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가조면 일대

좌측 우뚝한 오도산, 가운데 멀리 하얀 하늘아래 푸른 황매산이 한눈에 띈다.

 

 

 

 

 

 부산일보 산행지도에 그려본 오늘의 이동경로(빨간실선)

 

 

 

 GPS 궤적

 

 

 

별유산 의상봉 [경남거창 1032m]

 

 

코스 : 주차장 - 마장재 - 별유산(우두산) - 의상봉 - 장군봉 - 바리봉 - 주차장

 

2009. 4. 26

소요시간 : 9시30분-4시10분 (6시간40분)

산거북이와 에스테반 둘이서

 

 

 

 마장재까지의 등로는 두어번 계곡을 건너는 완만한 경사의 오솔길

 

 

 

 마장재

 

 

그때가 언제던가. 산행기록을 뒤져보니 2004년 5월 2일...... 철쭉 만발한 이 코스로 아내랑

아침일찍 올랐다. 날씨는 흐렸지만 상춘의 흥은, 촉촉한 대기와 초록의 이파리가 어우러진

철쭉꽃 경치로 인해 더없이 무르익었다. 발과 눈의 기억은 5 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심지어

 모퉁이를 돌면 파랗게 다가오던 경치와 뒤돌아 멀리비치던 풍경까지 상큼상큼 되살아난다.

 

 

변한 것이 있다면, 그때에 비해 발걸음이 좀 가벼워졌다는 것이고, 한없이 여유로웠던 걸음

에 비해 약간은 속도감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온갖 시선을 아끼지 않고 느리게

산행한 것이 기억을 오래 보존하는 힘인 것 같다. 

 

 

 

 철쭉 화사한 마장재

 

 

쇠물푸레나무의 하얀 실꽃송이가 단연 시선을 끌었지만 갓피어나는 다양한 모습의 철쭉꽃

이 오름길을 환하게 장식하고 있다. 제비꽃과 각시붓꽃이 발끝의 시선을 간지럽히고 참나

무들의 새잎들이 소나무의 상록과 섬세한 대조를 이루면서 숲의 분위기를 돋운다. 옛날보

다 등로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 것은 확실하다.

 

 

 

마장재에 오르니 역시나 햇살이 풍부한 동쪽과 남쪽 사면에 철쭉이 담처럼 휘두르고 있고

철쭉꽃송이 너머로 의상봉, 1018봉, 장군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졌다. 

 

 

 

 

 건너편 가야산, 그 앞으로 지난 주 올랐던 남산제일봉이 힘찬 기세로 뾰족하게 솟아 올랐다.

 

 

지난 주에 사전답사차 남산제일봉을 올랐던 것이 결국 오늘 별유산 의상봉 능선으로 이끌게

되었다. 남산제일봉에 보면, 별유산 옆 비계산 산릉이 도드라지지만 마장재 동쪽으로 별유산

(우두산)과 함께 살짝 엿보이는 의상봉이 괜스레 애를 태운다.

 

 

당당한 것도 약간 비켜서 보면 안타까울만큼 겸손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때로 더 간절해지는

것이다.  

 

 

 

 마장재가 자랑하는 풍경

 

 

죽전저수지가 연이은 봄비로 제법 물을 채웠다. 좌측 매화산 능선이 큰밭마을(대전리)로 내

려서니, 먼구름 아래 도톰한 자경산(503)이 그 정기를 맞이하는구나. 그 너머가 야로면이다.

 

 

사람살이의 고난이 드러나지 않는 평화로운 풍경이라함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싱그러운

초록과 넉넉한 담수, 한가한 구름 떠 있는 적당한 햇살의 하늘이 갖추어진 가운데 소박한 동

리를 이루는 그런 풍경말이다......

 

 

 

 어느새 세 봉우리를 넘고 뒤돌아보니 마장재는 숨고 비계산 방향의 산릉이 배경이 되었다.

 

 

 

 

 가야할 바위능선이 쉼없이 이어진다. 이전에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지......

