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03. 지리산 천왕봉(智異山 天王峰 1,915.4m)

산 행 일 : 2004년 1월 11일 일요일
산행횟수 : 지리산 29회차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山 친구
산행시간 : 7시간 22분 (식사 휴식 1시간 42분포함)

백무동 <0:39> 하동바위 <0:23> 참샘 <0:14> 소지봉 <0:31> 망바위 <0:43> 장터목대피소
<0:16> 제석봉 밑 <0:18> 통천문 <0:16> 천왕봉 <0:08> 천왕샘 <0:11> 개선문 <0:36> 법계사
경유 로타리대피소 <0:16> 망바위 <0:24> 칼바위 <0:20> 매표소 <0:25> 버스 주차장

새벽달을 보면서 집을 나와,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바와 달리 모자를 뒤집어써야할
정도로 춥지 않고 바람도 없다.
산자락에 쌓인 눈이 아이젠을 준비 못한 것을 염려스럽게 하지만 조심해서 오르면 될 테고 개선
문 쪽은 남향이니 눈이 녹았으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08 : 58 주차장을 나서 세석으로 갈 수 있는 한신계곡쪽을 버리고 왼편 야영장 쪽으로 들어섰다.
수량이 적은 골짝을 가로지른 짧은 출렁다리를 건너 오솔길을 지나 돌길을 오른다.

09 : 37 예전에 하동 군수가 지리산 구경을 왔다가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는 하동
바위(900m) 앞에서 뒤쳐진 친구들을 잠시 기다리며 출력해온 산행기('99. 9. 25) 시간표를 보다 거
리표시 중 장터목은 4.0km로 같으나 백무동은 1.8km로 0.2km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친구 말 마따나 시시콜콜 따지다보면 머리만 아프다.

10 : 00 참샘(1,125m)에 이르러 얼지 않고 흘러내리는 물로 목을 축인다.
달라진 것은 이정표뿐만 아니었고 샘 왼편 위쪽에 있던 화장실 때문에 물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그 것과 바로 밑에 있던 소각장이 자취를 감췄다.
이러한 변화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10 : 10 그러나 샘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 돌담이 보였지만 가보지 않고 하동바위 코스중 가장 가
파른 길을 향해 출발했다.
능선으로 올라서면 나무계단길이 나오고 산죽이 길손을 마중한다.

10 : 24 잡목이 울타리처럼 사방을 둘러친 소지봉(1,312m)은 백무동과 장터목대피소의 중간지점
이라고 볼 수 있는데 조망은 없고 이후부터 한동안 완만한 길이 펼쳐진다.
조그만 헬기장과 쉬어가기 좋은 바위 동쪽 사면을 돌자 잔설이 남았지만 보행에는 불편이 없다.

10 : 40 비좁은 길을 따라 망바위에 닿았다.
'↑ 장터목대피소 1.5km 천왕봉 3.2km * ↓ 백무동 4.3km'
노송 사이로 대피소가 보이고 깊숙한 한신 계곡으로부터 찬바람이 솟구쳐 오른다.
백무동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려면 참샘에서 목을 축이고 2차로 망바위에서 다리쉼을 하면 좋겠다.
언제 다시 탐방이 허용될지 알 수 없는 제석봉 갈림길이 있던 지점을 지나고 고도가 높아지자 눈
길이 장난이 아닌데 천왕봉까지 적잖이 애를 써야할 것 같다.

11 : 38 산행객들이 북적거리는 장터목대피소(1,750m)에 이르렀다.
아직 때가 이르지만 미리 밥을 먹기 위해 취사장으로 들어갔으나 자리를 찾지 못하고 건물 서쪽
벤치에서 일출봉과 노고단, 반야봉, 삼정산, 만복대∼덕두산 능선을 감상하며 한 끼를 때웠다.

12 : 28 '천왕봉 1.7km' 이정표를 확인하고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모자이크 길을 따랐다.
사유야 어떠했던 간에 제석봉 고사목지대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느낌인데 이 또한 해가 거듭될
수록 변해가고 있으니 머지않은 훗날에는 그림 속의 모습만 보게될지 모르겠다.
제석봉 동쪽 분지를 지나면서 쌓인 눈과 교행하는 이들로 인해 걸음이 다소 더디어졌으나 포근한
날씨가 한몫 거들어주니 참으로 다행이다.

