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의 창공은 이 산정을 지배하며.. [와룡산/사천]



2013.  4.  7 [일]


평택 SM   45명

 

 



남양저수지 - 상사바위 - 도암재 - 새섬봉 - 민재봉 - 백천재 - 백운 [P] ~ [4시간]

 

 

 

 





                     [짧은 시간 속]

  

      길게 이어지는 꽃샘의 기승이 이 산정에도 밀려오는 듯 나뭇가지가 희다 못해 검푸스레

하다. 음습한 추위가 서려오며 입술을 파르르 떨게 만드는 미세하고 찌릿한 진동을

       일으킨다. 경직된 얼굴엔 발그스레한 기운이 돋는다. 드넓은 하늘엔 잿빛구름과 안개의

무차별 공습으로 온 천지를 마의 시간으로 몰고 간다.

 

 

 

 

 

 

 

 

 

 

 

 

 

            간간히 섞여있는 춘색의 그윽함이 조용히 마음을 다지게 한다. 산로를 쭉 따라 펼쳐지는

숲속의 명료함이 머리를 맑게 만든다. 채색되기 시작하는 나목의 감촉이 코끝을

 간질인다. 한동안 쌓여있던 낙엽의 무리는 간간한 백색에 묻혀 진한 갈색 층으로

변신중이다.

 

 

 

 

 

 

 

 

 

 

 

 

 

 

 

 


 

     가슴속을 파고드는 냉랭한 온기가 횡행하기 시작한다. 둥지를 틀고 얹혀있는 봄눈들이

가지사이를 오가며 이리저리 나부낀다. 영역을 잊은 듯 하다. 안착하지 못한 나도

  모르게 움츠려진다. 그러나 올곧게 뻗어있는 나목들의 꿋꿋함에 먼 세상의 자화상인

늦겨울을 잊은 듯 하다.

 

 

 

 

 

 

 

 

 

 

 

  맑은 빛에 그을려있는 산정의 풍경이 마음을 녹인다. 황량한 냉기 속을 거니는 45명의

 님들은 그 빛의 너그러움에 하나 씩 하나 씩 두둑하게 그 향기로움을 안고 간다. 빛에

  묻혀 속삭이는 산나무들과 갈색의 무리들은 혼합된 응집력을 발휘하며 정결한 조화를

이루어 춘기의 산색을 나타낸다. 봄의 냄새일 것이다. 조용히 그 속으로 파고든다.

 

 

 

 

 

 

 

 

 

 

 

 

 

 

 

 

 

 

 

 

 



                      [아직도 봄의 자취는 이글어지고]


          산 간선 위에 섰다. 유수한 산색깔이 그윽할 정도로 눈 안으로 흡입된다. 불끈 솟아있는

 산봉의 너머로 붉은 해가 촉촉이 세상을 비춰댄다. 붉게 그을린 그 세상은 적요한

시공만이 흐르고 있음을 알았다. 바람도 구름도 자고나며 광경 속 주재의 속물이

 되어간다. 산봉에 가려 더 넓게 퍼지지는 않으며 산정에 힘을 빌리는 듯한 표시로

간간히 빛을 쪼아대는 것이다.



                             「 소박하게 피어오르는 냉기가 때로는 반대로 둔갑하여 빽빽이 이 산정을 채우고 있습니다.」

                             「 저, 보세요. 물밀 듯이 퍼져오는 봄의 냄새에 바람도 취해 저 산정 중턱에 걸쳐있네요.」

                             「 흐릿한 봄을 향해 끝없이 떠오르는 온기가 큰 호흡을 모으지 않습니까.」

                             「 완연한 봄인가요. 그러나 그 연주가 시작되기에는 아직 시기가 아닌 것 같네요.」

                             「 음, 맞아요. 봄빛이 두려운 나머지 사랑을 잃어버린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들 기억에 남아있는 저 大海의 묘경이 춘록을 사로잡으며 그간 황량했음을 잊게

  한다. 간간이 피어댄 참꽃을 바라보며 촌락 같은 사천의 풍경을 무르녹게 만든다. 그저

   맑고 푸른 시취이다. 자연의 행로 따라 알 수 없는 산정의 길을 곱게 갈 뿐이다. 감정과

생각이 기어드는 봄을 맞는 것이다.

 

 

 

 

 

 

 

 

 

 

 

 

 

 

 

  


                  [봄의 빛깔이 강하다 못해 스러지기도 - 상사바위 ~ 새섬봉에서]


거울처럼 明潤한 산 너울의 추임새가 춘 사월의 멋을 알린다. 장장한 시간 속 주인이

  된 것이다. 하물며 산중과 천공을 넘나들며 빛바랜 시간을 이르게도 되돌리려 함이다.

  하염없이 변질에 변질을 거듭한 영원한 세상 같아 보였다. 환하게 비치는 선계의 비선

  같아 보였다. 바람에 실려 오는 춘장에 기대어 조용히 봄을 알리는 유장한 물줄기의

탄력에 눈을 모은다.

