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덩이의 4월 4번째 산행일기
신불산/영취산/시살등(?) 신불산(1,209m)/영취산(1,075m)/
시살등(?m)
▶언제? : 2004년 4월 15일(목:투표하는 날)/ 날씨 : 맑음
▶어디로? : 간월산장-홍류폭포-칼바위-신불산-영취산-시살등(?)채이등(?)-한피기재입구(?)-금수암-세심교-지산마을
▶누구캉? : 수덩이 혼자
일요일 화왕산과 우포늪을 탐방하고 다음 산행지를 물색하는 즐거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밀양 표충사근처 정승골, 구천동계곡의 위쪽에 있는 정각산(860m)을 오르려 정보를 수집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되던 그 해(몇년도 인가요?) 육군 대령으로 예편하신 사촌형님께서 그 곳 어느쯤에 ‘정승골농원’을
수 년간 운영하고 계시는데,
집안 경조사때만 몇번 뷥고는 한번도 그 곳에 간 적이 없어 인사도 드리고 산행도 하고... 작년부터 일석이조의 기회만 엿보고 있었습니다.
프린트까지 해놓고 스탠바이만 외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는데... 화요일부터 아내의 상태가 심상찮습니다.
“목 감기에다 콧물감기까지... 독감인가벼... 나는 요번에는 못가니 아들내미랑 같이 댕겨오셔... ”
“와? 상태가 그러코롬 안조으나?” 혼자 보내놨다가는 예쁜 산님 만나 희희닥 거릴 것같은 지... 쩝...
스파이를 붙혀 보내면 예방도 되고, 산행후에 다른 데로 새는 것을 막아 보려는 다목적(?) 포석인 것 같습니다.^^
마침 목요일은 총선투표일이라 고교 1학년인 막내이자, 장남인 아들내미도 등교하지 않을 것이고 하니...
오랜만에 양껏 산행을 하면서 대화도 나눠보라고... 가족과 대화 많은 학생이 공부잘한다며 침 튀겨 그 당위성을 피력합니다.
“찡호야... 아빠랑 산에 갈래?” 하니 말이 없습니다. 요녀석은 아내와 달리 대답을 하지 않음은 곧 부정을 의미합니다.
목요일... 눈을 뜨니 오전 6시입니다.
아내는 마스크를 쓰고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살며시 일어나 씻으려 욕실에 있는데... 아들내미가
욕실 문으로 머리를 빼꼼이 내밀며... “아빠....”
“와? 퍼뜩 준비 안하고 뭐하고 있노?”
“오늘... 엄마도 안가신다는 데... 오늘은 안가고 일요일에 엄마랑 다 같이 가면 안되요? 그 때는 꼬~옥 갈께요. 자... 약속!!" 하면서
손을 낚아채더니 새끼 손가락으로 약속하고 엄지로 도장까지 반강제로 찍고서는 제 방으로 쏜살같이 가버립니다.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입술 빼앗겨 버린 숫처녀마냥...
하기사 아내의 상태도 별로이고 해서 누구 하나정도는 옆에 있어줘야 되겠다싶어 OK싸인을 보냅니다.
졸찌에 ‘정각산’ 산행계획은 18일로 밀려나고... 또 급해집니다. 혼자서는 오디가 좋을까나? ‘한국의 산하’ 산행기 게시판을 뒤집니다.^^
“바로 이거야!” ‘게시판 17333’ 산거북이님의 영남알프스 신불공룡능선 산행기입니다.
신불산 들머리는 일단 부산에서 접근도 수월할뿐 아니라 작년 11월 초에 아내와 같이 통도사에서 백운암-영취산-신불산을 거쳐
간월재의 임도로 내려올 때 ‘신불산(험로)’라 적힌 안내판을 본 적이 있어 언젠가는 가봐야지... 하면서 눈도장을 그 때 이미 찍어놓았었지요.
그 때 아내는 부시시 일어나 밥을 챙겨줍니다. “찡호하고 안가고요?” “절마가... 옴마 안가면 지도 안간다카네...” 후다닥 나가버립니다.
▲ 오전 7시30분경... 신성한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8시 10분발, 언양으로 향합니다.