13 : 02 통천문을 통과하여
13 : 08 천왕봉으로 올라섰다.
두 달 전에 탐방한 왕산을 내려다보고, 남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억불봉에서 부터 상봉 도솔봉
으로 이어진 정감 어린 백운산이 뚜렷하며 금오산 오른쪽 광양만 바다가 햇빛에 반짝거린다.
재작년('02. 9. 22) 비를 만나 쫓기듯 하산하게되자 "앞으로는 날을 잘 잡아서 오자"며 아쉬워하던
아내가 옆에 없는 것이 서운하다.

중산리∼법계사∼천왕봉 코스는 등산도 힘들지만 하산도 수월치 않다.
특히 로타리대피소를 조금 내려선 지점에서 망바위를 거쳐 유암폭포 길로 갈리는 삼거리까지가
몹시 힘들었는데 무릎관절이 시큰거릴 지경이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 정상과 작별할 때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한데 천왕봉은 그렇지 않다.
생각나면 또 찾아오면 되기 때문이다.

13 : 53 오를 때는 코가 땅에 닿을 듯한 정상 직전 너덜을 타고 내린다.
14 : 01 두 개의 조그마한 구덩이에 물 대신 낙엽이 자리한 천왕샘(1,850m)을 지난다.
재작년 산행 때는 물맛을 보았고 정상 표지석 남쪽 암봉 커다란 구덩이에 물이 고여 올챙이가 수
영하는 것을 보고 생명의 신비함에 그저 놀랍기만 했는데 비가 많이 온 탓일 것이다.

14 : 12 개선문(1,700m). 개선장군이나 된 듯 의기양양하게 지나쳤으나 오늘은 패잔병 마음이다.
개선문 위쪽에 불과 1년 반 전 만해도 없었던 나무계단길이 만들어 졌는데 내 생각에는 결코 위
험한 곳이 아니고 바위를 타고 오르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물론 보다 안전하고 편한 산행이 되라는 뜻에서 만들었겠지만 이리 나가다가는 말썽 많은 케이블
카가 설치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조금 더 내려가자 중산리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던 자리는 산불감시초소가 차지해버렸고 휀스로
길을 막고 있으니... 이렇게 변해가고 말 것인가?

14 : 40 법계사 깨끗한 물로 언짢은 기분을 씻어내고 물병의 물도 바꿨다.
14 : 48 로타리대피소에서 무릎을 만져보며 등산이 아닌 하산 길에 긴장을 풀지 못하는 이유는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라는 말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앉아만 있을 수 없다.

14 : 55 출발! 바위지대를 지나고 나면 가파른 내리막이다.
15 : 11 망바위(1,068m) -중산리 2.4km- 를 지나면 계단 길을 비롯한 급경사가 극에 달한다.
성질 급한 사람들이 후닥닥 스쳐가지만 개의치 않고 되도록 사뿐사뿐 걸었다.

15 : 32 유암폭포 갈림길에 이르자 안도의 숨이 저절로 터져 나왔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山을 위해 태어난 山 사람. 宇天 許萬壽 追慕碑' 앞에 이르자 책에서 보았던, 멋대로 자란 수염
얼굴의 기인 허 우천의 모습이 불현듯 생각났다.
어느 날 지리산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고 끝내 시신도 찾지 못했다는데 어디엔가 있을지도 모르
는 청학동을 찾은 것일까?

15 : 55 청학동...? 가당치도 않은 상념에 젖어 매표소 앞으로 내려서면서 보니 '지리산중산리탐방
안내소' 건물을 짓느라 어수선한데 여기도 바뀌어 가고 있다.


▣ 이수영 - 님이 가신 길을 따라 지리산 산행 잘 하였습니다. 저는 님이 가신 길을 한번은 중산리에서 천왕봉 다시 중산리로 원점 회귀하였고 한번은 백무동에서 세석산장-장터목산장-하동바위-백무동으로 원점 회귀하였지요.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리산 산행 29회차라! 내 예상대로 님은 베테랑 이었군요..오늘 곁님도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