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군의 지리산 旅情인 달뜨기 능선을 찾아

언제:05-12-9
누구와:나 홀로
어디를:달뜨기능선



<올 봄 독바위에서 바라 본 달뜨기능선 조망>



<760고지 헬기장에서 바라 본 천왕을 줌으로>

[동무들! 저기가 달뜨기요. 이제 우리는 지리산에 당도한 것이요!”
눈이 시원하도록 검푸른 녹음에 뒤 덮인 거산이 바로 강 건너 저편에 있었다.
달뜨기는 그 옛날 여순사건의 패잔병들이 처음으로 들어섰던 지리산의 초입이었다.
남부군은 기나 긴 여로를 마치고 종착지인 지리산에 들어선 것이다.
제2병 단 이래 3년여의 그 멀고 험난했던 길을 이제 다시
그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1천 4백의 눈동자가 일시에
그 시퍼런 연봉을 응시하며 “아아!” 하는 탄성이 조용히 일었다.
여순 이래의 구 대원들이 마치 고향을 그리워하듯 입버릇처럼
되 뇌이던 달뜨기…… 이현상이 ‘지리산에 가면 살 길이 열린다’
고 했던 빨치산의 메카, 대 지리산에 우리는 마침내 당도한 것이다.
나는 형언하기 어려운 감회에 젖으며 말없이 서 있는 녹음의
산 덩이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지리산아,
이제 너는 내게 어떤 운명을 가져다 주려느냐?]
빨치산들이 웅석봉을 들어서는 모습을 이태씨가
‘남부군’에 묘사한 글의 일부를

<김기훈의 sandlebaram.com에서>






<달뜨기능선에서 바라 본 천왕과 낮 달 그리고 산 그리메>

관심 밖이었던 남부군과 빨치산 그리고 이현상등등……
결국은 지리산을 알고 난 뒤의 나의 관심세계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고 지리산 동부능선을 산행 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언제 한번쯤
달뜨기 능선을 홀로 걸으며 서럽고 눈물 겹도록 달 바라기를 했을
그들의 심정이 되어 보고 싶었다. 물론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이념의 갈등은 접어두고라도 요즘 세태에 말라가는 인간적인
마음의 동요를 따라 고향을 향하는 그리움과 서러움이
베어난 지리산 旅情인 달뜨기 능선을 향하여가고 싶었습니다.




<밤머리재로 향하면서 바라보는 도토리봉과 법화산 그리고 우측 뒤의 왕산>

새벽 3시30분 방문을 나섭니다.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차 창으로 부딪치는 바람소리와
차갑게 느껴지는 수은등의 불빛이 겨울이라는 단어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부지런함이 베어 나오는 수산물
유통차량과 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신문사 지국의 불빛이
이른 새벽을 열어주는 것 같습니다.
단숨에 달려간 나의 차는 이미 남해고속도를 들어서더니
밀려오는 졸음을 억제하고 싶기도 하고 또 아침을 해결하고
싶어 사천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우째 이런 일이-
이른 새벽에 먹는 휴게소의 곰탕은 왜 이렇게도 맛이 없는지.
아니면 나의 입맛이 이런가? 하면서 꾸역꾸역 밀어 넣습니다.
시동을 걸고 잠시 출발 하면서 이곳에서 기름을 넣고 갈까 하면서
그냥 지나가면서 설마 덕산까지는 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곧 바로 알람이 들어오더니 초조해지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제속도를 지키면서 다행히 단성IC로 빠져나옵니다.
주유소를 찾아 봤지만 두 군데 모두 이른 새벽에 문을 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주유소 앞 100여M 전에서 멈춰버렸다는 것,
하는 수 없이 차를 밀어 겨우 산청농협주유소 앞에 파킹을 합니다.
사무실 게시판을 보니 아침7시부터 저녁8시까지 영업시간이라 내용이고 보면
앞으로 1시간 20분은 추위에 떨고 있어야 합니다.




<경호강과 산청읍(위)/지곡사의 저수지(아래)>

-바뀌어진 산행코스-
1시간 20분을 추위에 떨면서 자지도 못하고 내가 생각한 원래의 산행코스인
덕산-수양산-달뜨기-웅석봉-달뜨기-감투봉-이방산-산천재로 하산하여 차량을
회수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감투봉과 이방산 산행은 어차피 숙제로
남겨두기로 하고 달뜨기 능선에서 밤머리재로 하산 하기로 하였습니다.
정확히 7시에 주유를 하고 덕산을 향해 갑니다.
노재왕님이 얘기한 들 머리인 SK 주유소와 덕산교 사이의
빈 공터에 주차를 합니다.


