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이라하기엔 약간은 이른듯한 늦겨울의 일요일 아침, 어제까지만 해도 때이른 비가 내리더니 하늘은 쾌청하기 이를 데 없다.
  방한복 입기엔 더울 것도 같지만 그래도 겨울의 끝자락인데 칼바람이 매서울지도 모른다. 유비무환이라 했으니 방한티셔츠를 곁들여 입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를 나서니 역시 아직은 겨울이다.
바람이 차다. 간현유원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유원지를 향해 무작정 걸었다. 주차장에 있는 안내도를 보니 오늘 우리가 탐방하고자 하는 간현봉에 대한 표식이 전혀 없다.


 아침나절, 모처럼의 휴일, 그리고 하늘은 청명한 겨울의 끝이요 2월의 마지막 날이자 4년만에 오는 귀한 날, 무언가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하여 집사람을 모시고 등산을 하고자 하는데 어느 산이 좋을지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에 '한국의 산하' 홈피에서 간현유원지의 간현봉을 찾아 내었다.


사실 나에겐 간현유원지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그러니까 15년전 서울에 살 때 친구들과 가족동반으로 간현유원지를 다녀간 적이 있었다. 토요일 저녁에 내려와서 밤이 늦도록 친구들과 가족, 모두가 그럭저럭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던 것 까지는 좋았는데 다음날 아침 민박집에서 나와 물가로 내려간 우리는 오염된 섬강의 악취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실망을 넘어서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원주에 내려와 산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곳을 두번 다시 찾지 않은 것은 그 때의 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하여 아직도 나의 뇌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듯 싶다.        


아무튼 치악산에 반복해서 오르느니 안 가본 곳을 가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농협하나로 클럽에 가서 김밥과 과일을 간단히 준비하고 간현유원지로 향했다.


간현유원지 가는 방법중 하나는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청량리 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간현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역이 간현유원지내에 있어서 조금만 걸으면 민박집이나 계곡에 다다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영동고속도로의 문막IC에서 빠져 나와 우회전하여 원주방향으로 1Km정도 가다 보면 고갯길이 나오고 우측엔 가스충전소가, 좌측엔 휴게소를 막 지나면 신호등있는 사거리를 만나는데 거기서 우회전을 하면 그 길이 간현 유원지를 가는 길이다. 그 길은 원주에서 여주로 가는 도로가 확장되면서 간현유원지 가는 길은 옛길이 되어 버렸다.      
그 길로 들어서면 약 2Km정도 가면 간현유원지가는 좌측길이 나오고 그 길로 3km정도 더 나아가면 간현유원지에 다다를 수 있다. 사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으니 찾아 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시 산행기로 돌아가자.
주차장에 차를 대니 그 때가 11시쯤 되었다.


주차장에 있는 안내도엔 간현봉이 표식조차 없다.
유원지에 길게 늘어선 민박집, 매운탕집을 지나쳐 가는데 관리소인 듯한 건물밖에 있던 현지인으로 보이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입산통제기간이라 한다.


인화물질은 안되고 걸리면 벌금이 얼마짜리라고 알려 주는 친절(?)을 베푼다. 아뿔싸, 치악산은 3월 2일무터 입산 통제한다고 들었는데 웬.....   


어쨌거나 기왕왔으니 유원지 구경이나 할 요량으로 계곡을 향해 걸었다.



제철이 아니라 그런지 유원지분위기는 그야말로 황량하기 그지없다.
특히 정리되지 않고 널 부러져 있는 탁자며 치우지 않아 흩어져 있는 소주병, 음료병, 먼지로 뒤덮인 창틀과 탁자의 무질서를 보면서 15년전 각인되었던 불쾌한 이미지가 다시금 나의 뇌리를 때렸다.


섬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전에는 배를 타고 건넜는데 지금은 멋진 다리가 놓여 있다.


이름하여 간현교 - 좀더 깊숙이 계곡에 들어서니 암벽등반을 하는 한무리의 동호인들을 만났다.


그쯤에서 돌아서기로 하고 맑게 변한 계곡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내려오는데 등산로 안내표지가 보인다. 소금산이란다. 간현에 이런 산이 있었나?  분명 오늘아침 '한국의 산하' 홈피에서도 못 보았는데....


아무튼 입산통제를 경고하는 현수막에서 우린 희망을 보았다. 이 산은 입산이 불가하니 정 등산을 하려거든 건너편에 있는 간현봉을 올라라?. 어찌 이리 반가울 수가! 내 찾던 바가 바로 그게 아니던가?  


다시금 방향을 잡고 계곡을 내려오는데 간현교를 건너기전 오른 쪽으로 철계단이 보였다.


순간 필이 온다. 바로 저 길이로세.