 

 

 

 바위라고 늘 굳건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저쪽 바위 건너편 어디선가 날아와 척 달라붙은 처럼.......

  

 

 

 

 꼬불꼬불 바위 틈사이로, 엉금폴짝 바위 위로 지나온 길이

어언 긴 능선으로 되돌아 보인다.

 

 

 

 

오늘의 우수작^^......[그녀의 무릎 사이]

 

: 제목으로 사진이 멋지게 되었어. [그녀의 무릎사이] 어때? 죽이지???

아내 : ......?? 음란해..... 차라리 [다정한 대머리 아저씨들]이 낫겠다 뭐...

: ...... 헉!! 그건 커밍아웃깜이라 더 야하지 않나???

 

-컴퓨터 앞에서-

 

 

 

 견고한 위태로움

 

 

산에서 바위 이미지를 잘 포착하고, 미소를 돋게 하는 한 줄의 시를 풀어내는 지인의 산행기

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바위에서 연상되는, 나름대로의 주관적인 이미지를 얼른

캐취해 내는 것도 아마 뇌생리의 개인적인 특이성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비교적 둔한 편이다.

 

 

아슬아슬하게 얹혀진 큰 바위 위로 미끄러질 듯 쏠려앉은 반구의 바윗돌. 그의 자취처럼 배

설된 잔돌(사람들이 재미삼아 던져올렸나?)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지인은 이 돌

을 보고 어떤 시를 풀 수 있었을까?  

 

 

 

 

 마장재 - 우두산 구간의 바윗길은 안전한 목계단으로 정비되었다.

 

 

5년 전에는 이 구간이 제일 난감했었다. 밧줄하나 없이 큰 바위가 길을 막고 있었으니까.....

아내는 궁리 끝에 우측 경사면을 힘겹게 올라탔는데, 위태로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 구간 바윗길의 절정. 잠시 먼 풍경으로 휴식을 취하며 간식으로 열량보충.

 

 

 

 

 

 

역시 의상봉은 멋지다. 그러니 [별유산(우두산) 의상봉]이라고 제목을 붙히지.....

 

 

 

 

 별유산(우두산)에서 의상봉 가는 길의 전망바위에서

 

 

사진 한 장 찍겠습니다.

어? 내가 나옵니까? 비켜드리겠습니다.

아뇨..... 괜찮으시다면 의상봉 바라보시는 장면을 찍어도 될까요??

조오치요^^

 

 

호탕한 산꾼이다.

 

 

 

 

 이전의 철계단을 대치한 목계단으로 안전하게 오른 의상봉

거창군에서 새로 세운 정상적이 단아하다.

 

 

 

 

의상봉아래서 2004년 산하가족모임을 가졌던 추억.

그때로부터 다들 많이 멀어졌다. 아름답고 아련한 기억이 사진으로만 남았다.

 

 

 

 

 1018봉 (일명 지남산) 뒤로 금귀산 보해산 능선이 출렁이고 멀리 황석산 기백-금원산.

장군봉 뒤로 머언 산그리메는 백운산-괘관산 실루엣일 것이다.

 

 

 

 

 가야산이 숨는다. 지나온 능선.

 

 

 

 

 

 이 정도는 조금 순한 바윗길이고......

 

 

 

 가야할 장군봉

 

 

 

 뒤돌아본 우두산과 의상봉

 

 

 

 

능선의 빠알간 저 숲지대는 무슨 나무일까?

 

 

장군봉 능선이 금귀산과 보해산 능선 사이로 향하는 중간쯤에 빠알간 숲지대는 무슨 나무일

까??? 단풍나무를 인위적으로 조림하지 않았다면 저렇게 붉은 수가 있을까? 그것도 능선을

따라서 가지런히 배열한 것은 왜일까??? 

 

 

 장군봉에 가까이 가서야 의문이 풀린다. 충격적으로......

 

 

 

다시 빗방울이 후두둑거린다. 북서쪽 하늘을 돌아본다.

 

  

 

 

 아니?????? 이럴 수가!!!!

