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응봉산 용소골▲한국의 3대 계곡 위의 반열에 모셔야 할 명품 계곡


- 언제 : 2007.8.11(토) 22:30~8.12(일) 21:30
- 얼마나: 2007.8.12  04:30~13:30(9시간)
- 날 씨 : 흐린후 이슬비 약간
- 몇명: 28명(산행24명)
- 어떻게 : 부산 대정맥산악회 동행

덕구 온천-응봉산 정상-3용소-2용소-1용소-덕풍산장-풍곡 주차장
- 개인산행횟수ː 2007-11[W산행기록-171 P산행기록-313/T658]
- 테마: 무박산행,계곡산행,일출산행
- 산높이:응봉산(998.5M)
- 좋은산행 개인호감도ː★★★★★


20여년전 친구 포함 네명이 폭포골과 용소골을 다녀왔었다.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대한민국 계곡에서 용소골 만한 곳은 없었다는 자각이 뒤늦게 들었던 곳이다.

무엇보다 용소골은 부산에서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쉽사리 가질 못하는 장소 중의 한곳이며 막상 응봉산까지 올랐다고 하더라도 비가 온다면 용소골은 포기해야 하는 곳이다.

원래 토요일 서울에서 연수를 마치고 나면 과천의 청계산으로 가려고 했으나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포기했는데 당일의 날씨는 무척좋았었다.그래서 산행은 포기를 하더라도 현지에 가서 일기를 살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용소골 산행을 하기전 일기를 점검해보니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은 서해쪽으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중부지방의 동해안 쪽은 상대적으로 비가 덜 올 것 같다는 확신을 얻었다.그래서 과감히 산악회를 따라나섰다.결론적으로 토요일밤은 별이 총총했고, 산행 당일은 구름이 가득했지만 악간의 이술비 정도만 내려 더없이 산행을 하기 좋은 날이었다.

04:30
8월 12일 새벽 2시 반경에 덕구온천에 도착했다.4시에 산악회에서 마련한 시락국에
밥을 말아먹고 4시반에 산행을 시작하는데 여명의 밝음도 없는 어두컴컴한 산길이다.

제법 땀을 흘리며 심장의 피 순환펌프도 요란한 할 즈음 저멀리 숲 너머로 여명이
밝아온다.

 

5:18
응봉산은 여름산행을 하기에 안성마춤이다.키 큰 나무들이 빽빽해서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사진을 찍기엔 부적절한 산이다.좀체로 조망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까치발로 조망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일출을 보기 위해서 뒤를 돌아보며 오른다.

 

5:42
결국 일출은 놓쳐 버렸다.숲속으로 해가 뜬다는 윤곽만 확인한다.서서히 나무 사이로
빛들이 스물스물 들어오며 입맞춤한다.소나무들의 기지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5:46
조망이 보이는 전망대에 서니 해는 이미 올랐으나 구름에 가려 제 빛을 못내고 있다.
조금 더 오르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숨을 고른 후 꾸준히 발길을 제촉하니 산정상인데
갑자기 개스가 끼며 온통 구름으로 가득찬다. 

6:54
잠시 다시 판단을 한다.용소골로 갈 것인가 아니면 포기 하고 하산 할 것인가?
구름을 살펴보니 천둥 번개를 칠 구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보슬비나
이슬비 정도라는 결론을 내고 과감히 용소골로 내려간다.

시원한 물소리가 경쾌하고 바위 틈의 석단풍과 초록빛 물이끼가 태고의 신비를
자아낸다.


8:22
둥글게 깍여진 바위와 시원한 물줄기는 산객들을 유혹한다.이미 등산화가 젖었으니
그칠 것이 없다.폭포가 예쁘게 떨어지는 정원 같은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여름인데다가 무박2일이라서 김밥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떡을 냉장고에 넣어
얼려 비밀봉지로 밀봉하여 가져왔는데 하룻밤사이 먹기 좋게 해동이 되었고
아직 시원한 냉기가 남아있어 먹기도 좋다.

8:42
계곡산행에서 샌들은 맞지 않고 등산화는 물이 들어가면 천근만근 무거워져
이또한 좋지 않다.계곡산행에 적합한 아쿠아(물)신발이 있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다음엔 하나 준비해야겠다.

10:34
끊어질 듯 이어지던 산길이 더욱 길의 개념이 없어지고 계곡은 웅장하여
위압감 마저 든다.이럴때 비가 세차게 내려 물이 들이 닥친다면 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물이끼 때문에 미끄러워 찰과상을 당할 우려가 높은 산행이었지만 운좋게도
나의 경우 별탈 없었고 아마도 당분간 용소골을 다녀왔다는 포만감에 행복
할 것 같다.계곡의 길이가 너무 길어 고생스러웠고,실질적인 산행이 마감되는
덕풍산장에서 풍곡주차장 까지 내려 오는데 다시 6KM가 걸려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행이다.

빗방울이 조금 굵어져서 카메라를 배낭 깊숙히 넣고 풍곡주차장으로 왔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삼겹살에 소주를 거나하게 하산주를 한 것은 좋았는데
술의 포로가 된 산선배 한분 때문에 무박에 9시간 이상 걸은 피곤한 몸을
쉴 수 없게 만드는 고문에 넌드리가 난다.용소의 물귀신에 씌인 것일까?


계곡에서

박기원


땅 밑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의 작은 목소리
나무들의 제 살 부딪는 소리
산과 산이 만나지 못해 그리움으로 울려오는 가슴의 떨림
그 사이를 지나며 이곳저곳의 삶을 전해주는 새들의 소리
모두가 풀어져 냇물이 되었구나

아, 빛이 남겨준
하늘의 그 진한 키스의 유혹은
어느 소리로 흐르는 것일까

━━━━━━━━━━━━━━━━━━━━━━━━━━━━━━━━━━


달리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어진 산처럼
,방랑의 은빛 달처럼

風/流/山/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