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21 백계산(白鷄山 505.8m) - 전남 광양시 옥룡면

산 행 일 : 2004년 4월 6일 화요일
산행횟수 : 초행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2시간 45분 (휴식 21분포함)

주차장 <0:11> 옥룡사 <0:57> 무덤 <0:14> 삼각점 봉 <0:47> 옥룡사위 삼거리 <0:15> 주차장

도솔봉에서 남쪽으로 뻗은 작은 지맥으로 동곡천을 사이에 두고 백운산 상봉, 억불봉을 마주하고
있는 백계산은 등산 동호인들마저도 생소한 산일지 모른다.
나만해도 백운산은 거의 20여회 산행했지만 백계산은 한 번도 찾지 못했으며 고작 울창한 동백림
과 옥룡사지, 고개 너머 운암사를 둘러봤을 뿐이다.

광양에서 백운산을 향해 가다 옥룡면 소재지를 지나 삼정교 앞에 이르면 도로표지가 있으며 다리
를 건너지 않고 직진한다.
곧 이어 나타난 도선교를 넘자마자 우측 운암사로 가는 길을 버리고 곧장 300여m 가면 큰 창고
와 함께 '옥룡사지(동백림) 0.7km'라 쓰인 표지가 세워졌고 오른쪽으로 광양시관광안내도와 깨끗
한 화장실, 보도 블록이 깔린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09 : 47 '사적 제407호로 지정된 옥룡사지 일원... 유실수재배, 묘 설치 등 일체 행위를 금한다'는
경고문이 더러 보이고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5분 후 우측 농로 같은 갈림길을 지나면서 동백림
이 전개된다.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 국사가 옥룡사 주변 땅의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지는 동백
은 7천여 그루로 7ha에 걸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진초록 이파리, 핏빛처럼 빨간 꽃잎 그리고 노란 수술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
뤘고 동백에게 있어 사랑을 전해주는 전령과 같다는 동박새가 찌리릭 찌리릭 소리내며 나무사이
를 춤추듯 날아다닌다.
하늘을 봐도 동백이요 계곡과 산 능선을 봐도 동백이며 땅을 봐도 동백이다.

09 : 58 통나무 계단을 올라 시원한 샘물을 마시고 얼핏 가정집처럼 보이는 집안으로 들어가면
조그마한 연못에 잉어가 노닐고 처마 밑에 한글로 '옥룡사'라 쓴 현판을 볼 수 있다.
지붕 있는 샘과 빈 집, 나이 묵은 감나무에 기대어 쌓아놓은 기와 조각들과 발굴 조사가 끝났는
지 주춧돌이 드러난 옥룡사지를 거슬러 동쪽 능선을 오르면 사거리가 나온다.
능선을 내려서면 도선 국사와 통진 대사(경보스님) 부도와 탑비전이 복원되었고 몰려드는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 추가로 건립했다는 운암사는 최근에 큰 불사를 이뤄 우람한 절로 거듭났으며 아직
도 불사가 진행중인 것을 보게 된다.
왼쪽으로 꺾어 몇 발자국 가다 나오는 삼거리에서 이제는 오른쪽 솔밭으로 들어섰다.

10 : 06 억불봉을 비롯한 백운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능선부터는 샛길이 더러 나오나 산봉우
리를 향해 무조건 오르기로 하였다.
잔솔과 명감나무, 철쭉이 귀찮게 하지만 길은 뚜렷하다.
연분홍 진달래를 시샘이라도 하는지 성질 급한 철쭉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소나무가 있는 작은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나타나는 사거리에서 뚜렷한 길을 버리고 직진
하자 무덤이 나오고 덤불을 헤치며 사거리로 이어지는 길로 내려서기도 하면서 느슨한 길을 계속
치고 오른다.

10 : 55 측량 표지목인지 NO251이라 적힌 빨갛고 작은 각목이 박힌 바로 앞에 넓은 무덤이 있으
며 생각지 안했던 빛바랜 리본을 펼쳐보니 순천 YWCA 푸르메산악회라 씌었다.
등산로는 머리위로 보이는 봉우리로 오르지 않고 남사면을 타고 북쪽으로 이어지더니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은 비교적 뚜렷하나 동곡천으로 내려가는 듯하고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가려면 봉분이 무너
져 내린 두 봉상 묘지를 거슬러 어림짐작으로 헤쳐 나아가야 했다.

11 : 04 무덤을 파내었는지 구덩이가 패인 봉우리에 이르렀다.
"삼각점도 안 보이네?"
"저기 앞에 있는 봉우리가 더 높게 보이는데요"
잡목 간섭을 받으면서 앞으로 앞으로.

11 : 09 남쪽이 툭 트인 봉우리로 오르자 온 몸에는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러나 삼각점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보상받은 거나 진배없다.
'하동 1441. 복구 2001'
광양만, 노랭이봉에서 억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백운산 상봉과 신선대,
따리봉 도솔봉, 바로 밑에는 선동마을이 있고 산을 더듬어 오르면 백운암과 상백운암이 정겹다.

20여m를 더 내려가 노송 밑에 주저앉았다.
"오늘 영취산에 사람들 많이 왔을까?"
아내가 참외를 깎아 건네주면서 바라본다.
실은 영취산엘 가려고 준비했다가 조금 일찍 하산해서 밀린 일 하나를 처리하려고 가까운 곳을
찾게 되었는데 아내는 진달래 산행을 못한 것이 아쉬운가 보다.
"올해는 꽃이 영 신통찮다고 하더라고..."
아내가 뭐 세 살 먹은 애긴가 이솝 얘기나 하게?

