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전날 고향이 아닌 눈 덮인 산야를 찾아서…….


o 산행일시 : 2004.1.21(수) 11:20~14:20(3시간)

o 산행장소 : 청계산의 국사봉과 이수봉

o 산행인원 : 나홀로

o 교 통 편 : 성남 모란역 6번출구 농협앞에서 금토동행 마을버스(11-1번)로 금토동 종점까지 이동


o 산행코스

금토동 마을버스 종점 삼거리~국사봉 들머리 산불감시 초소입구~삼거리 11번 갈림능선~국사봉 정상~이수봉 직전 바위 전망대~이수봉 정상~금토동 갈림길~옛골기와집 옆 산불감시초소 하산~고속도로 밑 마을버스 정류소



o 산행준비 및 출발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그런데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여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엄청 불편을 격고 있다는 아침뉴스가 고향을 찾는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나도 예전에는 이때쯤이면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을 하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조상님들의 제사를 장남이면서 장손인 내게 직접 모시라고 해서 이젠 서울에서 직접 모시다 보니 이젠 고향을 가지않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시골에서 아버지, 어머니께서 올라 오셔야 하는데 감기로 건강이 좋지 않으실 뿐더러 눈이 많아 와서 금년에는 못 오시겠다는 전화다. 아침부터 집사람은 오늘은 오전에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시장을 봐야 한다고 야단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 탓도 있지만, 아파트의 창문 너머로 내려다 보이는 온 세상은 하이얀 솜이불을 깔아 놓은 것처럼 대단하다. 그런데 바람과 함께 체감 온도는 영하 15도 된다는 TV방송의 안내다. 그렇다고 이 눈덮인 산야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자니 온몸에 좀이 쑤시는게……

집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오전에 간단히 산행을 하고 오겠다고 하고는 배낭을 챙긴다. 물론 간단하게 챙기고 아침밥을 드는 둥 마는 둥 허급지급 집을 나선게 벌써 10:00시가 다 되어간다. 10:14쯤 오리역에서 지하철에 타고 성남의 모란역으로 향한다. 엊그제 개통했다는 이매역을 지나고 야탑역을 지난후 모란역에 도착한 시간이 10:40쯤인데 마을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하는 것을 겨우 잡아타고는 옛골과 금토동으로 향한다.

모란을 출발한 시내 버스는 동아다리를 지나 엉금엉금 기기 시작하더니 옛골에서는 계속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금토동은 돌아서 간다고 하고는 10여분을 더 달려 한국도로공사 본사옆으로 하여 금토동을 향하는데 운전사 아저씨께서 마을앞의 볼록블럭을 눈 때문에 못보았는지 버스가 펄쩍 뛰면서 맨 뒷좌석에 앉았던 아주머니 한분이 튀어 올랐다가 내동댕이 쳐지면서 무릎을 다쳐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종점에서 난 산행 때문에 그냥 내렸지만은 그 아주머니는 금토동 댁의 자가용 승용차를 불러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것 같았는데 많이 다치지 않았어야 할 텐데…..

그 마을버스 기사님이 차를 너무 부주의하게 몰은 탓도 있겠지만, 어쨌던 내일이 설날인데 기사나 손님 모두 무사하였으면 하는 바램을 하면서, 금토동 버스 종점의 정자나무 아래에서 스패츠와 아이젠을 차고는 산행 들머리를 향하는데 시간을 보니 11:20분이다.

오늘의 산행은 늦게 나서기도 했지만 눈 때문에 약간 늦어질 것이라는 감으로 산행 들머리인 삼거리 산불감시초소쪽으로 향하는데 양쪽 마을에는 간간이 지나간 자가용 승용차외에는 눈으로 가득 덮여 모두가 하얗게 되어 인적 또한 없는 것 같고, 시골 마을의 개 짖는 소리와 나의 발짜국 소리 --- 뽀드득 뽀드득 — 만 들려올 뿐 조용한 시골 풍경이다.



