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늦깍이 등산 애호가(50대 중반) 랍니다. 산행기도 이번이 처음이구요. 작년 9월말에 저녁노을님의 권유로 등산을 시작하여 13회 정도 등산을 했습니다. 그중 4회는 20km 내외의 장거리(제 기준으로, 8-9시간), 6회는 12-15km(5-6시간), 나머지는 4시간 미만의 단거리 산행이었는데 새해를 맞이하여 기록 갱신도 할겸 대구에 사는 친구와 팔공산을 종주하기로 했습니다. 대구의 친구도 작년 6월에 산행을 시작해서 3시간 정도의 동네 산을 주로 다니다가 작년 12월 23일 15km 정도의 코스를 저와 같이 해보고 장거리도 가능하겠다는 자신을 얻었답니다. 올 겨울은 추위도 별로 없고 눈도 오지 않아서 등산하기가 좋을 것 같아서 1월초 대구에 출장간 틈을 타서 1월 6일 학명리 계정사(지금은 다비사로 개칭)에서 출발하여 가산바위-동문-치키봉-한티재-파계재-서봉-동봉-신령재-갓바위 코스를 다음과 같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1. 코스
- 여러 산행기를 검토한 결과 가산바위-갓바위 코스가 팔공산 종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듯. 다부리에서 시작하는 코스도 있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었음.
- 교통편을 생각하면 진남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지만 이 경우에는 가산 산성 동문으로 올라가서 가산바위까지 갔다가 다시 동문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종주 의미가 조금 떨어질 것 같아서 교통이 다소 불편하지만 학명리 계정사에서 출발키로 결정. 실제 사전 답사 과정에서 파계사에서 학명리로 바로 연결되는 신도로가 최근에 개통되어 큰 도움이 되었음.
- 실제 채택한 코스와 고도는 학명리 계정사=다비사(약235m)-3.5km-가산바위(901.6m)-1.4km-동문(약790m)-6.0km-한티재(약680m)-2.0km-파계재(약770m)-5.0km-서봉(1141m)-1.1km-동봉(1155m)-2.7km-신령재(993m)-4.5km-갓바위(850m)-2.0km-시설지구 주차장(약370m) 총거리 28.2km 총 상승고도 약 1,300m(100m 이상되는 부분만 계산)

2. 시간 계획
- 본 site의 이송면님과 산토끼님, 다른 site의 썩어도 준치님과 지순환님의 산행기를 참고하여 11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
- 갓바위에서 하산하는데 1시간 정도(산토끼님에 의하면 갓바위 하산구간이 4km/1시간으로 되어있음) 소요된다고 보면 계정사-갓바위 구간을 10시간에 주파해야 한다는 계산.
- 갓바위에서 하산하는 코스에는 조명이 있으므로 17시 30분까지만 갓바위에 도착하면 됨. 따라서 계정사에서 0730시에 출발키로 결정.

