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2010년 12월 12일(일요일)

* 날      씨: 흐림

* 산  행 지: 산청 구곡산 일대

* 산행거리: 약 21km 안팎

* 산행시간: 7시간 35분(운행시간 6시간 1분 + 휴식시간 1시간 34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1명(나 홀로)

 

 

산청 구곡산(九谷山, 961.0m)!

지리산 써리봉(1602m)에서 뻗어 나와 15km 넘게 굽이치는 황금능선(黃金稜線)의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써리봉에서 삼신봉을 거쳐 주산(831.3m)에 이르는

기나긴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산입니다.

특히 천왕봉(天王峰, 1915.4m)과 중봉(中峰, 1875m) 조망은, 어디에도 뒤질 게 없는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오랜만에 구곡산을 가 보고자, 진주의 집을 나서 차에 오릅니다.

요즘 새로 고용한 여비서가 있어 그런지, 기분 좋게 경쾌한 소리를 내며 냅다 달립니다.

열 살이 다 된 중늙은이지만, 젊디젊은 여자 목소리가 그렇게 좋은가 봅니다.

오늘도 나 홀로입니다.

여럿이 함께 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때론 혼자만의 산행도 이에 못지않을 때도 많습니다.

국도 제3호선과 20호선을 이어달린지 40분 가까이 되자 드넓은 덕산분지가 나오고,

그 뒤론 가야 할 구곡산능선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구곡산의 기세가 어찌나 드센지, 천하의 천왕봉도 한쪽에서 겨우 고개를 빠끔히 내밀 뿐입니다.

원리교와 덕산고등학교를 지나자마자, 덕천서원(德川書院, 110m)이 나옵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 남명 조식(南冥 曺植,1501~1572) 선생을 기리는 곳으로,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자 나중에 돌아와야 할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옆 덕산 원리1반 표지석 위엔, 구곡산 5.02km란 이정표가 있어 들머리임을 알게 해줍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골목길로 가도 되지만, 중산리로 이어지는 예전 20호선 국도를 따릅니다.

100m도 채 가지 않아 세운 빌라트 앞 구곡산 도솔암 약 2km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국도를 벗어나며 오른쪽의 도솔암 진입로로 들어섭니다.

처음엔 새로 닦은 너른 길이나, 좀 가다 건물이 사라지면서 예전 그대로의 길로 좁아집니다.

흙길이 아닌 콘크리트길을 오르는 게 별로 달갑진 않으나, 산으로 이어지는 가야 할

길이기에 갈 수밖에 없습니다.

울창한 숲과 떨어진 낙엽이 길동무가 되어 줌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계곡에 걸친 작은 다리를 건너면서 지그재그(zigzag)를 그리며 가팔라지더니,

기어이 넓은 이마의 땀샘이 터지면서 모자를 적십니다.

잔뜩 흐린 쌀쌀한 날씨라 손은 시린데 말입니다.

부근이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솔암교를 건너 숨 가쁘게 몇 분 오르니,

구곡산 등반안내도와 이정표(구곡산 2.62km·덕천서원 2.45km)가 있는 도솔암(兜率庵)에

다다릅니다.

거의 다 이곳의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구곡산을 들렀다 오는 원점회귀산행을 하는 곳입니다.

마당에 세워진 자동차를 보고서야, 누군가가 있다는 걸 짐작할 뿐입니다.

 

되돌아 나와 계곡을 따라 난 길을 따라, 본격적인 구곡산 산행에 들어갑니다.

좋은 길을 타고 3분쯤 갔을까, 계곡이 갈리는 곳에서 길도 갈립니다.

계곡 건너 바로는 도솔재로 올라 구곡산으로 가는 길이요, 너럭바위를 타고 도는

오른쪽은 구곡산으로 직등하는 지름길입니다.

이정표는 옛것과 새것이 같이 있으며, 거리표시가 각각 달라 어느 게 맞는 건지 헷갈립니다.

앞으로 나오는 이정표도 거의 다 그러합니다.

오른쪽 길은 내려올 때의 몫으로 남겨 두고, 바로 가는 길을 그대로 따릅니다.

산죽 길을 5분 남짓 가면, 왼쪽 계곡에 그럴싸한 폭포가 나옵니다.

잡목이 막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쉬우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 이상의 보답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이름이 있는 진 몰라도, 그전부터 난 도솔폭포라고 부릅니다.

길 보다는 잡목을 헤치고 내려가서 보면 더욱더 좋습니다.