 

 

 

 

 

 

 

 

 

 

 

 

 

 

 

[고문님]

 

 

 

 

 

 

 구름 따라 흐르던 발길은 하늘 따라 움직였다. 이 산정도 따라 움직이며 세월의 시속을

  빠르게도 변화하게 됨을 알리는 듯하였다. 모질게도 영미한 산정을 가로세우며 곳곳의

     변화가 자연의 순환임을 직시하고 자연스레 표현하는 시기를 앞서감을 알리는 듯하였다.

변화는 자연의 숙명이었던 관계로.



                                          「 바다 속 물결이 속속 차오릅니다. 그것도 안정감 있게.」

                                          「 봄의 색조가 은은하게 퍼져가는 바다의 화사함일까요.」

                                          「 음, 봄의 찬미라

                                          「 흐린 달빛처럼 고요히 솟아나는 봄의 영롱함이 맞겠습니다.」

 

 

 

 

 

 

 

 

 

 

 

 

 

 



 

     부드러운 휘날림의 연속이다. 봉과 봉을 거쳐 능선과 물줄기를 끼고도는 후덕한 바람의

  느낌은 천상의 연화요, 연중의 미관이었다. 이와 대조스럽게 흉그런히 드러난 나목의

형상에 쓸쓸함이 젖어든다. 봄은 강했다. 흐르는 시간 속에 머물며 요요하게 지내는

      제신의 몸둥아리가 바람결에 묻어가는 티끌의 한몫 같았다.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유유한 구름은 내 마음 같다.

 

 

 

 

 

 

 

 

 

 

 

 

 

 

 

 

[좌로부터  82세 최연장 고문님,  성석형,  고문님]

 

 


층층대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흰 구름은 허공의 중간층에서 자맥질 하듯 보였다

   사라지곤 한다. 산정위에서 맴돌고 있으며 때때로 뭇 산정들을 넘나들며 끝 모를 유희를

 즐기는 듯하고 있다. 하늘과 이어진 산맥의 힘찬 기운이 그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유유한 자적임에 틀림없다.

 

 

 

 

 

 

 

 

 

 

 

 

 

 


 

      무시무시한 어제의 야시각에 산중의 꽃나무와 순들은 생기를 잃었다. 야속하다. 앙상한

  잎새가 비틀어져 황량함이 느껴진다. 그 누구를 탓하랴! 무섭게 파고든 똥(冬)장군이

머리털 솟게 화가 난 모양이다. 구석구석 펼쳐진 대해의 그윽한 모습으로 대신할까

한다. 새롭게 느껴지는 사천의 본 풍경을 가슴속에 고이 앉힌다.

 

 

 

 

 

 

 

 

 

 

 

 

 

 

 

 

 

 

 

 

  


                     [봄이 열리는 듯 - 민재봉에서]

 

               굽이쳐 넘쳐나는 산물결의 정경이 떠도는 구름처럼 매혹적으로 재잘거리며 흘러오고

  있다. 그 물결은 요요하며 자태의 우아함을 잃지 않고 성난 바람결에도 몸을

           진정시키면서 은은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참으로 눈이 호사로다. 창대히 열려있는

허공 속을 누비면서 시선이 미치는 곳마다 거침없는 겨울의 선을 그어대고

있는 것이다.

 

 

 

 

 

 

 

 

 

 

 

 

 

 

 


 

 


          산정에서 흐르는 유유한 멋이 빛과 내통해서 갖가지 묘술을 엮어낸다. 색감을 구현하는

구성이 다른 시간과 다르다. 능수능란한 春情의 문이 신 풍경을 연출하여 우리를

   인도한다. 지극히 정성을 다하여 피어냄은 스스로의 희생이라 여기며 서로의 몸을

바싹 기댄다. 가늘게 들려오는 미성의 결이 더없이 아름답다.

 


                             「 음 ~, 이곳엔 여리고도 잔잔한 물결이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네요. 그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 실타래를 술술 풀듯이 시시각각 변모하는 봄의 산정은 풍경너머 그 이상입니다. 그중 아늑히

                         피어오르는 연한 색감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누구의 가슴에 간절하게 만드는 봄다발이 되어 피어난 와룡의 본모습에 肅然함이

  감돈다. 사월의 행적이 그렇다. 처절했던 불안함을 떨치며 평화롭게 젖어드는 그들에게

 하늘처럼 의연하게 받들고 싶다. 저 먼 대해도 그렇다. 그저 “구름 속 같다”라는 독백만

간간이 적셔주는 바람에게 묻혀질 정도로. 언제 또 올~런~지…  

 

 

 

    

   


                        ◈◈◈


  문득 돌아보는 순간, 순환하던 빛의 무게가 가볍게 떨어지는 모습 같았다. 하얀 색깔로

 치장한 봄의 미로 속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원색하게 찾아드는 봄의 깊음이었다.

  그 깊은 곳에서 이어지는 봄의 길속은 恢然에 묻힌 또 다시 그 길을 이어가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