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일몰에 2007년을 돌아봅니다.

 

산행일시 : 2007년 11월 25일
산행시간 : 15시 45분 ~ 19시 10분
산행코스 : 사당역 관음사 - 마당바위 - 연주암 - 서울대입구

 

오후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가슴이 콱 막힌 듯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장기간 평택에 처박혀 교육을 받았으니 아무래도 여독을 풀어줘야 할 듯,
등산복 꺼내 입고, 헤드렌턴 건전지 점검하고 뛰듯이 집을 나섭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산을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면
십중팔구는 '산을 왜 좋아하세요?' 라고 묻곤 합니다.

 

취미가 축구인 사람들, 취미가 야구인 사람들, 혹은 취미가 골프인 사람들 한테는
왜 축구를 하는지, 왜 골프를 하는지 묻는 법이 없는데
유독 산에 대해서만큼은 왜냐고 묻는걸 보면
아마도 등산이 힘들고 고행이고, 몸을 혹사시키는 것인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산이 좋습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고민거리를 생각하고, 기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서 좋고
고생끝에 올라선 정상에서 깊은 숨 몰아쉬는 기분이 좋습니다.

 

그 벅찬 느낌을 못잊어 오르고 또 오르고.
그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심어주며 반갑게 맞아주는 그 산이 좋습니다.

 


      [넘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는 어떤 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추락하는 태양에 산님이 들끓던 헬기장은 적막함만 남고]

 


     [차마 눈부셔 쳐다볼 수 없던 태양이 수줍게 넘어갑니다]

 


      [산봉우리에 걸려있는 발그레한 눈동자]

 


     [기회는 이때다, 작아진 태양위를 밟고 지나가는 저 물체]

 


     [일몰에 쌓여 어둠속에 갇혀가는 연주암]

 


      [이미 해는 넘어가고, 그 여운만 아련하게 남아 있네요]

 


    [완전한 어둠을 기다리다 반대쪽을 돌아보니 여기 또 다른 태양이 있습니다]

 


    [방금 일몰을 봤는데 이건 또 무슨 조화냐며 자세히 바라보니]

 


     [뜨거운 태양처럼 동그란 보름달이 세상을 밝힙니다]

 


     [아주 예쁜 보름달이]

 

오늘도 관악산은 저에게 또 다른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올해만도 20번째 오른 관악산, 그 때마다 다른 느낌과 다른 장면.
산에서는 어느 하루도 똑같은 하루란 없는 것 같습니다.

 

관악산 정상 연주암에서 만난 산님.

'오늘이 보름인가 보네요' 라고 물었더니,
'그러게요, 추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달이 지났군요.' 대답합니다.

 

내가 모르는 가운데 시간은 이렇게 흘러갔고,
이젠 일년 열두달 가운데 정말 한달밖에 남겨놓지 않았습니다.

 

내년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활을 할 것인지

기울던 달이 보름달로 거듭나듯,
아름답게 나아지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