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5일
오늘은 산행친구가 둘이다.
우리는 기백산을 가기 위해 거창을 지나 용추계곡으로 향한다.
용추계곡은 20여년 전에 아내와 찾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운치있는 길은
지금은 잘 포장된 아스팔트길로 바뀌었고 그때의 노송은 그대로 이지만
계곡은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많이 몸앓이를 하고 있다.
아마 아내가 보면 많이 실망하리라.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일주문을 지나 약 20m 정도 가면 우측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용추사에서 불경외는 소리가 겨울산을 가득 메우고 있다.
길은 비교적 완만하게 능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오늘은 산행객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한 친구는 조금은 답답한지 우리를 버리고 앞서서 오른다.
우리는 천천히 산세를 감상하며 다리를 쉬기도 하면서 능선으로 올라선다.
능선에는 한무리의 산악회 회원들이 차가운 바람을 걱정하면서 산정으로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하산을 논의 중인 것 같다.
우리도 잠시 아이젠을 채우고
그들에게 이정도는 보통의 겨울산이 아니냐며 같이 갈 것을 권유해보지만
결국 그들은 따뜻한 아래목으로 내려간다.
능선에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산을 오를 때는 맑은 하늘이었는데 능선에 오르니 눈발이 날린다.
기백산의 산정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메주를 쌓아 놓은 듯한 봉우리가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산정까지는 약 30분을 올라야 한다.
산정에는 작은 돌탑이 두 개 쌓여 있다.
멀리 금원산으로 가는 능선길이 보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망이 없다.
산정에서 포즈를 잡아본다.
여기서 금원산까지는 4km. 걸어서 약 1시간 30분이면 닿는다.
우리는 금원산으로 가는 능선을 타다가 도중에 시홍골로 하산하기로 한다.
능선길은 주변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비록 소백의 능선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금원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에서도 겨울정취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메주봉(?)을 우회하여 지나간다.
오르내림이 없이 평탄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걸어간다.
금원산에서 오는 산행인들이 지나간다.
30분쯤 걸었을까 시홍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금원산까지 2.5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우리를 유혹하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주린배를 채울 장소를 찾아 시홍골로 내려선다.
내림길로 접어들어 적당한 곳에서 때지난 점심을 해결한다.
내려오는 길 옆에는 고로쇠 물을 채취하기 위한 튜브가 등산로를 따라 산아래로 연결되어 있다.
1시간 정도를 걸어 내려와야 사평마을에 닿을 수 있다.
길 옆 가게에서 잠시 쉬면서 지나온 등산로를 가늠해 본다.
4시간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

일주문 산문을 나서는 우리들의 어깨위로 내려앉는 눈송이에 하루해가 저물어 간다.



▣ 베누스 - 산행후기를 넘 편하게 쓰셨네요.....누구라두 쉽게 갈수있을거 같은 인상이 팍팍오네요....초보인저두 가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