골이 얕아 물이 적은 게 아쉽긴 해도, 폭포의 형태를 완벽하게 갖춰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폭이 20m요 높이가 10m쯤 되는 위쪽이 약간 비스듬한 폭포로, 그 모습이 지리산

유암폭포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폭포 밑에 물웅덩이가 없는 것까지 비슷합니다.

여기저기 얼음과 고드름이 서로 제 잘났다 뽐내는 데선, 따뜻한 남쪽나라에도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폭포 위 너럭바위에도 또 다른 큰 바위가 얹혀 있으며, 그 바위에 오르면 아랫부분을

제외한 도솔폭포의 전부가 눈에 쏙 들어옵니다.

 

폭포에서부턴 산죽이 대나무로 잠깐 바뀌다 다시 산죽이 나오며, 그와 함께 너덜지대가 이어집니다.

험하진 않지만 가풀막이라 힘깨나 써야 하며, 오를수록 산죽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참나무가 대신합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가랑잎을 밟고 오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합니다.

홀로라서 좋기도 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사람 아닌 자연과의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주능선인 도솔능 안부로 올라섭니다.

더러는 도솔재라고도 하며, 힘들여 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곳입니다.

나 역시 배낭을 벗고 잠깐 머무릅니다.

오른 곳을 기준으로 왼쪽 능선을 쭉 따르면 외공마을이요, 구곡산과 황금능선을 가자면

오른쪽으로 틀어야 합니다.

나무에 가린 조망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지리산 곡점능선과 웅석봉(1099.3m)을 비롯한

달뜨기능선과 밤머리재가 언뜻언뜻 들어옵니다.

예전 이정표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새로 된 이정표를 보다 그만 깜짝 놀랍니다.

국수봉 정상 1.25km!

구곡산을 국수봉이라 잘못 표기해 놨는데, 누군가가 매직으로 구곡산으로 고친 흔적이 보입니다.

이럴 수가!

시천이라 표기된 것은, 아예 바닥에 떨어져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나중에 알 게 되지만, 구곡산 정상의 것도 떨어져 있긴 마찬가집니다.

기왕 돈을 들여 만드는 것, 제대로 좀 하면 좋지 않을는지요?

 

낙엽 쌓인 주능선을 타고 구곡산으로 나아갑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순한 길이라,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도솔재에서 8분 남짓 만에 널따란 헬기장(922m)으로 올라서자, 하얀 눈이 군데군데 박힌

천왕봉이 들어오며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구곡산에 오길 참 잘 했구나!

탁월한 선택을 한 스스로에게 감사해하며, 가깝고 먼 곳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四方八方)

조망을 즐깁니다.

천왕봉과 중봉을 비롯한 지리산 주능선과 촛대봉(1703.4m)이 가깝고, 삼신봉(1289m)과

그 너머 광양 백운산(1216.6m)의 높은 봉우리들이 눈을 뒤집어써 하얗습니다.

지리산보다도 더 희게 보이는 것으로 봐, 호남지방이 눈이 많은 고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진주는 물론이고 남해바다까지 눈에 잡히며, 머지않은 곳에선 웅석봉과

달뜨기능선이 우리에게도 눈길을 달라며 떼를 씁니다.

고루고루 휘둘러보며 사랑을 주고선, 헬기장을 뒤로 하고 갈 길을 재촉합니다.

4분 남짓 갔을까, 자연보호 철탑 조금 못 미친 곳에 이정표(구곡산 0.48km·

도솔암 2.14km·덕산관광휴양지 2.33km)가 있고, 산청 양수발전소 하부 저수지가 들어옵니다.

왼쪽 지능선을 타고 덕산관광휴양지로 이어지는 길을 표시해 놨으나,

이용하는 이가 거의 없는 듯 다닌 흔적은 없고 낙엽만 잔뜩 쌓여 있을 뿐입니다.

철탑을 쳐다보며 1분 남짓 가니, 철탑이 있는 곳에 닿습니다.

예전 자연보호란 커다란 글자가 있었으나,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글자가 있었을 때도 그다지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철탑만 덩그러니 서 있는 꼴이란

그야말로 꼴불견입니다.

 

작은 돌탑을 지나자마자, 이윽고 구곡산 정상으로 올라섭니다.

1994년 4월 20일 달팽이(蝸牛, 와우) 산악회에서 세운 작은 정상석과, 번호 없는

삼각점이 홀로 오른 날 반깁니다.

아마도 오늘은 내가 첫손님인가 봅니다.

