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의 불청객인 감기가 내 허락도 없이
내몸안에 침투 하더니 몸이 무기력 해지고 머리는 멍하다.

강원도 영월땅에 법흥사가 있고 그곳을 병풍처럼 둘러싼
아홉개 봉우리의 구봉대산.

인접한 사자산과 백덕산도 한눈에 들어 오는곳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거기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터라
감기 걸린 제몸 생각 못하고 산행친구들에게 같이 가겠다고
기어이 선언 하고야 말았다.

도대체 산이 뭐 길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 있는 법흥사에 가서
고개 숙이면 감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희망을 위안삼아
아내의 만류도 뿌리치고 이른아침 버스에 올랐다.

몇몇구면인 분들께 인사드리고 감기약 덕분인지 이내 잠이들고
눈을 떠보니 원주근처의 신림을 지나고 있었다.

신림은 원주에서 군생활하던 나에게는 쳐다보기도 싫은
유격장이 있던 곳이다.
초여름 땡볕에 급속행군하다 쉴때면 논에서 농부가 금방 뿌려놓은
농약이 하얀 물을 알면서도 엎드려 들이켜던 그때의 기억이 새롭다.

주천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이정표가 보이고 다리를 건널때
저아래로 섶다리가 놓여져 있고 보자기를 둘러쓴 할머니 한분이
다리위를 건너고 계신다.

배낭안에 있는 카메라를 꺼내기엔 너무 짧은 시간.....

술이 솟아나는 샘? 주천
주천강에서 술냄새가 날것 같은 착각
안주와 잔만 준비하여 따뜻한날 강가에 앉아서 대취하여볼까나?
그러다 달뜨는 밤이 오면 주천강에 비추인 달잡으러 들어 가서
이태백처럼 주신의 경지에 들어버려?......

중창불사가 한창인 법흥사 주차장에 내려서니
아무런 발자국이 없는 순백의 눈은 내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오른쪽의 사자산과 백덕산은 자기네 쪽으로 오르라고 손짓하는데
냉정하게도 일단의 무리는 구봉대산을 향해 오른다.

눈쌓인산은 봄기운은 눈씻고 찿아 봐도 없고
다시 겨울로 턴할 기세다.
러셀하면 힘드니까 감기 핑계로 후미에 서서 앞선이의
발자국에 내발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추면서 전진.

서산대사의 뒷사람을 위해 눈밭을 난삽하게 걷지 말지어다!를
충실히 수행한 선두 덕분에 쉽게 1봉에 안착.
1봉부터 9봉까지 팻말이 있는데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의
과정을 적어 놓았다.
1봉은 당연히 잉태였고 몇몇봉우리는 눈때문에 우회하여
못보고 청년기와 벼슬을 한다는 팻말만을 기억하고
힘들어서 잊고 있다가 마지막인 9봉은 당연히 죽음인줄알고
올랐더니 윤회라고 적혀있고 다시 산악인으로 태어난다라고 적혀있다.

구봉대산의 아홉봉우리안에 인간의 생로병사가 다 있었다.

다시 새롭게 태어 났으니 나는 당연히 1살?
적당히 벗겨진 이마, 눈가의 잔주름....
애구~ 징그러운 아기??^^

내리막길
엉덩이 썰매로 축지법을 써야 하나 길이 구불구불하고
나무가 많아 헬기신세를 져야할것 같아 그냥 내려 가는데
많은 눈은 아이젠도 무용지물이다.

몇번이나 엉덩이에 충격을 주고나니
애꿓은 어린 나무가지만 붙들고 못살게 군다.

계절을 구분 할 수 없는 개활지가 나오는데
억새군락은 분명 가을 풍경, 눈 쌓인 건너편 백덕산은 겨울,
싱싱한 소나무는 새봄.....
여우에 홀렸나?
눈밭에 주저앉아 사진을 찍고 내려가니 온갖 잡개(?)들이
사자후를 토해낸다.

식사를 하고 나서 다시 법흥사를 구경하러 간다.

