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길 닿는 대로 간다

 

금남정맥 제 4구간

 

백령성고개(잦고개)에서 이치(배티재)까지

 

오늘구간은 비교적 짧은 거리에다(도상거리14.2Km) 고저의 정도가 비교적 유순해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집을 출발해 대진고속도로 대전 금산의 경계인 마달령 터널을 지나니 도로가 젖어있다.

비가 조금씩 내린다.

비을 맞으며 하는 산행은 정말 힘들다.

지난번 3구간 때도 비를 맞으며 오른 신선봉 생각을 하니 차를 돌릴까 하는 망설임이 든다.

일단 잦고개 까지 가보기로 하고 금산시내을 지나고 진악산 옆 수리넘어재를 지난다.

몰라볼 정도로 변해가고 있는 자연은 정말 놀랍고 신비하다는 생각을 하며 잦고개에 도착한다.

비는 줄 줄 줄 내리고, 간이매점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지만 전혀 그칠 생각을 안한다.

일기예보에는 오전에 조금내리고 그친다고 했는데..............아하! 그건 대전지역이었구나, 여긴 금산이지............

한 시간여를 그렇게 있자니 대형버스 두 대가 주차장에 당도 하고 금산 일반산악회에서 백암산에 간다며 많은 사람들이 쏫아져 나와 작은 정자는 북새통을 이룬다.

그분들은 백암산으로 올라서서 건천리 쪽으로 하산을 하신단다.

그들의 차림을 보니 운동화에 트레이님 복장이 아마 산행보다는 야유회성격이 강한 것 같다.

치킨이면 술을 찿으며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새삼 50여년전, 피의 현장을 지금은 이렇게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로 백암산에 오른다는 것이 역사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는 그치고.......마음을 다져먹고 바로 준비를 한다.

배낭을 메고 등산화을 졸라 메고, 그러는 동안 백암산에 가신다는 많은 산님들은 서서히 육백고지 전승탑으로 올라가시고, 나는 반대 방향으로 돌려 절개지에 매달린다.

“10시 10분”

젖어있는 백령성 고개

 

이동통신 중계탑을 지나고 키 작은 잡목이 사열한 능선 길을 간다.

진달래며 벚꽃이 황홀하다.

일주일만 앞서 왔다면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좋아서........

떨어진 벚꽃 잎이 눈 내린 것처럼 바닦에 깔려 있다.

이런 산행을 언제 했을까?.

연한 녹색의 향연이 시작 되었다.

완만한 오르막을 지나 도면상420m봉을 오르면서 두분의 산님을 만났다.

잦고개에서 오르셨다는데 왜 못 보았을까.

금산 일반 산악회의 시끌벅적한 백암산 산행에 휩싸여서 그런가 보다.

정년퇴임하시고 백두대간을 끝내고, 영취산에서 시작해서 여기 까지 오셨단다.

정말 대단하다, 조금씩, 조금씩, 오늘이 제일 긴 코스라 하신다, 역시 배티재까지 가신단다.

한분은 왼손에 고사리가 몇 개 줘어져 있으시다.

진정한 고수는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법.............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우리가 올라온 잦고개 육백고지 전승기념탑이 보이는 전망이 트이는 곳에 와서 두분과 헤어지고 먼저 길을 간다.

낙엽송 조림이 잘되어 있는 능선 길에서 검은색 장화에 작은 괭이을 든 분을 만나 인사를 하니 뭐하냐고 물으신다.

등산을 한다고 하니 내목에 걸린 지형도를 가르키며 이것은 뭐냐고 또 물으신다.

지도요 하고 대답을 하고, 뭐하시냐고 나도 물으니 약초를 캔다고 하시길래, 많이 캔냐고 물으니 등에 진  망태기를 가르키며 이제 올라 오셨단다.

왼쪽으로 상개직 마을이 나무사이로 조금씩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벚꽃나무가 마지막 꽃잎을 활짝 발산 하고 있다, 군락으로........

군데군데 피어있는 벚꽃이 산자락을 멋지게 수놓아 연녹색의 연못위에 점점이 떠있는 연꽃같다.

벚꽃은 일본 국화가 아니다.

일본 왕실의 꽃은 국화다(가을에 피는 국화)

그러므로 일본 국화는 국화라 할 수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나라 꽃은 없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일본 국화가 벚꽃인 줄 알지만 사실은 벚꽃은 우리나라 제주도가 원산지라 한다.

그렇게 작은 오르막과 내림 길을 몇 번 지나치고 590m봉에 닿고 삼거리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을 간다.

오른쪽으로 가면 진악산 능선길이다.

최근 금남정맥 산행기에 빠지지 않는 정맥 능선상에 통나무로 만들어 놓은 평상을 지나고 이어서 헬기장에 닿고 둥글넓적한 기와지붕처럼 보이는 인대산이 12시 방향으로 우람하게 보인다.

“11시 54분”

640m봉을 지나고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약 8부 능선정도에 참나무에 파란색 페인트로 X자 표시를 해 놓았다, 무슨 뜻일까?

이윽고 능선에 닿고 정맥길은 왼쪽으로 90°정도 꺽어져 가고 인대산은 여기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0여m정도 더 오르면 정상이다.

“12시 19분”

인대산 정상은 키 큰 진달래만 무성할 뿐 아무것도 없다.

남쪽과 서쪽으로 조망이 좋아 지나온 정맥길이 흐린 날씨인데도 뚜렷하다.

어느분은 산행기에서 이산 높이가 666m라서 기분이 안 좋다고 하셨는데 생각하기 나름이라 본다.

10여분 사진도 찍고 물도 마시면서 조망을 겸한 휴식을 취한다.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오른쪽 멀리 뾰족한봉이 백암산 그밑으로 육백고지 승전탑이 육안으로 보였는데...이번 구간은 유난히 s자형이 많다

 

다시 삼거리로 뒤돌아오고 엉덩이를 브레이크 삼아 내리막길을 내린다.

