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분석 : GPS트랙로그 측정결과 26,814m (26.8 km)
수도리-수도암(1,448m)-수도산(1,937m)-고개(1,279m)-단지봉(3,305m)-좌일곡령(2,312m)-목통령(2,573m)-분계령(3,748m)
-부박령(1,240m)-가야산(2,874m)-해인사(4,539m)-주차장(1,559m)(-산하가족 김영식 님의 자료인용)
능숙한 분들은 이 종주를 8-10시간 전후로도 해치우나 보다. 작금에 살펴본 산행기는 12시간 내외로 여유 있다.
초파일날.
자경산인은, 해인사에서 수도사까지 놀라웁게도 6시간 반 만에 달려와 산거북이와 기념적인 상면하였다. 그러니 6시간 반 걸려
지친 표정 하나 없는 생생한 얼굴로 종주를 마친 분도 있다는거다.
......
14시간으로.....!
나의 체력과 주력을 감안하여 예상시간대를 14시간 목표하고 꿈의 수도산-가야산 종주실현을 위해 마침내 한밤중에 부산을
출발하였다. 외로운 산행을 하고 싶었으나 이런저런 연유로 셋이서 동행하는 오붓한 산행이 되었다.
거이(居易)선생님과 율원(栗園) 아우.
동반산행의 약조도 있었고, 기왕이면 가야산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할 요량으로 오랜만에 동행을 청하게 되고 집사
람은 한걸음 물러나 흔쾌히 오고가는 차량이동을 맡아주었다.
2004년 6월 6일
경북 김천의 수도산 수도사 -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 치인리 주차장 (약 27 km)
산행자 : 거이님, 율원님 그리고 산거북이 (3인)
이동 : 승용차로 오고 감
갈때 : 부산- 김천 IC - 3번 국도 - 대덕 삼거리 - 평촌리- 수도사
올 때 : 치인리 주차장 - 부산
산행메모 : 위치, 시간은 꼼꼼히 기록하였으나 자료적 가치가 없어 구간별 특징만 기술함.
1. 수도사 - 수도산 구간
-꿈은 이루어진다!-
4시경에 경내의 등산로 입구를 지나 어둠 속에서 옛 기억을 더듬는다. 여기쯤이려니 하니 틀리지 않게 헬기장에 다다른다.
검푸른 새벽의 여명이 장중하고 숙연타. 정상못 미친 바위구간을 지나면서 완전히 밝은 아침이다. 우리의 여정이 완전한
모습으로펼쳐진다.
삼일 전 나는 수도-가야산 등산지도 컬러복사판과 두세 개의 산행기를 편집한 10매의 프린트를 각각 복사해 거이님과 율원
께 드렸다. 각자가 자기 느낌과 해석대로 수도-가야 초행종주길을 미리 구상하자는 것이었다.
이 구간은 한시간 10분 걸려 평소의 산행스타일보다 몹시 서두는 셈이었다. 수도산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하고 되돌아내려
단지봉 내려서는 바위에 걸쳐 앉았다.
바로 여기에서....
4년 전 능선산행의 꿈을 심었더랬다. 그 꿈이 이루어지는 오늘. 10분여 여유롭다가 서서히 내려섰다.
아래사진(4)-im02 : 조금 전에 올랐던 수도산을 잠시 되돌아 본다.
2. 수도산 정상 - 단지봉 구간
-수도->가야 종주길 중, 풍광의 절정-
보기에는 완만하고 부드러운 능선으로 보이지만 막상 들어서니 덤불과 잡초잡목을 헤쳐나가야 하며 1000 미터와 1100 미터 사이
를 오르내리는 굴곡의 연속이다. 때로 호젓한 오솔길도 이어졌지만 단지봉 앞의 헬기장 오름은 힘이 들어 마침내 배낭을 풀고 한
동안 쉬면서 간식을 보충하였다. 거이선생님의 야생화 야생초 강의는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 구간은 2시간 30분이 걸렸다.
언뜻언뜻 오른편 지리산 덕유산이 조망되긴 하였으나 헬기장과 단지봉 정상에 올랐을때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東으로
가야산이 웅장한 자태로 솟고,
南으로
지리산 주능선이 미끈하게 드러누었으며
西로
덕유산 주릉이 서북쪽까지 선연하고,
이어 민주지산군 지나치면
北으로 황악산까지 조망된다.
동서남북으로 이런 황홀경이 또 있을까.
아래사진(5)-im16 : 가야산이 우뚝하니 숨이 막힌다. 그 앞으로 두리봉
능선이 깃대봉으로 이어져 합천과 거창을 가른다.두리봉 왼편으로
분계령을 이루니 깊은 골이다. 두리봉 앞쪽으로 뾰족이 솟은 봉이
1124.6 봉으로 여겨진다.