 

 

 

 아이구야~!! 어째 이럴 수가.

 

 

장군봉 아래 장군재 일대와 서릉사면을 통털어 광범위한 산불의 상흔이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뉴스에서 봤던 기억도 난다. 확인해보니 작년 겨울에 세번이나 산불이 났단다. 

 

 

소나무의 밑둥은 타고 거슬리고 솔잎은 거슬리고 말라 온통 바알갛게 변색되어 버렸다.

바로 이 북은 솔잎이 능선의 빨간 나무지대로 보인 것이다.

 

 

 

 장군봉 정상에서

 

산행기에서 장군봉 정상의 스테인리스 정상표지판 사진을 보면 이곳이 조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은 북쪽 방향이고, 남쪽 가조면 방향은 훤한 시야를 마음껏 펼쳐주는

일급 전망의 정상지대다. 황매산이 눈에 든다. 지금부터 황매산은 철쭉개화와 함께 뭇 산행

객들이 붐비고 붐빌 것이다.

 

 

점심식사......

 

 

 

 다시 암릉의 연속.

 

 장군봉에서 다시 장군재로 내려오는데는 수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다시 산불지대를

통과하는 마음은 착잡했다. 인간에게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게 하는 화상. 화상치료실에

서 들리던 경악과 비명은 상처의 무서움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식물도 생명인데 경악과 공포와 고통이 어찌 업슬 수 있으랴. 단지 그것을 경악공포고통

이라고 칭하지 않을 뿐이지.......  

 

 

 

 바리봉이 보인다. 암릉길이 피로해지기 시작......^^

 

 가볍게 치고 오르니 황토가 편안하게 깔린 봉우리에 삼각점이 또렷하다. 888 삼각점봉이다.

이어지는 성터는 불분명하고 몇번 굽이치는 바위길을 헐떡거리니 눈 앞에 위세등등한 암봉

이 버틴다. 아~ 바리봉이다.

 

 

 

 헉~~! 후들후들.

 

저 아래 우리가 가야할 주차장이 보인다.

잘하면 오래 걸려 갈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바로 내려 갈 수도 ㅠㅠ.....

 

 

 

 잠시 편한 길이 이어져 바위들을 응시할 수 있었다.

 건너편 표족한 봉우리가 의상봉

 

 

 

 

 바리봉 지나 로프구간. 선 곳에서 직벽으로 이어진다.

로프에 매듭이 없어 불편했다.

 

 

마장재-의상봉 구간은 목책계단으로 정비가 되었지만 이후 구간은 로프 빼곤 맨살이다.

 

 

 

 뒤볼아본 바리봉

 

 

멀리서 찍어서 그렇지 가까이서 본 암봉의 위용은 의상봉에 버금했던 느낌이다. 7, 80도에

이르는 급하강코스의 바위사잇길을 내려오느라 진땀이 났다. 왜 이런 코스를 재미있고 좋

은 코스라고 하는 지 모르겠다.^^ 쭉쭉 올라가기엔 즐거울 수 있겠으나...... 내겐 정말 체질

이 아니다.

 

 

그런데, 저기를 어떻게 내려왔지???

 

 

 

 이곳이 지도상의 마지막 안부

 

바리봉-로프구간 지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90도 꺾어지는 곳.

매우 협소한 안부이며 바로 앞에는 636봉이 벽처럼 가파르게 버티어 섰다.

 

 

 

 

 원점회귀 완료.

 

주차장에서 고견사 방향 직등로를 향해 서면 좌측으로 이 등로가 보인다. 우리가 진행한 방

향과 반대로 진행하는 것도 좋을 성 싶다. 피로도에 따라 하산로를 적당히 선택할 수 있는

데다, 바리봉 코스 경사도가 급해 차라리 오름길로 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군봉 -바리봉-현위치 등로는 안내판에 표기되어 있지 않고,

다만 장군재 못미친 지점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코스(2.0 km)만을 표기하고 있다.

임의로 그려 넣어 노란 실선으로 이동궤적을 나타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