10분여를 그렇게 급하게 내려오니 620m의 넓은 헬기장이다.

“12시 37분”

조망이 황홀하다.

잡목이 늘어선 동쪽만 빼놓고 서 남 북 모두 조망이 좋다.

특히 대둔산 쪽은 최고의 전망이 아닌가 할 정도로, 펼쳐진 부채처럼 멋진 모습을 드러내놓았다.

멀리 석막리의 누런 4층 건물의 말 많은 종교단체인 MS본부건물도 보이고, 이곳저곳 경사가 심 한곳도 나무들을 베어내고 산을 일구어 마루금을 넘어서 인삼밭은 조성한 것이 무수히 많다.

오늘 내내 그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펼친부채같은 대둔산과 오른쪽의 석막리

밭이 아닌데도 무자비로 일구어 인삼밭을 만든다, 멀리 중앙 밭의 희미한 횐것은  비료 자루를 흩어 놓은 것이고 바로 앞은 인삼을 캐고 방치한 인삼밭, 이런 인삼밭이 무수이 많다.

 

김밥 두줄로 여유로운 점심을 해결하고 출발이다.

“13시 05분”

대체로 내림막 길을 오른쪽으로는 잡목 사이로 별장 같은, 아담하게 연못까지 갖춘, 새로 지은 집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어떻게 이런 곳에 동네가 있을까 할 정도로, 사방이 가로막힌 오항리가 황토색 짙은 밭들사이로 계속해서 내 옆을 따라 오고 있다.

오항리 고개를 못 가서 우측으로 휭 하니 기분이 이상해서, 조심조심 나뭇가지를 헤치고 내려가 보니, 아! 이럴 수가.........

석재 채취로 산이 없어져 버렸다.

정맥 마루금이 곧 없어질 것 같다.

5m정도만 더 파고들면 금남 정맥 마루금이 사라질 판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관계당국인 금산군청에서는 알고나 있는지.........

멍한 가슴으로 한참동안 골재장을 바라본다.

석재는 건설공사에서 반듯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복구가 불가능 할 것 같다. 

기분이 좋지 않다.

사진으로는 얼마 안돼는것 같지만 마루금 바로 밑까지 깍아 들어왔다,규모가 큰 채석장이다

 

그렇게 오항동 고개로 내려서서보니 작은 고개 길을 건너 통나무을 이용해 만든 계단이 있다.

이계단을 올라서서 가면 지형도상 496m봉이 나오고, 곧 이어서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을 30m정도 내려가니 몇기의 묘가 줄지어 있고 좀 전의 그 오항동 고개길이 나온다.

굳이 마루금을 고집 하지 않는다면 오항동 고개에서 이 고개길을 따라 내려오면 약20~30분정도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또 m가다가 오른쪽 능선의 마루금을 타다보니 아! 곧이어 또 다시 시멘트의 오항동 고개길이 나온다.

그냥 쭉 고개길을 타고 내려올걸........

오항동 고개길은 오른쪽 채석장 가는길과 만나고 휘돌아 조금 내려와서 635지방도와 만나 삼거리가 됐다.

작은 정자가 있고 벚꽃이 도로가 산 중턱에 멋지게 피어있다.

도로를 돌아 내려가 정자 왼쪽으로 마루금이 이어진다.

서낭당 재다(356m)

“13시 48분”

635지방도옆의 아담한 정자와 산벗꽃 

 

마을 뒷산같은 완만한 능선길을 간다.

아니 마을 뒷산길이다.

왼쪽으로 이름도 이뿐 봄 가리골이 정맥길 가까이 다가서 있다.

여기서 올 처음으로 배암(독사)한마리을 본다.

겨울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힘이 없어 보인다.

녀석을 우회해 지나간다.

 

570m봉을 지나가고 국기봉 1920m라는 이정목을 거쳐서  조금 오르니 분기점봉(515m봉)에 이른다.

“14시 34분”

오른쪽으로 대둔산이 우람하게 모습을 보이고 오던길 정면으로 천등산이 위용을 자랑 한다.

정맥길은 우회전 하여(북서쪽) 대둔산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515봉에서 본 뒷중앙 인대산과 채석장,왼쪽의 인삼밭 조성지, 오른쪽의 봄가리골과 635지방도


 한듬산(대둔산)의 위용

 

여기서부터는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다.

심하게 내리고 평탄한 길을 조금 가다 다시 내림길을 가고 오른쪽으로 진산 자연 휴향림과 연결되는 임도와 나란이 정맥길을 간다.

큰 청색 물탱크가 나타나고 이동통신 중계탑이 곧바로 서있고, 많은 돈을 들인 큰 무덤이 (비석 상석 둘래석 산재단석 촛대석 차일묶는 돌까지 명당은 아닌것 같은데 돈은 많이 들인것 같다)있고, 어쩐 일인지 능선 길이 주저않은(아마 진산 자연휴향림 공사로 인해 땅이 가라 않은) 길을 조금 올라서면 묵은 헬기장이(415m) 나오고 이어서 급 경사의 배티재다.

“15시 11분”

다섯시간이 소요 됐다.

배티(우리말로 하면 배나무고개? 어려운 말로 하면 배나무이자 언덕치자을 써서 이치인가?

梨峙)

이번 구간은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금남정맥 줄기 중에서 제일 많이 훼손 된 것 같다.

사람의 삶과 자연의 보존은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공존 할 수 있을까?

 

배티에서 트럭을 얻어 타고 진산까지 간 다음 진산에서 개인택시를 타고 백령성고개까지 간다.

 

진산 개인택시 손덕열 017-423-6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