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18 옹성산(甕城山 572m) - 전남 화순군

산 행 일 : 2004년 3월 23일 화요일
산행횟수 : 초행
산의날씨 : 흐림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4시간 05분 (식사 휴식 55분포함)

안성저수지 <0:32> 바구리봉 <0:14> 폐가 <0:24> 옹성산 <0:08> 남봉 왕복 <0:30> 쌍바위 서
봉 <0:21> 폐가갈림길 <0:17> 바구리봉 <0:23> 침니 <0:21> 안성저수지

22번 국도를 달리다 동복에서 호남고속도로 옥과IC 방향, 15번 국도 분기점에서 백아산과 옹성산
안내 팻말을 보고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예사롭지 않은 봉우리가 다가오는데 바로 옹성산이다.
3km쯤 가자 부대가 있는 갈림길에 등산로안내도가 세워졌고 전북 번호판을 단 버스 한 대가 길
을 막아 출입을 통제하는 줄 알고 길 가장자리에 차를 세우고 정문 위병에게 물어보니 "통제는
안하나 길이 좁아 버스는 갈 수 없다"고 한다.

양해를 구하고 정문 안으로 들어가 돌려나온 버스에 탄 등산객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려 주는
데 참 많이도 탔다.
남자들은 단 한 명도 없는 여인 일색이고 햇빛가리개차양에 '정읍 주부산악회'라 쓰인걸 보니 궁
금증이 풀리고 48명 회원 중 오늘은 40명이 참석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 꽃밭(?) 사이를 스쳐 안성저수지 옆으로 올라 약간 넓은 곳에 주차, 신발
끈을 묶을 때 선두가 벌써 다가왔다.
"처음이어서 그런데 혹시 길 아세요?"
"아니오. 우리도 처음입니다. 그런데 저기 보이는 것이 리본 같은데요"
인터넷에서 출력했다는 지도가 아닌 산행개념도를 펼쳐 보이던 여인이 내 말을 듣고 왼쪽으로 상
당히 떨어진 소나무에 붙은 희므끄레한 것을 보더니 그냥 농로를 따라 직진하자 다들 그녀를 쫓
았는데 산을 잘 아는 전문 안내자가 없는 모양이다.

09 : 50 산행리본이 아니면 되돌아서기로 하고 산밑으로 가보니 빛바랜 리본이었고 솔밭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다.
3분 가량 오르자 임도 수준의 반질반질한 항톳길이 이어졌으며 군인들의 우렁찬 구령소리가 들리
고 잠시후 '군사통제구역' 팻말이 걸린 가시철망 문이 열려있어 무사통과, 블록을 쌓아올린 '산악
교장·줄다리·등반/하강' 구조물도 보게 되었다.
"어? 아저씨 여기서 다시 만나네요" 오른쪽 넓은 길을 따라온 예의 그 여인이 웃으며 다가온다.

10 : 00 화장실이 있는 갈림길이 나왔다.
"어느 쪽으로 가실 겁니까?"
"유격장 쪽으로 갈려고 하는데 확실한 길을 몰라 안내를 못 하겠습니다"
우리는 단 둘이지만 그들은 40명이나 되는 대가족이고 섣불리 인솔했다가 길 아닌 곳에서 헤매기
라도 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오른쪽 암봉을 향해 오르자 줄줄이 사탕이다.
'침니. R1. R2' 표지위로 커다란 암벽 틈이 보이나 밧줄이 늘여진 암벽과 통제소, 산악교장이 있는
'R4. R5' 지역으로 들어서 앞만 보고 가는데 뒤가 조용하다.
"굴 쪽으로 갔을까?" 아내 말을 듣고 보니 시원섭섭하다.

