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산장ㅡ개울 ㅡ임도건너ㅡ암릉 ㅡ정상 ㅡ천길바위ㅡ임도ㅡ간월산장

오늘은 남창의 대운산으로 가기로 엄니들하고 약속이 돼있었다.
그런데 초 아침부터 서방님께서 편찮으셔서 못간다는 메시지가 오지를 않나,
준비 다해 약속 장소를 향해 가고있는 중인데 그제서야 못가게 됐다는 전화가 오지를않나.
이래저래 빠지고 영기엄니와 둘만 남았다.

전화로 산행 취소를 하고나니 막막해지는 기분이다.
집으로 되돌아가? 마음이 이미 들떠버렸는데 말도안돼!
혼자 떠나?혼자 다녀본 경험도 없거니와
평일이라 산객도 드물텐데 혼자 산중에서 불상사라도 당하면? 안되지!
거리를 서성이는데 오늘 휴무이신 지인이 생각난다.

전화를 드린다.
마침 직장 동료 부부들과 함께 산행 약속이 있어 준비이~하고
카운트다운 중이시란다.

신복로타리에서 그분들의 카니발에 동승.
월악산 종주때 함께해 구면인 부부도 있다.
고속도로를 달려 등억온천의 간월산장 앞에 멈춘다.

산장앞을 몇보 오르니 정면에 등산 안내지도가 서있다.
우린 거기 못미쳐 음료수 자판대 앞을지나 산장의 담을끼고 걸어
'산불조심' 현수막을 지나 개울을 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이내 홍류폭포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간월재 가는 갈림길이 뒤따라 나타나고,리본이 양갈래로 주렁주렁 걸렸다.
우린 맨 우측의 길로만 걷는다.

조금 오르니 임도가 나온다.
길건너 언덕위를 올려다보니
"어서옵셔"하는듯 색색의 리본들이 가지를 따라 널려있다.
바위의 옆구리를 잡고 돌아올라 약간의 비탈,그러나 편안한길을 오르고 나니
편안한 능선이다.

잠깐 쉬었다 걷는데 오른편으로 갈림길이 있다.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 건지는 잘모르지만 리본이 몇개 보인다.
오른쪽 길은 힘만들고 재미없는 길이라며 요담에 오더라도 그쪽길은 가지말라는
일행의 충고.

이어 얼마후 로프가 매어있고
조금전 쉴때 밀감봉지 얼른 펼쳐놓고 나누어 주던분이
"아이구 무서워!"하며 힘겹게 오른다.
어딜가나 짬만나면 등짐부터 줄이고 보자는 사람은 얼마못가 표를낸다.

암릉이 이어지며 경치가 수려하다.
몇군데 밧즐이 매어있고,여기저기 쉬어가길 유혹하는 암반들이 있고,
아기자기한가 하면 우람하고,짜릿한가 하면 앗찔하다.

끝끝에서 자란 소나무의 고운 자태는
요염 함인가?우아 함인가?고고 함인가???

깎아지른 단애가 좌우 번갈아 나타나고, 오른편의 암벽 사이사이를 메운 낮은 잡목들이 가을단풍 요란한 시절의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미루어 짐작케한다.
그 아래쪽 저멀리 능선위에 '천길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왼편으로 간월재 아래의 임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산비탈을 자르고 시멘트로 포장을 한 길이지만
구절양장 이라더니, 일정폭을 오락가락 사려올린 길이 위에서 보기에 서정적이다.
그 너머너머에서 신불산 공룡능선이 내려다 보고있다.

신불산 정상 아래 산비탈에,계곡에, 하얀 기둥들.
그저 산이거니, 숲이거니, 바라봐왔더니
그 품에선 쉼없이 조용히 생명수가 흘렀었네.
삼동 한파에 줄기줄기 얼음산맥으로 그모습을 드러낸다.

"이곳도 신불공룡의 사촌 쯤 되는가 보네요."했더니
일행분께선 양편이 대항하는 형세 같지 않느냐신다.
위,아래서 등에 가시 세우고 기 겨룸이라도 하는걸까?
그렇지만 그에 비해 간월능선은 훨씬 순하다.

한고개를 올라서니 어느 산악회에서 정성스레 쌓아올린 큰 탑이 있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사방이 억새밭이다.

뒷편 간월재에선 파래소 폭포 방향으로 가는 임도와 배내골로 가는 임도가 산허리을 돌아 내려간다.
양산의 원동과 배내골이 풀무질을 해대는지 계곡을 휩쓸고 올라오는 바람이 어찌 이리도 드센고.

안그래도 하늘 가까워 몸 낮춘 갈빛 억새는
바람의 등살에 떨며
고개마루를 향해 하얗게 눕고,

간간히 눈에 띄는 소나무에선
휘어져 날아갈것 같은 가지 붙들고
푸르름과 아름다움 지켜온
의연히 버틴 세월만큼의 기품이 흐른다.

1083m 정상.
일행중 누군가가 "두 시간만에 올라왔어.빨리왔네."한다.
둘러보니 영남알프스 준봉들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시달려 머리는 띵 ㅡ하고 눈앞은 어지럽다.

왔던길에서 직진하니 길이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오다 오른쪽으로 갈림길을 하나를 내려 보냈다.
저 아래 계곡 중간쯤에서 합쳐지는 길이란다.

능선을타고 내려가는데 오른쪽 맞은편으로 우리가 올라왔던 능선이 휘돌아 내린다.
고개마루를 내려오니 바람은 다 어디로 갔는지 군불을 지핀듯이 대기가 훈훈하다.
넓은 바위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한다
.
식사후 능선을 내려와 '천길바위'위에 오른다.
약간 경사면인 넓다란 바위 중앙의 갈라진 틈새로
몇그루의 아름다운 소나무가 서있다.
천길에는 못미치겠지만,올라서니 시야가 툭 트이며 언양의 상북면과 등억 온천단지가
눈으로 들어온다.

오늘 펑크 내서 괘심한,그리고 펑크 내줘서 고마운 엄니들께 '천길바위'에 앉아 메시지를 띄운다.
<신불 공룡이랑 마주보고 으르렁거리는 간월릉 어쩌고 저쩌고...>
내려가는 길은 비탈 심한 흙자갈 길이다.
내 친구 민석엄니가 보면 알레르기 돋을 길이다
.
내쳐 달려 내려와서 계곡 물가에 앉아 배낭에 남은 간식꺼리 떨이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며 얼마간 쉰후, 임도를 따라 약간의 오르막길을 행진한다.
여덟구비를 돌아야 올라올때 길을 건넜던 곳까지 가진단다.

바위 옆구리 돌아 올라갔던 곳에 당도해 아래로 내려서 간월산장 주차장에 도착한다.
총 5시간 소요.(휴식시간 포함)

2004.1.12


▣ 이수영 - 간월산장에서 간월산으로 가는길이 제법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 납니다. 아내랑 친구랑 같은 업을 하는 김선생 부부랑 갔던 그 길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신불산과 취서산 그리고 통도사 입구까지 걸어갔는데 너무 많이 걸어 제가 원성을 많이 받았습니다.(제가 끝까지 걷자고 했거든요..)
▣ 이방인 - 죽장망혜님의 산행기를 잼나게 봅니다. 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요즘들어 생각하게 됩니다. 계속 즐거운 산행하시고 좋은 글 올려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