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아와 공룡에 취해 사진작가의 길로



2004.10.05~07(2박3일)
10.05(화, 맑음)
동부터미날(06:30)→한계령(09:30~40)→귀떼기청봉 삼거리(11:20)→끝청(13:50~14:10)→중청(14:50~15:00)→소청(15:40~16:40)→휘운각(18:00~19:00)→공룡 신선대(19:40)

10.06(수, 맑음
신선대(05:10~09:30)→휘운각(10:00~11:10)→신선대(11:40)→칠형제봉→양폭(15:30~16:40)→만경대(17:50)

10.07(목, 맑음)
만경대(05:30~09:30)→양폭(10:30)→합수교(11:10~12:15)→비선대(13:15)→설악동(13:40)→울산바위(14:20)→척산온천(16:15~18:10)→터미날(18:40~19:20)→서울경부터미날(22:40)



올해도 어김없이 어느덧 가을이 온다고 한다.
그동안 뭐하며 지났는지 자주 찾았던 설악산도 못가본지가 만4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이번에는 꼭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매우 비싼 고아텍스 자켓도 구입하고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스틱도 구입하며 본격적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단풍철이니 산장이나 등산로가 붐빌 것은 뻔한 일이니 로숙을 작정하고 주중 날씨를 확인하니
다행이도 비 소식은 없단다.

부식 침낭과 자켙을 넣고 마무리하니 벌써 늦은 밤이 되었다.
새벽밥을 든든이 먹고 일찍나가 전철을 10분 이상 기다렸는데 첫차가 05:50분이란다.
한계령 가는 차 떠날 시간까지는 40분 남았고 표도 구입해야 하는데....
마음 조리며 통과역수와 시간을 재보니 어느 정도 될 듯 싶다.

건대역에서 갈아타야 하니 뒤로 이동하고 제빨리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올라 곧바로 갈아타니 20분정도 남았다. 이젠 됐다싶은 안도감이 생긴다.

한계령 표를 구입하고 승차하니 몇분 안보이길래 손님이 없는가 했는데 내좌석 번호가 뒷부분이고 이내 온통 산님들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보고 간신히 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팔당 양수리를 지나니 여기저기 가물가물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심산유곡을 향하여 시원하게 달려 간다.
소양강 휴게소에서 잠시 커피한잔 하고 인제 원통을 지나 백담사 가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좁다란 산길을 힘차게 올라간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암봉이 설악이 가깝다 했는데 이내 옥녀탕을 지나고 장수대를 지난다.
기사님의 안내방송에도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 모두가 한계령가는 분들인가 보다.
드디어 한계령휴게소다.(09:30)

휴게소에서 물 체우고 들머리가 어딘가 둘러보니 바로 옆이다.
그 옛날 26세때 귀때기청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추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때의 그길을 반백이 넘어 다시 걸어보니 감개무량하다. 그땐 안개가 자욱해서 산의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점봉산이 바로 앞에 보이고 그야말로 사방이 쾌청하다.






한 40여분 배낭무게에 친숙하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데 고갯마루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며 잠시 쉬었다 가라 한다.

오색으로 뻗어 내린 계곡과 금강산을 빼어 닮은 암봉들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왼쪽 끝 봉우리가 귀때기 청봉 같고 맞은편 능선 위가 끝청 같다.







안부로 내려서다 오르기를 두 번정도 하니 귀때기 청봉과 끝청으로 가는 갈림길 이정표가 반기는가 했는데 바로 건너편으로 장엄하게 펼쳐지는 암릉들이 이내 정신을 잃게 한다.




아니 저기가 어디야 용아장성이 아닌가 그 넘어가 공룡능선일 것이고 왼쪽 끝부분이 마등령이겠지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부부처럼 보이는데 높이 치솟은 공룡의 모습은 대장군 같다.
구름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그야말로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장관이 일시에 눈앞에 펼쳐지니 그 누군인들 탄성을 숨길수 있으랴
끝청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능선길을 따라 오르며 좌우에 펼쳐지는 풍광은 그때그때 새로운 모습으로 발걸음을 묶어 놓는다.