구산선문중 사자산문의 근본 도량인 법흥사는
긴역사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화재와 산사태로 인하여
이제 새롭게 중창불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사자산아래에 있는 적멸보궁은 고드름을 줄줄이 달고서
주위의 빼어난 자태의 소나무들과 함께 인도에서 온
한성인의 흔적을 지켜내고 있었다.

진신사리
불교신자들에겐 부처님과 동격
해서 그곳엔 불상이 없고 사리를 향해 예불을 드린다.
다비를 마친 뼛조각이나 사리를 여러개의 무덤을 만들어
신성시하는 인도의 장례풍습이 불교와 만나고 무덤이 탑으로
변하여 대승불교가 탄생한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영월땅 사자산아래
이곳까지 부처님이 오신 까닭은?.....

불교신자가 아닌 나에게도 이곳은 불심이 생길것 같은 분위기다.
꽃분홍색의 연등과 퇴색한 풍경, 고드름이 달린 석등은 생경한 칼라조합인데도
알수 없는 신비함으로 다가온다.

배산임수, 장풍득수 풍수학상의 이런말들이 잘 들어 맞는 법흥사
중창불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길 빌며
먼 인도에서 오신 부처님이 이땅에 축복을 내려주시길 빌어 본다.

나어린 스님이 열심히 불경을 외우며 걷는 길 뒤로 해는 저물어 간다.

다시 주천으로 가는길
사자산에서 발원한 물과 치악산에서 발원한 물이 합수하는 지점에
요선정이 있어 갈길은 바쁘지만 언제다시 오나 하는 심정으로 구경을 갔다.

무릉리라는 이름답게 아름다운 절경이 있고 소나무와 어우러진 바위엔
마애불이 슈퍼맨처럼 금방이라도 중생을 구제하러 나올것 같은 태세로
조각 되어 있다. (상체부분이 더 입체적이어서 다른 마애불과 비교 됨.)

정자엔 편액들이 많이 없어 져서 휑 하지만 옛사람들의 풍류가 느껴지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여름에 가면 좋을듯...)

서산에 해는 지고 주천강가의 마을엔 불들이 밝혀진다.
이럴때면 늘 돌아 갈곳 없는 사람처럼 외로워 지는지......

의자밑에 있는 누룩이 많이 들어간 막걸리만 연신 끓어 오르며
제 혼자 분주 하다.

감기 나았냐구요?
땀흘리고 나서 찬바람 맞으니 비몽사몽이 됩디다.

다 산좋아하는 죄지요!!!!!^^


▣ 양산박 - 주천 신림 황둔은 저의 독 무대인데요 선배님 죄송해요 눈이 넘 오는 바람에 고속도로 가 주차장 되는 바람에 못갔어요 선배님 담에 영호남 지방 오실때 뵙죠 양산에서 박군이
▣ ... - 뒷풀이?, 2월29일,3월7일,그리고 이제는 3월14일 입니다.
▣ 이수영 - 참, 맛깔스럽게도 글을 쓰십니다. 글을 읽으면서 경선님의 해박한 지식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냉정하게도 일단의 무리는 구봉대산을 향해 오른다.)(온갖 잡개(?)들이 사자후를 토해낸다.) 등의 문장은 정말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내일 상견례 모임에 비록 참석은 못하나 마음만은 님의 곁에 있습니다. 재미있는 후기를 기다리겠습니다.
▣ 물안개 - 어느해인가 찾았던 구봉대산 님을 따라 추억에 잠겨봅니관악산모임에는 일이 있어 참석할수 없어 아쉽구요.항상 수고하시는님 오늘도 희망찬하루 되세요
▣ 김정길 - 아홉단계로 인생사를 설명하는 구봉산 오름길을 러셀하면 힘드니까 감기 핑계로 후미에 서서 앞선이의 발자국에 내발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추면서 전진하는 꽤돌이 모습이 눈에 서~언 합니다. 아우님 어제의 행사와 그 준비과정 등등 수고가 많았습니다. 대 성황을 이루었으니 축하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