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小白山) 1439m

위 치 : 경북 영주시 풍기읍, 충북 단양
산행코스 : 달밭골 - 양반바위 - 비로봉 - 양반바위 - 달밭골
산행일자 : 2004년 4월 28일/나혼자

◐산행기록
07:30 집출발
08:20/08:25 달밭골주차장(딸아이 등교시켜줌)
08:42/08:45 사구터
09:16 양반바위
09:50/10:13 비로봉(눈꽃감상)
10:36 양반바위
11:02 달밭골(부둣골 등산로로 하산)


◈ 소백산 산신제와 철모르는 눈꽃 구경
오늘은 소백산 산신제를 지내는 날입니다.
일년에 두번 달밭골 주민들이 돌아가며 유사를 맡아 산신제를 지내는데 매년 음력 3월과 9월의 첫번째 丁일에 소백산 산신께 주민들의 정성을 가득담아 제를 올립니다.
매년 참가해온 산신제이기에 휴가를 내고 올해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처럼 아침행사를 치룬후 등산복을 차려입은체 딸아이를 등교 시켜주고 풍기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소백산은 계절에 걸맞지않는 눈을 하얗게 덮어쓰고 있습니다.
어제 그제 이틀간 비가 내렸는데 아마 소백산엔 눈이 왔었나 봅니다.

앞쪽 산들의 연두빛 물결과 대비가 되어 묘한 분위기가 풍겨져오니 당장 소백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시간을 대충 계산해보니 등반을 하고도 산신제에 참석하는데는 문제가 없을것 같아 나는 바로 소백산으로 올라갈테니 아내의 차로 산신제에 참석할 다른분들을 모시고 오라는 전화를 하고는 곧장 달밭골로 차를 몰아 갑니다.

달밭골 주차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가 가벼운 옷차림을 한 몸을 움츠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가슴을 활짝 열고 상큼한 공기를 온몸 깊이 들여 마시니 몸에 활력이 생기면서 새롭게 깨어나는것 같습니다.
정겨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넓고 넓은 소백의 한자락을 파고 드니 파릇파릇한 새생명이 움트는 등산로 초입에서 아침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다운 복사꽃이 활짝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미소로 답례를 하고 사구터에 들러 변함없이 정갈한 샘물을 거푸 두바가지나 들이키니 오늘따라 입안엔 감미로운 향이 은은하게 돌아 마치 잘 우러난 녹차를 마신뒤의 느낌이 전해져 오는듯 합니다.

이틀간 내린비로 촉촉히 젓은 등산로를 호젓하게 걷는 발걸음은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듯 발엔 가벼운 쿠션이 전해져 오니 편안한 발걸음이 죽~ 이어집니다.

올해만도 5번째, 지금까지 수백번을 오르내렸을 소백산은 나에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정감록의 영향으로 풍기에 터를 잡으신 부모님 덕에 소백산자락에서 태어나 지금껏 자라오면서 소백산의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받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소백산 자락에 머물며 큰가르침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산을 좋아하면 산을 닮아 간다는데.....
『언제라도 달려가면 말없이 넉넉한 웃음으로 받아주는 넓고 따뜻한 가슴을 닮고 싶고,
어느곳 하나 모나지 않는 산세처럼 곳곳에 미치는 부드러운 손길을 닮고 싶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사시사철 변함 없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듬직한 모습을 닮고 싶고,
거짓과 꾸밈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순수한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여러번 지나치는 동안 돌하나 나무한그루 낯이 익은 등산로엔 지난 비에 떨어진 진달래가 꽃비를 뿌려 놓은듯 가득하니 감성에 젓은 산객의 머리엔 소월의 싯구절이 문득문득 떠오르고 가녀린 꽃잎을 밟지않기위해 걷는 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양반바위를 지나면서 등로주위엔 점점 많은 눈이 보이기 시작하고 바람도 제법 거친소리를 냅니다.
혹시나 싶어 준비해온 자켓을 입을까 하다가 귀찮은 마음에 그냥 지나쳐 오르는데 등로옆 눈밭엔 이제 막피기 시작한 노란야생화가 차가운 눈에 묻힌체 얼굴만 힘겹게 내밀고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모습 보고있자니 철지나 괜히 심술을 부리는 날씨가 한없이 밉지만 그것 또한 인간이 간섭할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것을..