역시 암릉은 속에 들어가 있는 것도 좋지만 멀리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을 때 더욱 좋은 것 같다.
나무와 숲과의 차이처럼......
전체가 조화되어 연출해 내는 풍광은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가 창출되는 것 같다.

낮익은 기상관측소 레이더가 저 앞인데 그 사이에 봉우리가 하나 가로 막고 있어 대청봉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1시가 지나 군데군데 그늘 아래서 점심 즐기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나는 해 먹을 계획이니 중청까진 참아야 한다. 잡목이 우거져 이젠 좌우 시야를 조망하기 어렵다.
잠시 쉬면서 사과 한개로 허기를 체우고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니 드디어 끝청이다.






시야가 확트여 바로 밑으로 보이지 않았던 봉정암도 보이고 수렴동계곡, 오세암, 좌측으로 뀌때기 청봉 대승령 안산 그넘어 12선녀탕,
북쪽으로 백담사 황철봉 그리고 그끝자락으로 북녘의 금강산 봉우리도 가물가물........







남쪽으로 점봉산에서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준령이 푸른 동해바다를 따라 구비치듯 내려가고 바도 아래 필래약수로 넘어가는 길과 한계령길이 구불구불 선명하다.
계곡 아래 탄산온천으로 자주 들렀던 오색 그린야드도 보인다.


대청봉은 볼 때마다 여기저기로부터 모여든 사람들로 만원상태다.
소청산장앞에서 내려다보이는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멀리 속초시와 푸른 동해바다의 광활함은 속가지 후련하게 해주고 지금까지의 피로감을 일순간에 잊게 해준다. 이런 풍광을 어찌 말로다 형언할 수 있으랴.








지금까지 시간지체가 많았고 사람들로 붐비는 대청봉은 가고 싶지 않아 중청에 들러 물을 찾으니 파는 물밖에 없다고. 파는 물로 밥 지을 수는 없지 조금 남은 물로 쌀을 불리고 소청으로 내려간다.

소청엔 꽐꽐 쏟아지는 생수가 있고 봉정암 물보다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수량도 풍부했던 기역이 난다.
소청가는 길은 봉정암을 오가는 신도 산님들로 줄을 잇고 나도 그분들 틈에 끼어 조심조심 내려간다.




소청산장 건물지붕이 가깝다했는데 이곳도 수많은 사람들이 곡주를 즐기며 발아래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하는데 여념이 없다.



한쪽에 배낭을 내려놓고 샘터로 내려가 밥지을 물 한통 받아 올라와 정성드려 불을 지핀다.
옆에서는 봉정암 탐방객들이 산장에서 파는 도토리묵과 곡주로 삶의 시름을 잊고.....

오늘 저녁 이곳에 머문다면 당장 나도....
하지만 휘운각을 넘어 공룡 신선대까지 가야하니 오로지 밥짓는데만 열중한다.

바로 옆에 계신 분들이 내 큰 배낭을 보고 놀라며 밥짓는 것을 보며 관심어린 표정으로 말을 걸어온다.
한 분은 곡주한잔 하라며 주시기도 하고.....
흰머리가 섞인 사람이 큰 배낭을 옆에 두고 밥짓는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이것저것 물어온다.

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어떻게 어디서 밤을 보낼 것이냐 외 혼자 왔느냐는 등.....
봉정암으로 함께 내려 가자기도 하시고......
밥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밥물이 빠지면 밥맛이 없어지니 약한 불로 해야 한다고 훈수도 해주시고....

지난번 한 산님이 알려 주신 것이 생각나 수저로 저어 볼까요 하니 그렇게 하면 좋다고 하신다.
조금 지나니 구수한 냄새가 나고 밥맛을 보니 성공이다.

