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의 와룡산>> 2004년 3월 21일 일요일




산우들의 요청으로 봄맞이 산행을 오랜만에 무리지어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매화와

산수유, 개나리는 이미 봄을 받아들인 지 오래고 백목련과 생강나무도 강렬하여, 겨

울을 넘기고 남은 동백꽃과 함께 곳곳에서 봄기운을 돋우고 있는 이즈음입니다.

우리야 오래전에 미리 정해두었건만, 마침 어떤 신문에 와룡산 특집이 금요일날 실

려 귀 엷은 인파가 와룡산을 뒤덮을 것 같은 불안감에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하였습

니다. 8시 반에 사천의 남양동 갑룡사에 도착하였습니다.



30분 걸려 도암재에 이르니, 잔디 사이사이로 비록 어리지만 쑥이 지천이라 냄새도

맡아보고 손으로 뜯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거이선생님이 눈에 보이는 대로 야생초를

살펴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니 굳이 쑥을 캐지 않아도 머리 속에는 야생초가 가득하

여 봄물이 온 몸에 젖는 거 같았습니다.



와룡산은 지리산에서는 사진과 같이 보입니다.

(사진1. 지리산 법계사 위 암반에서 남쪽 조망)

가만이 들여다보면 홈 파인 떡 시루 모양새로 보이는데, 아내는 늘 코끼리를 먹은 보

아(Boa) 구렁이 같다는 우스개를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어린왕자”의 에피소드지

만 그건 너무 유치한 인용이라고 면박을 주다가 어차피 누운 용(龍)인데 보아 구렁이

가 더 어울려 보인다며 실소한 적이 있습니다.


<사진1> 지리산에서 본 와룡산(2004.3.1. 법계사 위 암반에서, 디카)





그렇다면 맑은 날, 와룡산에서 지리산은 어떻게 보일까?

사진2는 작년 2월9일 새섬바위에서 눈 덮힌 지리산 능선을 조망한 사진입니다.

<사진2> 와룡산 새섬바위에서 본 지리산(2003. 2. 9. 필름스캔)





오늘은 시야가 흐리고 천지간에 봄비 기운을 머금어 조망과 전망사진은 애초에 기대

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단 상사바위 품은 천왕봉(625m)을 한 컷하고 올라섭니다. 다시

금 700 능선에 올라보니 저 아래로 전망바위에서 태극기를 펼쳐든 호기를 부리는 등

산객들이 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사진3>





<사진4 : 진행방향으로 왼쪽 아래로 안전한 길이 있지만 암릉으로 바로 거닐면 아슬

아슬합니다.>






높이 솟은 새섬바위가 드러나면 산행의 힘든 부분은 다 마친 느낌입니다. 새섬바위

만 지나면 민재봉 까지는 완만한 흙길이고 백천재까지 제법 경사길이고 그 이후는 완

만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사진5 : 높이 솟은 새섬바위, 오른쪽의 옆으로 누운 암봉은 마치 기분 좋은 오랑우

탄의 얼굴 같습니다. 디카>

<사진6 : 같은 장면을 2003년 2월 9일 찍은 것입니다. 좌측 정북방향으로 두개의 봉

이 연결된 진주의 월아산이 또렷할 정도로 시야가 좋습니다. 디카보다 광각이 넓은

필카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필름스캔>








또한 흐린 오늘의 사천만(도상에는 진주만) 쪽을 바라보면 그리 조망이 좋지 않고 푸

른 바다의 싱그러움도 없지만 2월달 사진으로 본 사천만은 멀리 남해 망운산과 가까

이 남해 금오산의 모습까지 어우러져 참 아름답습니다.

<사진7: 오늘 사천만 쪽의 조망 2004. 3.21. 디카>


<사진8: 맑은 날 사천만 쪽의 조망 2003. 2.9 필름스캔>





작년 2월 9일 와룡산 산행시에는 “월간 산”의 르포 팀과 조우하는 기분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동행한 산악인 박정현을 만나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고산등반가

인 박정현은 바로 이곳 와룡산을 모산(母山)으로 산악인의 꿈을 키워온 소년이었다

고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를 이곳 와룡산에서 만난- 아니, 정확히 표현 하자면 본-것

은 기쁨을 넘는 영광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몸뚱아리가 첫낯을 가리는 성격이어서 대

놓고 악수 한번 하자는 소리도 못했으니 그게 후회스럽습니다.