O 금토동 산행 들머리 산불감시초소~ 삼거리 갈림능선 안부~국사봉 정상~국사봉과 이수봉 사이 바위 전망대~이수봉 정상


산불 감시초소 앞에는 승용차 2대뿐 주말이면 그렇게 많이 몰리던 차량행렬이 오늘은 없다. 아마 모두들 시골에 설을 쇠려 갔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을 하며 11:39분경에 산행을 시작한다.

묘소를 지나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에는 두어 사람의 발자국만 나타나 있을뿐 많은 이들이 지나간 흔적은 찾아보기 드물다. 청계산은 원래 원터골이나 옛골쪽에서 오르는 것이 훨씬 수월한데 내가 이쪽 금토동까지 온 것은 이곳은 많은 산꾼들이 붐비지 않는 호젓한 곳이라서 혼자서 생각하며 산행을 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두어 사람의 흔적을 따라 오르기 망정이지 혼자서 길을 찾아서 가노라면 더 늦어질 것 같은 생각을 하며 눈 속을 파헤치며 걷는 동안 지난번 눈오기전에 올랐던 길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 눈 때문에 앞서 올라간 선등자가 길을 잘못 밟은 것 같은 생각을 하며 오르는데 능선안부까지 10여분이면 충분히 도착하던 것이 미끄럼때문에 20여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안부에 도착한다. 삼거리 안부의 소나무에는 여전히 11번 번호표가 방향을 알리고 얼마전에 세운 이정목은 눈으로 벙거지를 둘러쓰고는 국사봉2,300m(45분)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안부를 따라 오르면 오를수록 눈은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불러오는 바람 때문에 날아 갈 듯하다. 바람에 의해서 능선에 쌓인 눈은……… 많은 곳은 무릎 위 허벅지 바로 아래까지 빠진다. 엄청난 바람과 눈으로 빠진 발을 한발자국 한발자국 내딛는데도 약간씩 힘이들기 시작한다.

모든 등산로가 이렇게 힘들면 산행이 불가능 할 것이나, 그래도 바람이 많지 않은 곳은 발목 위까지만 빠질 뿐 걷는데 지장 없다. 국사봉 정상을 거의 다 올라갔을 즈음 한 무리의 가족등반객들이 내려오고 있다. 아마 이분들은 이수봉으로 올랐다가 국사봉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 같았다.

이분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점점 미끄러움이 더해지는 정상 부근에 천천히 올라 서니 국사봉 정상이고 시간을 보니 12:55분이다. 평상시 보다는 약 20여분이 더 걸린 것 같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고속도로의 하행선에는 차량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움직이지를 않는 모습이고 분당부근과 성남시내 그리고 의왕시와 과천시 그리고 멀리는 북한산도 가물가물 눈에 들어오고 건너편의 관악산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손짓을 한다.

국사봉 정상에서 나홀로 서서 이곳 저곳의 전망을 조망하고는 이수봉으로 향하여 내려서는데 미끄럼이 대단하다. 간간히 지나간 산꾼들의 발자국도 휘몰아치는 바람에 흔적이 없어지고 보이질 않는다. 가파른 내리막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는데 산꾼 한 분이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수인사를 하고는 지나친다.

성남시계등산로의 표시 말뚝도 눈속에 거의 반이상 파묻혀 있는데 산꾼 한분이 지나치면서 수고하신다는 인사다. 나도 반갑다는 인사를 하고는 계속 발걸음을 옮기는데 또 다른 한분의 산객이 오시면서 하는 말…… 지나간 사람이 없냐고 묻는다. 두 분이 자나갔지만 바람 때문에 흔적이 잘 보이질 않는다고 대답하고는 또 지나친다.

이수봉 거의 다 와서 오르막 바위 전망대 부근을 지나칠 즈음 바람이 조금 덜한 것 같아이곳에서 커피를 한잔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커피를 따끈한 물로서 타고서는, 가지고 온 떡 한조각을 커피와 곁들여 먹으니 허기가 조금 가시는 느낌이다. 국사봉 방향으로 향하는 또 한 분의 산객이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오늘 국사봉에서 이수봉 방향으로 오면서 만난 네 분의 산꾼도 나와 마찬가지로 나홀로 산행을 즐기는 것으로 보아서 상당히 산행을 좋아하는 분들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커피잔을 들이킨다.