오후 3시 40분이니 된장 고추장만으로도 밥맛이 꿀맛이다.
적당히 먹고 나머지는 저녁으로 태양이 서산으로 기우니 커피는 생략하고 이내 떠날 채비를 한다.

다시 소청오름길을 올라 휘운각으로 내려간다.
이곳 내리막길은 그 예전보다 훼손상태가 더욱 심하고 개선된 부분이 하나도 아니 보인다.

아에 이곳만은 개방했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능력껏 올라가라는 식이다.
급증하는 산악회의 잦은 담방으로 등산로가 깎이고 옆으로 또 다른길을 내고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산꾼들도 그렇고 관리공단도 다 그렇고 그런 자들이다.

이뿐이랴 지금까지 수없이 방치된 생리흔적들과 휴지 비닐조각 등.....
이렇면서도 산을 다닌다며 자랑했을테니 한심한 자들이다.
산이 무슨 체력 단련장으로밖에 보이질 않는 모양이다.

산악회 모임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엉터리 산꾼들이 상당수 섞이게 되고 50여명이 한번 스치고 지나가면 새로운 길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고 자연회복 여유도 없어 그만큼 훼손정도가 심할 수 밖에 없다.

남이 안보면 자기 편할 대로 적당히 해치우는 습성이 이곳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으니 우리의 잠재된 기질을 대표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옛말에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공룡 능선길도 마찬가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오로지 훼손상태만 깊어갈 뿐....
천불동 계곡도 2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하나도 보완 개선된 흔적을 찾아 볼수 없었다.

그뿐이랴 제대로 된 산장은 물도 않나오는 중청 하나밖에 없고 소청이나 휘운각 양폭 은 급증하는 산객들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옛 모습 그대로 이니 이러면서도 어찌 국립공원이라 하며 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단 말인가?
산에서 하루밤을 보낼 처지가 되어도 자신없으면 올라오지 말던지 하산하던지 식이다.

이런 와중에 봉정암은 성지순례다 하여 탐방객들이 하루 3천을 넘고 날마다 아니 해마다 시설확충인지
헬기소리가 요란하고 도대체 우리 한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모두가 주인의식을 잊어버리고 못 본채 방관하는 사이 우리의 조국은 멍들어 가고 있듯 하다.

국립공원 입장료 어디에다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철저히 공개되어야 한다.
몇몇 놈들의 자리 지키기와 배만 불려 주는데 쓰이고 있는지.....

현란한 암봉으로 하루 온종일 뽐내던 공룡능선도 서서히 잠들어 가는데 휘운각 대피소는 이미 어둠에 잠긴지 오래다. 하지만 사람들 소리로 이제부터 생기가 돋는 듯 하다.

이곳에서 라면 끓여 남겨놓은 밥과 함께 저녁을 든든히 먹고 있는데 옆의 한분이 곡주한잔 하라며 권한다.
이분은 그저께 진부령을 출발 미시령에서 1박하고 마등령과 공룡을 지나 이곳에 온 분이다.
그분도 이곳 주변에서 노숙하고 내일 한계령으로 가신단다.

내가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분 라면만 먹는 것 같은데 진작 만났으면 밥을 나누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만 몽땅 라면에 말아버렸으니...

배가 부르니 이제부턴 나역시 잠자리가 문제다.
주변을 둘러봐도 식탁만 있을 뿐 평평한 여유 공간은 보이지 않고 계속 드나드는 나그네 산꾼들과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소리에 빨리 하산을 종용하는 말씨름으로 항상 떠들썩하다.
시간은 저녁 7시가 조금 지났다.

한치 앞이 안보일 정도로 어둡지만 해드 랜턴을 켜고 지난날 사진작가이자 햄 동호인과 하룻밤을 묵었던 신선대 그곳을 찾아 나선다. 신선대까지 가는 동안 한분도 마주치는 사람이 없다.
벌써 모두가 잠자리를 찾아갔는지 내심 기대를 했건만......

