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 전설과 슬픈 베아트리체의 유사점


::: 지이망산 사량도 옥녀봉

옥녀봉 전설에 대하여

사량도에는 옛적부터 결혼식에 대례를 하지 않는 관습이 있는데 대례를 하면 반드시 그 결혼은 파경을 초래한다고 전해오고 있다. 옛날 이 섬에는 홀아비가 예쁜 딸을 두고 사는 집이 있었다. 홀아비의 딸은 세월이 갈 수록 예쁘게 자라서 절세의 미인이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그녀를 일컬어 천녀(天女) 혹은 옥녀(玉女)라고 불렀다.

그 아버지는 아무리 봐도 잘난 이 딸을 남에게 줄 수는 없는 홀아비의 심정에서
딸에게 욕정을 품었다. 그러나 오랜 홀아비 생활에서 욕정에 굶주린 아버지의 비정을 안 그 딸은 한사코 그아버지를 진정시키며 거절하였다. 어느 비바람치는
날이었다. 욕정과 딸의 미모에 눈이 뒤집힌 홀아비는 딸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짐승처럼 덤벼드는 아버지의 억센 힘에 놀란 옥녀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 눈물을 뿌리며 호소를 했다. "아버지! 사람이라면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늘이 무섭지 않습니까! 차라리 소녀를 죽여 주십시오." 하고 죽음을 무릅쓰고 아버지의 욕정에 항거했다.

그러나 욕정에 눈이 뒤집힌 홀아비는 들은 척도 않고 여전히 덤비는 것이었다. 옥녀는 하다 못해 최후의 방법을 생각했다. "아버지! 사람의 가죽을 쓰고 어찌 딸에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리고 소녀도 사람이라면 어찌 아버지에게 몸을 바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소녀가 저 산 위, 바위 위에 있을 것이오니 아버지는 등에 소 방석을 둘러 쓰고 기어서 산에까지 올라 오시면 차라리 소가 된 마음으로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드리겠습니다."라고 울면서 말했다. 딸이 허락한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홀아비는 딸을 산 위로 내보내었다.

그리고 자기는 등에 소 방석을 둘러쓰고 엉금엉금 소처럼 기어서 산으로 올라갔다. 산 위에서 설마 아버지가 소처럼 기어서까지 나를 탐내러 오시지는 않을테지 하는 한가닥 희망으로 불안에 떠는 옥녀의 눈앞에 소처럼 끈덕지게 기어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이제는 마지막이구나 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위 위에서 아래로 몸을 던졌다. 옥녀의 어여쁜 몸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싸늘하게 식었다.

그제서야 제 정신이 돌아온 홀아비는 울며 옥녀의 이름을 불렀으나 영영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대례를 치뤄보지 못하고 죽은 옥녀를 추모하기 위하여 이곳의 결혼식에는 수백년 동안 대례가 없다고 하며, 이로 인하여 그 산을 옥녀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옥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절벽에는 붉은 색의 이끼가 피어 있어 옥녀의 피를 상징하듯 전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이러한 전설 때문인지 옥녀봉 부근에서 사고가 자주나며 사고당시 옥녀의 아버지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사고자의 대부분은 여성들이라고 하니 특히 여성들은 이곳을 지날 때 더욱 조심해야 하겠다.

:::永漢 버젼 "옥녀의 전설 해설판":::

지금부터 제가 읊어대는 해설은 근거가 없다.다만 전설도 시대에 따라 재해석할 필요가 있으며 왜 이런 전설이 생겼을까? 하는 의문은 가질만 하다는 입장이므로 "씰데 없는 소리 하지마라"하면 할말없다.욕먹을 각오로...그럼 썰을 한번 풀어보자.

옥녀봉에 대한 전설은 거제섬에도 있지만 사량도에도 있다.즉 섬에 이런 전설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보자.섬이란 폐쇄적인 공간이다.그래서 피할 곳도 없다.물에 빠져죽든지 아니면 산위로 올라갈수 있는데 산위에서 붙잡히면 정말 더 갈 곳 없는 곳이 섬이다.그래서 일본은 자기보다 강한자를 만나면 충성을 맹세 할수 밖에 없다고 한다.사람도 그리 많이 살지 않는다.그러므로 사람의 왕래가 없어서 자연 배필을 만날 기회도 적었고 홀애비도 많았을 것이다.

긴긴밤을 혼자서 보내던 애비가 딸을 노리개로 삼았을 수도 있다.일단 그런 관점은 접어두고 전설에 충실해보자.옥녀는 옥황상제와 관련있는 하늘나라 사람이다.옥녀의 "옥"과 옥황상제의 "옥"은 같은 의미이다.하늘나라에서 말썽많은 공주가 하나 있었는데 그 공주의 이름을 옥녀라고 해보자.어느날 옥녀는 사고를 치고 옥황상제로 부터 추방명령을 받는다.너는 지금부터 인간세상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한번 고생해보라고 했을 것이다.그래서 옥황상제는 옥녀를 섬에 유배(귀양)를 보낸다.