11 : 30 "밥도 집에 가서 먹어야겠다" 아내가 먼저 일어난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변을 산책하거나 마을 주민들이 고사리나 산나물을 뜯
으러 다니겠고 산행을 목적으로 찾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할 듯 싶다.

11 : 42 측량점 있는 무덤을 지나고
12 : 17 굵은 솔과 산죽, 동백이 어우러진 곳을 내려서면 운암사 뒤로 지났던 삼거리가 나오고 이
내 사거리에 이르게 된다.
왼쪽 운암사와 오른쪽 옥룡사지로 가지 않고 곧장 나가면 동백으로 둘러싸인 무덤이 있는데 사진
을 안 찍을 수 없는 근사한 풍경이 바지가랭이를 붙잡는다.

시누대밭을 통과 오른쪽으로 꺾어 100여m 내려가면 오를 때 보았던 농로 갈림길에 닿게된다.

12 : 32 주차장으로 되돌아오자 산행이 너무 싱겁고 무거운 점심을 그대로 짊어지고 다녔으니 조
금은 서운하다.
하지만 어떤 꽃보다 정겨운 동백꽃을 감상하며 동박새 지저귀는 소리도 듣고, 도선 국사와 경보
스님의 넋을 기리며 산책도 하고 한동안 산길을 치고 오르고 내리기도 했으니 더 바랄게 없다.


▣ 브르스황 - 선배님 덕분에 또 하나의 근교산을 알게되었습니다. 백산농장 동백림쪽으로 올라가면 되는겁니까? 항상 사모님과 같이 동행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선배님을 뵈올날을 기다리며...
* 다리(동곡, 선동 등으로 가는 삼정교)를 건너지 않고 2km만 가면 주차장이 보입니다. 가족과 함께 동백림 산책을 겸한 유적답사길에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만나게 될날이 저도 기다려집니다.
▣ 김정길 - 7ha의 면적에 7천여그루의 동백나무 숲의 백계산이 옥룡면에 있었군요. 백운산 근처가 아니었다면 훌륭한 산책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친구님! 두 분이서 정말 그렇게 약 올릴거요? 나중에 봅시다!!
*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신경수님에게도 말했듯 집사람은 우리들이 쉬는 날이 장날인 직장에 나가고 있어 휴가는 물론 월차도 평일을 이용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같이하고 님들을 환영한다고 합니다. 친구님이야말로 모처럼 멀리한 걸음 동부인하면 좋겠는데...
▣ 운해 - 전남지방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하가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저는 그전엔 갯바위낚시에 미처서 섬은 많이 가 보는 것 같은데... 산은 무등산.팔영산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최선호님, 브르스황님 덕분에 남쪽지방 산들을 많이 알게되어서 참으로 기쁨니다. 고맙습니다.
* 모레 차고개를 출발 신광재로 하산하는 세 번째 길에 나섭니다. 물론 수분령을 넘어 가겠지요. 팔공산을 오르면 님 생각이 절로 날 것 같습니다. 안전산행 하십시오.
▣ 불암산 - 역시 선배님의 산행흔적으로 호남지역의 모든산이 유명해 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정길 선배님의 말씀을 도용(?)하자면 최선호 선배님을 "호남의 홍보대사"로 임명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많이 미흡한 후배가 정부당국에 건의해도 될런지요?
* 쑥스럽습니다. 원거리 산행을 못하고 가까운 곳을 찾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나 봅니다. 나도 참, 소풍 가는날을 기다리던 어릴적 기분입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 운해 - 와룡산 넘어서 신광재로 내려 오시면 신광사라는 고찰이 있습니다. 옆에는 신광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마을입구 다리에서 신광사 뒷쪽의 능선이 우리나라에서 두개 밖에 없다는 사도혈 입니다. 풍수지리에서 말하기를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을려고 입을 벌리고 있는 형태를 말함인데 신광사 절터가 물론 개구리이고요. 명당자리라고 하는데 사람들하고는 터가 세서 거리가 멀고 절터로는 제격이랍니다. 시간 나시면 감상하시고 사진 남겨 오시면 좋겠습니다. 즐산 하세요? 참! 신광사절 뒷쪽능선정상까지 바라보시면 감이 오실 겁니다.
* 개인 욕심으로는 섬진강 발원지도 둘러보고 싶습니다만 단체행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 님의 글을 보고 5만분의 1 지형도를 펼쳐보니 와룡산도 표기가 안되었지만 대략 짐작은 갑니다. 여럼로 고맙습니다.
▣ 빵과 버터 - 김정길님으로 부터 쪼인트 리사이틀 하자는 제의를 받았는데요.,, 그날은 테니스 클럽에 월례대회가 있는 날이라 부득불 거절한게 마음 걸립니다. 의상봉에서 뵙기를 소망하면서....
* 인사가 늦었습니다. 산그늘님 글과 사진을 즐겨보다 잠수(?)하는 통에 아쉬움이 너무 컸었는데 님의 구수한 글이 위안을 주더군요. 억지로 만나기 보다는 우연히 어느 산에서 만나게되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부부동반 안전산행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