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01. 천등산(天燈山 550m) - 전남 고흥군

산 행 일 : 2004년 1월 4일 일요일
산행횟수 : 2회차
산의날씨 : 맑음
동 행 인 : 김정수
산행시간 : 4시간 13분 (식사 휴식 1시간 23분포함)

송정마을 <0:27> 가시나뭇재 <0:28> 딸각산 <0:15> 앙천잇재 <0:25> 천등산 <0:35> 임도 쉼터
<0:40> 송정마을

벌교에서 고개를 넘어서면 고흥땅이다.
구랍 14일 진주 친구랑 팔영산에 갈 때만해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4차선 국도가 고흥읍까지
시원스럽게 뚫렸다.
2번 국도 나들목 구간도 설날 이전에 개통되리라 여겨지니 고흥을 찾기가 훨씬 좋아지게 될 것
같다.
고흥읍내 우회로를 지나 도양(녹동) 방면으로 가다보면 '풍남. 천등산'이라 표기된 도로표지를 보
게된다.
851번 지방도로를 따라 율치를 넘어서면 남해바다와 접한 풍남항이 내려다보이고 길 왼편 커다란
자연석을 이용해 만든 '월동리마을'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좌회전 마을회관 앞과 안 길을 통과하
여 송정경로당 옆 새로 지은 '농기계보관창고' 앞 좁은 터에 차를 세웠다.

09 : 55 송정마을 안 길을 거슬러 '소각금지. 산불조심' 팻말 있는 곳에서 왼편으로 꺾어 낮은 언
덕으로 오르면 딸각산 멋진 암벽이 올려다 보인다.
왼쪽 작은 골짝을 끼고 나 있는 예전 염소목장으로 이어진 농로를 이용한다.

10 : 10 억새가 우거진 지점 허름한 막사가 보이고 오른쪽 길가에 주황색 페인트로 '→ 월각산'
이라 쓰인 커다란 돌(바위라기에는...)이 있다.
억새와 가시나무가 무성하지만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산악회 리본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10 : 22 길이 갈리는 곳에서 빗물에 골이 깊게 패인 왼쪽 길을 이용하여, 딸각산 남서릉상의 가시
나무가 많아 가시나뭇재로 불리는 재에 닿았다.
솔잎이 수북하게 쌓인 능선 길엔 키작은 싸리가 침범하려하나 맥을 못 추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산 철쭉이 소나무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섰다.
딸각거리는 돌을 밟으며 거대한 석문 앞에 이르렀다.
벌어진 바위위로 큰돌이 얹혀있는 돌문 위쪽으로 올라서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다도해가 펼쳐지
는데 내 눈에는 산불감시초소 지붕이 먼저 들어왔다.

2000년 3월 26일.
"입산금지인데 왜 올라왔냐?"
"등산 초입에 입산금지 표지를 해 두지 않고 산에서 길을 막는 것은 옳은 일이냐?"
공익요원과 아내와 나, 2대1로 입씨름을 하다 결국은 천등산으로 올랐는데 그때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10 : 50 사람들이 보이자 우선 안심이 되어 느긋하게 사진도 찍고 벼랑을 타고 올라보니 산불감
시초소에 근무자가 보이지 안했다.
앙천잇재에 10여대의 차량들이 있고 건너편 천등산 정상에도 울긋불긋 등산복 꽃이 피었다.
고흥 풍양면에 적을 둔 천등산악회 회원들로 약 40명쯤 왔다고 하였다.

11 : 00 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같이 출발.
임도가 나오자 그들은 임도를 따랐고 우리는 희미한 길로 들어섰다.

11 : 15 헬기장을 지나고 덤불을 헤쳐가며 '식수기념비'(고로쇠나무) 앞에서 다시 만났다.
"오늘 산신제를 모시려고 걸게 장만해 왔으니 조금 있다가 잡수시고 가시오" 딸각산에서 만난 분
외 다른 분들도 자기들의 고향산을 찾은 이방인을 배려했지만 11시 40분에 제를 올린다고 했고
턱 받치고 앉아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라 정중하게 고마움을 표하고 철쭉 길을 따라 걸었다.
굵은 잡목을 베어 운반하기 좋게 토막내 실어내려는 차도 보였는데 철쭉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오른쪽 안장바위 능선으로 갈리는 곳까지 힘들게 오르면 정상은 100여m 전방이고 마당처럼 널찍
한 신선대 너럭바위를 만나게 된다.

