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할머니의 빨간 등산화 - 지원이의 네번째 산행기


1. 언제 : 2004년 2월 7일 토요일 11시 30분부터 1시까지
2. 어디로 : 계양산(395m, 한남정맥, 인천의 진산)
3. 누구와 : 가족분들과 함께
4. 지난길 : 국궁장(연무정) ~ 숲속탐방로 ~ 팔각정 ~ 계양산성길
산불감시초소 ~ 고개 ~ 보호수길 ~ 능선 ~ 큰 바위들 ~ 정상
그리고 내려 올 때는 약수터길(빙판) 반대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5. 나의 느낌


할머니가 못 신으시게 된 등산화를 나에게 물려주셨다. 버릴 수 밖에 없었던
등산화를 내가 신으니 새로 산 것보다도 좋았다. 왜냐하면 할머니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할머니가 계속 편찮으신데 어서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다.
꼭 등산화를 돌려 드리고 싶다.

운동화를 신다가 등산화를 신으니 느낌이 영 달랐다.
등산화는 붙었다, 떳다 하는 느낌이 확실했다.

어제 큰 고모부께서 산에 가자고 하셔서 아빠는 친구분과 북한산 가기로 한
약속을 고민 끝에 그만두시고, 할아버지 생신인 오늘 우리 가족과 계양산을
가셨다.아빠 친구분(서울 지원이 언니네 아저씨)께 좀 죄송한 생각이 든다.
아빠를 우리가 빼앗아 갔으니까요 …

1월 1일 검단산에서 용마산으로 신년산행을 다녀 온 뒤로 처음 가는 산행이라
너무 힘들었다. 계양산성길 까지는 식은 죽 먹기였지만, 그 다음부터는 너무
힘들었다. 엄마의 잔소리는 물론이고, 진돗개 때문에 너무 무~써워서 …
개들을 꼭 데리고 오는 것이 옳은 일인지 …

올라가면서 엄마랑은 300m, 동생 지호를 목등 태워 올라간 아빠랑은 아마 500m
이상 차이났다. 그렇게 힘들게 정상에 올라갔고 거기서 아빠에게 기체조를 배웠다.
기체조가 120세까지는 사는 비결이라고 하셨다. 나중에 아빠가 농담하신 것이라고
했지만 … 아뭏든 매일 10분씩 기체조를 해야겠다.

앞으로의 목표를 위하여 2주일에 한번씩은 산에 꼭 오겠다고 엄마랑 약속했다.


팔각정 앞에 내려 왔을 때, 네마리의 비둘기를 보았다.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다.
그것을 나는 우리 가족의 평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겠니 물으셔서 이렇게 말했다.

"I think the four pigeons is the symbol of the peace in my family always
with Jesus & mountains.”
아빠는 그냥 듣기만 하셨다. 틀렸나 ?

아빠(http://blog.naver.com/manuelshin)는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신다.
작은 것이 모여져 큰 것이 되고, 또 작은 일에 신중해야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늘 잔소리를 하신다. 그런 아빠는 무슨 생각으로 입산하실까 궁금하다.


산을 다 내려와 등산화를 갈아 신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도 힘들었지만
즐거운 산행이었고, 산길에 있는 눈얼음이 너무 예뻤다고. 그 어느 큰 산보다도,
험한 산보다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난 아직 산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산의 재미를 느낄 것이다.
아빠가 올해 한라산에 가자고 하신다. 아직 성장해야 할 내가 혹시 몸에
무리가 있을까 염려하시며 고르신 산이란다. 그 때는 보다 즐겁게 산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오래 오래 산과 함께 건강~하세요 ! ”

큰손주 지원 올림


▣ 허경숙 - 신지원 파이팅!! 아빠 엄마 지원이 지호랑 산행하는 모습 참 예쁨니다. 다만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니 걱정이네요. 속히 쾌차하시길... 산의 재미를 못느낀다는 솔직한 표현도 맘에 들고 영어도 잘하고 여러가지로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것같아 흐뭇합니다. 멋쟁이 아빠, 엄마 두셔서 얼마나 좋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