예전 이정표(천잠능 3.1km·도솔능 1.2km)는 뽑혀져 있고, 새로운 이정표(국수봉 2.33km·

동당 정상 957m·도솔암 2.62km)는 많이 훼손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떨어진 걸 매달아 사진을 찍어보나, 그게 붙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잠시 어두웠던 마음은 일망무제(一望無際)로 열리는 조망이 저 멀리 날려버립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천왕봉과 중봉이 나란히 있고, 촛대봉과 삼신봉 등

지리산의 높고 낮은 봉우리와 크고 작은 골짝이 속속들이 들어봅니다.

지리산 전망대라 불리는 산들이 더러 있지만, 가깝고 뚜렷하기로는 구곡산이 으뜸이란 생각입니다.

하동 금오산(849.1m)과 사천 와룡산(801.4m), 진주 월아산(483.2m), 함안 여항산(770m),

의령 자굴산(897.1m), 산청 웅석봉 등 멀고 가까운 산들도 돌아가며 들어옵니다.

써리봉으로 이어지며 굽이치는 황금능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어디로 갈까?

잠깐 망설이다 천잠능 사거리까지 갔다 오기로 마을을 정합니다.

오랜만에 왔는데 구곡산만 타고 가기엔 뭔가 아쉽고 허전한데다, 좀은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황금능선의 산죽 맛이나 좀 보고 가자!

50m쯤 갔을까, 깨진 삼각점(산청 26)이 있는 갈림길에 닿습니다.

구곡산 정상보다는 약간 낮은 곳으로, 독립된 봉우리라기보다는 정상의 일부분이라고

함이 좋을 듯합니다.

아까의 계곡 갈림길에서 오른쪽 지름길을 타면 이리로 올라서며, 좀 이따 내려갈 때 다시

들러야 할 곳이기도 합니다.

이정표(구곡산 0.05km·도솔암 1.65km)와 새로운 삼각점 안내문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부분의 글씨는 훼손되어 알아 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누가 왜 그랬는지?

 

황금능선으로 방향을 잡아 2분 남짓 내려갔을까, 큰 참나무의 작은 구멍이 밝아 보입니다.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좌우로 크게 밑둥치가 파여 있고, 그 위에 구멍이

뻥 뚫려 있어 빛이 새어 나온 것입니다.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겪으며, 오랜 세월 버티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살아있기에 아름다워 보입니다.

한동안 가랑잎이 발목을 넘는 푹신푹신한 길이 이어지니, 신발에 흙 묻힐 일도 없습니다.

신발 안으로 파고드는 얌체족이 귀찮기도 하지만, 사각사각 소리 내며 밟고 가는 재미가

정말 좋습니다.

동당마을 갈림길 이정표(동당마을 1.62km·구곡산 0.76km)가 있는 묵은 헬기장(858m)을 지납니다.

관리를 하지 않아 잡목이 우거지고 억새가 웃자라, 헬기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황금능선의 그 유명한 산죽이 군데군데 나오며 인사를 하지만, 몇 년 전 정비를 했던

곳이라 그런대로 갈만은 합니다.

묵은 헬기장에서 13분쯤 가니 안부(770m)에 닿고, 왼쪽 골짝에 동당마을로 이어지는

희미한 갈림길이 열립니다.

안부에서 오름길에 바위지대가 나오며, 무심코 지나려다 깜짝 놀라 멈춥니다.

중간부분이 바위와 하나가 된 듯, 납작하게 붙어 있는 나무를 본 것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여태껏 산을 다니며 수많은 나무를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도 몇 번 지나쳤지만, 이걸 본 기억은 나질 않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자신을 변형시키며 바위와 하나가 된,

끈질긴 생명력과 놀라운 적응력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습니다.

 

감탄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않을 즈음, 조망이 열리는 바위 봉우리(859m)로 올라섭니다.

이름하여 천왕봉 전망대봉으로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가 잘도 보이며,

뒤돌아서니 구곡산도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르락내리락 산죽을 헤치며 20여 분 나아가니, 천잠능 사거리(850m)에 닿게 됩니다.

공간이 넓진 않으나, 몇몇이는 앉아 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왼쪽의 잘 나 있는 길은 천잠을 거쳐 동당마을로 이어지며, 오른쪽은 내원골로 이어지나

내왕이 많지 않은 듯 꽤 묵어 보입니다.

예전엔 이정표(천잠 500m·구곡산 3.1km)가 있었으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없애버린 것 같습니다.