▲ 8시 50분, 언양시외버스 뒤쪽 버스정류장에서 등억온천행 323번 버스를(@700원)을 기다리니 3~40분의 산님들은 석남사행 버스에 다 타버리시고
배낭 맨 사람은 수덩이뿐입니다. 잠시 후 도착한 버스에 올라, 등억 온천정류소에서도 혼자만 달랑 하차합니다. 그 때 시각이 오전 9시 30분...
▲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을 더해가는 신록들을 보며 올라가니 그 때서야 간월산장 앞에 자가 차량으로 온 산님들이 눈에 띄입니다.
▲ 간월산장앞 들머리로 진입해 올라가다 길이 둘로 나눠지는 데, 좌측으로 오르는 산님이 있어 여쭈어 보니
둘 다 칼바위쪽으로 간답니다. 그러나 우측 등로로 가면 홍류폭포를 볼 수 있어 잠시 머뭇거리다 우측 길을 택합니다..
▲ 등로에 ‘1,000산 완주 송경식’이란 리본을 유심히 봅니다. ‘한국의 산하’ 가족이신 ‘1,500산 김정길’님 만큼이나 산을 사랑하는 분이신가 봅니다.
그러나... 1,500 vs 1,000 ㅎㅎㅎ...(송경식님께는 죄송.... 수덩이가 이렇게 단순합니다.^^ 첨에는 산하의 가족이신 ‘신경수’님과 착각했습니다.)
▲ 높이가 30여m나 되려나? 홍류폭포 바로 좌측 옆으로 난 등로를 처음 오릅니다.
홍류폭포는 아내와 같이 작년 11월 초, 간월재 임도를 내려오면서 본 후 2번째입니다.
▲ 작년에는 저 임도를 따라 왔는데 이 곳에 등로가 있었다는 건 그 땐 몰랐습니다. 아마 알았다하더라도 산행할 자신도 없었을 겝니다.^^
▲ 이 곳 등로의 경사도 장난이 아닙니다.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 목덜미가 축축해져옴을 느낍니다.
운문산, 가지산과 그 옆 쌀바위, 고헌산이 조망됩니다. 가지산은 아내와 작년에 1번, 올 초 쌀바위쪽으로 아이젠을 차고 눈길도 걸어봤었답니다.
▲ 여성 산님들... 하나같이 전직 실미도요원 같습니다. 이 곳을 지나면 또 다시 로프를 타고 올라야하는 암벽이 있습니다.
▲ “산불이다!!” 소리에 놀라 올라가보니 삼성SDI 양산공장앞 통도사컨트리클럽 바로 뒷산입니다.
조금 후에 소방헬기소리가 요란히 들리고 30여분만에 불길이 잡혀 연기가 더 이상나지 않습니다.
▲ 영취산과 멀리 채이등이 보이는 곳까지 고도를 높혔습니다
▲ 드디어 말로만 듣던 칼바위능선입니다.
암릉 표면에는 아이젠에 끍힌 자국이 역력해 겨울에도 이 곳으로 많이 다녔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 안전시설이 전혀없는 곳입니다. 물론 밑으로 우회하는 안전한 등로도 있습니다.
▲ 바람이라도 많이 부는 날이면 안전사고도 염려되는 구간과 저 같이 숏다리 산님께선 그 비애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 밑으로 보면 현기증이 날 지경입니다. 고소공포증이 거의없는 수덩이의 아랫뚜리도 후들거립니다.
▲ 그러나 바위가 미끄럽지 않아 주의해서 가면 스릴 만점 구간입니다. 지나가는 산님께선 사량도 옥녀봉 암릉구간과 유사하다라는 데...
사량도엔 아직 못가봤습니다. 기회가 되면 가보고 비교해 봐야지요.
▲ 간월평원과 간월산이 가깝게 보입니다.
▲ 신불산 정상에 오르신 산님들 모습도 보이는 곳까지 왔습니다.
▲ 제주도 용암바위가 연상되는 특이한 기암입니다.
▲ 아내에게 수덩이가 딴짓(?)을 하지 않고 산행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증표를 남깁니다. 여보야... 나 착허징? ㅋㅋㅋ...
▲ 여기서 중대한 결심을 합니다. 좌로가면 영취산... 우로가면 산거북이님의 루트인 간월공룡능선... 손바닥에 침을 밷습니다. “탁!”
