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1,600원짜리 최고급 산행을 하다

1. 일시 : 2004. 2. 23(화)
2. 여행요약 : 출발(08:40) → 칠곡IC(09:00) → 군위휴게소(09:30) → 군위휴게소출발(10:00) → 남안동
                    IC(10:15) → 청량산(11:30) → 입석(11:40) → 응진전(12:10) → 자소봉(13:00) → 뒷실고개
                    (13:35) → 의상봉(14:50) → 하산시작(15:10) →뒷실고개(15:50) → 청량사(16:20) → 입석
                    하산완료(14:50)


지난주에 떠나려했던 청량산을 한주 미루어 두고는 일주일내내 갑갑한 기분이었다. 허나 막상 떠나는 날이 되었는데도 그리 상쾌한 기분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쌓여있던 일의 중압감과 피곤함으로 일찍 일어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조금 더 누워있고 싶은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배낭을 꾸린다.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채우고, 졸음운전 대비 오징어도 굽는다. 등산화, 카메라를 챙기고, 아직도 날라가지 않은 일상의 피곤함을 마지막으로 배낭에 넣고, 떠난다.






▲청량산의 기암


생각보다 봉화가 제법 멀다. 2시간 조금 넘을걸로 예상했는데,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는 30분까지 포함해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안동을 지나 도산서원에서 약 14Km를 더 간다. 드디어 저만치 앞에 청량산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제법 그 위세가 당당하다.
올망 졸망한 봉우리들을 헤아려가며 청량산 안내표지에 따라 진입을 하자 곧 매표소가 보인다. 그런데 매표소에 차가 거의 다와갈쯤 한남자분이 매표소에서 나와 차가 서기도 전에 90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차가 그분 앞에 멈추자 고개를 들더니 '청량산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입장료는 800원으로 두분 1,600원입니다'하고 역시 정중하게 말한다.
1,600원을 계산하자, 영수증을 주시는데, 영수증 뒷면에 지도를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등산로를 설명해 주신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진입하자, 그분의 설명대로 포장이 끝나는 부분에 간이 화장실이 있고, 작은 공터가 있는데, 바로 입석이다. 유명산과는 달리 등산로 초입이 초라하지만 그분의 친절은 마치 1,600원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에 온 것같은 느낌이었다.







▲응진전


대형버스에서 단체산꾼들이 우루루 내리더니 순식간에 산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 뒤를 따라 작은 오솔길을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응진전이 아스라히 보인다. 앞에도 절벽, 뒤에도 절벽인 기암틈바구니에 작은 암자가 마치 폭포수아래 수련하는 기인의 모습처럼 놓여져 있다. 뒷 절벽위에 동풍석은 금방이라도 바람에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응진전을 지나자 청량사와 김생굴의 갈림길이다. 청량사는 하산길에 들리기로 하고 김생굴로 오른다.
김생굴로 가는길에는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한결 총명해졌다는 총명수가 있었으나, 지금은 너무나 탁해져 있었다. 천하명필로 유명한 김생이 10년을 공부하였다는 김생굴은 특별한 운치도, 여운도 없었으나, 굴 앞에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줄기가 한그루의 나루위에 떨어지면서 근사한 얼음나무를 연출해주고 있었다.
김생굴을 지나면서 점점 힘겨워진다. 기암들 사이로 난 등산로다 보니, 대부분 좁고 쇠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한쪽은 까마득히 낭떠러지 절벽이고, 한쪽은 깍아지른 듯 쏟아오른 절벽이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딴세상 구경을 하게될 판이다. 힘겹게 오르다보니 어느새 자소봉이 눈앞에 있는데, 우와~ 아찔한 쇠계단이 90도 직각이 아닐까 싶을만큼 가파르게 서있는데, 중간쯤 내려오시던 아주머니 한분이 아이고 아이고 하신다. 잠시 숨을 돌리고 드디어 난간을 잡고 오른다. 자소봉을 정복하고 잠시 쉬며, 사과하나로 목을 축였다. 미처 물을 준비못해 사과 하나라도 아껴 먹어야할 형편이었다. 식당과 휴게소가 즐비한 여느 산처럼 생각했다가, 큰코 다친 샘이다. 물을 살곳이 없었다. 군위휴게소에서 김밥을 사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방금 올라온 쇠계단을 다시 내려와 정상으로 향한다. 한무리의 산꾼들이 자소봉 아래에서 웅성거리고 있다. 올라갔다 다시 내려올거면 그냥 진행하자는 편과 그래도 올라갔다 와야한다는 편이 의견 대립중이었나보다. 뭐 딱히 큰 볼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그곳이 자소봉 정상이라면 5분도 안걸리는 곳이니 한번 오라가보길 바란다.