<산행 시작 후 오름 길에서 천왕을>


<수양산에서 천왕을>

-산행시작-
산행 하기 전에 최근에 다녀온 태산님과 노재왕님의 산행기를 읽고 왔지만
읽을 때는 이해가 되었지만 막상 이곳에 와 보니 벌써부터 길이 막힙니다.
콘크리트 포장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다행이 ‘사랑합니다’ 표식기는
색 바랜 채로 나풀거리고 있음이 위안이 되고 있었으나 이내
길은 끊기고 성묘길로 둔갑을 합니다.
오름 길 10분도 못되어 알바는 싫어 능선으로 치고 붙습니다.
입고 온 자캣과 조끼는 벌써 구겨져 배낭 속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8시 18분에 402봉인 삼각점에 도착하였습니다.
지형도상의 수미산이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알바는 시작이다-
402봉에서 메모한 글들과 지형도를 보지만 주위로 잡목이 우거져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희미한 등로를 찾아 갑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북동쪽의 봉우리를
수양산으로 착각하고 고도를 낮추고 보니 좌측 봉으로 이어져 가는 능선이 분명
내가 가야 할 길인 것 같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잡목의 사면을 치고 능선의
길을 찾아 나섭니다. 갑자기 2마리의 멧돼지가 내 앞을 쏜살같이 달려 나갑니다.
뒷머리가 쭈삣하게 일어섭니다. 20여분의 알바를 마치고 나서 북쪽 길과 합류하니
반기는 표식기가 있습니다. 이어서 길은 몇 번이고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하더니
파 묘를 지나고 450M의 고지를 올라서니 잠시 후에 삼각점에 오릅니다.


<수양산에 있는 삼각점>


<벌목지대에서 바라 본 수양산>


<벌목지대에서 올라야 할 770봉>

-여기가 수양산인가?-
삼각점(산청 455) 고도502M인 이곳이 수양산이라는 것은 그곳을 빠져 나온 뒤
임도인 벌목지대에서 다람님과 통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수양산이라는 이름은
나의 학창시절 때 성삼문의 시조인 忠義歌(충의가: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 하노라.
주려 죽은 진들……)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물론 그때의 수양산이 지금
이곳의 수양산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도 이상하여 앞의 높은 봉우리가
사실 수양산으로 착각 할 정도였으니 누군가가 표시 석이라도 해줬으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벌목지대에서 천왕을>


<이런 길도 있습니다>


<왕재에서 본 나무>

-벌목지대에서 길 찾기-
이곳까지 오면서도 도대체 길 다운 길을 왔는가 하면서 되 짚어 봅니다.
2시간 가까이 시간을 소비하고 언제쯤 갈까 하는 생각보다 또다시
길을 어떻게 찾아갈까 걱정됩니다. 색 바랜 임우식님의
표식기를 발견하고 찾아 들어간 등로는 결국 남명 9대손과 7대손
묘로 연결되고 맙니다. 다시 되 돌아 나와 벌목지대를 돌아다녀 보지만……
처음 그 길을 찾아 다시 들어갑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좌측능선으로 희미한 등로 인지 뭔지 몰라도 보이길래 그 길을 따라 갑니다.
이윽고 너널이 나오면서 계곡과 마주합니다. 계곡을 타고 오르기로 합니다.
갑자기 고도를 높이면서 계곡의 빙판과 마주치면서 다시 우회하여 우측사면을 탑니다.
이렇게 하여 능선중간에 붙고 보니 또 760봉이 그리워 지나칠 수 없어
그곳으로 향합니다.




<760정상 헬기장에서 가야 할 능선과 안마근담을 보며>

760봉의 정상 헬기장에 섰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고도 560까지 낮추니 임도 인듯한 소나무 숲을 지납니다.
주위로 많은 가리나무 잎이 떨어져 있어 어디가 길인지 알 길이 없어 동쪽으로 내려가다가
적당한 곳으로 따라 붙습니다. 길의 흔적은 또 사라지고 나타나고 수 없이 반복
되다가 다시 고도를 800까지 올리면서 약간의 바위가 있는 810고지 헬기장에 당도 합니다.
점심을 먹기로 하고 가져 온 컵라면에 보온병의 물을 부었지만 벌써 식어버린 물에
그냥 담갔다가 먹는 식입니다. 잠시 주위의 조망에 넋을 놓습니다.




<능선에서 만난 천왕과 내가 가야 할 길>

좌측으로 펼쳐진 천왕의 조망을 즐기며 고도 810에서 750까지 낮추면서
이내 능선을 타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805M에서 딱바실골로 향하는 길을 만납니다(아니면 마근담으로 향하는 길인가?).
완만한 능선을 오르면서도 길의 흔적은 낙엽의 비트 속에 또는 억새와 잡목의 숲 사이로 가려
능선을 향해 갑니다. 드디어 삼거리를 만납니다. 수 많은 리본들이 나풀거리며 춤을 춥니다.
좌측으로 감투봉과 이방산으로 향하는 길과 직진은 달뜨기 능선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고도 950에서 915까지 낮추면서 내려오니 또 하나의 딱바실골 하산로를 만납니다.




<1000고지에서 만난 겨우살이와 천왕과 그 주변봉들>

-달뜨기 능선과 만남-
5시간을 넘어 결국 달뜨기 능선에 닿습니다.
왔던 길을 되 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짚어봅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가더니 잠시 오름 길에서 우측으로 향하는 고령토 채취장과
백운계곡으로 향하는 길과 마주 칩니다. 이곳 음지쪽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아
흔적이 없는 눈길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 거리는 청각음이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간혹 산짐승들의 발자국을 따라 그곳에 내 흔적을 되씌우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산길을 따라 갑니다.