▲ 흐미! 차가운 거... 우씨! 얼굴에 튀었습니다. 가지말고 영원히 여기에 서있어랍니다. 삼각점캉 들어앉아 놀고 있을까요? ^^
▲ 오후 1시가 넘었습니다. 산님들 거의가 다 간월재로 내려가 버려 썰렁해 집니다.
목을 축이려 준비해 온 것은 사과 작은 것 2개와 작은 사이다병 2병(합 1리터)이 전부인데...
▲ 그나마 저 공룡능선으로 오면서 이미 1병과 사과 1개는 뱃속에 들어가자 말자 땀으로 배출이 되었을 것입니다.
▲ 영취산 억새밭이 보이는 등로옆에서 점심대용으로 가져온 롤빵과 함께 나머지 남은 1병의 반을 마셔버립니다.
▲ “까짓꺼... 죽기 아이면 까물어치기지 뭐...” 젖꼭지(?) 같이 생긴 채이등이 수덩이를 부릅니다. 우유?? ㅋㅋㅋ...
(유두 모양의 봉우리는 시살등이 아니고 '채이등'이랍니다. 지금까지 시살등으로 알고 있었지요.)
▲ 물을 아끼기 위해 롤빵은 반만 먹고 앞에 빤히 보이는 채이등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 배내골로 가는 임도너머로 멀리 재약산과 천황산, 사자평이 보입니다.
▲ 저 참꽃잎을 따먹으면 갈증해소에 도움이 될까요?
▲ 그러나 그것은 최악일땝니다.
▲ 이 넓은 평원에 독야청정하는 소나무가 무척 외로워 보입니다.
▲ 영취산 정상입니다. 몇 분의 산님이 보입니다.
▲ 맑았던 날씨가 구름으로 하늘이 뿌애져 습도가 높아져 갈증에 도움이 됩니다.
▲ 영취산을 내려오는 중턱에 PVC파이프로 거의 2초만에 한방울씩 떨어지는 곳에 하얀 5리터들이 물통을 누군가 받쳐 놓았지만
물의 양도 적고, 혹시 주인이 있을까봐 그냥 지나칩니다. 아직까지는 견딜만합니다.
▲ 1058.9봉에 있는 롯데칠성 산악회에서 세운 추모비입니다. 수덩이는 유명한 산악인 추모비인줄 알았는데... 아닙니까? 모르겠습니다.
▲ 많이 온 것 같은 데 뒤돌아보면 신불산 정상은 제 뒤통수 바로 뒤에 있습니다.
▲ 바로 앞에 보이는 채이등은 손에 잡힐 듯한데 가면 또다시 멀리 도망칩니다.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것 참...
우측에 뒤편으로 보이는 높은 산은 재약산 홍룡폭포뒤의 953봉 같은데..
▲ 하이고.... 좌측의 봉을 힘겹게 넘고 나니 채이등은 또다시 저만치 물러나 앉아 있습니다.
오후 3시 50분경... 백운암 하산길을 통과해 채이등으로 향합니다. 이 곳 이후는 초행길입니다.
안부에서부터 약 2시간 정도 날머리까지 오가는 산님 한분도 못봅니다. 다만 가끔 소방헬기소리가 정적을 깨뜨릴 뿐입니다.
▲ 누가 칼로 일부러 반듯하게 쪼개어 놓은 듯한 암석입니다. 편마암인가요?
▲ 대한독립만세!! 결국 잡았습니다. ㅋㅋㅋ...
▲ 보무도 당당하게 난공불락같은 채이등을 오르는데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등로를 지나쳐 역으로 오르면 수월하게 오를 수도 있는데...
▲ 켁.... 여전히 신불산 정상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
중간에 쉬고 촬영을 하면서 왔었긴 했지만, 신불정상에서 장장 3시간을 왔는 디... 에~휴!!
▲ 삼각대는 있지만 꺼내기 귀찮아 바위위에 디카를 자동으로 해놓고 기념으로 ... 3장 중에 2장 고른 겁니다.^^
▲ “이제 오디로 내려가나? 채이등아 잘있거레이. 나중에 아내와 같이 또 오꾸마.”
집에 돌아와 시살등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좌측 그림 뒤쪽으로 제법 날카로와 보이는 산이 오룡산, 823m봉, 왼쪽(서쪽)으로 꺾으면
염수봉으로 이어지고 오른쪽(북쪽)으로 방향을 틀면 배내골 선리 새들마을으로 향한답니다.
