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울의 한 중턱에서 겨울 산의 하나인 태백산으로 가기로 했다. 태백산은 지난주 간 계방산 보다 10m 낮은 1,567m로서 우리나라에서 6번째 높은 산인 셈이다.

  

태백산은 옛부터 삼한의 명산이라 하여 “민족의 영산”이라 일컫는다. 산 정상에는 고산식물이 자생하고 겨울에는 흰 눈으로 뒤덮인 주목군락의 설경이 뛰어나며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점을 고려하여 이 산도 산림청에서 100대명산으로 지정 되었다고 한다.

  

오늘도 산악회를 이용하기로 하고 아침 6시30분 영등포 신세계백화점을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를 빠져 제천, 영월을 지나 해발이 높은 태백산으로 깊이 들어가 우리는 11시경 등산로입구인 사길령 매표소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산행을시작했다.

  

얼마 전에 내린 눈과 이곳의 추운 날씨 (영하20도정도) 때문에 입구에서 부터 나는 단단히 아이젠과 스팻치 그리고 방한마스크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 하고 일행과 같이 출발했다.

사길령 매표소까지는 약500m의 시멘트 길이고 눈이 없어 맨땅에 아이젠을 신고 오르니 힘이 들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하얀 오르막 눈길도 무거운 겨울 옷과 각종 장비 때문인지 오늘따라 무척 무겁고 힘이 들었다.

  

힘든 걸음으로 약 40분경 오르니 지금부터는 완만한 능선 길로 걷다가 다시 내리막길이 나타나는 그런 길이었다, 나는 이 길이 잘못 들어 하산하는 길 같아 보여 주위에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이 길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 했다.

이렇게 몇 번이고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인 등산로를 걸으니 등산로 우측 난간 길에 불탑이 보였다. 최근에 만든 불탑이나 이런 곳에 갑자기 의미 없는 불탑이 있다니 꽤 의아했다.

  

조금 가니 유일사 쉼터가 나왔다 이곳에서는 우리 팀 만 아니고 유일사 매표소 쪽에서 온 등산객들과 만나니 등산로가 이 겨울인데도 붐비기 시작했다. 앞으로 천제단 정상까지는 1.7km더 가야 한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정상까지는  힘든 길은 아니나 이곳 태백산의 매서운 찬바람으로 체감온도가 영하25도쯤 되어 보이고 바람이 자꾸 앞을 막으니 힘이든다. 또한  바람이 너무 불어 추위로 입김 때문에 안경의 서리가 끼어 앞을 잘 볼 수가 없어 걸음을 앞으로 떼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주위의 경관은 볼 수도 없고 그저 앞만 보고 가야만 하는 이런 상황에 설경의 장관도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30여분 오르니 천제단 전방 700m 지점에 사방이 확 터인 넓은 평지가 나왔다. 이곳은 바람도 없고 햇볕이 쪼여 꽤 포근하고 주위엔 이 산의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는 태백산의 명물 주목나무들이 살아서 천 년을 다하고 죽어서도 천 년까지 아름다운 지태를 지금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전방 저 멀리는 함백산이 흰 눈을 쓰고 있는 모습이 다정하게 보이고. 그 밑으로 수많은 고산과 고봉이 발 아래로 펼쳐지며, 하늘과 만난 능선 들이 끝없이 굽이 치고 있었다.

  

이윽고 장군봉 돌탑을 뒤로하고 천제단 이 있는 능선 길로 가는데 이곳은 제사를 지내는 성스러운 곳이라 쉽게 길을 내어 주지 않은지 또 바람이 무척 세차게 불어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상이 있는 차가운 능선길 좌우로 피어 있는 설화는 정말 눈의 나라에 온 것 같으며, 나뭇가지에 하얗게 쌓인 눈은 마치 사슴뿔위로 돋아난 하얀 털 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게 보였다..

  

드디어 나는 천제단(天祭壇) 에 도착했다. 이 곳에 2시까지 도착하면 된다는 산악대장의 스케줄 시간 보다 45분 빨리 도착 했다. 2시이전에 이곳까지 오는 사람은 문수봉쪽으로 가는 B코스를 갈수 있다하나 눈길에 안전한 망경사 쪽으로 하산 하기로 했다.

  

천제단은 옛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설치한 제단으로 삼국사기에 의하면 태백산의 영산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신라초기에는 혁거세왕이 천제를 올렸고,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는 동안 백방수령과 백성들이 천제를 지냈으며 구 한말에는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우국지사 들이 천제를 올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개천절이면 이곳에서 제사를 받드는데 주변의 계곡일대는 치성을 드리는 기도처로 사용되는 돌탑이 많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 절을 하고 두 손은 꼭지고 이 추운데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천제단에 쌓아논 그 돌 하나하나가 하늘로 향했던 오랜 바램들이 베어있는 돌들이 모여 거대한 돌 무덤이 되어 있는것 처럼 보였다. 

천제단 옆에는 太白山이라는 큰 정상 표지석이 우람하게 서있다. 그 동안 많은 산 들의 정상표지석은 조그마한 크기인데 이곳 태백산의 정상표지석은 정말 크다. 높이가 2m이상으로 큰 표지석이 바로 위에 있는 천제단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천제단에서 망경사쪽으로 조금 내려오니 단종비각이 있다. 단종비각은 조선시대 권력투쟁의 비운의 희생자인 조선의 제6대 임금인 단종이 영월에 유배되어 세상을 떠나자 신하들은 단종이 영월에서 승하 한 뒤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고 전해지어 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 비각이다.

  

단종비각에서 조금 내려오니 망경사 사찰이 보였다. 이곳은 지리산 법계사처럼 해발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찰 중에 하나이며, 망경사는 신라 진덕여왕 625년 자장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나 무엇보다 망경사내에 용정(龍井)이란 샘터가 있어 유명한 것 같다. 용정은 천제단에서 제사를 지낼 때 이 물을 사용한다고 하며 또한 우리나라에서 100대 샘물중 하나로서 그 맛이 달고 시원한 물로 유명하다 하나 오늘은 기온이 워낙 낮아 샘물은 꽁꽁 얼어 붙어 그 맛을 볼 수가 없었다.

  

망경사를 뒤로 하며 내려오는 길은 눈으로 뒤덮여 알맞게 얼어 비닐 비료포대 1장만 있으면 눈썰매타기 장소로서는 기가 막히게 좋은 곳이다.

당골주차장 까지는 4.4km로서 이렇게 내리막길을 1시간이상 내려오니 당골매표소부근에 태백산 눈꽃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각종 눈조각과 이글루집 카페 에서의 커피한잔은 참 맛있었다.

  

그 옆으로는 태백의 석탄전성기의 추억을 위해 석탄 박물관이 있었다, 그 옛날 석탄에너지로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던 석탄산업이 지금은 사양기로 접어 유명무실 하지만 그때를 추억하기에 좋은 박물관인 것 같다.

  

3시30분경 산악회 식당에 도착하여 마침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연배분과 같이 늦은 점심식사와 하산주로 옥수수막걸리로 목을 추기고 4시30분 그 춥고 긴 태백산을 뒤로 하며 우리는 서울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