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불태산(710m)

1:25,000지형도=장성. 담양

2004년 9월 16일 목요일 흐림(19.2~26.7도)   일출몰06:16~18:38

코스: 대산농장12:30<1.8km>천봉13:20<1.4km>불태산14:20<2.0km>헬기장15:30<1.5km>과수원16:30<1.8km>고산서원주차장17:30

[도상8.5km/ 5시간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전라남도 담양군 평장리 한재골계곡의 최상단 재막마을 대산농장에서 서쪽의 장성읍과 경계를 이루는 능선따라 최고봉인 사실상의 불태산(710m)에 올랐다가 서남진한다.

지형도상의 불태산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에 도착하여 장성군 진원면의 고산서원으로 하산하는 이번 코스는 암릉코스와 육산, 그리고 양쪽으로 깊은 계곡을 갖춘 다양한 산행길이다.

가다가 돌아본 불태산 정상부 뒤로 삼인산 가다가 돌아본 불태산 정상부 뒤로 삼인산
 

그동안 불태산 남쪽의 군부대 포사격 연습 때문에 입산절대금지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최근에 등산로가 개방된 불태산은 북동쪽에 위치한 병풍산(822.2m)을 모산으로 삼고 있다.

병풍산 못쟎은 경관으로 주능선 남쪽으론 천애절벽을 형성하고 있어 산행길 내내 영산강과 빛고을 광주를 바라보면서 스릴 넘치는 리지산행을 즐길 수가 있다.

정상에서 본 불태산 후반부 남릉 정상에서 본 불태산 후반부 남릉
 

하산지점의 고산서원은 기정진선생이 고종15년에 지어 학문을 강론하던 곳으로, 후손들이 중건하여 선생의 문집 등을 보관하고 있어 한번 쯤 들러볼 만하다.

이번코스 능선길 남쪽의 계곡물은 곧장 영산강으로 흘러들고, 주능선 북쪽의 물은 흘러내려 내장산 아래 장성땜에서 방류한 물들과 만나 황룡강~영산강을 거쳐 목포만으로 해서 서해바다로 빠진다.

빛고을로 흘러드는 영산강 빛고을로 흘러드는 영산강
 

가는길: 담양에서 24번국도를 달리면 차창밖으로 불태산이 바라보인다. 원촌 사거리에서 장성으로 넘어가는 898번 지방도 따라 고갯마루 대치에서 내려, 병풍산가는길과는 반대방향으로 초입을 잡아도 된다.

그러나 직전마을인 도로변의 대산농장표석에서 진입하면 산행이 한결 수월한데 농장 뒤편으로 경운기 길이 잘 나 있다.

국도 차창밖의 불태산 전경 국도 차창밖의 불태산 전경
 

마을길을 벗어난 숲길은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가시넝쿨이 무성한데, 일단 재막재로 올라서면 날등길은 잘 나 있다.

천봉 오르막은 엥간히도 가풀막진데 한차례 급사면을 치오른 천봉 오름길의 작은 헬기장에 서면 바로 이웃한 병풍산이 여기보다 낮아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기고, 훨씬 북쪽으로 내장산을 비롯한 호남정맥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한재골 지방도와 병풍산 한재골 지방도와 병풍산
 

천봉에서 불태산을 향하면 동쪽 담양방면으론 천길 낭떠러지의 절벽길이 연이어지고 그 아래론 영산강 건너로 빛고을 전체가 조망된다. 날씨만 좋다면 빛고을을 감싼 무등산이 멋지게 하늘금을 긋는다고 한다.

그러나 서쪽 장성방면으론 여성의 주름진 치마처럼 유순한 산릉들이 첩첩으로 겹치지만, 날등길은 톱날처럼 날카로워 그 반대편을 보여주질 않는다.

불태산의 뒷모습 불태산의 뒷모습
 

불태재 안부로 내려 섰다가 10분정도 진행하면 한재골 유원지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능선길 양 옆으론 누군가 리번을 달아놓고 갔다.

지금부턴 암릉길이 자주 나타나고, 억새풀 초원지대를 지나 박달나무 틈새를 비집고 정상에 서면 남쪽 천야만야한 절벽 아래론 군부대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진행해야할 날등길이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정상내림길에서 본 가야할 능선길 정상내림길에서 본 가야할 능선길
 

아무런 표시도 없는 정상에서 내려오면 활엽수림 위로 침엽수가 무성해서 싱그런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곳곳에 위험지역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지만 가느다란 밧줄이 걸려있어 진행하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어도 노약자 동행이라면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만 한다.

뒤돌아본 정상(뒷편) 뒤돌아본 정상(뒷편) 
 

정상부 세 번째 암봉에서 내려오다보면 자칫 청미래 덩굴속으로 산길이 사라지는데, 이럴 경우엔 지체없이 되돌아 나오면 절벽 아랫쪽으로 산길이 열려있음을 볼 수가 있다.