아래사진(6)-im13 : 금귀산 보해산 뒤로 멀리 안개 속에 지리산 능선
이 펼쳐진 가운데 천왕봉이 우뚝하다.
아래사진(7)-im11 : 단지봉 정상의 평지(평원에 가깝다)에서 선연한 덕유의
주릉을 보라. 좌측부터 남덕유-서봉-삿갓봉-무룡산, 그다음 길게 허리가 빠져
중봉-향적봉 평지가 드러난다.
3. 단지봉-좌일곡령 구간
-부드러운 능선 산행 후 꿀맛 같은 식사를......-
단지봉에서 8시 05분에 좌일곡령으로 출발. 수도산과 단지봉의 수십센티 정상석 그리고 두리봉의 자연석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정상 표식자도 없는 것으로 알기에, 눈으로 가늠한 능선의 각이 틀이진 꼭지점이 좌일곡령 일거라 여긴다.
흐릴 것으로 생각했던 날씨는 예상외로 창창하게 맑아지고 따가운 햇살이 천지에 가득하다. 그 아래 짙은 초록의 산야는 바야흐
로 작열하는 여름 태양을 맞이할 침묵의 준비가 되어있는 듯하다.
아래사진(8)-im15 : 단지봉을 내려 서면서 눈에 띄는 동남방향의 산군들. 중
간 능선의 뾰족한 봉우리가 산하모임을 가졌던 의상봉(우로 장군봉 능선).
그 너머로 마당재 넘어 비계산 능선이 왼편으로 비계산 봉우리를 이룬다.
맨 뒤로 비계산 봉우리 오른편의 송신탑이 있는 오도산과 왼편의 두무산
이 보인다.
동계 혹은 4월달 산행기 사진을 보면 능선을 갈 때 원근으로 조망되어 정취가 한껏 돋워지는 것 같았는데, 이미 녹음을 완료한
6월에 들어서니 정상부를 제외하고는 능선길에서는 사방이 가리워진다. 조망이 없다! 단지봉에서 좌일곡령을 향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지리한 덤불. 발길로 길을 더듬고 손으로는 잡목잡초을 헤지고 얼굴은 수없이 긁히고 이따금 나무 뿌리나 돌에 발길이라도 걸
릴라 치면 걸음이 덜컥거리도 한다. 덤불 잡목이 낮은 곳에서는 마치 가슴까지 물이 찬수영장을 헤쳐나가는 기분이다.
김천의 수도리와 거창의 가북면 석가천 마을로 내려서는 곳인지 군데군데 희미한 길이 좌우로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나있기도
하지만 잘 알 수가 없다. 바라건데 저런 길이 주능선의 주행방향을 잃지 않게 했으면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암봉에서 식사를 하였다. 안그런다 하면서도 셋이 모이면 으례 밥상이 푸짐하다. 자리를 잡고 하하껄걸 식사를 하는데 단지봉
쪽에서 산객 두 분이 오셨다. 경관과 지능선 산행(수도산-양각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의 식사하는 모습을 파악하
셨는지, 소화가 잘 되시겠다. 그렇게 여유들 있게 식사를 하시니.. 우리는 단지봉에서 후딱 해치웠다... 너스레를 펼치며 바쁜
종주길에 어처구니없는 우리의 한가로움을 부러워하며 놀렸다. 대구에서 오신 두 분은 이곳 종주가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아래사진(9)-im17 : 수도산-단지봉-좌일곡령 이은 길을 되돌아본다. 수도
산에서 서쪽으로 양각산-흰대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또렷하고 그 뒤로
덕유산 정상이 보인다. 수도산 - 단지봉 능선이 저래 뵈도 굴곡이 심하고
단지봉 마지막 사면은 힘이 제법 든다.
다시 행장을 차려 1124 봉으로 향하려 시계를 보니.. 맙소사 퍼질고 앉은 시간이 정확히 60 분이다. 한 시간의 여유... 한없이
즐거웠지만 여기서 보기에 가야산은 너무나 멀게 보인다. 저길 언제가나...
아래사진(10)-im18 : 좌일곡령에서 가야산 쪽을 바라보니 아득하기만 하다.
4. 좌일곡령-목통령 구간
-덥다...! 땡볕 아래 바람 한 점이 그립다.-
좌일곡령에서 1124 봉 거쳐 목통령에 닿으니 11시 12분이다. 이제 산행의 반을 이룬 셈인데 벌써 7 시간이나 걸렸다. 남들은
서너시간이면 족할텐데..... 1124봉에서 가야산의 모습을 보는 조망이 있기는 했지만 능선 내내 작은 나무그늘의 터널 아니면
따가운 햇살 속에서 잡초잡목을 헤집고 가는 행로의 연속이다.