그러나 장갑을 벗자마자 손은 얼음으로 변한 느낌이다. 시린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아프고 아리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날씨가 대단히 추운 것 같지만 얼굴과 손가락외에는 그 느낌을 모르겠다. 5분여의 휴식을 끝내고 휘몰라치는 바람을 가르며 마지막 오름을 올라서니 이수봉 정상이다. 여전히 이수봉 정상은 눈으로 덮인 것 외에는 여전하다. 주말이면 이동 막걸리 자판대에 붐비던 산꾼들도 오늘은안보이고 대여섯분들이 그냥 서서 쉬고 있을 뿐이다.



O 이수봉 정상~금토동 갈림길~옛골기와집 옆 산불감시초소 하산~고속도로 밑 마을버스 정류소



정상의 쉴 수 있는 긴 장의자에도 모두 눈으로 덮여 있으니 앉을만한 장소가 없다. 이곳을 지나 망경대~매봉으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이수봉에서 그냥 옛골쪽으로 하산할 것인가???? 망설이고 있는데 시간을 보니 13:35분이다.

석기봉을 거쳐 망경대와 매봉으로 하산을 하면 집사람과 약속한 오후3:00까지는 하산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옛골로 하산을 결정하고는 석기봉방향과 망경대쪽의 확 뚫린 전망을 관망만하고는 5분여의 휴식을 끝내고 하산을 서두른다.

대부분의 산꾼들도 옛골에서 올랐다가 하산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군부대의 오른쪽을 돌아 능선방향으로 하산을 하는데 앞서가는 분들이 일행들 때문에 더디다.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추월을 거듭하여 내리막을 달려서 내려서니 금토동의 갈림에 14:05분경 도달한다.

옛골에서 오르는 능선쪽은 자동차 길처럼 반질반질하게 길이 나 있다. 많은 산객들이 다녀간 흔적 때문일 것이다. 조금 넓은 곳은 티코차 한대는 지나가도 될 것 갔다는 생각을 하면서 금토동에서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는 너무 차이가 많다는 생각을 한다.

일찍 점심 식사를 하고 배낭도 없이 맨손으로 오후에 올라오는 산객들을 간간이 지나치며 내리막을 달려 내려서니 옛골기와집 식당옆 산불감시초소에 14:20분경 다다른다.

오늘의 짧은 산행을 이것으로 마감을 하지만 눈 덮인 산야를 눈바람과 함께 뛰기도 하고 달리기도 한 현재의 기분은 최상이다. 금토동으로 향하는 버스가 아침과는 달리 옛골기와집식당 옆을 지나간다. 10여분 정도 기다리면 되돌려서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과 장모님께 간단하게 전화통화를 하고서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로에 많이 녹은 눈이지만 10여분을 더 기다린………끝에……………

14:45경에야 성남행 마을버스가 도착하여 버스에 오른다. 3시간 남짓의 짧은 산행을 하고 났지만 지금의 기분은 너무 좋다. 설날은 동생네 식구들과 차례를 지내고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는 토요일은 칫과에 약속이 되어 있고, 일요일 정도는 다시 설날연휴 마지막 산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중에 어느새 모란역에 마을버스가 도착한다.


▣ 김태훈 - 김용진님 호젓한 산행을 하셨군요 저는 24일 매봉만 올랐다가 내려왔는데 산객들이 너무 많아 아무생각없이 다녀와서 허전한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잘 갔다오셨군요.
** 태훈님 대명절 설은 잘 쇠셨겠죠?? 20일 저녁에 눈이 내려 21일날 산행을 하게 되었죠.. 매봉쪽은 원래 산객들이 많은 곳이잖아요.. 금년에도 태훈님의 산행기 게속 기다릴게요.. 즐산하시길.........
▣ 산이좋아(another - 그날 저도 북한산에 올랐는데 날씨가 보통이 아니더라구요...그러나 전망은 죽여 줬습니다...항상 새해에도 즐산하시기를..
** 산이좋아님도 좋은 산행 하셨군요.. 날씨가 추워서 고생많이 하셨겠네요.. 금년에도 안산은 물론이거니와 즐산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