3. 일시, 참가자, 날씨
- 1월 6일 화요일
- 본인과 정사장(대구)
- 대구의 예상 기온은 최저 영하2도/최고 영상7도

4. 산행
- 0540시 기상하여 요구르트, 떡, 과일로 식사를 하고 0615시에 호텔(황금사거리)을 출발
- 0630시 경북고 부근에서 정사장을 pick up하여 0700시에 파군재(동화사와 파계사로 나누어지는 삼거리) 부근의 공터에 주차하고 미리 예약한 taxi로 0705시에 파군재를 출발.
- 0730시 계정사에 도착(택시비 20,000원)하여 칠곡군에서 새로 설치한 등산 안내도를 보고 일부 구간의 거리가 선답자들의 산행기와는 조금 다른 곳이 있어서 수정(위에 기록한 거리는 최근의 등산 안내도를 기준한 것임)한 다음에 0732시에 등산 시작.
- 계정사 입구에 있는 안내 표지를 따라 등산을 시작하면 2-3분 뒤에 묘지 4기가 나타나는데 묘지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좁은 길이 하나 있어서 잠시 망서렸지만 그 길로 가지않고 그대로 진행하니 곧 바로 이송면 님이 언급한 넓은 임도를 만나서 우회전하여 서서히 고도를 높이기 시작.
- 주의할 것은 넓은 임도를 끝까지 따라가야 한다는 것임(이송면 님의 산행기에서 지적한대로). 임도를 가다보면 우측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을 법하고 실제로 이송면님도 우측으로 들어갔다가 고생했다고 함. 임도의 경사가 급해지면서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하여 등산 개시 20분쯤 후에 옷을 고쳐입고 계속 올라가니 임도가 끝나면서 거대한 봉분을 가진 묘 3기를 만남(동래정씨 병조참판지묘).
- 묘 3기 이후에는 가산바위까지는 분명한 외길임.
- 0842시 가산바위에 도착.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1시간 걸린 것으로 되어있어서 0830시 도착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10여분 더 소요되었음. 그러나 3.5km 거리에 고도차 665m 이므로 우리 실력으로는 빠른 편. 가산바위에서 주위 경치를 잠깐 살펴보고 2-3분후에 출발하여 중문으로 향함.
- 0905시 동문에 도착. 동문을 지나서 바로 좌측으로 난 길로 가야함.
- 0934시 할머니/할아버지 바위를 지나서 치키봉(756.6m) 도착.
- 1044시 한티재 도착. 전체 거리의 1/3 지점(3시간 12분 소요). 휴게소 건물에 이르기 전에 배낭을 내려놓고 떡 한조각과 사과 한쪽씩 먹고 약 10분 휴식한 뒤에 도로를 건너 파계재를 향함. 한티재까지는 등산객을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으나 한티재를 지나니 몇 team이 보이고 파계재 조금 전에 있는 헬기장에는 회사에서 온 단체팀도 있었음.
- 1125시 파계재에 도착. 한티재에서 오는 길에 주능선에서 약간 벗어나 남쪽으로 상당히 높은 봉우리가 보였는데 무슨 봉우리인지는 모르겠음.
- 서봉까지 5km 인데 처음 2km 정도는 평탄한 흙길이었으나 서봉 전 3km 정도는 험한 암릉길이 계속되어 진행 속도가 시속 2km 정도였음. 암릉길에서 한티재에서 올라온 여성팀 만남.
- 1255시 암릉길 옆에 자리를 잡고 컵라면, 떡, 사과, 토마토 등으로 점심을 먹음. 약간의 brandy와 치즈를 안주로 곁들임. 25분 뒤인 1320시에 서봉을 향해 출발.
- 도중에 혼자 등산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갓바위에서 한티재까지 간다로 함. 우리가 계정사에서 갓바위까지 갈 계획이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감탄하면서 산행 잘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헤어짐. 길은 계속 가파른 암릉이 계속됨. 비로봉에서 북으로 뻗은 능선의 암벽이 볼만 함.
- 1406시 서봉에 도착하니 꽤 많은 사람들이 보였음. 정사장에 의하면 서봉, 동봉, 갓바위에는 늘 등산객이 붐빈다고 함. 조망은 동봉에서 즐기기로 하고 산행 계속.
- 1437시 동봉 도착. 전체 거리의 2/3 지점(점심 포함 7시간 5분 소요). 원래 계획상 1430시에 도착 예정이었으므로 대충 계획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 비로봉(1192m 최고봉이나 군사 시설로 접근 불가)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이 잘보이고 멀리 대구 시내도 잘 보임.
- 1605시 신령재 도착. 동봉에서 2.7km 이므로 1530시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던 곳임. 동봉에서 이곳까지 암릉길이 계속되어 예상보다 1.5배의 시간이 소요됨. 몸도 어느정도 지친 상태라서 10분 정도 쉬면서 남아있던 brandy로 목을 축이고 출발하니 휴식과 술기운으로 원기가 좀 회복되는 것 같았음.
- 갓바위까지 남은 4.5km를 과연 1730시까지 갈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랜턴을 준비해왔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 시간이 좀 늦어지고 있었으므로 주위에 다른 등산객은 보이지 않았음. 다행히 신령재부터는 암릉길이 아니고 비교적 괜찮은 흙길이 계속됨. 그러나 이때부터 동행한 정사장의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함. 정사장은 작년 6월부터 등산을 시작했고 3시간 정도의 짧은 코스만 하다가 중거리는 지난 12월 용지봉-성암산 코스(약 15km)를 5시간에 무리없이 소화했고 20km 이상의 장거리는 이번이 처음임.
- 1700시쯤 다시 5분 정도 휴식하면서 초컬릿과 방울토마토로 칼로리 공급. 갓바위 1.5km를 남기고 다시 암릉길로 변하여 속도가 조금 더 떨어짐. 갓바위를 500m 정도 남긴 지점에서 능선을 막아놓았는데 이유는 낙석사고가 있었다고 함. 우회로는 능선 왼쪽(즉 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선본사 아래쪽으로 100m 정도 고도가 떨어졌다가 다시 갓바위로 올라가야 했음. 이 때문에 최소한 10분은 까 먹었을 것으로 생각됨. 여기부터는 조명이 설치되어 랜턴은 사용할 필요가 없었음.
- 1748시 선본사 도착. 정사장이 불교 신자이므로 합장배례하고 갓바위로 향함.
- 1758시 갓바위 도착. 원래 계획은 1730시였는데 약 30분 지연됨.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무사 산행을 감사하며 갓바위 부처님께 약간의 시주와 함께 합장배례함. 선본사, 갓바위 도합 10분 정도 머물었음.
- 1826시 관암사 도착. 갓바위에서 관암사까지는 가파른 계단길이 계속되어 지치기도 했고 또 무릎 보호도 생각해서 천천히 진행.
- 1846시 시설지구 주차장 도착. 하산 완료. Total 11시간 15분 소요(점심 25분, 휴식 한티재 10분, 신령재 10분, 능성재부근 5분, 갓바위 10분 포함). 실 산행시간 10시간 15분.
- 시설지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산채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고 1940시 대구행 버스 탑승.
- 2000시 파군재에 주차해둔 자동차를 타고 대구로 향함.