신선대 주변에 가면 비박하시는 분을 만날까 했는데 한분도 아니 보이고 온통 침묵만이 흐른다.
처음 시도해보는 나홀로 비박이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밤은 이곳에서 보내야만 한다.

신선대 고개밑 길가 사면이 그런대로 비박장소로 적당하여 많이 이용한 듯 하다.
곧바로 비닐위에 매트레스 깔고 거위털 침랑을 펼쳐 놓으니 이정도면 하룻밤 유숙에는 문제없을 듯하다.

고아텍 자겥을 걸치고 고갯마루 바위에 걸터앉아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빛과 속초 시내와 대명콘도를 밝히고 있는 전등불빛을 보며 여기저기 설악의 밤풍경을 핸드폰으로 전한다.

바로 건너편 소청에서 내려오는 길은 뒤늦게 하산하시는 산님들의 불빛이 군데군데 깜박거리고 휘운각에서는 간간히 사람들 소리가 들려온다.

잠자리로 내려와 침랑속에 누워 하늘을 대하니 온통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하다.
어느것은 매우 밝은 것도 있고 어느 것은 작고 희미하게 좁쌀처럼 깔려 있는 것도 있다.

몸은 피곤하지만 잠은 오질 않고 해서 별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저 별빛은 몇 년전에 출발한 것일까 1광년이면 1년전에 출발한 빛이고 10광년이상인 별들이 무수하니 52광년짜리 별빛은 내가 태어날 때 함께 출발한 별빛을 보는 셈이니 우주의 무한함과 오묘함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초저녁에 보이지 않았던 달님이 환한 얼굴로 중천에 떠서 설악의 능선들을 비추고 있다
달님과도 잠시 대화하다 잠들었는가 했는데 새벽 4시 반이 지나가 있다.

대청봉에서는 불빛이 반짝이고 이내 휘운각 내리막길도 줄지어 반짝인다.
5시10분이 되면서 1차로 한분이 신선대 앞에 나타나길래 어서오시라고 인사를 나누는데 곧바로 줄줄이 이쪽으로 향한다.

6시40분 일출이라며 산악회 선발대 같으신 분이 2차로 올라 오시길래 대충 잠자리를 정리하고 전망 좋은 암릉으로
올라간다. 훤히 밝아 오는 동녘 하늘을 처다보지만 화채봉이 가로막아 바다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화채능선위로 붉은 빛이 감돌더니만 빨간 얼굴을 불쑥 내민다.


곧바로 디카에 담고 아침 햇쌀로 밝아오는 공룡능선에 초점을 맞추어 시시각각 변모해가는 공룡능선의 아름다움에 취해 연신 디카에 담는다.




이젠 공룡전체가 완연히 밝았고 떠날 채비도 해야 한다.
밤이슬로 젖은 침랑과 비닐을 널고 용아장성 귀떼기청봉 대승령 오세암과 백담사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데 바로 위 암봉에 어느 노인 한분이 서계신다. 이른 아침시간에 웬 노인이....

속으로 놀랍기도 하고 아침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사진 작가분이시다.
30여년 동안 이곳 설악동에 사시며 설악산 곳곳을 누비고 다니셨단다.

가까운 곳에 물나오는 곳이 있느냐고 물으니 알려 주시는데 많은 물이 아니고 쌀도 불려 놓지 않았으니 휘운각으로 함께 내려가 지난밤에 해 놓은 밥과 찌개로 함께 아침을 하고 다시 올라오자고 하신다.

그리로 가니 성동규 켐프("설악포토” 인터넷 홈피 운영중임)라고 대피소 뒤편 공터에 아주 조그맣게 설치되어 있다. 따끈한 찌개로 아침을 함께 먹고 커피향도 즐기며 잠시 휴식한다.


계곡물을 떠와 수통을 채우고 그분은 미숫가루를 수통에 넣고 또다시 공룡으로 향한다.
오름길 바위틈에서 피어난 옅은 보라색 야생화(솔채꽃이라고 알려주시는데 몇일째 싱싱하게 피어 있다며 그분도 감탄하신다)도 만났는데 디카에 담으려하니 그늘에 가리워졌고 다른 곳에서도 간혹 만날 수 있다시길래 그냥 지나쳤는데 아쉽게도 다른 곳에선 만나보질 못했다.