목통령 못가서 식수량을 점검했는데 아무래도 초반에 식수통제가 안되어 걱정이 시작되었다. 각각 2500 cc 를 준비하자고 하
였는데 이미 1500 씩이나 소모해 버렸다. 날씨는 바람 한점 없이 이미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 체력은 소진되어 가고
힘든 코스는 끝모르게 남아있고....
가야산 정상에서 수도산까지는 샘물이나 계류가 없어 하절기 종주시에는 각별한 주의를 해야하는 것을 알고 충분히 준비했다
고 생각하는데 더위에 벌컥이는 횟수가 많아지더니 덜컥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목통령에서 개금마을은 능선 아래로 빤히 보인다. 저기 중간어디쯤 샘터가 있는 데, 만약 간다고 해서 찾을 수 있을까... 만약
못찾으면 그만큼 힘이 더 든 셈이니 그대로 하산해야 한다. 그러면 종주는 실패다.
만약, 이같은 더위로 홀로 산행이었다면 나는 거리낌없이 목통령-개금마을로의 하산을 선택해야만 했을 것이다.
5. 목통령-분계령
-식수가 모자라고 수면부족과 과중량으로 인한 현저한 체력저하가.....!-
목통령에서 쉬지 않고 오름길을 올라 한 봉우리를 지나고 헬기장에 도착하니 28분 걸려 11시 40분이다. 분계령 까지는 지도상
미끈한 능선인 줄 알았는데 이 역시 오르락 내리락하는 끊임없는 연봉의 능선이다. 편 사면으로는 그늘로 가다가, 능선에서는
듬성듬성한 그늘이, 오른편 사면에는 메마른 잡초를 헤치고 가는 지루함의 연속이다.
분계령 못가서 마지막 암봉에 도달하니 제법 남쪽 조망이 되고 단지봉 쪽으로 거닐어 온 길도 되짚어진다. 하지만 경관에 대한
흥미도 점차 삭아들고 자꾸만 졸음이 밀려든다. 앞서가던 산우들을 불러 산행을 멈추었다. 현재 시각 1시 10분......
아래사진(11)-im23 : 분계령으로 내리 꽂기 전 전망 좋은 곳이다. 되짚어 보
니 우리가 온길만해도 아득해졌다. 단지봉에서 우측으로 좌일곡령(1257.6
m), 다시 좌측으로 뾰족한 1124.9봉이 또렷한 것이 재미있다. 다시 오른쪽
으로 지그재그하여 목통령이 가늠되고 이곳까지 힘들었던 능선도 보인다.
오늘 산행은 무박산행과 다름없다.
토요일 오후까지 업무는 특히 바쁘고, 저녁에 잠을 좀 잘려고 했지만 긴장감 때문에 정신만 더욱 또렷해졌다. 그러고는 꼬박 밤
을 세워 새벽까지 수도사에 도착한 셈이고, 바로 산행을 하였으니 잠을 못 잔 부하가 걸리기 시작한다. 겨우 하룻밤을 못 잔 피로
가 육신을 이토록 지치게 할만큼의 나이가 되었나보다.
점심이나 먹자하고 따로 잠시 눈을 붙이니 수분간 깜빡 잠에 빠졌다. 뇌리에는 완주에 대한 부담을 넘어서 위험에 빠질 수 도
있다는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다. 자꾸만 지쳐간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오늘따라 배낭도 지독하게 무겁다. 지리산 하계 종주시 혼자가면서, 첫날 18 킬로였다. 덕유산 심설 종주시 집사람과 가면서 12
킬로였다. 오늘 아침 배낭은 12.5 킬로였다. 이것저것 뺄려고 해도 무엇하나 놓을 수없는 집착의 덩어리를 생존의 필수인 양 메
고 다니니 스스로도 한심하다.
풀밭에 뉘인 몸을 일으켜 세우니 등으로 근육마비가 오는 경련이 생긴다. 숨도 못쉬고 일분동안 꼼짝을 못했다. 근육긴장에다
바닥이 너무 차거워 경직이 일어났다. 스트레칭으로 겨우 풀었으나 통증은 이뤄 말할 수 없었다.