10 : 09 20m가 넘어 보이는 암벽에 굵은 마닐라 로프가 늘여졌다.
아내 지팡이를 받아들고 먼저 오르게 하면서 바위를 살펴보니 레미콘 차가 쏟아버린 콘크리트가
마른 것 같아 마이산이 연상되나 마이산 같이 작은 구멍들이 없다.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기름냄새가 나는 밧줄을 이용하다 자리를 옮기려고 다른 밧줄을 움켜잡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외마디 신음이 새 나왔다.
뻣뻣한 마닐라로프 보푸라기가 검지와 중지 등에 선인장 가시처럼 박혔다.
안전지대로 오른 후 가시를 빼내려고 하지만 잘 보이질 않는다.
나도 참 어리석지. 갑갑하더라도 장갑을 끼었어야 했는데-

오른쪽 솔밭 사면을 돌아 축대가 있는 무덤 위 암벽 사이로 길이 있고 바위틈에 뿌리내린 가냘픈
진달래 한 그루가 연분홍 꽃을 피우고 길손을 맞아준다.

10 : 22 다시 7∼8m가량의 밧줄을 타기도 하며 독아지봉 일명 바구리봉으로 올라섰다.
서쪽을 제외한 둘레가 깎아지른 벼랑이고 건너편 쌍바위 암봉은 마치 시루떡 고물같이 돌 옷이
가로로 켜켜이 나있고 백아정을 비롯한 백아산이 지척이고 남동쪽으로는 모후산이 바라보인다.
솔밭 능선을 따르다 푹 꺼진 사거리에서 직진, 왼편으로 울창한 대밭을 끼고 가다 삼거리에서 넓
은 길을 버리고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10 : 36 함석 지붕 폐가 부근은 햇빛을 막아줄 그늘이 없고 정읍 여인들 종적도 묘연하다.
억새 밭을 지나 대밭으로 10m쯤 들어가 늙은 감나무 앞에 있는 이정표를 보게 되었는데 '등산로'
는 희미하고 '정상까지 0.5km' 글씨는 뚜렷하다.
"저기 좀 봐! 바위 위의 소나무가 멋지다" 근사한 배경을 잡겠다고 다가서니 쌍굴이다.
자칫 그냥 지나쳤을 문바위를 아내 때문에 구경하게 되었다.
이정표 쪽으로 다시 나가 30여m 거리의 거대한 절벽 밑에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수조의 물을 보
니 불결하나 위에 있는 샘물은 깨끗한 것 같지만 맛보기가 싫었다.

10 : 51 절벽 앞마당을 돌아가니 삼거리가 나오고 두 종류의 이정표가 세워졌는데 조금 전에 본
것과 같은 스텐레스 이정표에는 '정상 0.3km', 기둥형 이정표에는 '백련암. 옹성산 정상 0.2km *
주차장 입구 0.7km'로 표기돼 헷갈리나 그런 것에는 이골이 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샘이 있
는 곳이 백련암 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형적인 육산 가파른 길가에 통신 케이블과 밧줄이 늘여졌다.

11 : 00 정상표지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20m가량 오르니 헬기장이 있고 무덤 1기,
정상표지석, '건설부2 1990' 삼각점 그리고 초소가 있었는지 조립식 건물 잔해와 안테나도 있다.
배낭을 벗어두고 4∼5분 거리에 있는 남쪽 봉우리로 가보니 역시 무덤 하나가 자리를 차지했고
동복호와 망향정이, 건너편으로 무등산이 우뚝 섰으나 날씨 탓으로 원경은 감상할 수 없다.

11 : 21 정상 출발. 삼거리 이정표에서 '옹성산성 0.8km'를 확인하고 호수를 내려다보며 낮은 둔
덕을 빙 돌아 산죽을 베어낸 길을 철옹산성이라고도 하는 성곽과 백아산을 마주하고 내려간다.
전망 좋은 바위와 무덤(무덤이 유난히 많은 산이다), 마당처럼 널찍한 바위도 통과한다.

11 : 36 삼거리. 코앞인 옹성산성에서 함석폐가 억새 밭을 한 줄로 오르고 있는 여인들을 보게 되
었는데 아직 때가 일러 식사는 안했을 것이고 무엇을 하느라 늦었는지 궁금했다.
아예 쌍바위를 돌아오기로 하고 또 다른 폐가에 이르러 뒤안에 있는 샘을 발견했는데 물이 시원
하고 뒷맛이 참 좋다.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 끝봉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어 치고 올라 키를 넘는 산죽터널을 헤치며 나아가기도 하고 잡목 간섭도 받으며 폐가 뒤쪽 능
선을 한 바퀴 돌았다.

