20분, 금평항에 정박 한다.

산행은 옥녀봉으로 곧장 오를 수도 있으나, 돌아가는 배 편의를위해 들머리는 마을버스를 이용하여 소돈지에서 오르기로 한다.

드날쭉 머리위를 스치는 기암 봉들이 생생하게 살아나며 달려 든다.

3월 하순을 움켜 쥔 연분홍 진달래가 차창 가득 물들여 놓고 스러진다.

진동고개를 굽이쳐 지리산 사랑스럽고 봄볕에 구워지는 대섬이 한가 하다.

08시 50분, 소돈지에 도착 산행은 시작 된다.

지리산으로 오르는 시멘트 포장길이 따뜻한 봄 햇살에 그을리고 있다.

옥암을 왼쪽 멀리 바닷가로 팽개치며 올라 붙는다(돈지리로 넘어가는 비포장 도로를 오르다 오른쪽의 비탈진 채마밭 사이로 리본이 달려 있다)

09시 18분, 돈지 분교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 정상으로 오른다.

해송 숲을 파고 든 오름길에 봄빛은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을 핥고 있으나 머물다 간 겨울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오름길 가장자리 거무죽죽하게 이끼 낀 바위를 밀친 보라빛 제비꽃 수줍어 한다.

마음 한 구석에 갈망있으니 이녁들과의 어울림 아니겠는가, 먼저 터야 하는것을 번연히 알면서 그것도 괜한 어려움이라고 쉬 열지 못하는것은 어리석기 때문이겠지,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좁은 소견으로선 알 수 없지만 무턱대고 이 이들에게 달려들고 본다.

그런후에 정을 나눌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으면 되는것을.

정상을 1키로 쯤 남기고 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사천시가 까무룩 실눈 뜨고 있다.

희부염한 대기가 투명하게 가리고 있어 잔잔한 그리움이 깔리며, 오를 수록 떨어지기만하는 수많은 섬들이 그림 그리길래 다정다감한 기쁨을 느낀다.

미륵도`연대도는 바다물 모아 살찌우고 두미도`수우도는 쪽빛 바다 한 아름 안고 있다.

외줄 타는듯한 오름길은 깎아낸 기암을 날세웠기에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다.

뒤 꼭지를 잡아 당기는 절승 금강이 돌아보는 눈길을 막는것은, 앗기지 않으려는 심사 인 것을 모르는 척 곁눈짓 한다.

10시 40분, 398 미터 지리산 정상에 오른다.



사량 기암 허리 돌아,
가슴은 흐른다.

치렁 달은 녹빛 치맛 자락,
깊은 수렁 속이며.

안을 듯 쓸어 담은 청빛 바다,
애간장 끊는다.

나 다시 바람 된 다면,
아린 눈물 흘리겠냐 만.

발길 무거움은 내 탓 아니겠는가.



한없이 넓은 바다 위 암청색 섬들 발 담궜고 꼬리 긴 여객선 흰 줄 긋는다.

뱃고동 소리 숨넘어갈 듯 애절함 묻어나며, 아득히 먼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빚었는가 기암은 부서질 듯 날아갈 듯 기이한 형태로 솟구쳐 세월을 손질하고 있다.

불모산으로 이어지는 암릉 오름길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내지 마을이 부지런 하다.

그길에 흙을 밟게하면 사랑이 미운지, 잠시라도 마음 쓰는것을 모를 리 있겠냐 만 오금이 펴 지질 않는다.

날개 편 기암을 타고 내린 11시 23분, 옥동 길을 버리고 가마봉으로 걷는다.

시원한 숲길을 오르고 내림에 걷는 이 즐겁고 맞이하는 당신 기쁘다.

그것도 잠시, 또 다시 기암 능선과 씨름한 11시 42분, 400 미터 달바위(불모산)에 오른다.

병풍 처럼 펼쳐놓은 기암 정상에서 바라보는 고성만과 통영 운하 일대가 선명한 사진 되어 가슴속에 찍힌다.