암릉에 오르려하니 한분이 우리를 뒤쫒아 올라오셨는데 인사를 나누다보니 연세가 76세이시며 멀리 운천에서 이곳 가을풍경을 담고자 사진장비를 배낭에 넣고 홀로 오셨단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다.

사진을 취미로 부지런히 산야를 누비고 다니셨기에 이토록 체력이 젊은 청년 못지않은가 보다.
이분은 신앙생활 하시며 종교관련 간행물 표지사진으로 계속 무료봉사하신단다.

공무원에서 정년 퇴직하신후 이제는 자유롭게 취미생활에 정신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본 받을 만 하다.
나도 저분처럼 사회에도 유익이 되는 나름대로의 취미생활을 개발해서 몰두할 수 있어야겠다.

그분과 함께 암릉 중간부분까지 와서 그분은 계속 앞으로 진행하시고 아침을 함께 했던 사진작가분을 따라 비밀루트로......
곧바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은데 62세이신 그 분은 한손에 길고 무거운 재래식 다리발을 들고 배낭을 맨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잘도 내려가신다.



한20여분 내려가다 어느 암봉에 오르는데 이곳에서 만나는 공룡의 모습은 또 다른 비경이다.
한 장의 작품을 얻기 위해 위험한 곳을 가리지 않고 힘들게 이동하시는 그분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듯 하다.







오늘저녁은 양폭앞 만경대에서 노숙할 생각으로 그 분과 함께 나도 여유롭게 사진작가 흉내를 내다가 작별인사를 나누고 그분이 알려 주신 바데로 급경사 암봉을 이리저리 돌며 내려간다.

전면에 펼처지는 기암과 뾰족뾰족 솟구친 암봉들을 감상하며 디카에 담다보니 상당부분까지 내려온 것 같다.
천화대가 바로 가깝고 나는 칠형제봉 부근에 와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금강산 한가운데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온통 좌우가 칼날처럼 급경사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다 안부가 나오는데 이쯤에선 우측방향으로 내려서야 할 듯하다










이번에도 급경사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데 한참을 내려가니 그제서야 물소리가 조금씩 난다.
반갑다 이내 시원한 물을 마음껏 들이키고 수통에도 가득 채운다.

계곡아래는 널찍한 바위들이 연이어 있는데 미끄럽고 급경사인지라 포기하고 위쪽으로 향하여 10분정도 오르니
칼날같은 바위틈새로 넘어가는 협곡이 보인다. 저곳을 통과해서 내려가면 양폭산장이 보일 듯하다.

사방이 온통 칼날같은 바위절벽으로 둘러 쌓여 있고 가운데로 움푹파인 듯한 바위윗부분에서는 실낱같은
폭포수가 조용히 흘러 내린다. 협곡을 가로질러 급경사 계곡을 내려가니 사람소리가 들려온다.
한참을 내려가니 조금식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다 이내 숨어버린다.

드디어 양폭산장 지붕이 보이고 인기척이 가깝다. 15시 40분 점심겸 저녁으로 밥짓는데 정성을 드리는데 아리따운 처녀 한분이 사슴처럼 가까이 다가오더니만 먹는 물을 찾는다.
이곳에선 누구나 계곡수를 먹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발씻고 세수하고 해서 그물을 그대로 먹자니 찝찝할 수밖에.....