12 : 05 옹성산성 성곽 위 소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제공해 준다.
라면이 익는 사이 의리 없이 혼자 밥을 몇 술 뜨더니만 "잠시만 기다려 주라"면서 비닐 봉지를
들고 폐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한참 후에 돌아온 아내가 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을 닦을 생각
도 않고 씽긋 웃으며 내미는 봉지에 연한 엉겅퀴가 가득 들었다.
"된장국 끓여먹게..." 못 말리는 사람이다.

12 : 47 출발. 사면을 따르다 함석폐가 마당을 지나 사거리에서 계곡으로 내려서지 않고
13 : 11 바구리봉으로. 이제는 장갑을 끼고 다시 유격훈련.
13 : 34 등산때 들리지 못했던 침니.
겨우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바위틈은 어두컴컴하고 밧줄을 타고 암봉위로 오르니 훈련 암벽
으로 1m도 안되는 짧은 다리가 걸렸고 계곡을 내려오고 있는 여인들이 보인다.

13 : 55 하산.
후미 그룹 나이 지긋한 여인들이 다가오며 "정상에 갔다 왔냐?"고 하기에 "산성에서 함석집을 지
나는 아주머니들을 봤다"고 하자 "굴 있는 곳에서 한참 더듬었고 밧줄 쪽으로 갔다가 무서워서
다시 돌아서는 등 쑈를 했다"고 한다.
"실수 할까봐서 동행하지 못했는데 미안합니다"
"아니오. 같이 갔어도 우리들이 따라가지 못 했을텐데요 뭘" 후미 책임자인 듯한 젊은 여인이 오
히려 "고맙다"고 한다.

띄엄띄엄 가는 여인들과 서로 손을 흔들어 주고 시동을 걸어 놓고 기다리는 버스 옆을 지나 밧줄
이 늘여진 훈련장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본다.


▣ 김정길 - *옹*성*산* // 3년 전 봄, 함석집에는 꼬부랑할머니 한분이 살고계셨습니다. 밭에서 호미질을 하시던 그 할머니에게 말을 걸어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었다 어찌나 불쌍하게 여겨지던지 눈물이 글성거렸던, 비상용 식품을 모두 꺼내어 드리고 왔었는데, 그리운 불쌍한 그 할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셨단 말인가!! 아~~~ 오늘 아침 슲은 이 마음. // 엉겅퀴가 어떤것인지 그것도 된장국거리로 먹는 것인지 못 말린다는 친구님의 부인도 보고싶구려. 4월18일로 일단은 잡아봅니다. 그때 친구부부와 부르스황 가족과 보성의 작은오봉산 다녀옵시다. 가지고 갈 맛있는 음식 몇가지 친구님 부인께 부탁합니다.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기를...... 안산에서 친구로부터

* 브르스황님과 서로 연락은 없었지만 친구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오늘(3월 28일) 호남정맥길을 다녀 왔는데 격주로 가니 그때가 적기인것 같습니다. 연락 주세요.

▣ 첨단산인 - 옹성산 할머니는 가고없어도 하루종일 햇볕잘드는 할머니집은 지금도 명당입니다. 3월13일 다녀왔는데 안내도가 정확하지않아 대숲으로 들어갓다가 길을잃고 헤맬때 그 공포심이란... 앞도 뒤도 옆도 하늘도 보이지않더군요 만일 옹성산 대나무밭에서 길을 잃으면 무조건 산윗쪽으로 향하면 길을 찾을수 있습니다.

* 첨단산인님! 고맙습니다. 차후 옹성산을 탐방하실 분들에게 참고가 될줄 압니다. 그런데 실명을 올려주시면 정중한 인사를 드릴텐데...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