<홍계마을 주변을 줌으로>


<달뜨기 능선 최고의 조망바위에서>

-달뜨기 능선의 조망대에서-
달뜨기능선의 최고의 전망대에 들어섭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산자락을 휘둘러 보면서 그 중에 우뚝 솟은 모성의 산
지리산의 천왕을 바라 봅니다. 천왕의 주위로 펼쳐지는 사방의 구름을 불러놓고
지리의 슬픔 역사를 숨기려는 부끄러움이 몹시 슬프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조개골과 쑥밭재에서 이곳을 향해 서러운 달 바라기 하면서 고향에 두고 온 주름진
제 어미의 얼굴을 생각했음을 되 짚어보니 힘 없는 우리 역사의 현실이 서글퍼 지면서
그 당시 자신이 존재했다면 이념의 갈등 속에서 과연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에 힘없는 발길을 돌립니다.


<밤머리재를 향하여 갑니다>


<지곡저수지와 경호강을>


<웅석봉에 걸친 낮달>

또 다시 달뜨기 능선을 걷기 시작합니다.
잡목이 우거져 발길도 뜸하고 좀처럼 시야가 트이지 않습니다.
앞에 보이는 커다란 봉이 웅석봉으로 착각하였는데 알고 보니 웅석봉 남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달뜨기 능선을 벗어 날까 생각을 했습니다.
봉우리를 우회하여 사면을 타니 너널이 나타납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시야가 확보되니 가야 할 웅석봉이 1시간은 더 소요 될 것 같습니다.
결국 1시간 40분을 소요하고 웅석봉 삼거리에 닿습니다. 웅석봉을 갈까 하고 생각 했지만
산행 후 약속시간이 발길을 돌립니다.




<경호강과 산청읍내의 모습(위)/멀리 황매산까지(아래)>

-또 다른 여정-
웅석봉의 능선을 따라 가면서 자꾸만 뒤를 바라 봅니다.
웅석봉의 미련이 있어서일까? 발길을 옮겨 조망이 트이는 곳은 어김없이 따라온 천왕의
모습이 이제는 지쳤는지 힘겨운 상태 속에서도 나를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 주위로 천왕을 호위하듯 중봉과 하봉 그리고 왕등재에서 이곳까지 꿈틀대더니,
결국 홍계리와 평촌리의 평화로운 마을이 시야에 들어 오지만 그때의 아픈 기억을
기억하고 있는지……우측의 경호강 건너로 보이는 둔철산과 아스라히 보이는 황매산.
산청읍의 넓은 벌판은 나의 발길을 더디게 합니다. 이윽고 왕재를 지나 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인 856봉에 올라섰습니다. 다시 한번 지나온 달뜨기 능선을 바라보며
오늘의 산행을 마치면서 밤머리재에 닿습니다.




<그렇게 조망이 좋았던 날씨가 오후들어 개스가 자욱 합니다>

-에필로그-
나의 산행에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산행이었지만 언제부터 이루고 싶었던 달뜨기 능선 산행이
자신의 뒤를 바라 볼 수 있었던 기회였지 않나 싶습니다.
힘 없는 우리 역사 현실 속에 일어났던 남과 북의 전쟁이 아닌 세계의
양대 힘에 대한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연 자신이 그 위치에 존재했더라면 나의 理念(이념)은 어디에 서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그냥 보이는 것처럼 아름답게 세상이 보여지기를 바라면서
이만 산행기를 마칩니다.
2005. 12. 14.
청 산 전 치 옥 씀.


<밤머리재 내려오면서 내가 걸어온 달뜨기능선을 바라보며>

-일정정리-
07:45 산행시작(SK 주유소와 덕산교 사이)
08:18 삼각점: 산청465(402봉)
08:43 북쪽 능선과 합류(알바20분)
08:50 파 묘 지나 오름 길(350)
09:20 수양산(삼각점: 산청455): 502M.
09:30~10:05 임도와 벌목지대 만남(440): 알바20분.
10:50~11:00 급경사 오름 후 헬기장(760)
11:25 고도를 560까지 낮춘 후 소나무 숲 만남.
12:00~12:20 알바하여 고도 800봉에서 점심.
12:35 750까지 고도 낮추면서 805에서 마근담하산(?) 만남.
13:12 삼거리(920) 좌: 감투봉과 이방산 직진: 웅석봉.
달뜨기 능선 시작점.
13:27 딱바실골 하산로(915)잠시 우측으로 고령토 채취장과 백운계곡.
13:39 웅석봉남릉(960)
13:55 전망대(1035): 잠시 후 두 개의 길로 나뉘지만 나중에 합류됨.
14:26 축대 흔적 발견(1050).
15:00 웅석봉 삼거리(좌: 밤머리재/우:웅석봉)
15:30 왕재(925)
16:17 산행종료(밤머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