▲능선에서 바라본 기암들


자소봉을 지나자 바로 탁필봉이다. 그 형상이 붓을 뽑아 든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정말 붓 한자루가 쏟아 있는 것 같은 봉우리였다. 그곳에도 역시 쇠계단으로 오르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곳은 감히 오를 엄두가 나질 않아 그냥 지나치고, 연적봉으로 진행한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힘겹게 올라온 우리를 위로해 주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노송사이로 바라보이는 아름다운 기암들이 정말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멋진 광경이었다. 등산을 시작한지 약 2시간만에 뒷실고개에 도착했다. 뒷실고개는 정상인 의상봉으로 향하는 길과 청량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인데, 정상까지는 약 1시간, 왕복 2시간인 샘이다. 시간이 충분한 것 같아 의상봉으로 향한다.






▲뒷실고개 지나 까마득한 내리막


뒷실고개를 지나자 까마득한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 또 한번 큰 숨을 몰아쉬고, 카메라에 담고하는 사이 한팀이 씩씩하게 앞질러 간다. 그렇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20분을 진행하자 의상봉, 육각정자 갈림길이다. 그곳에서 분명히 의상봉 40분이란 이정표를 보았는데, 앞서가던 명희가 무슨 생각에 빠져 있었던지, 육각정자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렇게 10분을 따라가다보니 계속 험하고 가파른 너덜지대 내리막만 계속되는게 아닌가. 산꾼들이 붙여놓은 리본도 눈에 띄질 않는다. 에그그, 여기가 아니가벼. 다시 내려오던 길을 올라가 아까 그 이정표까지 되돌아 오니 약 20분을 허비했다. 엉뚱한 곳에서 체력을 허비해서인지, 그곳에서부터 의상봉까지는 줄곧 가파른 오르막이며, 줄을 타며 오르는 곳이 많아, 굉장히 힘들다. 시원한 물을 한모금 마셨으면 금방이라도 힘이 살아 날 것 같아, 괜히 없는 물을 원망해 보고, 자신의 준비성 없음을 자책도 해보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아닌가. 그저 오르고 또 오른다.







▲의상봉에서


어렵게 정상에 오르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분들이 앞에 가더니 왜 이제 오냐며 우리를 두 번 죽인다. 정상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따뜻한 양지에 자리 잡고, 깁밥과 커피를 먹고나니, 조금씩 힘이 나기 시작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느 산이든 정상을 정복하고 주위 조망을 한 바뀌 둘러보았었건만, 의상봉에서는 그런 기억이 없다. 너무 지치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었을까. 이제와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


다시 뒷실고개까지 되돌아와 청량사로 하산한다. 뒷실고개에서 청량사까지는 크고 모난 돌들이 많은 너덜지대다. 지친 하산길의 너덜지대는 상당히 위험하고, 피곤하다.
청량사가 가까워져가자, 금탑봉이 지는해를 받아 금빛처럼 눈부시게 우뚝 솓아있다. 해가 져 버리면 금탑봉의 그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이 생긴다. 청량사에 도착할 때까지 해가 남아 있기를 바라며 서둘러 내려갔다.







▲청량사석탑과 금탑봉


그런 욕심으로 서둘다 보니, 뒤에 오던 명희가 악! 비명을 지른다. 급히 뒤돌아 보니, 앞으로 넘어지면서 큰 돌 하나에 얼굴을 부딪혔다. 그 돌이 아니었으면 몇바퀴 뒹굴어 더 크게 다칠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턱과 입옆에 작은 촬과상을 입은 정도였다. 그만하길 정말 다행이었다.


청량사에 도착하니 내가 욕심 부리던 해가 아직도 남아 있어 금탑봉과 청량사석탑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유리보전을 살펴본후 청량사를 떠난다. 청량정사와 산꾼의 집이 나란히 있는 곳을 지나 오던길을 되돌아 보니, 청량사를 품은 육육봉의 아름다운 기암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오늘 하루 저 봉우리를 넘으며 느끼고 보았던 아름다움과 힘겨움들을 그 한 장의 풍경속에 다 담고, 또 다시  힘겨운 세상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남은 길을 제촉한다.




▣ 김성기 - 전에 가족 관광길에 청량사까지 들린적이 있는데,정상을 밟을계획입니다.좋은정보 이용할께요.늘 즐산하세요.
▣ 미스터 리 - 필력이 여전하시군요.건강한 모습 뵈니 좋읍니다, 반갑구요, 총총.
▣ 미스터 리 - 필력이 낯설지 않읍니다.늘 행운이 같이 하시길.
▣ 미스터 리 - 필력이 낯설지 않읍니다.늘 행운이 같이 하시길.
▣ 길문주 - 꽤나 험한 청량산을 잘 다녀 오셨군요. 청량산은 웅장한 암봉들과 끝없이 깍아지른 절벽이 일품이지요. 산행후에 마시는 한잔의 차는 더할나위없이 좋구요. 수고하셨습니다. 즐산하세요...
▣ 산사랑방 - 응진전위의 동풍석.. 아직도 당당히 떨어지지 않고 잘 얹혀 있네요..청량사에서 바라보는 금탑봉과 바로 앞 석탑 그곳 경관이 참 좋지요.. 작년 기억을 더듬으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