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양래 일죽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몸을 움추리게 하는 초겨울입니다.
어제는 강원도 대관령, 미시령, 한계령에 20cm 이상의
함박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이제는 완연한 엄동설한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산악인은 겨울 등반 채비를 서두를 때 입니다.
겨울 파커,오버트라우저,스패츠,보온물병,아이젠,방한모,
헤드 랜턴,나침반,깔판 등 필수 장비를 미리 장만해 눈이
오거나,바람이 불거나,만일의 악천후에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초겨울 설산 산행기)

제목: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단월면에 숨은 오지, 봉미산

모산인 용문산 북쪽에는 산세가 비교적 큰 산이 운집해 있다.
도일봉(864m)을 비롯해서 싸리봉, 중원산,폭산,소리산, 장락산,
어비산, 유명산,중미산,삼태봉, 통방산,곡달산,고동산,화야산
,뾰루봉,호명산 등이 몰려 있어 뭇 산악인을 유혹한다.

나는 11월18일(토요일)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봉미산 정상을
정복했다. 이 산은 여러번 도전했으나, 한번도 정상을 밟지 못
해, 나에게는 이상한 마가 낀 산이었다.

오늘은 큰 마음 먹고, 등산지도를 복사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침 8시에 5호선 전철 광나루역에서 산친구를 만나 트라제를 타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미금시를 지나 마석, 대성리, 신청평대교를 건너서 좌회전한 후
청평유원지,설악면, 널미재고개, 모곡유원지를 지나 직진,다시
석산리다리에서 우회전, 소리산을 돌아 산음2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주행 2시간이 소요되었다.

서울에서 거리만도 만만치 않은 오지의 마을,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산의 소리가 들리는 동네)는 아직까지는 도시화의 오염이
덜 된 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논에는 추수를 끝낸 노적가리
가 줄지어 서 있어 전형적인 시골 농촌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눈을 들어 봉미산정상 쪽을 바라보니, 엊그제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오늘은 첫눈을 밟는 행운의 산행이 될 것 같아 기분이 짱이다.
나는 얼마나 기다린 겨울산행인가, 설산이 산의 경치 중에 제일이요,
상고대, 눈꽃을 구경하는 멋이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일이다. 자연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곧 포장도로가 끝나고
언덕 위에서 좌측으로 산악회의 안내리본이 보였다.

갈잎이 미끄러운 비탈길을 오르니,넓은 임간도로(산판길)가 나와
좌측으로 돌아가니 나무로 세운 표지판이 '1830m 정상'이라고
우측방향을 일러준다.
오늘은 분명히 정상을 타는구나 싶다. 우리는 큰 낙엽송이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 계곡길을 선택했다. 한 능선을 넘으니 묵밭이
나오고 억새가 우거진 들판이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눈이
밟히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라서 이슬이 맺힌 풀에 스쳐서 옷이 젓는다. 늪지대를
통과한 후 너덜지대가 미끄럽기 시작, S자형으로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다시 낙엽송지대에서 1시간만에 휴식을 취하며, 과일과
물을 보충했다.
워낙 집에서 일찍 출발해서 아침을 걸렀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상이 안 보이고 제1봉이 앞을 가린다. 북향 음지 속이라
눈이 수북히 쌓여 발목까지 빠진다. 강렬한 태양이 떠 올라와
눈이 부시다. 서서히 눈이 녹기 시작한다. 바위가 미끄러운
급경사길에 붙었다. 나뭇가지를 붙잡고 헉 헉 기어 오른다.

