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15. 수. / 2명
일원역(10시 출발)-영동고속도로-속사IC-56번 도로
-운두령-30km-삼봉휴양림-삼봉약수터
(운두령 지나 점심 식사 시간 포함 3시간 30분 소요)
약수터 출발(1:30)-좌측 계곡길-정상(2:50)-좌측 능선길로 하산(3:30)-약수터(4:30)
1. 태수와 2차 산행
비가 온다는데 날씨 좋으면 가자는 연락을 전날 받았다.
모임을 마치고 자정쯤 들어오는데 비가 온다.
어디로 갈까, 갈 수는 있을까 염려하다가 아침이 되니 날씨가 좋다.
가칠봉으로 정하고 물통을 두 개 싣고
커피를 마시며 영동고속도로를 질주,
그야말로 시원한 질주다.
고속도로를 나와 숨쉬기가 확연히 다른 오지의 산길을 달려
운두령을 넘어 휴양림 방향으로 가다가
휴게소에서 비빔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지난 주 나와 헤어진 뒤
늦은 시간에 다시 테니스 코트로 달려갔단다.
그 체력에 놀랬다.
산행으로 몸을 풀어 공이 잘 맞더라고.
지리산 천황봉에 올랐을 때
그놈 먹자고 비닐 끈에 큼직한 수박을 들고 올라온 젊은이를 보고
그 젊음에 경이를 느낀 적이 있었는데
이들은 나로서는 아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부럽다.
진료를 하루 쉬는 날 이런 산행이
집에서 혹 눈총이나 안 받을라나 염려되기도 하나
나로서는 기분이 정말 좋다.
먼저 얘기했던 사이밍턴의 <마음의 의학>을 한 권 주었다.
2.
구룡령에서 시작할까, 약수터에서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시간으로 보아 약수터로.
삼봉약수터에서 물을 한 잔 마셨다.
100대 약수 중 하나라고 안내판에 써 있다.
작은 병에 바꿔 담아 널찍한 계곡길로 올랐다.
이 등산로는 초행.
이 산밑까지는 산행 차 아내와 왔다가
산불로 통제기간이라 아쉽게 되돌아 간 적이 있다.
숲이 좋고 물이 맑다.
물소리가 내내 귀를 흔든다.
고운의 <제 가야산 독서당>이 떠오른다.
평일인데도 하산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능선에 접어드니 개스(태수의 표현)가 차 올라 시야 흐리다.
아쉽다.
그래도 비를 만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안내 표지판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그런데도 하산 했을 때 우리보다 먼저 온 수원 산악회 한 팀의
일행 중 20명이 내려오지 않아 염려하는 모습을 보았다.
쉬지 않고 올라 한땀을 쭉 빼고 정상에서 증명 사진.
오늘은 태수의 카메라에 담았다.
되돌아 좌측으로 응복산, 진행방향 우측으로는 갈전곡봉-구룡령.
구룡령으로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구룡령에서 가칠봉-휴양림은 8시간 정도의 코스라 한다.
아내가 챙겨줬다는 사과와
양갱을 하나 먹고 한 대 얻어 피고 하산.
하산 코스는 내려오다 좌측으로 난 능선길로.
경사가 제법 심하다.
이런저런 문제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교회도 완전할 수 없고 추구하는 방향-구원이냐 봉사냐 등-이 조금씩 다르므로
자신의 입장에 맞는 곳을 선택한다는
유연한 사고에 계몽받다.
약수터에서 땀을 닦고 나오다 차를 운전해 보았다.
덩치나 소리가 크기로야 탱크도 몰아봤지만
두 사람이 타는 이런 낮고 작은 차의 핸들은 처음,
의외로 안정감이 있다.
10년은 젊어진다는 표현이 그럴 듯 하다.
3.
운두령에 잠시 멈춰 사진을 찍고
먼저 계방산을 왔을 때 아내와 들렀던
널찍하고 운치있는 맛진 송어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반가운 주인에게 물통도 부탁하고.
가족들과 함께 들릴 만한 곳이고 지역이다.
저는 한 모금만 하고 내가 거의를
유쾌한 담소로 비웠다.
동네나 사람들이나 분위기가 언제라도 들르고 싶은 곳이다.
계방산을 언제 한 번 오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안 와 본 곳을 데려와 좋아하니 좋다.
차속에서 비아그라에 대한 새로운 인식,
코엘류의 <11분>,
문제부부의 문제해결을 위한 독특한 시각 등에 대한
유쾌한 통찰력을 세례 받으며
어느새 도착했다.
그리고는 인사를 남기고
예의 그 테니스 코스로 달려갔다.
즐겁고 유쾌한 하루였다.
고맙다. 태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