한통 받아놓은 물이 좋아 보였는지 그분도 저녁 준비해야 한다며 내 옆에 자리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온다.
대구에서 단독으로 어제 올라와 오늘 아침 일찍 비선대로 올라 마등령과 공룡을 거쳐 방금 양폭에 도착했단다.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설악동 주차장으로 하산하여 오색으로 이동할 예정이란다.
아직 결혼은 아니한 자유인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알찬 여행을 당당히 홀로 결행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저녁을 먹고 나니 4시 40분 오늘도 비박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 그럴만한 공간이 보이지 않고 쓰레기 태우는 냄새와 연기로 산장 주변이 자욱해 진다. 만경대에 올라 사진작가분 만나면 외롭지 않을 것이고 잠잘 곳도 있을 것 같다.

시간도 적당하니 이내 짐을 챙겨 그곳으로 이동한다.
급경사길을 40여분 올라 마지막 힘든 구간을 조심스럽게 오르니 만경대다.

이곳 만경대는 예전에 양폭에 1박 하면서 만난 사진작가분의 무거운 장비(30킬로) 대신 짊어지겠다며 아양을 떤 끝에 힘들게 올라봤던 곳이다.
막상 올라보니 한분도 안보고 계속 올라보니 비박장소로 적당한 곳이 보인다.

어젯밤과 동일한 방법으로 잠자리를 만들고 나니 이내 사방이 어둠속으로 깊어간다.
이곳은 삼면이 온통 높은 산봉우리로 둘러 쌓여 있고 오로지 속초시만 내려다 보일뿐 그야말로 적막감이 깊은 곳이다.

어제보다 일찍 찾아든 밤시간 순간순간 어둠에 대한 공포감에 소리도 쳐보고 이곳저곳에 휴대폰으로 이곳의 밤정경을 알리지만 또다시 어둠의 적막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오늘밤도 오로지 반짝이는 별과 달을 친구삼아 대화하기로 하고 침랑속으로 들어가 누워 있는데 소나무를 스치고 지나는 바람소리가 어제보다 크게 들리고 무언가 뒤에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해서 순간 순간 머릿발이 뻗칠 정도의 공포감도 느껴진다.

아니지 이렇게 좋은 공기 마시며 웬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나하며 자신을 꾸짖고 이내 마음을 바꿔 하늘 높이서 반짝이는 별들을 세워본다. 이내 포근한 안정감이 찾아들고 별을 세다 사르르 잠이 든다.
1시간30분정도 잠들다 깨어 보니 9시를 넘어서고 있다.

기나긴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지 할지...... 또다시 피곤함을 달래며 잠을 청하는 수밖에.....
이 시간에도 휘운각으로 내려오는 길과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하산하는 길에는 산님들의 불빛으로 반짝거린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이번에는 화채봉 넘어 동쪽하늘이 옅게 밝아온다.
아니 속초시 상공도 어두운데 무슨 서울의 밤하늘처럼 밝아오다니 양양공항의 불빛때문인가 아니다 저렇게 넓은 지역이 밝아질수 는 없을 것이다. 어제처럼 달님이 떠오르고 계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다음번에 깨어보면 달님이 중천에 떠있을 것이다.
잠시후 다시 깨어나보니 어제밤에 만났던 달님(하현달)이 대청봉과 화채봉 중간 상공에서 천불동계곡을 비추고 있다.

비선대와 마등령쪽을 바라보니 이른 새벽임에도 역시 불빛이 줄지어 반짝거린다.
선발대는 마등령까지 올라 있는 듯하다. 이런 야밤에 산길을 걷는 것도 지독한 분들이다.

무슨 볼거리가 있다고 저러는 건지 아니지 삶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 저렇게라도 내재된 응어리를 뿜어대야 하겠지 밤새 시원한 산림욕을 하고나면 새로운 정기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무언가 얻어지는 것이 있길래 저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겠는가 누구한테 자랑할 것이라면 굳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밤잠을 설치며 저렇게 땀흘리지 않으리라.

이번에는 일출은 아에 포기하고 아침 풍경만을 담기로 작정하고 느긋하게 늦잠을 잔다.
6시가 넘어서 기상하여 축축해진 침랑을 바위면에 널고 밝아오는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능선따라 이동하다보니 화채능선이 바로 앞이다.