온통 참나무와 서어나무 숲이 우거진 비탈길의 연속이다.
좌 ,우로커다란 쌍바위가 앞을 가로 막는다. '정상 350m'란 방향
표지판이 보인다. 곧 전망이 트이는 안부에 닿았다.
대망의 봉미산(봉황새의 꼬리 산)이 지척에 왔다니 다시 힘이
솟구친다. 우리는 정각 12시에 널따란 헬기장 같은 정상(전망대)에
도착했다. 우와! 그 상쾌한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한참동안 주변의 크고 작은 산들을 내려다 보았다. 저 북쪽 끝으로,
구름 위에 명지산과 화악산 정상이 나란히 흰 눈이 쌓여 번쩍거리며
그 위용을 자랑한다. 파란 하늘 아래 흰구름 한 점 없는 날씨다.
서쪽에는 서너치고개서 내려오는 구절양장 도로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홍천의 종자산이 우뚝 섰다. 정상에서의 사방 조망이 일품이다.
쾌청한 날은 여기서 서울 남산 타워도 보인다고 한다.

우리는 땀을 식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침 두분의 등산객이 올라온다.
곧 이름난 늪산을 찾아 나섰다. 지도상에 800고지로 된 방향으로
부지런히 내려 갔으나 보이지 않는다. 이쪽 저쪽 능선을 따라
찾아 보았지만, 도시 펑퍼짐한 늪이 없었다.
우리는 배도 고프고 정오도 지나고 해서 중식을 먼저 먹기로 했다.

칼바위에 올라 소나무 밑에다 상을 차리고, 계란 프라이와
런쳔미트 햄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다 먹고 나니 발이
시럽고 온 몸이 오들오들 떨리고 추워진다.
뜨거운 커피를 타서 훌훌 마시고 나니 조금 몸이 풀린다.
뭐니 뭐니 해도 식사시간이 제일 즐거운 시간이다.

나는 다시 늪산을 찾기 위해 지능선을 타고 설곡리 방향으로
내려가 찾아보았으나, 여전히 노송,칼바위 봉만 있었다.
오늘은 일단 포기하고 능선길로 하산을 시작했다.
낙엽이 무릎까지 찬 데다 눈까지 쌓여서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주르륵---주륵 미끄러져 내려간다.
태백산 눈꽃 축제 때처럼 갑자기 엉덩이 눈썰매 생각이 났다.

오후의 햇살이 따스하다. 날이 풀려서 춥지는 않다.
다만 눈이 녹아 내려서 바지가 젖어 끌린다.
바지를 접어 올리고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정신 없이 내려서니 그제야 급경사가 조금 누그러진다.
등에서는 땀이 솟는다. 겨울등산은 내려올 때가 가장 위험하다.
나는 아이젠을 가져올 것을 하고 후회했다.

하산 1시간여만에 예의 산판길 도로에 내려섰다.
모퉁이를 돌고 돌아 처음 출발했던 표지판이 나왔다. 휴----우
모두 4시간의 산행이 마감되는 순간,온 몸에 피곤이 갑자기 엄습해온다.
산음2리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서 산음초등학교 앞에 주차한
차를 타고 용문 방향으로 달려, 양평을 거쳐 서울로 향했다.

오후 3시반, 양평---홍천간 산업도로를 거쳐서 양평---덕소간
신도로를 이용해 1시간만에 신팔당대교를 건너 미사리에 도착했다.
나는 가평군 설악면의 숨은 오지의 산, 봉미산을 이렇게 해서
도전 5년만에 처음으로 정상 정복의 꿈을 이루었다.

총 4시간 산행.사실은 타고 보니 별 것도 아닌 산인데, 그렇게 뜸을 들이는
산이 있다. 내년 봄에는 산나물 산행으로 다시 이 곳을 찾을 것이다.

( 동행자: 임학권)
2000.11.18 밤12시 일죽 김양래


▣ 옹달샘 - 일죽 김양래님의 산행기를 오랫만에 대합니다. 비록 지난 산행기이지만 겨울산행의 진미를 새삼 느끼게 합니다. 산행기는 쓰지 못하지만 읽는것은 좋아하는 독자입니다
▣ 김양래 - 감사드리며... 언제나 산은 좋치요... 전 오래전에 다녀온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