옥녀는 어린아이로 태어나 점점 성숙해지면서 하늘나라 천사의 모습처럼 경국지색의 모습을 보이며 타고난 미인의 모습을 보인다.그래서 애비가 욕정에 눈이 어두어 딸을 어떻게 해보려다가 옥녀가 죽는다는 전설이다.

이와 유사한 서양의 예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슬픈 베아트리체다.조용필의 노래로 유명한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아름다운 죄 '슬픈 베아트리체'



'신드롬'이 될 만큼 스탕달의 마음을 빼앗은 작품은 귀도 레니(Guido Reni)의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라고 한다. 슬픈 눈이 인상적인 이 두건의 소녀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16세기 로마 귀족 프란체스코 첸치의 딸 베아트리체. 너무나 아름다웠던 베아트리체는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아버지에게 순결을 잃었다. 그녀의 나이 14세.

그녀는 성을 탈출했고 같이 학대를 당하던 계모와 남동생은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고로 위장, 시체를 발코니에 던졌다. 하지만 사건은 밝혀지고 그녀 역시 공범으로 잡혔다. 시의 공무원들은 이들의 행위를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사면을 거부하고 처형을 명했다.

산타 크로체 교회 앞 광장에서 거행된 그녀의 처형식에는 절세의 미녀를 보기위한 구경꾼들이 모여들었고, 귀도 레니는 단두대로 오르기 직전의 그녀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이후 스탕달은 그 그림을 보고 한 눈에 반한 나머지 『첸치 일가족』 이란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국민가수 조용필씨의 '슬픈 베아트리체'라는 곡도 이 사연을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 싶다.



역시 비극은 아름답다.너무 슬퍼서 극단적인 아름다움을 줌과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다보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메세지도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옥녀와 베아트리체는 너무 예쁘서 꺽여버린 미인박명의 대표적 이야기다.

예쁘다고 함부로 꺽지마라.산에 핀 꽃도 예쁘다고 꺽으면 꺽는 순간 생명도 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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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림의 美學을 찾는 行色수상한 사진산행
「배낭을 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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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초스 - 영한님 대단한 상상력과 다방면으로 박식하심에 경의를 표하며 의미깊은 글을 잘 읽었습니다.永漢-"상상다방"에 오셨습니다.차는 무엇으로^^*

▣ 이수영 - 아..영한님 왜 이리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까..정말 산초스님 말대로 경의를 표합니다.永漢-앞으로 "옥녀봉"이 있는 곳은 유심히 보게 되실 겁니다.

永漢- 다른 한편으로 현실적으로 거꾸로 생각해보면 원래 섬이라는 곳은 좁은 토지때문에 가난했을 것이고 그래서 딸을 시집보내고자하면 만만찮은 결혼비용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그래서 대례를 생략하기로 마을 오피니언 리더들이 결정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논리를 만든것이 옥녀봉 전설일수도 있습니다.그런데 이렇게 풀면 전설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겠죠.

▣ 불암산 - 영한님 ! 참 좋으신 모습을 그려 봅니다. " 아름다움 그것은 바로 비극(슬픔)"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무척이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해주신 영한님께 감사 드립니다. 늘 행복하십시요.永漢-불암산님도 가리산 홀로등반 하신걸 보니 Alleingehen이네요.^^*.비극이 주는 교훈은 다시는 이런일 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겠죠?

▣ 똘배 - 와! 소년 같으신 감성 대단하십니다. 읽은 동안 좋은시간 되었습니다. 永漢- 복 받으십시요.^^*

▣ 이우원 - 영한님 슬픈 이야기를 아름답게 글로 표현하셨군요. 읽는사람마다 가슴이 뭉클해 질겁니다. 남도에서 상견례를 가진다니 한번 참석해봄이 어떨까요.永漢- 대전 이남이면 어떤 산이라도 가겠습니다.산과 술 그리고 보고싶은 사람 중 일단 2가지는 확보 된 상태이니 안갈수가 없겠죠?^^* 산까지 마음에 든다면 바로 별 다섯입니다.!!!

▣ 김정길 - 사진이 윗부분부터 떠 오르면서 혹시 옥녀봉이 아닐까 하고 보니 옥녀봉이군요, 상상을 초월하는 영한님의 생각을 따라가려니 어디가서 공부나 더 해야 할것같습니다. 너무나 훌륭하신 님.永漢-옥녀봉의 전설과 베아트리체의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라면....아니 평범한 사람이라면 일으나지 않을 일이 벌어진 것이 남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겠지요?단지 한국의 봉우리 중 옥녀봉이라는 슬픈 사연을 모르고...비극의 본질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한다는 공통공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