6. 분계령 - 두리봉 구간
-뙤약볕의 두리봉, 갈증과 함께 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두리봉 오름 길부터 코로 호흡이 되지 않고 입으로만 들숨 날숨이 반복된다. 입안이 타니 갈증은 더욱 심해진다. 여름 종주를
피한다고 날을 잡았건만, 판단과 달리 산은 초여름 이지만 이미 한여름을 품고 있고 우리는 이미 그 한여름 속에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 운동 중 수분의 요구량은 매우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대개 비만할수록 수분의 요구량이 많아지는데 더위에
다량의 땀을 흘리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공급은 곧 근력의 원천이 된다. 칼로리 없는 물이 곧 에너지인 셈인데, 땀이 많은 사람
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아래사진(12)-im 22 : 가야산 앞으로 두리봉이 보이고 두리봉은 1094봉
과 함께 깃대봉으로 기나긴 능선을 이룬다.
산우들은 그닥 염려를 하지 않고 있는 듯..... 하지만 우리들 중 누구도 마흔 이후로 하루 20 킬로 이상을 산행해 본 적이 없다.
나 혼자 해본 지리, 덕유 종주도 이틀간 나누어서 한 셈이니 당일 27킬로 장거리 산이 물 부족과 체력저하를 견뎌낼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다.
두리봉에 힘겹게 오르니 2시 20분. 메모할 생각도 않고 시간을 물어보니 나의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모양이다. 율원 아우
가 내 짐을 빼앗는다. 한 뭉치를 들어보고 입을 벌린다. 하지만 제 배낭도 가볍지 않데.... 난생 처음으로 내 배낭에 짐이 빠져
나가는데 율원 아우야 미안타.. 라는 한마디 말만 하고 만다.
7. 두리봉 - 부박령 구간
-오아시스, 임걸령을 그리며....-.
각각 300-400 cc 의 남은 물과 지친 몸으로 부박령 거쳐 가야산 급사면을 올라야 한다. 천천히 가면 된다. 호흡은 아랫배로,
코로 들숨을, 입으로 날숨을 내쉬면서...... 어차피 탈출로도 없지만 가야산 정상까 만 견뎌 내면 된다. 부박령 지나 가야산
암반에 암반수가 가늘게 흐른다는데 그것이 눈에 띄기를 간절이 바란다.
조금 가벼워진 배낭 덕에 오름길 과호흡이 덜해지고 더욱 천천히 올랐다. 그래도 조금만 경사가 지면 학학거리고 땀이 비오듯
한다. 평생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탈진이라 는 것이 이렇게 오는 것임을 느낀다. 다시금 속도를 늦추었다. 이제는 100미터를
전진하는데 5분 10분이 걸린다. 물을 아끼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 하지만 정작 내가 더 자주 머금게 된다.
임걸령....
임걸령의 환청 환시가 어른거릴 지경이다. 콸콸콸....! 지리산 그 높은 능선에서도 맑고 청명하게 쏟아지는 임걸령샘! 그립다.!
혼자 받아먹던 총각샘, 마을 공터의 우물가 같은 선비샘.... 이러다가 숲 속에서 신기루라도 볼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다리가 그닥 아프지 않는 점이다. 그저 힘이 없고 몽롱한 상태와 목이 타는 듯한 갈증과 금새 가빠지는
숨길......
3시 20분
부박령으로 짐작 되는 곳을 지나 잡초 무성한 헬기장 못 미친 길가에 앉아 마지막 컨디션 조절을 했다. 시간이 문제이지 가야산
정상에 오르는 일은 이제 해낼 것 같았다. 물은 거의 바닥이다. 그때.....
아래사진(13)-im26 : 부박령에서 본 가야산 드디어 정상의 허리에 도착하였다.
일단의 사람들이 가야산에서 역방향으로 내려오고 있다. 두리봉 근처에서 우리를 질러간 한분에 이어 오늘 만난 세 번째 사람들
이다. 행장이 부드럽고 가벼워 일견에 부박령 근처 분들 같았다. 댁이 어디신요....
뜬금없는 질문에 자기들끼리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근처 분들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맞는지요..... 맞단다.... 마을까지는
한시간 반 걸린댄다. 염치불구 청을 드렸다.
죄송하지만 종주 중이온데 어리석음으로 인해 물이 부족합니다. 가실 길이 멀지 않으면 혹 나눌 수 있는 물이 있사온 지......
어른 되시는 분의 눈빛 지시로 총 500 cc 의 얼음물이 갹출되어 모아졌다. 결국 임걸령을 만난 것이다.
-제가 어떤 감사를 드려할 지....
-감사는요... 그저 건강하고 안전한 산행 하시면 됩니다. 껄껄......
산에서 물을 얻어먹는 치욕적인 일을 스스로 경험해보니 내가 산을 좀 앎네....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비워진다. 만나는 모든
이는 부처이고 나는 언제나 중생이다.