한 곳엔 로프가 지그재그로 묶여져 있는 지역이 있는데, 이 곳엔 우회로도 있다. 마치 남원의 주작. 덕룡산을 연상시키는, 아니 어쩌면 그 곳보다 더 험난한 코스를 돌고 돌아 헬기장에 서면, 남서방면 지능선으로 하산길은 잘 열려 있다.

헬기장에서 돌아본 지나온 길 헬기장에서 돌아본 지나온 길
 

운동량이 모자란다 싶으면 헬기장에서 직진해 무명봉을 넘어 578m봉에서 장성터널쪽으로 하산하거나, 다음의 안부에서 진원못으로 흘러드는 계곡따라 내려와도 무방하다.

하산길 능선은 쿠션좋은 낙엽과 뽀송뽀송한 마사토 지역으로 가속도가 절로 붙는다.

하산후의 진원못에 투영된 불태산 하산후의 진원못에 투영된 불태산
 

산행후기: 한국의 산하 검색창에서 불태산을 열어보니 얼마전에 히어리님 일행분께서 강아지를 데리고 간 모습이 보여 이번 산행은 무척 수월하겠구나 짐작으로 산행길에 나섰다.

실제로 국도상에서 바라본 불태산은 낮고 조그마 해 보여서 이웃한 병풍산과는 비교도 안되겠구나 싶었다.

초입 물봉선틈새의 이삭여뀌 초입 물봉선틈새의 이삭여뀌
 

그러나 불과 도상 8.5km의 짧은 거리에 다섯시간이나 소요 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질 못했다.

더군다나 좀 늦게 출발지점에 섰기에 한재에서 출발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수정하고, 헬기장 이후의 무명봉과 578m봉을 생략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노약자 혼성팀이기도 했지만.

등산로에 떨어진 굴참나무열매 가장 흔한 굴참나무열매
 

별로 알려지질 않아서인지, 수많은 가시덩굴이 걸치적거리는 야생의 등산로를, 바위를 양팔 휘저으며 오르내렸다.

밤새 내린 비 때문인지 바람한 점 없는 천봉 오름길엔, 이마로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바닥만 보고 올라야 했다. 한번씩 도리질 해서 물방울을 사방으로 흩뿌려대기도 하면서....!

불태산 오름길의 왕쥐똥나무열매 불태산 오름길의 왕쥐똥나무열매
 

아직도 제 짝을 찾지 못한 애매미들의 시끄러운 소음들 틈새로 대포소리도 간헐적으로 한방씩 울려와 은근히 공포분위기가 도는데, 그 포연으로 해서인지 한창 무성해야 할 시기에 말라비틀어진 상수리나무 잎새도 더러 눈에 띈다.

천봉에서 내려서자 울퉁불퉁한 불태산의 전모가 들어와 오늘 고생깨나 하겠다 싶다.

정상아래의 때죽나무열매 정상아래의 때죽나무열매
 

불태재를 막 지나치려는 순간 낯선 분이 숲속에서 불쑥 나타난다. 한재골 유원지에서 지능선 타고 올라왔다는 그는 입문 6개월의 초보라면서 전신이 땀에 흠뻑 젖었다.

손에 들고 있는 건 뭐냐니까 오는길에 누가 버린 걸 줏었다면서,  이게 그 유명한 영지버섯이 아니겠냐고 한다. 일단은 건재약국에 보여주고 어쩌든지 하라면서 헤어지려는데, 그도 나와 함께 하겠단다.

암릉길의 산딸나무열매 암릉길의 산딸나무열매
 

낚시광이었던 그는 어저께 모친상 삼오제를 지내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왔단다. 광주에 살면서도 이 곳은 초행이라는 그는 병풍산에 비해서 여기가 훨씬 수려하고 까탈스럽단다.

그러면서도 병풍산과 삼인산을 연계하는 다섯시간짜리 원점회귀 코스를 상세히 알려주면서 불안감 없이 함께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단다.

마지막 위험지대의 사람주나무열매 마지막 위험지대의 사람주나무열매
 

이 양반 앞서가다가 암릉 한 곳에서 미끄러졌다면서 우릴 기다렸다가 주의를 당부하고 숙녀분들 손도 잡아준다.

마지막 위험지역에도 기다렸다가 함께 행동한다. 초보자가 저 정도라면 광주에 살고 있는 산 꾼들은 얼마나 친절할까를 겪어보질 않아도 짐작이 간다. 자기희생과 봉사정신! 체력보강보다 급선무인 것이 산행예절인 것을....!

진원못 아래의 싸리꽃 진원못 아래의 싸리꽃 
 

처음부터 함께 했던 일행 한 분이 헬기장에서 기다리다 지쳐 나를 데릴러 오고 있다. 허 참, 전엔 내가 그를 걱정했더랬는데 지금은 그가 늦은 나를 걱정하고 있다.

하산길 계곡에서도 그가 나를 부르고 있지만 숲 속 계곡은 너무 가팔라 과수원 아래서 땀 부시는데 핸드폰으로 안위를 물어온다.

고산서원 가는 길섶의 새콩꽃 고산서원 가는 길섶의 새콩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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