▲ 고도를 낮추어 푹신한 융단길을 내려가니 진달래 터널같은데 이 곳은 아직 꽃망울도 피우지 않고 있습니다.
▲ 오후 4시 50분... 여기가 한피기재입구랍니다. 안내판이 많이 훼손되어 있어 저같은 초행자가 이해하기 힘듭니다.
지도상으로는 시살등 조금 못미쳐 통도사로 빠지는 등로가 표기되어 있지만?? 이 곳까지 오면서 이정표나 등로가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도대체 어이 된건지요??
▲ 하여튼 금수암쪽으로 고도를 급속히 낮춥니다. 다리는 서서히 풀리고 해서, 퍼질고 앉아 보니 물통에 물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어
아끼고 아끼던 남은 사과 1알을 톡털어 넣으니... 잘 챙겨주던 아내가 문득 보고파집니다.
다시 힘을 내어 뛰어가다 이내 천천히 갑니다. 이 곳에서 다치면 안된다. 안전... 안전을 되뇌이며...
▲ 계곡이 있는데 탁족이나 한번하고 갈까?? 물이 흐르는 곳에는 하루살이 같은 날파리가 독차지하고 있어 그냥갑니다.
▲ 이제 고도가 현저히 낮아진 듯 신록들의 터널이 이어져 이내 기분이 엄청 좋아져 콧노래가 절로 나오려 합니다.
▲ 길가에 야생화도 촬영할 여유도 생겼습니다. 낙엽이 깔린 산책길 같은 길을 걷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아빠... 오딘데요? 언제 오실껀데요? 양념치킨과 피자도 주문해놨는디요.” 고3 딸내미입니다. 임도는 발견했지만 초행길인데 제가 우예 압니까?
“내리 가고 있는 중인데... 나도 모리겄따! 맛있께 묵어라. 엄마는 모하고 계시노?” 카이 병원에 가 치료받고 목에 수건 두르고 침대에 누워 있답니다.
▲ 아마 금수암쪽 임도인 모양입니다. 우측은 수덩이가 탈출한 날머리이자 산행 들머리이기도 합니다.
▲ 산님들을 상대로 길에서 장사하시는 할머니께서도 이제 샷타문(?)을 닫고 계시고, 서축암을 지나 갑니다.
▲ 세심교인데... 정법교는 어디에? 전에는 통도사 정문으로 입장료내고 우측도로로 와 이 다리를 건너 백운암으로 갔었는데...
▲ 세심교를 지나 좌측으로 방향을 트니 저수지옆에 있는 지각생(?) 벚꽃은 이제야 만개해 있습니다. 우끼는 넘일세... ^^
▲ 어릴적 고둥을 까묵을 때가 기억납니다. 핀이 나오기 전까진 참 유용하게 사용했었지요. 체했을 때에도 바늘 대용으로도 사용하기도 하고...
탱자 열매는 많이 봤어도 탱자꽃... 참으로 오랜만에 봅니다. 시골에는 담벽 대신으로 탱자나무를 많이 심었었지요.
▲ 키가 큰 소나무가 인상적인 지산마을 슈퍼를 보자... 오아시스를 만난 듯이 잽싸게 캔 맥주 하나 사들고 목을 축이며 아스팔트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빵빵 거립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탑니다. 역시 과부마음은 홀애비가 알아준다고...
산님들은 역시 다릅니다.^^
신평에서 오후 7시발 직행버스를 타고 30분만에 부산에 도착, 집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전활 겁니다.
“야... 칭구 석촌아!... 한잔 묵짜!!”^^ 이렇게 옆으로 새어버리니... 역시 아내는 선명지견이 빡셉니다. 캬캬캬...
혹시 산행기가 지겹지는 않으셨는지요? 수덩이의 산행기는 저보다 더 초보산님들을 위한 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으로 올린 것이므로
산행기형식에 다소 벗어난 자세한 시간, 거리는 명기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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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살등과 채이등에 관해 상세한 내용은 1,500산 김정길님과 산거북이님의 시살등 산행기를 참조하시기바랍니다.
으~휴!!! 이 때까지 수덩이는 채이등을 시살등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잡습니다.
지적해주신 산거북님과 푸르뫼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