출입을 금지하는 낡은 현수막이 대신하듯 걸려 있는데, 볼썽사나워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구곡산에서 여기까지 출입을 허용하는 것 같으니, 되돌아가거나 천잠이나 내원골로

빠져야 낭패를 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도 돌아갈까 하는데, 좀 더 가고픈 욕망이 꿈틀거립니다.

처음엔 구곡산이었다가 천잠능으로 수정했는데, 막상 닿고 보니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것도 아닙니다.

중산리 주차장 갈림길까지만 더 가 보자!

 

끝내 돌아서질 못하고, 기어이 발걸음을 앞으로 옮깁니다.

천잠능까진 그전에 산죽을 정비한 적이 있기에 그래도 갈만 했지만, 앞으론 자연 상태

그대로의 산죽입니다.

키를 넘는 산죽터널을 지나고 또 지납니다.

10분 남짓 가니 산죽 반 잡목 반인 국립공원 말뚝봉(내무부 85, 920m)으로 오르고,

거기서 2분을 내려서니 잡목이 좀 있긴 하나 평평한 터가 나옵니다.

예전 헬기장이었다는데, 상당히 묵어 있어 알아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되풀이하는 산죽지대를 끊임없이 지나는데, 난데없이 두어 평

크기의 공간이 열립니다.

빼곡한 산죽 속에서도 훤히 드러난 땅바닥은, 참으로 신기하단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산죽 속의 오아시스라고나 할까요?

능선을 쭉 따르던 길이, 어느 순간 왼쪽으로 휘어집니다.

봉우리를 우회하는 것 같은데, 비탈진 길을 산죽을 밟으며 가는 것도 예삿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2분 남짓 갔을까, 지능선 삼거리가 있으니 여기가 바로 덕치 갈림길입니다.

왼쪽 내림길은 덕치마을 쪽이요, 오른쪽 오름길이 황금능선입니다.

구곡산에서 갈 때는 헷갈릴 염려가 적지만, 반대로 국수봉에서 갈 때는 신경깨나 쓰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기 쉬운 곳입니다.

왼쪽으로 꺾이는 황금능선보다 바로 내려서는 덕치마을 쪽이 더 뚜렷하여,

무심코 가다보면 엉뚱한 데로 빠져버립니다.

 

오름길을 탄지 2분 될 듯 말 듯 하자, 크지 않은 바위 몇 개가 있는 전망대봉(1000m)으로 올라섭니다.

바위 위에 오르니, 조망이 활짝 열립니다.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중산리 대형주차장과 소형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망대봉에서 조금 내려서자, 천왕봉이 슬며시 눈 밖으로 사라집니다.

구곡산 헬기장에서부터 쭉 함께 하던 천왕봉이 사라지니, 좀은 아쉽긴 해도 어쩔 순 없는 일입니다.

곧이어 중산리 주차장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 다다릅니다.

내원재 또는 국수재라고 소개된 것을 봤는데, 아무래도 내원재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다른 이름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여기서 좀 더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국수봉(1037.5m)이요, 국수봉에서 더 가야 국수재가 있으니까요.

지도에 따라 국수봉과 국수재의 위치가 다르게 표기돼 있어, 이것 또한 언젠가 통일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산죽과의 오랜 전쟁을 멈추고 잠깐 휴전에 들어간 내원재는, 참나무와 철쭉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나무 사이로 촛대봉과 중산리 소형주차장이 들어오지만, 왼쪽 골짝을 타고 내려서면

소형주차장이 아닌 대형주차장으로 떨어집니다.

오른쪽으로도 아주 희미하게나마, 내원골로 이어지는 길 흔적이 있긴 합니다.

잠깐 동안이나마 때늦은 요기(療飢)를 합니다.

먹는 시간이 아깝긴 해도 그럴 수밖에 없으니, 어떻게 보면 필요악(必要惡)인 셈입니다.

국수봉 욕심이 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그만 뜻을 접기로 합니다.

 

낮이 짧은 겨울인지라 무리하지 않고, 뒷날을 기약하며 온 길로 되돌아섭니다.

덕치 갈림길과 천잠능 사거리를 차례로 지납니다.

구곡산이 가까워지자 문득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정상에서의 인증샷을 빠뜨린 것입니다.

다시 구곡산으로 가 정상석을 앞에다 두고, 두 번에 걸친 셀카짓을 하고서야 되돌아서

하산에 들어갑니다.

아주 작은 돌탑이 있고 조망이 열리는 870m봉(국립공원 내무부 59)에서,

기울기가 꽤 있는 내리막을 타고 내려섭니다.