정상에 오르니 예외없이 몸을 가누기 힘든 세찬바람이 불어옵니다.
서둘러 쟈켓을 꺼내입고 얼른 연화봉능선과 국망봉능선이나 찍고 내려가자 싶은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 잠시 사진을 찍는사이 미처 장갑을 준비하지 못한 손은 꽁꽁 얼어 버립니다.

황급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내려서려다 주위를 살펴보니 키낮은 나무에 맺힌 눈꽃(상고대)이 환상적입니다.
아침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너무도 환하게 빛나 눈이 부실정도로 아릅답습니다.
4월도 막바지에 이른 지금 생각지도 않다가 눈꽃을 보니 정말 뭐라 형언할수 없이 아름답고 게다가 초록의 풀과 흰눈이 대조를 이루는 능선은 정말 보기드문 광경입니다.
추위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밭에 뛰어들어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니 20여분이 훌쩍 지나갑니다.

내친김에 능선길로 내달리고 싶지만 산신제 참석이 오늘 주목적이기에 아쉬움을 달래며 비로봉을 내려섭니다.
지금은 햐얀 눈꽃과 세찬바람이 비로봉 주인노릇을 하지만 불과 한달후면 시원한 봄바람과 활짝핀 철쭉으로 비로봉은 꽃동산을 이루고 넓은 초원을 가득메운 등산객들은 꽃향기에 취해 환한미소를 지으며저마다 사진찍기에 정신이 없겠지요.

양반바위를 지나고 바위쉼터를 지나는 등산로엔 단체산행객들이 줄지어 오르고 있어 그들을 피해 오랬만에 걸어보는 부둣골등산로를 따라 달밭골 주차장에 내려섭니다.
서두른 탓에 산신제에 늦지않게 도착하여 준비에 바쁜 일손도 좀거들어 드리고 우리가족의 건강과 소백산을 찾는 산행객들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소지도 하늘높이 날려보았습니다.












소백산 눈꽃들



비로봉 능선



연화봉 능선



비로봉 정상 밧줄 모습



피다가 얼어버린 진달래



곧 터질듯 부풀은 철쭉꽃몽우리(달밭골)



소백산 산신각



산신제후 점심식사


▣ 까투리 - 제가 보면서 자란 소백산은 이름만들어도 설레이게하는 산입니다.자꾸만 가고싶은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백언저리 어딘가가 고향이시군요. 5월말 철쭉째때 한번 다녀가십시요. 감사합니다.

▣ 웃자 - 4월말에...설경이라....^^....사진 잘 보고 갑니다...
▶소백의 날씨는 이곳 풍기에서도 감히 상상할수가 없을정도로 많은차이가 있고 변화 무쌍합니다. 그래서 오를때마다 조심스런 마음으로 오른답니다.

▣ 하늘바다 - 4월의 눈꽃이라~~아름답네요, 철쭉은 언제쯤 필까요?
▶5월 마지막주에는 철쭉이 만개하리라 생각됩니다. 소백의 아름다운 철쭉 한번 보러 오세요. ㅎㅎㅎ

▣ 산초스 - 길문주님 덕분에 이번에는 같은날 산행한 소백산의 설경을 잘 봅니다. 부드럽고 넓고 포근한 소백산인것 같습니다.
▶높은산이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를 지닌 소백산입니다. 소백이 병풍처럼 둘러친 풍기에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 김정길 - 소백산 산신제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고 보고싶습니다. 봄 가을이 없고 철도 없는 소백산은 언재나 나를 부르네..
▶예전에는 엄격한 형식을 갖춰서 산신제를 지냈는데 요즘은 형식적인 요소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냥 일반 산신제와 내용이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것같습니다. 형님! 좋은날 잡아 언제 한번 다녀가세요.

▣ 망초 - 친정을 다녀온듯한 느낌입니다.소백산은 언제나 마음설레이게 하는 곳이고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좋은 산입니다.그곳을 늘 지키시는 그대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좋은 느낌 받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공기, 아름다운 자연, 조용한 시골동네에 사는것이 저의 정서에도 맞아서 제스스로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 주왕 -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소백의 모습을 한 번 보여 주실거라고... 역시 저의 기대는 헛되지 않았고 예상밖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소백산 철쭉은 언제 보기가 좋을지 저도 궁금 하구요, 그때 소백산 가면 선생님 뵐 수 있을런지요? 이번에 소백산 가면 죽령에서 구인사로 종주를 계획하고있는데... 건강하십시요.
▶소백산 종주코스에 대해 저는 의견이 조금 다릅니다. 진정한 종주는 도솔,연화,비로,국망을 아우르는 것이고 여건이 안된다면 죽령~구인사 코스보다는 죽령~부석사가 소백산 종주의 의미에 더 부합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언제 좋은날 오시면 물론 반가운 만남을 가질수도 있겠지요^^*