궁금증을 풀겸 가 보았지만 양옆으로 잡목이 우거져 시야가 막히고 양영쪽도 희뿌연한 안개로 아무런 조망을 기대할 수 없다. 우측 위로 대청봉만 선명히 보일뿐.....



이내 발걸음을 되돌려 내려오면서 비경을 담으려 하니 기대와는 달리 너무 밝아진 빛으로 공룡의 암봉들이 겹겹이 혼합되어 제대로 구분이 안된다.

내려가면서 단풍을 배경으로 찍을 요량으로 하산을 서두르는데 위험한 급경사지을 통과하는 일이 걱정된다.
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해 도전해 보는 수 밖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비해서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다.
대충 요기를 하고 일어선다.

무거운 배낭을 몸에 밀착시키고 바위틈을 잡고 이리저리 뒷걸음질로 내려가는데 쓰러진 나무가 급경사지를 가로막아 밑으로 기어서 조심조심 차분히 내려가는데 독사새끼 한 마리가 이른 아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웬일이냐고 놀란 눈초리로 처다보고 나도 놀란다.

너도 아침식사를 위해 돌아다닐텐데 내가 방해가 되어겠지 그래도 생태계가 살아 있으니 다행이지 하며 은근히 놀란 가슴을 달래어 본다.

아직 햇쌀이 이곳 계곡까지는 미치지 못한지라 단풍을 담아내기는 어려운듯하다.
하산길에 붉게 물든 단풍 기념으로 몇 커트 찍고 이내 양폭으로 내려선다.(10:30)







오늘 아침은 화채봉 계곡에서 발원되는 물로 라면을 끌일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협곡을 지나 다리 두개를 건너니 어제 저녁 보았던 계곡수가 이곳으로 흘러 내린다.

산장이외의 지역은 취사금지구역인지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조금 올라가서 계곡물을 떠서 라면을 끓인뒤 돼지고기 소시지도 넣어 영양가를 높인다.
어제 먹다 남은 밥에 라면을 부어 다시 끓여 휘운각에서 얻은 김치볶은 것으로 먹으니 일품이다.

계곡 옆의 단풍잎이 밝아오는 햇쌀로 매우 아름답게 보인다.
이내 디카에 담고 커피한잔 할 생각으로 물을 끓이는데 어떤 장년 사진작가 한분이 이곳으로 접근해 온다.
이분 역시 내가 본 단풍이 샘이 나서 오셨단다.



그분과 함께 커피향을 즐기고 그 분은 양폭쪽으로 나는 비선대
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른다.(12:15)



아침시간을 낭비한지라 계획보다 상당히 늦어졌다.
천불동 계곡의 아름다움을 힐끗힐끗 감상하며 오로지 하산을 서두르는데 수많은 산님들로 지체구간이 많다.



이렇게 좋은 지역을 빨리 하산한다는 것은 어리석지만 오늘 일정상 어쩔 수 없다.

짓푸른 계곡수를 감상하며 세수도 하고 여유를 부리면 좋으련만.....


아침시간 공룡능선의 색다른 모습을 욕심내며 시간을 허비한 것이 원인이다.

양보를 구하며 거침없이 앞지르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비선대를 통과한다.(13:15)




울산바위를 거쳐 척산온천하고 귀경하려면 점심도 생략해야 한다.

산악인의 집앞을 지나며 몇 해전 신년아침 나홀로 밤늦은 시간에 눈길을 헤치고 이곳까지 힘들게 왔던 추억이 되살아 난다. 비선대까지 아이젠도 없이 미끄러운 눈길을 식당문도 모두 닫힌채 어둠속에 고요한 길을 나홀로 가다가 무슨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해서 더 이상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당황해하는데

마침 그 시간까지 유독히 이 집만은 주인어르신 내외분만이 TV를 보고 계셨는지라 들렀더니 놀라며 이렇게 추운 날씨에 어찌된 일이냐며 하룻밤을 따뜻하게 묵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곳이다.