<사진9: 올려다 본 새섬바위 2004.3.21. 디카>




<사진10: 올려다 본 새섬바위- 저 속에 이 산거북이가 우르러 보는 박정현님이 있답

니다. 제대로 우르러 본 셈이죠. 햇살이 쨍하여 역광. 2003.2.9>





민재봉이 보이는 헬기장에서 잠시 쉬다가 민재봉 거쳐 백천재 거쳐 백천계곡으로 내

려서습니다. 잔가지들 끝으로 연두빛 봄물이 오르고 깊은 계곡의 물소리가 더하니 산

아래는 봄기운이 더합니다. 세상이 시끄러워도 농부들의 일손은 그저 자연처럼 부지

런히 돌아야합니다.(사진11)

<사진11>





관광버스와 사찰버스가 붐비고 확성기 소리까지 더해 요란 시끌벅적한 백천사를 그

냥 스쳐 지나고 차량 회수를 위해 갑룡사로 어렵게 택시를 불러 들어섰습니다. 갑룡

사라...?! 익숙지 않은 절이름을 혼잣말을 중얼거리니 거이선생님께서 추측하여 이

르시건데, 와룡산의 으뜸이란 뜻 쯤 안되겠나 하였습니다. 한참 정비 중인 절이 고요

하여 경내를 둘러보았습니다. 경제와 경쟁이 없이는 그 무엇도 살아남을 수 없는 이

즈음의 세상입니다. 한적하고 단아한 이 절도 장차 웅장한 법석을 꿈꾸고 있을 텐데

와룡산 아래의 초심을 잘 유지하여 주기를 발원해 봅니다.



<사진12 : 와룡심당(臥龍心堂)! 절 한켠의 요사입니다. 나무로 짓지 않고 현대화한

건축의 또다른 가능성을 엿보고 감탄하였습니다. 뜨락의 꽃들을 촬영하고 새소리를

들으며 떠날 줄을 모릅니다. 꽃피고 새 우니 돌아갈 줄 모르다! 선사(禪師)의 경지

를 어찌 온전히 깨달을 수 있을까 만은, 합일된 무아 삼매의 끝자락을 살짝 잡았든

느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5시간반에 걸쳐 남양동 갑룡사-도암재-새섬바위-민재봉-백천재-백천골 코스

를 소풍하였습니다. 산우들은 오늘은 등산보다 산책이었다고 그 가벼움을 마치 봄바

람에 비하였습니다. 산거북이와 같이 가니 그럴 수 밖에요. 거이선생님, 황거사 부

부, 육수파 이대감 부부, 오늘따라 바람같이 날으신 김대감 모두 기뻐하니 행선지를

정한 이로써 보람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 지리 - 님의 산행기를 보니 5년전 초여름의 와룡산 산행이 기억나는군요, 와룡산에서본 지리산조망등 사진 잘보았습니다.

▣ 알프스 - 오랜만에 님의 산행기를 대하니 무척 반갑습니다. 역시 필카의 힘이 좋군요. 즐산하세요!!

▣ 이수영 - 내가 남해 호구산에서 삼천포(사천시) 와룡산을 바라보며 조망을 했었는데 산 거북이님이 그곳에 계실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였는데 님이 계셨다니 소리쳐 불러볼 걸 그랬습니다. ^^ 필카와 디카, 옛사진과의 대조 역시 산 거북이님에게는 배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군요. 즐감 했습니다.

▣ 이정철 - (너무 사적인 내용이라 산거북이가 직권삭제합니다.)

▣ 이수영 - 다시와서 보니 산 거북이님이 ...... 흐뭇합니다.^^(: 내용삭제:죄송해요. 임의 삭제해서.. 담에 술한잔 대접해 올리겠습니다. 용서!! 선배님)
▣ 이영권 - 내고향 명산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다응엔 남북종주를 권하고 싶습니다.
▣ 자경산인 - 거북이님의 이번 산행기를 보고 있노라면 봄이 온 모습이 물신 풍깁니다. 든든합니다. 그리고 저 자경산인이 편지형식으로 산거북이님이 제일 처음쓴 늦깍이, "홀로 지리산 종주 사진산행기에 덧붙임 글로 올렸습니다. 늘 새날 되소서 총총.
▣ 산거북이 - 이영권님.. 남북종주하면 어디를 말씀하는 겁니까? 자주 가볼 와룡산인데 언제 한번 권하시는대로 해볼까합니다. 가르쳐 주시옵소서.
▣ 산거북이 - 자경선생님. 기다렸습니다. 지리산 종주기에 답글 달았습니다.
▣ 산인준치 - 선배님의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사진과 글을 읽고 있노라니 봄 내음과 따뜻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향상 구수하고 늑늑하게 전해오는 따뜻한 향기 오래동안 느끼고 싶습니다. 산행기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자경사인 - 산거북이님 저의 편지받으시고 회신 감사하옵고 평강을 빕니다.혹 시간이 나시면 자경산인의카페에 한번 방문해 주시면 백만원군이 되옵니다. ♠주소:cafe.daum.net/john5523[카페이름:자경산인]♠
▣ 이영권 - 산거북이님 와룡산 남북종주는 사천선진주유소뒤 약수암에서 출발 하늘먼당을 거처 민재봉을 경유해 용두정수장까지 종주하는겁니다.산행시간은 식사시간 빼고 6시간에서 6시간반정도 걸립니다.모쪼록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