▣ 불암산 - 역시 소백입니다. 멋진 소백의 모습에다가 산신제까지 보너스를 주시니 감사하게 보았습니다. 항상 강건하시고 늘 행복하십시요.
▶불암산님 잊지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봉의 모든 봉우리를 릿지하시는 불암산님의 모습에 엄두도 내지못하는 저희들은 저런바위를 오를수도 있구나! 그저 감탄만 할뿐입니다. 항상 안전산행하시고 좋은날만 이어지시길....

▣ 알부남 - 눈꽃에 그만 반해버린 남자..........
▶알부남님! 정말 그림이 좋죠! 실제로 보면 그림으로 표현할수없는 정말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답글을 쓰는 지금도 소백의 눈밭을 눈에 아른거리네요.

▣김학준 - 4월도 다지난간 지금 소백산 눈구경 잘했습니다. 소백산과 도솔봉에 정기를 받고.... 교가 한구절이 생각나는군요 ㅎㅎ 건강하시고 즐산하세요.
▶김학준님! 창락이나 두산쪽의 학교를 다니신 모양이군요. 교가에 도솔봉이 나오는걸보면요. ㅎㅎㅎ 그날 도솔도 비로처럼 하얀눈을 머리에 이고 있었으니 비로에 못지않는 좋은 풍경을 볼수가 있었을겁니다. 언제나 봐도 정겨운 고향의 산! 바쁜시간 짬을 내서 한번 다녀가심이...

▣ 이수영 - 5월에 눈꽃을 보다니 여기가 한국땅 맞습니까? 참으로 신기한 현상입니다. 어휴, 문주님이 부럽고 한편으로는 배가 와이리 아프노??
▶이수영님! 저는 그림같은 한려수도의 중심부에 사시는 님이 정말로 부럽습니다. 언제라도 발담글수있는 쪽빛 바다에 절벽을 이루며 우뚝선 기암의 모습들 그리고 항상 싱싱한 횟감등등등... 아이고 부러버라. ㅎㅎㅎㅎㅎㅎㅎ

▣ 구자숙 - 이렇게 아름다운 소백산이 97년도 1월3일 결혼기념일에 삼가동으로 가다가 눈이 너무 와서 다시 희방사에서 민박 하고 4일날 소백산 정상에 올라 눈속을 헤메인 생각하면 다시는 소백에 안가겠다고 헸건만 그뒤로 여러번 갔던 소백산이 정말 오늘 님의 눈꽃으로 인해 다시 오라 손짓하군요...다시 올 겨울엔 소백산 의 설산행을다시 해보고 싶군요..
▶네 구자숙님 올겨울엔 소백의 설원을 만끽해보세요. 저는 어제(5.1) 용기를 내어 숙제처럼 남아있던 팔공산 종주를 하고 왔습니다. 팔공산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해주신 님과 산사랑방님, 이송면님의 산행기를 보면서 머리속으로는 수도 없이 가본 팔공산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 운해 - 산신제와 어울어진 눈 꽂의 절묘함이 참으로 보기에 좋습니다.나무가지에 핀 눈 꽃이 세파에 묻은 때를 말끔이 덮어 버린것 같고요. 귀한 풍경 잘 보고 갑니다.
▶운해님 정말 그렇죠? 저렇게 예쁘게 핀 눈꽃을 보면 세파에 묻은 때가 말끔히 씻겨질것 같죠? 소백은 눈꽃이 아니라도 더좋은 모습이 많이 있으니 언제 한번 다녀가세요.

▣ 김사웅 - 산행기 감상잘했습니다.. 혹시 소백산 철쭉제가 언제인지아시는지요??
▶소백산 철쭉제는 5월 29일 시작합니다. 오셔서 넓은 초원위에 펼쳐지는 소백의 꽃동산을 맘껏 뒹굴어 보시길......

▣ 소백 - 맘 속에 늘 그리는 소백산, 봄눈온 산행기 잘 감상했답니다. 철죽필 때 꼭 가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