크지 않은 바위 몇 개가 박혀 있는 봉우리에 닿기 직전, 좀 평평한 곳에서

오른쪽으로 희미한 갈림길이 있지만 못 본 척 합니다.

계곡으로 바로 떨어지는 최단거리 지름길이긴 하나, 좀 험한 편이라 이용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합니다.

다시 한 번 빡센 내리막을 타고선 숨을 좀 고르는가 싶더니, 이번엔 나무받침을 한

계단이 길게 이어집니다.

이정표(도솔암 1.1km·구곡산 0.6km)와 119 긴급신고(구곡산 5) 및 작은 바위 몇 개가

있는 곳에서, 능선을 벗어나며 오른쪽으로 크게 꺾어집니다.

나무받침은 계곡에 거의 닿을 때까지 이어지며, 계곡 직전 오른쪽으로 낙엽에 덮인

희미한 길 흔적이 있습니다.

최단거리 지름길이라는 아까의 그 길입니다.

마른 계곡(도솔암 0.9km·구곡산 0.8km)을 건넜다, 6분쯤 뒤 또 한 번 계곡을 건넙니다.

바쁘게 내려가다 발을 헛디뎠는지, 미끄러지며 그만 옆으로 넘어지고 맙니다.

왼쪽 볼 부위에 통증이 오는 걸로 봐, 곱게 넘어진 건 아닌가봅니다.

손을 대니 피가 조금 묻어나오니, 막판에 와서 기어이 피를 본 것입니다.

하필이면 산죽을 벤 곳에 왜 넘어졌는지?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올핸 유난히도 그 잘난

얼굴이 수난을 많이 당하는 편이라 씁쓸하단 생각을 지울 순 없습니다.

 

너럭바위가 나오자 비로소 물소리가 들리며, 3분 뒤 합수지점이자 계곡 갈림길에 다다릅니다.

아까는 올랐는데, 이번엔 내려온 셈입니다.

도솔암과 도솔암교를 지나, 떠났던 곳 덕천서원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처음 나설 땐 도솔암에서 구곡산만 돌고 온다는 게, 어쩌다 보니 휴일 낮 모두를

산에서 보낸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산행 내내 나 홀로였고, 사람은 물론 움직이는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던 철저한

홀로산행이었습니다.

그래도 좋기만 합니다.

산에 미친 사람에겐 산만한 놀이터는 없으니까요.

살아 있는 한 움직일 수 있고 제 발로 산에 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축복은 없을 겁니다.

곧 지리산 산신령에게서 문자가 올 겁니다.

내가 같이 놀아줘, 덜 심심했지?

맞습니다, 맞고요!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내 사는 곳 진주로!

 

 

* 산행일정

09:45              산청 덕천서원(110m)

10:23 - 10:35   도솔암(470m)

10:38 - 10:40   계곡 갈림길(합수지점)

10:45 - 10:57   도솔폭포

11:20 - 11:32   도솔능(도솔재)

11:40 - 11:47   헬기장(922m)

11:52              철탑

11:57 - 12:07   구곡산 정상(961.0m)

12:18 - 12:22   동당마을 갈림길 이정표(묵은 헬기장, 858m)

12:35 - 12:39   동당마을 갈림길 안부(납작한 나무, 770m)

12:42 - 12:45   천왕봉 전망대봉(859m)

13:05 - 13:09   천잠능 사거리(850m)

13:20              국립공원 말뚝봉(920m, 내무부 85)

13:22              묵은 헬기장

13:42              산죽 오아시스

13:50              덕치 갈림길

13:52 - 13:54   중산리 주차장 전망대봉(1000m)

14:00 - 14:15   중산리 주차장 갈림길(내원재)

14:22              중산리 주차장 전망대봉(1000m)

14:23              덕치 갈림길

14:31              산죽 오아시스

14:55              묵은 헬기장

14:57              국립공원 말뚝봉(920m, 내무부 85)

15:07              천잠능 사거리(850m)

15:29              천왕봉 전망대봉(859m)

15:32              동당마을 갈림길 안부(납작한 나무, 770m)

15:50              동당마을 갈림길 이정표(묵은 헬기장, 858m)

16:02 - 16:09   구곡산 정상(961.0m)

16:21 119        긴급신고 구곡산 5지점(도솔암 1.1km·구곡산 0.6km)

16:25              마른 계곡(도솔암 0.9km·구곡산 0.8km)

16:40              계곡 갈림길(합수지점)