처음부터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니 숨이 가쁘다. 집사람이 버얼~써 난간에 기대어 서서 헐떡 헐떡.....
  10분을 오르니 육각정이 있다. 간현유원지 중심을 내려 보고 있는 육각정의 모습이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규모를 좀더 크게하고 전통정자로 꾸민 후 밤에 조경까지 갖추어 주면 멋진 경관을 연출할 텐데 아쉽다.
하여간 그곳에서 우측, 산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가면 우측으로는 암벽을 깍아 만든 듯 섬강의 멋진 계곡이 장관을 연출한다.


쉬임없이 굉음을 내며 계곡을 가로질러 가는 열차는 한편의 드라마속에 나오는 배경 그 자체다.    


소나무와 바위, 그리고 깍아 세운 절벽, 푸르디 푸른 물과 열차의 레일소리에 취하다 보니 벌써 정상이다.


세부정보<오르는 길에 보이는 유원지 계곡>


철계단을 오르기 시작한지 1시간 반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땀을 식혔다. 그 순간에도 열차는 서울로 동해로 힘 좋게 달리고 있다.
집사람과 정상정복 기념 사진을 한방 찍고 계곡으로 방향을 잡고 - 원점회귀가 아니면 그 길 밖엔 없다. -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의 계곡은 유원지계곡과는 건너편에 있는 아주 작은 규모의 계곡으로 흐르는 물도 그리 많지 않다.


내려오다 보니 소나무숲길도 나오고 갈대밭길도 나온다. 그러더니 전나무 숲이 터널을 이루고 지루할 듯 싶으면 이번엔 싸리나무 숲이 우릴 반겨 준다. 
세부정보 <전나무 숲길, 터널속을 지나는 기분을 준다>


4부능선쯤에 내려오니 비를 피할 수 있는 제법 큰 굴이 있는데 다소 음습한 기운이 도는 게 영 오래 있고 싶지 않다.
굴을 지나쳐 거의 다 내려온 듯 싶었는데 두몽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여기가 간현봉이가? 그 작은 계곡, 낮은 터에 저런 폭포를 누ㅡ가 만들어 놓았을꼬?


세부정보<너무나 아름다운 두몽폭포>



 시계를 보니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지 50분이 지났다.


 두몽폭포에서 30m지근거리에 산장이 있는데 제 철이 아니라 그런지 비어 있다. 여기도 물론 정리는 물론 온통 쓰레기 천지다. 타이어 공장인지 폐타이어를 모두 여기에다 모아 놓은 듯하다.  


 거기서 100m쯤 더 내려오니 두몽폭포식당이 있다.


여긴 개들의 천국이다. 개를 무서워 하는 사람은 조심할 일이다. 집사람이 무서워 못 가겠다고 엄살을 부린다. "그깟 개를 무얼 그리 무서워하냐"고 짐짓 허풍을 떨며 집사람의 손을 잡은 채 통과했다. ㅋㅋㅋ


  두몽식당을 지나 조금 더 내려오면 주차장이 있고 매표소가 있다.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았으니 우측의 간현대교를 건너든지 좌측 섬강을 끼고 돌아가서 새로 놓은 간현교를 건너든지 해야 한다.


양쪽길 공히 거리상으론 별 차이는 없을 듯하나 우측길은 편리성만을 내세운 밋밋하고 뻔대없는 현대식 간현대교와 국도로 이어지고,


좌측길은 맑은 물 섬강을 끼고 육각정자에 다시 올라 풍취를 즐기며 예술적으로 만들어 놓은 간현교를 건너 매운탕집 수족관에서 유영하는 물고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무질서, 무정리, 황량함이 있지만.....


좌측길로 들어서니 '여울'이란 민박집이 있다. 그곳을 지나쳐 다시금 철계단을 올라가니 처음 산행을 시작하며 쉬었던 육각정자가 나온다.


육각정자에서 숨을 돌리고 애당초 올라섰던 철계단으로 밟으며 내려서서 간현교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었으니 오늘의 산행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어야 하리.


육각정자에서부터 여기까지 약10분정도 소요되었으니 간현봉 산행시간은 약 3시간정도 된 셈인데 가족동반 코스로는 안성맞춤의 산이 아닌가 싶다.



<후기>
사실 간현봉으로 향하면서도 15년전쯤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계곡에 대한 기대는 접어 두고 오로지 건강을 위한 등산에 의미를 두었었습니다만,


 지금, 이순간엔 아니 간현교를 건너면서부터 깨끗하게 변한 계곡물과 레포츠 시설에 놀랬습니다.


- 어린이용 놀이기구보다는 미니축구나 족구, 농구, 등 단체로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어 회사나 학교 등에서 MT하기에 적지일 듯 -


간현유원지가 이런 모습으로 변한걸 모르고 먼 곳에서 이런 곳을 찾고 있었다니 등하불명일세...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다만 민박집과 식당들의 황량한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었고 간현봉쪽 보이지 않는 계곡에 뒹굴고 있는 쓰레기들은 하루빨리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