주인 어르신내 내외분 안부라도 물어 보았으면 하는데..... 상당히 인자하신 분이었다.
오늘도 손님맞이에 바쁜 모습이고 나역시 바쁘니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드디어 설악동 삼거리에 도착(13:40) 곧바로 울산바위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길도 오르는 중고등학생들과 탐방객들로 천불동계곡길보다 더욱 붐비고 있다.

부지런히 오르니 울산바위가 가깝고 계조암부근까지 왔다.
이곳에서 원암저수지쪽으로 이어지는 것 들머리를 찾아 봐야 한다. 우측 소나무숲으로 난 오솔길이 보인다.
이길이다하는 확신을 갖고 계속 진행하는데 전혀 사람을 만나볼 수 없다.

울산바위 바로 옆을 지나 조금가니 또 다른 거대한 흔들바위가 곧 굴러갈 것만 같은 모습으로 소나무숲 속에서 잠자고 있다. 주변은 온통 사질토일뿐 다른 바위들은 일체 보이지 않고 역시 산길도 돌하나 없는 비단길이다.

여기저기 실개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데 마셔보니 시원하고 맛이 좋다.
냇물바닥은 깨끗한 왕사들이 깔려있고 주위가 온통 소나무가 울창해서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라 할만 하다.

여러개의 징검다리를 이리저리 건너며 한참을 내려오는데 지리산에서 처음 본 투구꽃이 이곳에서도 발견되고 깨꽃같은 야생화도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군데군데 일시에 많은 빗물이 산길을 따라 휩쓸고 지나면서 깊고 널따랗게 훼손된 도랑이 황량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다. 한번 유실된 토사는 다시 원상복귀할 수 없을까 훼손은 일순간인데 복원하는 노력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니 매우 안타깝다. 수십년이 지나면 자연복원 될런지.........

드디어 계곡수는 상수원 취수구쪽으로 흘러들고 더 이상 흐르는 물은 보이지 않는다.
콘크리트로 복개된 수로를 따라 내려가니 바닥을 드러낸 원암저수지가 보이고 저 아래에선 포크래인과 덤프트럭이 토사를 퍼내고 있다. 바로 가까이 송림 건너편으로 대명 콘도 건물이 울산바위쪽을 향하여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없는지라 곧 나타나리라는 기대감으로 발걸을 재촉하는데 예상밖으로 나타나야 할 척산 온천은 아니 보이고 길 가는 온통 음식점뿐이다.

이상하다싶어 한 음식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계속 가다가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돌아 20여분 내려가면 척산온천이 나온단다. 아니 그렇게도 멀단 말인가. 하지만 하는 수 없이 내려가야만 한다.

지친 발을 달래어 가며 그쪽을 향하여 열심히 내려가니 저 멀리 온천인 듯한 건물이 보인다.
드디어 눈에 익은 건물 앞에 왔다. (16:15)

배고품도 잊은 채 재빨리 온천욕을 즐기는데 여념이 없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면서......
18:10 온천장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고속 터미날로 달려가 본다.(18:40)

19:20 출발하는 표를 간신히 구입하고 나니 저녁 먹을 여유가 있다.
두리번거리다 한집에 들러 도토리 묵과 곡주 한병을 순식간에 .....

대포항을 지나면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동해바다엔 오늘밤도 고기잡이 배들로 줄지어 밤을 밝히고 있다.

한계령에서 시작한 2박3일간의 설악산 탐방 꿈같이 지나갔다.
길에서 만난 사진작가분 덕분에 나도 사진작가의 길을 걸으며 비경을 찾아 산속을 헤매이고 다녔으니.....

이상하게도 나는 사진작가와 인연이 많은가 보다
지난번 지리산에 갔을 때도 그랬고 설악산에서도 매번 그러 했으니.....



*제가 갔던 길은 안개낀 날이나 비온 뒤에는 매우 위험할 뿐 아리라 진행자체가 전혀 불가능하오니 참고하시어 안전하고 유익한 산행 이어가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