8. 부박령-가야산 정상
최대의 경사지! 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3시 30분. 부박령 지난 헬기장으로부터 가야산 오르기 시작. 거이님과 율원아우에게 체력대로 먼저 올라가라 하니 적당한 거리
만큼 간격을 두고 쉬엄쉬엄 오른다. 커다란 암벽에 맞닥뜨리니 여기가 바로 그 암반가 흐르는 곳이라는 직감으로 살펴보니 길
방향 약간 반대쪽에서 물이 흐르는 흔적이 뚜렷하다. 대나무 잎으로 받쳐 먹는다는 암반수...... 그러나 타고 흐를 만큼의 물기
는 없다.
물을 참을대로 참으면서 따가운 목을 달래기 위해 마지막으로 물병을 비운 것은 가야산 정상부 아래 안부자락이 보이는 위치에
다다랐을 때이다. 이곳까지는 내려온 경험이 있다. 도대체 가야산-수도산 종주길이 어디로 뚫려 있나하고 몇 발자국 내려서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5시 좀 못되어 정상에 도착. 우선 居易선생님의 종주를 사진으로 축하해드렸다. 쉰이 넘어 젊지 않은 연세에 평소 체력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니 이 산거북이 보다 더 거뜬히 완주하셨다. 아마 내가 페이스를 유지했었다면 12시간 안에도 가능했을 것
같다.
율원 아우로부터 카메라 박스를 돌려 받고 완주를 서로 축하했다. 체력이 강건한 율원아우야말로 이번 산행의 잠재적 안전망이
었다. 산행 안내를 맡은 사람이 보호의 대상이 되어버린 셈이지만 한곳 길 헷갈림 없이 녹음 속을 헤쳐온 보람과 비록 첫 계산
이 부족했지만 도중에 물 소비에 제동을 걸고 속도 조절을 함으로써 책무의 한 부분을 다했고 애써 자평한다.
아래사진(14)-im30 : 텅빈 가야산 정상, 결국 마지막 까지 사람구경을 할 수 없었다.
아래사진(15)-im29 : 정상에서 치인리 방향 조망. 남산제일봉, 위로 비계산
과 의싱봉이 한 능선상으로 이어져 보이고 왼쪽으로 두무산과 오도산이 보
인다.
아래사진(16)-im31 : 멀리 단지봉과 수도산이 아련한 정상부의 조망.
8. 가야산 정상 - 해인사 주차장
계곡수와 수박! 마음껏 마시고 먹다.
가야산 정상에서 치인리 주차장까지는 안내표기 보다 훨씬 먼 6.1 km 라는 김영식님의 기록이 공감이 된다. 돌계단이 끝날 때
까지 쉬지 않고 쿵쾅거리며 내려왔는데 고도가 여전히 1000 미터 이다. 천천히 쉬어서 가자! 마애불상 내려서는 계곡 아래서
시원하게 탁족하면서 마음껏 물을 마셨다. 내 기억에 그렇게 많은 계곡물을 그대로 마시기는 처음이 아닌가 한다.
깨끗하고 말쑥한 차림으로 내려서는데 이제는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이 팍팍한 것이 27킬로 (추정) 산행한 값을 제대로 치르라고
한다. 해인사 내려서는 길이 이토록 힘들기는 처음인데다가 해인사에서 주차장 1 킬로 아스팔트가 억울하게 더해진다.
7 시!
텅빈 박물관 앞 주차장에 아내가 반가이 웃으며 기다린다. 나무 아래에 자리가 펴져있다. 잘 익은 수박 한통이 적당히 썰어져 큰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다. 이게 왠 떡이야.. 수박보고 떡이라 해 놓구선 셋이서 정신없이 아구아구 먹어댄다.
밤 12시에 부산을 출발하여 4시에 시작한 곡절 많은 산행이 하오 7시에 일단 마무리되니 목표 14시간을 초과한 15시간!!. 참으로
오래 걸렸다. 역시 산거북이는 하루 7시간 정도의 산행이 적당한 것 같다.
오랜 작정이라 맘먹고 무리를 해봤는데 여러 인연들의 도움으로 완주하긴 하였건만 여러가지 공부가 되었다. 산에서 종일 있었던
시간과 상황들을 다시금 넉넉히 반추해보고 앞으로의 산행 방식에 관해 반성, 각성하는 기회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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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고 무료한 글을 뉘라서 다 읽겠습니까만 같이한 동료, 산거북이의 이번 산행을 아는 모든 분과 함께 나누는 기록이고자 합
니다.
... 산거북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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