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구봉산 종주산행

산행일시: 2004년 3월 28일 일요일
날씨: 맑음
위치: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정천면, 부귀면, 완주군 동상면
산행코스: 피암목재 - 활목재 - 운장산 서봉 - 운장산 상봉 - 운장산 동봉 - 칼크미재 - 복두봉 - 구봉산 천황봉 - 9봉 - 2, 1봉 - 상양명주차장 - 피암목재 주차장
산행시간: 약 6시간 20분(휴식, 식사시간 포함)
누구랑?: 나홀로 산행

운장산의 높이는 1,125.9M.
노령의 최고봉이다. 조망이 좋은 편으로 마이산과 대둔산, 맑은 날에는 멀리 덕유산과 지리산의 웅자가 보이고 군산 앞바다까지 조망을 할 수 있다. 동봉, 최고봉인 상봉, 서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봉산의 높이는 1,002M.
주천면의 관문이자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아홉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뾰족한 봉우리들은 천왕봉을 주봉으로 산들이 깎아 세운 듯한 절벽단애로 형성되어 좀처럼 올라가기 어렵게 험준하다.

경기도 연천, 포천에 위치한 지장봉을 가기로 마음먹은 터였는데 산행 전날, 포천시청에 전화를 해보니 입산통제중이라 한다.
산악정보사이트에 들어가 이산, 저산을 검색하다 운장산이 눈에 들어왔다. 운장산과 연개하는 구봉산까지 종주할 수 있는 코스가 속마음을 사로 잡았다.
종주예상시간은 약 8시간, 종주를 하기 위해선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해야 할 것 같아 일찌감치 베낭을 꾸려 놓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새벽 2시경이 되어서야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7시 30분이다. 늦잠을 자고 난 보람이 생겼다. 6시에 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는데...
서둘러 집을 나와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세줄을 사들고 출발(한줄은 가는 차안에서 아침으로 해결)..
9시 20분, 운장산 피암목재 주차장에 이르니 반갑지 않은 "입산통제"라는 현수막이 나를 반긴다.
앞서 도착한 미니 버스에서 단체산행객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이들을 추월해 30여분을 오르니 운장의 첫 봉우리가 나온다.
10분을 더 올랐다.활목재에 이르니 등산로가 되버린 무덤이 하나 나온다. 무성한 산죽을 헤치고 나아가자 깎아 지를 듯한 깔닥고개가 나온다. 서봉으로 오르는 관문이다. 30분을 올랐을까? 완만한 경사면이 나오고 이어 서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상봉과 동봉까지 시야에 들어어온다. 서봉에서부터는 장쾌한 운장산의 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운장산의 최고봉인 상봉을 15분만에 오르니 멀리 북으로 대둔산과 동으로 덕유산이 조망된다. 남으로 두 귀를 쫑긋 세운 마이산이 조망 됬지만 대기가 탁한 탓에 지리산은 보이질 않는다.
15분만에 다시 동봉에 이르니 내처사동에서 오른 듯한 산행객을 만난다. 동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구봉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달 초 폭설탓인지 군대군대 녹지 않은 눈두덩이들이 보인다. 30분쯤을 내려오니 11시 30분경에 칼크미재에 다다른다.
칼크미재는 임도로 이루어져 있고 재 정상엔 넓다란 평지가 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가기로 작정하고 베낭을 풀었다.
아뿔사!..
아침에 사 온 김밥을 차에 두고 올라오다니...
그래도 하느님이 보우하사 베낭을 뒤져보니 라면 한개가 나왔다. 부랴부랴 코펠에 물을 끓여 라면 한개로 식사를 해결하고 어제 준비해 둔 양갱이와 비스켓, 맛살등으로 모자란 배를 채웠다.이렇게 건조한 날 불을 피우다니 미쳤단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그러나 어찌하랴. 허기진 배는 채워야지...(콘크리트 포장된 임도이고 비교적 넓은 터라 화재위험은 적다)
30분동안 식사와 휴식을 취한 뒤 12시에 구봉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15분 정도를 올라가면 대체로 완만한 능선지대가 나오고 주변으로 산죽밭이 펼쳐진다. 멀리 암릉으로 이루어진 뾰족한 복두봉이 눈에 들어온다.
운장에서 복두봉까지의 코스는 고산다운 평전지대이다. 특히 산죽이 많아 아직 새싹이 나지 않은 이른 봄인데도 산이 푸르게 보이는 곳이 많다.
점차 복두봉이 가까워지고 이윽고 1시경에 복두봉에 오른다.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니 더이상 운장산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더라. 보이질 않으니 아쉽기만 하고...
하지만 새로운 산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바로 구봉산이다. 구봉산의 최고봉인 천황봉이 보이고 그 밑으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9봉들이 보인다.
운장산에서 구봉산에 이르기까진 사람구경을 하지 못했다. 넓다란 고지대에 나홀로 있다는 생각에 벅찬 마음을 감추기 묘해 소리를 질러 보기도 한다.
간혹 이제 잠에서 깨어난 호랑나비와 이름모를 들꽃이 내 눈을 어지럽히고 사라져간다.
구봉산 가까이에 다다르자 애타게 찾던 진달래가 이제 막 꽃망우리를 터트리고 있다.
2시경에 구봉산 천황봉에 도착.
천황봉 그 밑으로 기암괴석의 깍아지를 듯한 암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구봉산은 운장산과는 달리 산행객들이 눈에 많이 띈다.
10여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이젠 마지막 하산길에 접어든다. 방향은 상양명마을...
그런데 하산길을 잘 못 택한 듯 싶다. 60~70도 이상되는 암벽하산길의 연속이다. 험하기 그지없다. 로프를 의지하여 매달려 내려오기도 해야 하고 군대군대 얼음이 녹지 않은 상태라 위험한 곳도 많다.
9봉으로 가는 길과 상양명주차장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막바로 주차장쪽으로 내려가자니 9봉들이 내 눈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오늘 아니면 다시 이산을 언제 찾으리..
9봉밑에 이르니 진해에서 온 미씨아줌마 3명과 2명의 아저씨들이 식사를 끝내고 있었다. 거기서 잠시 하산길을 멈추고 도라지주 한잔과 커피한잔을 얻어 마셨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다시 하산길로..2봉과 1봉을 거쳐 주차장쪽으로 향한다.
이곳부터는 등산로가 넓게 펼쳐져 있고 가파른 코스는 사라진다.
드디어 주차장에 도착했다. 3시 40분이다.
처음 운장산을 오르며 시간에 쫓기지나 않을까 하던 조바심은 사라지고 새롭게 차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하는 걱정거리가 생겨났다. 운장산 피암목재 주차장까진 못되도 15Km는 되는 거리인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대전에서 온 승용차가 주차장을 빠져 나가려는 것을 부랴부랴 잡아 염치불구하고 주천읍내까지 태워다 줄것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응하여 주천읍내로 나올 수 있었다. 주천읍내에서 택시를 타고 피암목재에 이르니 피로감이 물씬 젖어든다. 택시비는 12000원을 요구했는데 중간에 합승을 하여 2000원을 깎아주었다.
차에 오르니 웬수같은 김밥 두줄이 덩그라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발바닥의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양말을 벗어 던지고 얼굴은 하얀 소금으로 범벅이 된 채 점심 때 먹지 못한 김밥 두줄을 부랴부랴 먹어 치웠다. 안정을 취한 뒤 4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에 운일암, 반일암 유원지의 집채만한 바위덩어리들이 마지막 여운을 남기며 차창밖으로 스쳐 사라진다.
벅찬던 만큼 이번산행은 마음속에 깊이 간직할 만한 산행으로 남을 것 같다.