5. 후기
- 날씨가 너무 좋아서 완주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
- 이송면님의 산행기 덕분에 초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정사에서 가산바위에 오르는데 길을 잘못들지 않고 조금도 허비한 시간이 없었음.
- 파계사에서 계정사까지 사전 답사를 하여 새로 개통된 길을 이용한 것도 운이 좋았음(실제 개통식을 우리가 등산한 다음인 1월 7일인가 8일에 했다고 함).
- 갓바위에서 하산하는 길에는 조명이 있다는 정보도 낮길이가 짧은 겨울에는 도움이 되었음. 이것 때문에 갓바위에서 시작하지 않고 계정사에서 시작.
- 서봉 약 3km 전부터 신령재까지, 갓바위 1.5km 전부터 갓바위까지, 총 8km 정도가 암릉길이므로 산행시 이점 고려하여 시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음.
- 눈이 거의 오지 않아서 등산로 상태가 양호했던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음.
- 주말 등산의 경우 암릉길에서는 다른 등산객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 있음. 출발 시간 및 들머리 선정시 이점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 함.


▣ 저녁노을 - anthony님의 산행에 대한 열정에 찬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시여 진정한 산꾼(산을 사랑하시는 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신경수 - 안녕하세요 신경수입니다 어려운 종주길 무사히 마치심을 축하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어 더욱더 산사랑하시고 좋은 산행기 많이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요
▣ anthony - 감사합니다. 모두들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 이송면 - 늦게 글을 보고 늦게 리플을 올립니다. 우선 종주를 축하드리고요.. 1/6일 그날 저도 팔공산 2구간을 종주를했습니다. 작년에하다가 남은것 마저.... 1/4일 비슬산 -앞산 종주를 하고 1/6일 파계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오전 9시 10분에요... 파계재에 10시에 도착을 하고... 갓바위시설지구에 도착을 하니 오후 5시 였습니다. 아마 님의 앞길에서 진행을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님이 만나신 갓바위 - 가산 홀로 종주하신분... 저도 봤습니다. 잠깐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지요... 같은날 같은 길에 있었다니.. 참 반갑습니다. 좋은산 행복하게 많이 즐산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