바닷물에 풀어 헤친 머리를 감기는 술미도는 손에 잡힐 듯 애증스럽고, 파도 한 점 일지않는 대항 백사장은 짜글거리는 봄볕에 흠씬 두들겨 맞는다.

숱한 세월 바다 바람과 거친 파도에 시달림당하며 가쁜숨 몰아쉬고있는 이 이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제 모습을 그럴수록 담금질 한다.

찾는 이 반겨 주기에 소리없는 메아리 망망대해에 뿌리고 열기 가득한 품 속은 젖혀서 환희의 눈물 흘리게 한다.

욕심은 쌓여 한시라도 잊지아니하면 좋으련만 차지하고 픈 만큼 부족함 아쉬워라.

가마`옥녀봉 샅의 진달래는 기암 봉들을 삶 듯 붉게 타오른다.

대항에서 오르는 길을 왼쪽으로 밀어 두고 가마봉으로 쉼없이 걷는다.

한 발 잘못 딛으면 바다 속으로 묻힐것 같은 아니면, 한 눈 팔 시엔 석벽 밑으로 떨어질것 같은, 가장 험하고 찾은 즐거움을 만끽하는 암릉 길을 조심스레 기어 간다.

오름을 거부 하는가, 가마봉은 동아줄 늘여 놓고 제 숨결 속으로 들이려 한다.

기암조차 땀을 자아낸 12시 20분, 303 미터 가마봉에 오른다.

누 천년 이래 에는듯한 해풍과 파도에 제 몸을 뜯기고 시달리며 아름다운 경관을 잃지않은 이녁의 품속 어딘가에서, 환청으로 들리는것 같은 노래 소리가 심연 속으로 빠져들 듯 잔잔히 흐른다.

심해를 뚫고 치솟아 높푸른 하늘을 파 먹고 있는 기암 봉들은 놓아버린 뭍의 원망은 둘째 치고 한껏 기세를 돋운다.

그들의 어깨를 타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진정시키며 손목 가득한 줄에 의지 한다.

한 세상 떨어질것만 같은 으스스함이 몸을 에워싸니 질릴 수밖에, 있는 힘을 다 한다.

12시 55분, 옥녀의 전설을 간직한 옥녀봉 넘어 금평항을 보며 석벽 타고 내린다.

슬픈 옥녀의 전설을 간직한 봉은 찾는 이들이 사랑을 주는것 만큼이나 삭이고 있다.

그녀의 허리춤을 파고 들어간 암벽 귀퉁이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난 후 금평항으로 내린다.

숱한 절경에 젖은 몸을 돌려야하는 아쉬움 어떻게할 수 없어 돌아보는 얼굴엔 망연함이 어려 있다.

가슴 무너지도록 당신과 함께 했었고 멍들도록 아린 아픔을 삭여 냈다.

그들의 흔적이 그어진 가슴에는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수고스러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언제나 마음 속에서 떠나지않길 바랄 뿐이며 훗 날 또 그릴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으리라.

갈매기 등을 타고 흩뿌려지던 은빛 물비늘이, 수면위를 스치듯 나가는 여객선 뱃머리에 부딪치며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 안 녕 -


- 2004, 03, 24 -



-eaolaji-


▣ 길문주 - 비릿한 바닷내음과 한폭의 수채화같은 올망졸망한 절경의 봉우리를 연상하며 무척이나 서정적인 산행기에 잠시 푹빠져 봅니다. 4월초 좋은날 하루 다녀 올 생각만으로 벌써 가슴이 설레이니 그날까지 어떻게 참아 낼런지.......... 좋은산행기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 권경선 - 잘 읽고 갑니다. 본격적인 산행 처음으로 다녀온 사량도는 저에게도 늘 추억처럼 남아 있는 곳 입니다.
▣ 민 우 - 님의 섬세한 산행기의 부드러운 글 맵씨는 읽는이로 하여금 함께 걷는 느낌이 드네요... 건강한 산행 이어가시길 두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