▣ 재넘이 - 안녕하세요? 파란님.김밥을 베낭에 빠트리고 담지 못하셨군요.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심정 좀 이해합니다.허탈하죠.^_^ . 항상 건강하세요.
▣ 아름다운 산을 찾 - 좋은 산 잘 다녀오셨네요...가을에 한번 더 오세요...
▣ 두타행 -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한 번 갈 생각이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파란 - 네. 고맙습니다. 종주코스로 동상면 검태마을쪽에서 연석산 - 운장산 - 구봉산을 연개해서 종주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네요. 다음 기회엔 그렇게 갈까 합니다.
▣ 박현숙(산가족) - 작년에 구봉산은 두번시도해서 정상을 밟았지요.처음엔 너무 쉬 생각해
▣ 산가족이어서 - 오후에 갔다가 2봉만 가보고 왔는데 많이 아쉬워서 다음엔 날 잡아서 아침댓바람부터 서둘러 산행을 마쳤답니다. 아이들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요..산이 너무 예뻤던 것도..운장산은 그 다음에 갔었는데 필름 넣어가는 것을 잃어버려 사진한장 못 남겼지요. 담에 다시 가보려구요.. 종주하면 좋겠는데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무리할 수는 없구요. 작년 10월 사고후 의사들이 산행을 말리는 바람에 아쉬워만 하고 있네요. 산행기 잘 읽고 위안받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