16:43              도솔암(470m)

17:20              덕천서원(110m)

 

 

 

 

덕산에서 구곡산(1)

 

덕산에서 구곡산(2)

 

덕산에서 시무산(지리산 태극종주 첫봉)

 

덕산에서 천왕봉(1)

 

덕산에서 천왕봉(2)

 

덕천서원 옆 이정표

 

도솔암 진입로 이정표

 

도솔암교

 

상수도 보호구역

 

도솔암 이정표

 

구곡산 등반안내도(도솔암)

 

도솔암 수석바위

 

도솔암

 

구곡산 등반안내도(합수지점)

 

합수지점

 

합수지점 이정표(오른쪽 직등로)

 

합수지점 이정표(도솔능, 옛것)

 

합수지점 이정표(도솔능, 새것)

 

도솔폭포(길에서)

 

도솔폭포(밑에서 1)

 

도솔폭포(밑에서 2)

 

겨울(1)

 

겨울(2)

 

도솔폭포(위에서 1)

 

도솔폭포(위에서 2)

 

도솔폭포(위에서 3)

 

도솔폭포(바위 위에서)

 

 119 긴급신고 구곡산 1지점(도솔폭포)

 

대밭

 

도솔능 이정표(새것)

 

도솔능 이정표(옛것)

 

 119 긴급신고 구곡산 2지점(도솔능)

 

도솔능

 

헬기장 이정표(1)

 

헬기장 이정표(2)

 

헬기장(촛대봉, 천왕봉, 중봉)

 

헬기장(오른쪽 촛대봉)

 

헬기장(천왕봉, 중봉)

 

헬기장

 

덕산관광휴양지 갈림길 이정표

 

철탑

 

철탑 이정표

 

가랑잎 포장길(1)

 

작은 돌탑

 

구곡산 정상석

 

구곡산 이정표(옛것)

 

구곡산 이정표(새것)

 

구곡산 삼각점

 

천왕봉, 중봉(1)

 

천왕봉, 중봉(2)

 

천왕봉, 중봉(3)

 

천왕봉, 중봉(4)

 

천왕봉, 중봉(5)

 

천왕봉, 중봉(6)

 

촛대봉(1)

 

촛대봉(2)

 

삼신봉

 

촛대봉, 천왕봉, 중봉

 

덕산(1)

 

덕산(2)

 

달뜨기능선

 

진주

 

진주 금산지구와 함안 여항산

 

멀리 사천 와룡산(1)

 

멀리 사천 와룡산(2)

 

중산리

 

구곡산 깨진 삼각점(산청 26)

 

훼손된 안내문

 

깨진 삼각점 이정표(1)

 

깨진 삼각점 이정표(2)

 

참나무(1)

 

참나무(2)

 

가랑잎 포장길(2) 

 

동당마을 갈림길 이정표(묵은 헬기장)

 

동당마을 갈림길 이정표(묵은 헬기장)

 

동당마을 갈림길 묵은 헬기장

 

억새(1)

 

억새(2)

 

가랑잎 포장길(3)

 

산죽길(1)

 

산죽길(2)

 

동당마을 갈림길 안부 바위굴

 

동당마을 갈림길 안부 바위와 기이한 나무(1)

 

동당마을 갈림길 안부 바위와 기이한 나무(2)

 

동당마을 갈림길 안부 바위와 기이한 나무(3)

 

동당마을 갈림길 안부 바위와 기이한 나무(4)

 

천왕봉 전망대봉(859m)에서 천왕봉, 중봉(1)

 

천왕봉 전망대봉(859m)에서 천왕봉, 중봉(2)

 

천왕봉 전망대봉(859m)에서 구곡산

 

천잠능(1)

 

천잠능(2)

 

산죽길(3)

 

산죽길(4)

 

산죽길(5)

 

국립공원 말뚝봉(920m, 내무부 85)

 

국립공원 말뚝봉(920m, 내무부 85)

 

묵은 헬기장

 

산죽 오아시스

 

남은 눈

 

1000m봉에서 중산리 대형주차장

 

1000m봉에서 중산리 소형주차장

 

1000m봉에서 천왕봉과 중봉

 

1000m봉에서 촛대봉

 

내원재

 

 

 

119 긴급신고 구곡산 5지점

 

119 긴급신고 구곡산 5지점 이정표

 

마른 계곡 이정표

 

합수지점 직전 너럭바위

 

덕천서원(1)

 

덕천서원(2)

 

덕천서원(3)

 

구곡산 일대(빌려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