11 : 40 보잘것없던 봉수대 돌무덤은 새로 쌓았고 '고흥 26' 삼각점 옆에는 이정표도 세웠다.
'← 사스막재 1.1km * ↓ 철쭉공원 0.9km'. 거금도 적대봉이 청정해역에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 뒤
로 완도 상황봉, 오른쪽으로 천관산, 제암산이 보인다.
서쪽 암릉으로 부터 나이 지긋한 부부가 올라오더니 아주머니가 배낭에서 찐 생선 한 마리와 소
주를 꺼내어 마복산과 팔영산이 있는 동쪽, 금탑사가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곳 돌무덤 납작한
돌 위에 술을 따라놓고 두 손을 모았다.
무엇을 비는 것일까?
옛날 스님들이 정상에 올라 천 개의 등불을 밝혔다는 설이 있듯 우리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비롯
하여, 혹 교만하지 안했으며 남을 아프게 하지 안했는지? 기타 등등 마음으로나마 천등을 밝히고
싶은 것은 이 몸도 간절하답니다 아주머니...

벼락산 쪽으로 뻗은 서쪽 암릉 코스가 딸각산 오름과 더불어 천등산 산행의 백미라고 한다.
아주머니의 기도가 끝나는 것을 못 보고 첫 번째 암봉으로 자리를 옮겨 산신제를 마치고 둘러앉
아 음식을 먹고있는 천등산악회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우리도 밥을 먹고 충분한 휴식도 취했다.

12 : 45 "바위협곡을 내려가는 길이 약간 위험스럽지만 재미난다" 앞서 일어서는 친구에게 한마
디 거들고 뒤따랐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섰는데 바위협곡이 아닌 안전한 길이 나 있었고 덕분에 수월하게 벼랑
밑으로 내려섰으나 협곡을 올려 보려다 낮게 팔을 벌린 굵은 나무가지를 들이받고 말았다.
모자를 썼어도 이마에 약한 생채기가 났고 북두칠성이 오락가락하며 눈물이 핑 도는데 배꼽을 잡
고 웃는 친구가 야속하다.
암봉을 오르내리다 길을 잘못 들어 가시덤불 속에서 반시간 이상 고생했던 기억이 되살아 나 오
늘은 암벽 북쪽 지정된 등산로를 얌전하게 따랐다.

13 : 20 임도 쉼터.
'← 철쭉공원 2.3km * ↓ 천등산 1.1km * → 사동마을 3.0km'
벤치 아래 솔밭으로 새로운 길이 생겼으며 가파른 길은 이내 임도로 연결되었고 천등마을 주변
들판에는 온통 파란 마늘이 자라고 있다.

14 : 08 마을 저수지위에서 논둑을 타고 왼쪽 작은 골짜기를 건너 조금가면 송정마을이다.
"저 앞에 보이는 바위산 이름이 뭐냐? 멋있다 야."
"벼락산이라고 하는데 남매가 장대 들고 별을 따러 올라갔다가 벼락을 맞았다는 전설이 있단다"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별학산(別鶴山 343.8m)' 이라 표기된 암봉을 바라보고 녹동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르기 위해 풍남항으로 향했다.


▣ 김정길 - 최선호님의 산행기에서 머리 다친걸 보니, 20페이지 7월27일자 나의 속리산종주산행기가 생각납니다. 저는 거의 그 부분으로만 나무는 수백 번 중 수십 번은 피 흘렸고, 심지어 바위도 받아보았는데 저는 산길을 걸을때 시각이 길 바닥에만 집중이 되나봅니다.
▣ 김현호 - 시간나실때마다 두루 산행하시니 부럽습니다 항상 주의 하시면서 산행하시길 바랍니다..